호주 학교에서 사라지는 도서관
호주 전역의 수많은 학교에서 학교도서관이 단계적으로 사라지고 있다. 이에 우려하는 교사들은 많은 학생이 필수적인 도서관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됐다며 경고하고 있다.
많은 대형 공립학교에서 학생들은 지방의회가 운영하는 이동도서관에 의존해야 한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교도서관을 학생 증가에 따른 임시 교실이나 컴퓨터실과 함께 사용하는 공간으로 바꾸었다.
신뢰할 만한 전국 통계도 없다. 이에 학교도서관 옹호단체들은 일부 학교에서 ‘학교도서관’이 복도에 설치된 몇 개의 책장 정도로 축소됐다는 사례를 전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도 도서관이 필요한가. 많은 교사와 학부모, 학생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애들레이드(Adelaide)의 헨리 고등학교(Henley High School)처럼 학생이 1,300명이 넘는 일부 공립학교는 이제 지방의회가 운영하는 이동도서관 서비스에 의존한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교육부 대변인은 헨리 고등학교가 10년 전 학교도서관을 없앴다고 밝혔다. 학교가 도서관 공간을 교실로 전환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학교는 소장도서 대부분이 비문학 도서라고 판단했다. 필요한 정보는 디지털 방식으로 구할 수 있다고 봤다.
빅토리아주(Victoria)의 모닝턴 세컨더리 칼리지(Mornington Secondary College) 학생들도 약 800명의 학생이 이용할 학교도서관을 만들어 달라며 청원을 시작했다.
교육의 빠른 디지털화는 전통적인 학교도서관을 희생시키는 결과도 가져왔다. 학부모들은 오히려 화면을 보지 않아도 되는 공간을 더 늘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학생에게 학교도서관이 필요하다(Students Need School Libraries, SNSL) 캠페인 공동대표이자 사서교사인 하지날카 몰로이(Hajnalka Molloy). 사진: Total Capture
‘학생에게 학교도서관이 필요하다(Students Need School Libraries, SNSL)’ 캠페인은 호주의 모든 학교가 충분한 자료와 인력을 갖춘 도서관을 운영하도록 연방정부 차원의 의무 규정을 마련하라고 요구해 왔다. 이 캠페인은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SNSL 공동대표이자 사서교사인 하지날카 몰로이(Hajnalka Molloy)는 학교도서관 감소에 여러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부족한 예산과 학교도서관 설치 의무가 없다는 점을 주요 문제로 꼽았다.
몰로이는 “의무 규정이 없기 때문에 각 학교가 개별적으로 결정한다”며 “교장들도 빠듯한 예산 안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몰로이는 정책 결정자들이 충분한 자료를 갖춘 학교도서관과 전문자격을 갖춘 직원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인식 부족은 영국 정책 결정자들의 태도와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
도서관과 사서교사는 학생이 올바른 조사·연구 능력을 기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모든 공립 초등학교에 2029년까지 도서관을 갖추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1억3,250만 파운드(2억5,300만 호주달러, 기사 보도일 환율 기준 약 2,502억 원)의 휴면자산 자금을 활용한다고 밝혔다.
몰로이를 비롯한 학교도서관 옹호단체와 호주도서관정보협회(Australian Library and Information Association, ALIA)는 호주 정부도 같은 조치를 취하기를 바라고 있다.
호주도서관정보협회 최고경영자인 캐시 워버턴(Cathie Warburton)은 “호주 전역의 학교도서관 서비스는 일관성이 없고 불공평하며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버턴은 “전국적인 통계가 없다. 학교가 도서관을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 전문자격을 갖춘 직원이 있는 학교도서관을 운영하는지 보고해야 할 의무도 없다”고 말했다.
SNSL 캠페인은 호주 전역에서 학교도서관 없이 운영되는 학교가 정확히 몇 곳인지 확인하기 위한 전국 실태조사도 요구하고 있다.
학교도서관 설치 의무와 전국 실태조사라는 두 가지 요구안은 ‘책 주간(Book Week)’을 앞두고 연방 교육부 장관 제이슨 클레어(Jason Clare)에게 전달됐다. 그러나 클레어 장관은 직접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제이슨 클레어(Jason Clare) 호주 교육부 장관은 학교도서관의 가치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평가했다. 사진: NewsWire/Martin Ollman
사서교사 몰로이는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곳이 아니라고 말했다.
몰로이는 “도서관은 학생들이 와서 보드게임을 하고 레고(Lego)를 가지고 놀며 여러 가지를 만들고 창작하는 역동적인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또 “도서관은 언제나 모든 학생에게 안전한 장소였다. 특히 운동장처럼 자극이 많은 공간에서 부담을 느끼는 일부 학생에게 도서관은 안전하고 따뜻하며 환영받는 공간이다”라고 말했다.
다행히 모든 학교에서 도서관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애들레이드의 굿우드 초등학교(Goodwood Primary School)에서 도서관은 여전히 학교의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 학생이 쉬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
교장 직무대행 앤시아 바틀릿(Anthea Bartlett)은 “우리 학교에는 공간이 많지 않아 꽤 시끄러워질 수 있다. 그래서 도서관이 피난처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굿우드 초등학교 도서관은 학생들이 쉬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이다. 사진: Keryn Stevens
바틀릿은 “도서관은 조용한 공간에서 쉬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해 학생의 웰빙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바틀릿은 학교도서관이 감소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운 일이며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이슨 클레어 교육부 장관은 학교도서관 설치 의무나 전국 실태조사를 시행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그러나 도서관의 가치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클레어 장관은 “좋은 도서관과 훌륭한 사서교사는 한 아이가 독서에 빠져들게 만드는 책을 찾도록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아이들이 책에 몰두하면 화면에서도 벗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빅토리아주 교육부 대변인은 주정부가 ‘프리미어 독서 챌린지(Premier’s Reading Challenge)’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도서관과 독서를 장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2017년 이후 새로 건설한 학교 121곳 모두에 도서관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1. 개요
- 호주 학교도서관의 문제는 단순한 시설 감소가 아니라 학생의 교육서비스 접근권이 학교마다 달라지고 있다는 데 있다.해당 기사에 따르면 호주에는 학교도서관 설치를 전국적으로 의무화한 제도가 없다. 학교가 예산과 공간 부족을 겪으면 도서관을 교실이나 컴퓨터실로 바꿀 수 있다. 헨리 고등학교는 학생이 1,300명이 넘지만 10년 전 도서관을 폐지했다. 모닝턴 세컨더리 칼리지의 약 800명 학생은 학교도서관 설치를 요구하는 청원까지 시작했다.
- 학교도서관의 기능도 ‘책을 보관하는 곳’에서 학습·창작·휴식·웰빙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확대됐다.기사에 등장하는 굿우드 초등학교는 도서관을 학생이 소음에서 벗어나 쉬고 생각을 정리하는 장소로 활용한다. SNSL도 보드게임과 레고, 창작활동 등을 학교도서관의 기능으로 제시한다. 학교도서관을 자료실 하나로만 평가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 비교 대상인 영국은 학교도서관 접근 격차를 국가 정책 문제로 다루기 시작했다.영국 정부가 2025년 9월 발표한 공식 자료에 따르면 영국 초등학교 약 7곳 가운데 1곳에 도서관이 없다. 취약지역에서는 이 비율이 약 4곳 가운데 1곳까지 높아진다. 영국 정부는 모든 공립 초등학교가 의회 임기 종료 전까지 도서관을 갖도록 1,000만 파운드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1억3,250만 파운드는 학교도서관만을 위한 예산이 아니라 청소년 기회 확대를 위한 휴면자산 재원의 전체 규모다. 따라서 기사에서 표현한 1억3,250만 파운드 전체를 학교도서관 직접 예산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2. 추진 배경
- 첫 번째 배경은 학교도서관을 필수 교육시설로 보장하는 전국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해당 기사에 따르면 호주의 학교도서관 설치 여부는 개별 학교의 판단에 크게 좌우된다. 학교장이 제한된 예산에서 교실 확보와 도서관 유지 가운데 선택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도서관 공간과 전문 인력이 교육정책의 최소 기준에 포함되지 않으면 지역과 학교의 재정여건에 따라 서비스 격차가 커질 수 있다.
- 두 번째 배경은 교육 디지털화 과정에서 종이책과 물리적 도서관의 가치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평가했다는 점이다.헨리 고등학교는 비문학 정보를 디지털로 구할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기존 도서관 공간을 교실로 전환했다. 그러나 정보가 디지털로 제공된다는 사실과 도서관 기능이 불필요하다는 판단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학교도서관은 정보 접근뿐 아니라 정보 평가, 독서 지도, 조사·연구 지원, 학생 간 상호작용과 휴식을 함께 담당한다.
- 세 번째 배경은 학교도서관 현황을 판단할 전국 단위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ALIA는 호주에 학교도서관 운영 여부와 전문 인력 배치를 보여주는 통일된 전국 자료가 없다고 지적한다. 호주 교육부는 교사 인력에 대해서는 호주 교원인력 데이터(Australian Teacher Workforce Data)를 통해 국가 단위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2024년 국제 교수·학습 조사(TALIS)에도 호주 교사와 교장 6,000명 이상, 359개 학교가 참여했다. 학교도서관과 전문 사서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한 국가 수준 데이터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 학교도서관 축소는 호주만의 문제가 아니다.최근 뉴질랜드에서도 유사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뉴질랜드에는 약 2,500개 학교가 있지만 학교도서관 직원은 1,266명에 불과한 것으로 소개됐다. 일부 직원은 도서관 업무에 주 1시간밖에 배정받지 못한다. 학교도서관 공간을 보유했는지만 확인해서는 실질적인 서비스 수준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사례다. 출처: 도서관디자인연구소
3. 개선 사항
- 학교도서관을 전국적으로 조사하고 공통지표를 구축해야 한다.SNSL이 가장 먼저 요구하는 정책 가운데 하나가 전국 실태조사다. 조사에서는 단순한 ‘도서관 유무’를 넘어 면적, 개관시간, 장서 규모, 장서 구입비, 전문 인력, 사서 근무시간, 수업지원 시간, 학생 이용률 등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복도 책장과 전문 사서가 운영하는 학교도서관을 같은 항목으로 집계하면 실제 학생의 서비스 접근성을 알 수 없다.
- 물리적 공간과 전문 인력을 하나의 서비스 기준으로 묶어야 한다.학교도서관에 책과 공간만 있어도 서비스가 작동한다고 보기 어렵다. 전문 인력은 장서를 선정하고 학생과 책을 연결한다. 교사의 조사·연구 수업을 지원하고 정보 리터러시(information literacy)를 가르친다. 디지털 정보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확대될수록 출처의 신뢰성과 정보의 정확성을 판단하는 교육도 중요해진다.
- 도서관을 디지털 교육과 경쟁하는 공간이 아니라 두 환경을 연결하는 공간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경기도교육청은 2023년 100개 학교의 학교도서관 공간 재구조화에 204억 원을 투입했다. 2024년 계획에서는 37개 학교에 74억 원을 투입해 노후 도서관을 디지털교육 거점과 융합교육 공간으로 개선하는 사업을 제시했다. 메이커스페이스와 미디어 활용, 협력수업, 자기주도 학습을 기존 독서기능과 결합하는 접근이다.
- 학생의 웰빙을 학교도서관 성과에 포함해야 한다.63개국 학교도서관 인력 971명이 참여한 국제조사에서는 학교도서관이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포용, 심리적 회복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확인됐다. 이번 호주 기사에서 굿우드 초등학교가 도서관을 ‘피난처’라고 설명한 사례와도 연결된다. 출처: 도서관디자인연구소
4. 시사점
- 학교도서관 정책의 핵심 질문을 ‘도서관이 있는가’에서 ‘학생이 어떤 도서관 서비스를 이용하는가’로 바꿀 필요가 있다.호주 사례에서 가장 큰 문제는 복도에 책 몇 권을 놓은 학교와 전문 사서가 상주하는 학교가 전혀 다른 교육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학교도서관 정책은 시설 설치율보다 학생의 실제 접근시간과 전문 서비스 수준을 측정해야 한다.
- 한국은 호주와 달리 학교도서관의 법적 기반을 이미 갖추고 있다.한국의 「학교도서관진흥법」은 학교도서관을 ‘학교교육의 기본시설’로 규정한다. 현행 법률 제12조는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실기교사 또는 사서를 두도록 규정한다. 시행령은 사서교사 등의 업무에 도서관 운영계획, 자료 관리, 독서지도, 도서관 이용교육, 교사의 교수·학습 지원 등을 포함한다. 따라서 한국의 주요 과제는 ‘학교도서관을 설치할 것인가’보다 법적 시설을 얼마나 안정적이고 균등한 수준으로 운영할 것인가에 있다.
- 한국의 학교도서관은 공간 기준에서도 일정한 제도적 출발점을 갖는다.학교도서관진흥법 시행령은 학교도서관 위치를 학생이 접근하기 쉬운 곳으로 정하고 면적을 100㎡ 이상으로 규정한다. 이는 호주 기사에서 나타난 ‘복도 책장도 학교도서관으로 볼 수 있는가’라는 문제와 뚜렷한 차이를 만든다. 다만 최소 면적을 충족하는 것만으로 학생 경험과 서비스 품질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 AI와 디지털교육 확대는 학교도서관을 없애야 할 이유가 아니라 역할을 확대해야 할 이유에 가깝다.디지털 정보가 많아질수록 학생에게는 정보를 찾는 능력보다 출처를 평가하고 비교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동시에 학교에는 화면에서 벗어나 장시간 읽고 집중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일본에서도 디지털 독서와 종이책을 대립시키기보다 어린이의 발달과 상황에 따라 서로 보완하는 방향이 논의돼 왔다. 출처: 도서관디자인연구소
- 학교도서관을 독서시설에서 학생 경험을 지원하는 교육 인프라로 재정의해야 한다.최근 중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편안하고 책이 풍부한 도서관·카페형 독서 환경이 독서 공간에 대한 편안함과 자유독서 시간에 대한 태도에 긍정적 변화를 줄 가능성을 보여줬다. 공간, 장서, 프로그램, 전문 인력을 서로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교육 경험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출처: 도서관디자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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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kidsnews.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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