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투자 부족’: 심각한 위기에 놓인 학교도서관과 수년째 이어진 지원 요청
제대로 운영되는 도서관과 단순히 ‘책으로 가득 찬 방’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클레어 메이비(Claire Mabey)가 존립마저 위협받는 학교 사서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당신은 여덟 살이고, 학교에서는 ‘책 주간(Book Week)’ 행사가 열리고 있다. 학교 사서는 도서관을 완전히 다른 세계로 바꿔놓았다. 천장에는 별들이 매달려 있고, 머리 위에는 우주비행사가 떠 있다. 창문을 모두 가려 도서관 전체는 밤하늘처럼 어둡고, 공간 곳곳에는 실제 거리 관계를 고려해 행성들이 배치돼 있다. 우주 탐사와 행성, 달 착륙에 관한 책들이 전시돼 있고, 한쪽에는 빈백(beanbag)에 몸을 묻고 책을 읽거나 행성의 위치와 관련된 수학 퍼즐을 풀 수 있는 아늑한 공간도 마련돼 있다.
점심시간이 되자 도서관 밖까지 줄이 늘어선다. 학생들은 놀랍게 변신한 도서관을 보기 위해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눈다. 집에 돌아간 당신은 부모에게 우주 도서관이 얼마나 멋졌는지를 이야기하고, 내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학교 사서가 작가들을 학교로 초청했기 때문이다. 큰 자극을 받은 당신은 방문 작가에게 보여주려고 우주비행사를 주인공으로 한 그림책을 직접 쓰기 시작한다.
이것은 실제로 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사서가 도서관을 살아 움직이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기에 가능했다. 사서는 대출 데이터를 분석해 학생들의 독서 경향과 부족한 분야, 반복되는 이용 패턴을 파악했다. 책과 책 속 정보가 지닌 흥미와 가능성을 학생들이 발견하도록 이끌었고, 학생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독서문화를 만들어 중요한 문해력(literacy)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아오테아로아 뉴질랜드(Aotearoa New Zealand)에서 이런 모습은 일반적인 사례가 아니라 예외에 가깝다.
뉴질랜드 학교도서관협회(School Library Association of New Zealand Aotearoa, SLANZA)는 초등학교와 중간학교(intermediate school), 중등학교 학생 가운데 실제 학교도서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학생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여기서 말하는 학교도서관 서비스란 단순히 책이 들어 있는 방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서가 장서를 선별하고 관리하며 다양한 활동을 운영하는 도서관을 이용한다는 의미다.
뉴질랜드에서는 학교가 반드시 도서관을 설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도서관이 있더라도 이를 전담해 운영할 직원을 두어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 학교도서관에 관한 결정은 학교 이사회와 학교 지도부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예산이 부족해지면 도서관과 도서관 서비스가 가장 먼저 삭감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인력에만 그치지 않는다. 도서관 공간 자체가 일반 교실로 전환되기도 한다.
더 스피노프(The Spinoff)는 최근 SLANZA가 뉴질랜드 전역의 국회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확인했다. 서한에는 “아오테아로아에서 문해력 수준의 하락이 학교도서관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부족과 가치 절하, 방치가 이어진 시기와 겹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고 적혀 있다.
SLANZA는 이 서한에서 학교도서관 서비스를 아오테아로아 학교의 ‘필수 인프라(essential infrastructure)’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전문적인 연구 역량과 지식, 책에 대한 열정을 갖춘 전담 인력이 독서문화를 만들고 성장시켜야 하며, 서가는 학생들의 현재 수준과 필요에 맞게 구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도서관 프로그램과 활동은 학교의 교육 목표와 긴밀하게 연결돼야 하고, 도서관의 물리적 공간은 학교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인공지능(AI)의 세계를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곳인 동시에, 때로는 그런 기술에서 잠시 벗어나 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SLANZA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아오테아로아 학생이 “충분한 자원을 갖춘 학교도서관과 전문 사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신의 독서와 학습 잠재력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자원에 공평하게 접근하게 하는 것”이다. 이번 서한도 이러한 학교도서관 서비스 확대를 요구해 온 장기 캠페인의 하나다. 2020년에는 뉴질랜드 학교 다섯 곳 가운데 한 곳이 전년도에 도서관 예산을 삭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뉴질랜드에는 약 2,500개의 학교가 있지만, 전국 학교도서관에서 일하는 직원은 1,266명에 불과하며 고용 형태도 제각각이다. 일주일에 단 한 시간만 일하는 사람도 있고 몇 시간 정도 더 근무하는 사람도 있다. 전일제에 가까운 시간을 일하더라도 학기 중에만 고용되는 경우가 있으며, 일 년 내내 안정적으로 근무하는 영구 전일제 직원은 극소수다. 상당수는 교사 겸 사서(teacher-librarian)로, 별도의 사서 업무 시간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교사 업무에 도서관 업무까지 더해지는 형태다.

샌디 플레처(Sandie Fletcher)는 와이라라파(Wairarapa)의 카후타라 학교(Kahutara School)에서 교사 보조원과 사서를 함께 맡고 있지만, 도서관 업무에 쓸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에 단 한 시간뿐이다. 과거에는 몇 시간을 더 쓸 수 있었지만 몇 년 전 학교 예산이 어려워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플레처와 다른 교사 보조원 세 명은 모두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각자의 근무일을 며칠씩 포기해야 했다. 플레처는 “우리에게는 이런 일이 현실이다”라고 말한다.
학생 한 명이 힘든 하루를 보내기라도 하면 플레처에게 주어진 한 시간의 도서관 업무 시간은 곧바로 사라진다. 그 시간을 학생을 돌보는 데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렵게 도서관 일을 할 시간이 생긴다 해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플레처는 “거의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다”며 “보호 필름을 씌우고 등록해 서가에 넣어야 할 책이 엄청나게 밀려 있다. 손을 댈 시간이 없어서 몇몇 책은 아주 오랫동안 그대로 쌓여 있다”고 말한다.
카후타라는 학생 수가 약 85명인 작은 학교다. 플레처가 도서관에서 하는 일의 가치는 시험 성적처럼 수치로 바로 증명하기 어렵지만, 어떤 학생에게는 삶을 바꾸는 경험이 되기도 한다. 플레처는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도서관에 쓸 수 있는 시간이 지금보다 충분했다. 당시 아버지가 말기 암을 앓고 있던 아이들이 있었다. 도서관 한쪽에 작은 티피(teepee) 천막을 만들어줬더니 아이들이 그곳에 와서 조용히 책을 읽곤 했다. 나는 늘 가까이 있으면서 아이들을 지켜봤다”고 회상한다.
또 다른 학생은 플레처가 구입해 비문학 서가에 넣어둔 성소수자(LGBTQ+) 관련 책을 반복해서 찾아 읽었다. 플레처는 “그 아이는 계속해서 그 책들을 빌려갔다. 분명 책에서 자신과 연결되는 무언가를 발견했던 것 같다. 결국 집에 가서 부모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이야기했고, 부모는 ‘그래, 괜찮아!’라고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 플레처가 이런 역할을 수행하기는 훨씬 어려워졌다. 플레처는 학교도서관이 마땅히 받아야 할 만큼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낀다. “교장들이 내게 ‘책이 이미 충분하지 않나요? 올해는 책을 사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라고 말한 적도 있다.” 플레처는 학생들의 변화와 관심에 맞추려면 도서관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장서를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는 사실을 학교 지도부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플레처는 “학교에서 도서관은 반드시 필요하다. 사서는 학생들과 교실의 교사와는 조금 다른 관계를 맺기 때문에 아이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을 살필 수 있다. 수업에서는 접하기 어렵거나 수업시간에 충분히 다룰 수 없는 자료를 찾아줄 수도 있다. 그런데 비극적인 것은 이런 도서관들이 학교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SLANZA가 국회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낸 뒤 교육부 선임 정책관리자 크레이그 말렛(Craig Mallett)은 교육부 장관 에리카 스탠퍼드(Erica Stanford)를 대신해 답변을 보내왔다. 말렛은 “뉴질랜드교육연구협의회(New Zealand Council for Educational Research, NZCER)가 실시한 2024년 조사에서 응답 학교의 약 89%가 교내에 영구적인 도서관 공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을 반갑게 받아들이실 것이라 생각한다. 조사 결과 대부분의 학교는 교수·학습과 학생의 웰빙을 지원하기 위해 도서관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제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뉴질랜드 교육부 장관 에리카 스탠퍼드(Erica Stanford). 사진: 마크 미첼(Mark Mitchell)/NZ Herald via Getty Images
그러나 SLANZA 회장 트레나 라일(Trena Lile)은 말렛이 인용한 연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연구 자체가 SLANZA와 뉴질랜드국립도서관(National Library)을 위해 수행됐기 때문이다. 라일은 교육부가 이 연구의 특정 수치에 의존하는 데 큰 답답함을 느낀다. 연구 결과를 그대로 일반화하기에는 조사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이유다.
NZCER는 1,800개 학교에 설문을 보냈지만 응답한 학교는 640곳에 그쳤다. 이 수치만 보면 학교의 89%가 도서관 공간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그 공간에 직원이 배치돼 있는지, 충분한 투자를 받고 있는지, 학교가 도서관을 ‘필수 인프라’로 취급하는지는 알 수 없다. 연구 요약에도 “조사 결과가 도서관 공간과 유급 도서관 직원을 갖춘 학교 쪽으로 편향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명시돼 있으며, 특히 소규모 학교와 농촌 학교, 사회경제적 어려움이 큰 학교에서 우려할 만한 여러 형평성 문제가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더 스피노프와 인터뷰한 사서들은 한결같이 ‘책으로 가득 찬 방’의 문제를 언급했다. 일부 학교에는 책이 들어 있는 방이 있고 학교는 그것을 도서관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새로운 책을 선정하고 낡은 책을 교체할 사람이 없으며, 책을 학생들에게 소개하거나 학교 안에 독서문화를 만들어갈 사람도 없다. 결국 학생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오래된 책들이 남게 되고, 전문 인력이 있는 도서관이 중요하게 다루는 즐거움을 위한 독서(reading for pleasure)나 학생 웰빙을 위한 기능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크리스티 윌슨(Kristy Wilson)은 “직책상 도서관 업무를 맡고 있는 교사를 알고 있는데, 실제로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배정된 시간은 단 한 시간도 없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도서관 공간이 존재한다고 해서 독서문화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윌슨은 현재의 교사 양성과정에서도 학교도서관과 사서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충분히 배우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새로 교사가 된 사람들이 학교도서관이나 사서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연구와 독서, 창의적 활동을 위해 서로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면 결국 학교 안에서 교사들과 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 사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하나하나 알려주면서 그들이 도서관의 가치를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나는 그런 현실이 상당히 안타깝다.”

트레나 라일(Trena Lile)은 뉴질랜드 학교도서관협회(SLANZA) 회장이다.
크리스티 윌슨이 처음 학교 사서로 일하기 시작했을 때는 학생 500명이 넘는 중등학교에서 일주일에 10시간만 근무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모든 학급과 관계를 맺고 활동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후 더 많은 근무시간을 보장하는 다른 학교로 옮겼지만, 그곳에서도 근무는 학기 중에만 가능했다. 윌슨은 “우리 분야에서는 그런 조건을 전일제라고 부른다”고 말한다. 그리고 몇 년 전이 돼서야 웰링턴 여자고등학교(Wellington Girls’ College)에서 연중 안정적으로 근무하는 정규 전일제 자리를 얻었다.
윌슨의 하루는 빈틈이 거의 없을 정도로 바쁘다. 학교 기록물을 담당하기 때문에 학생 문화유산팀을 지도하고, 학교 여러 학급과 함께 정보 리터러시(information literacy)와 조사·연구 활동을 진행한다. 학생들과 의견을 나눈 뒤 구입한 신간을 알리는 일도 하고, 점심시간에 학생들이 조용하고 안전하게 머물 수 있도록 도서관 환경도 세심하게 관리한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무엇에 관심을 갖고 어떤 고민을 하는지, 어떤 읽을거리를 원하는지 알기 위해 끊임없이 학생들과 대화한다.
윌슨은 “독서문화를 만드는 데 대화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짧아지는 집중시간과 여러 다른 압력에 맞서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과 계속 연결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일을 많이 할수록 좋다”고 말한다.
윌슨은 여러 해 동안 사서로 일하면서 활발하게 운영되는 학교도서관이 있었던 초등학교와 중간학교를 다닌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전문 인력이 있는 도서관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독서문화를 경험한 학생들은 이미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는 습관이 형성돼 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런 경험이 없는 학생들은 자신을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라일은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는 학생이 줄면서 학생들의 실제 독서 수준도 낮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중등학교 사서로 일하면서 예전보다 중간 연령대 독자를 위한 책을 훨씬 많이 구입하고 있다. 《윔피 키드(Diary of a Wimpy Kid)》처럼 좀 더 낮은 독서 수준에서도 읽을 수 있는 책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아직까지 《도그맨(Dog Man)》을 구입하는 데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이제는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라일은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성인들이 더 이상 독서하는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을 꼽는다. “예전처럼 독서가 일상적인 행동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과거에는 매일 아침 신문이 배달되면 부모들이 신문을 읽었다. 책은 아니지만 분명히 읽는 행동이었다. 지금은 성인들이 늘 디지털 기기를 바라보고 있는데, 아이들은 어른이 화면을 보면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구분하지 못한다.”
라일은 사회 전체에서 독서가 감소할수록 학교도서관 서비스의 가치는 오히려 더 커진다고 강조한다. 특히 정부가 읽기와 쓰기를 주요 교육 과제로 강조하면서도 문해력으로 들어가는 중요한 관문인 학교도서관에는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루시 블랙(Lucy Black)은 웰링턴 도심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교 수업시간에 맞춰 일주일에 나흘 근무한다. 이 학교에는 8학년까지 학생이 다니며, 블랙의 하루는 자신이 표현한 대로 “매우 다양하다”. 학교에 있는 11개 학급을 각각 일주일에 30분씩 만나는데, 어떤 시간에는 몇 차례에 걸쳐 학급 전체가 한 편의 소설을 함께 읽는 독서모임을 진행하고, 다른 시간에는 조사와 정보 탐색 기술을 가르친다. 수업 마지막에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도서관을 둘러보고 원하는 책을 빌릴 수 있다. 상당수 학생에게 이 학교도서관은 평소 방문하는 유일한 도서관이다.
블랙은 자신과 도서관이 학교에서 중요한 존재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블랙의 학교에서는 도서관을 단지 책을 위한 장소로 보지 않고, “감각적인 자극에서 잠시 벗어나 쉴 수 있는 공간”으로도 이해한다. 블랙은 도서관을 조용하고 안정적인 공간으로 유지하기 위해 조명과 가구를 세심하게 살피고, 어떤 음악을 틀지, 어떤 게임을 비치할지까지 고려한다.
블랙은 “우리 학교는 도심에 있어서 공간 자체가 귀하고, 학교 안에서 차분하게 머물 수 있는 장소도 많지 않다. 그래서 책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학생도 도서관에 온다. 이곳에 오면 자신을 좀 더 안정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블랙이 학생들과 나누는 대화도 사서 업무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는 정신도 몸의 한 부분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몸의 다른 부분을 단련하듯 정신도 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블랙은 학생들이 단순히 ‘책을 읽는 사람’이 되는 것만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독서가 “더 오랫동안 집중하는 방법을 배우는 데 매우 좋은 도구”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SLANZA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아오테아로아의 모든 학생이 충분한 자료를 갖춘 학교도서관과 전문 사서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라일은 이를 실현하려면 교육부가 학교도서관을 위한 별도 예산을 확보하고, 지역사회가 필요에 따라 이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신청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각 지역사회가 자신들의 구체적인 필요에 맞는 서비스를 설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농촌 지역에는 이동형 학교도서관을 운영할 수 있고,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학생이 많은 학교에는 다언어 환경에 맞는 전문 자료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려면 하나 이상의 정당이 학교도서관의 가치를 교육정책의 핵심 요소로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까지 정당들은 이 문제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교육부 장관 역시 더 스핀오프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더 스핀오프 도서 섹션(The Spinoff Books)은 유니티 북스(Unity Books)와 크리에이티브 뉴질랜드(Creative New Zealand)의 지원으로 운영된다. 유니티 북스는 온라인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1. 개요
- 학교도서관의 핵심은 ‘공간’이 아니라 전문 인력이 결합된 서비스다.해당 기사에 따르면 뉴질랜드 학교도서관 문제는 도서관 방의 유무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사서는 장서를 선정하고 최신 상태로 유지한다. 학생과 책을 연결하고 독서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수업과 연구를 지원하고 정보 리터러시도 가르친다. 학생의 정서적 안정을 돕는 역할도 수행한다. 따라서 학교도서관의 실질적 운영 여부를 평가하려면 공간·장서·전문 인력·프로그램을 함께 봐야 한다.
- 뉴질랜드 학교도서관 서비스는 학교별 격차가 크다.뉴질랜드교육연구협의회(NZCER)가 SLANZA와 뉴질랜드국립도서관을 위해 실시한 2024년 조사에는 659개 학교가 참여했다. 이는 영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의 약 35%다. 조사 결과 대부분의 응답 학교에는 도서관 서비스가 있었지만 규모와 인력, 장서, 서비스 수준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연구진도 도서관 공간이나 유급 직원이 있는 학교가 조사에 더 적극적으로 응답했을 가능성을 밝혔다. 따라서 높은 ‘도서관 보유율’을 전체 학교의 서비스 수준으로 확대 해석하기 어렵다. 출처: NZCER·SLANZA
- 학교 사서의 효과는 독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2023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학생 데이터를 이용한 준실험 연구에서는 전일제 자격 사서가 있는 학교 학생이 유사한 조건의 비교집단보다 읽기와 수학 성취도에서 유의하게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장서 예산과 장서 규모, 장서의 최신성, 주간 대출량도 학업 성취도와 관련을 보였다. 이는 사서와 도서관 서비스를 교육 인프라로 볼 필요가 있다는 근거다. 다만 학교도서관과 성취도의 관계를 모든 환경에서 단순한 직접 인과관계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출처: Library & Information Science Research, 2023
2. 추진 배경
- 첫 번째 문제는 학교도서관 투자가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점이다.뉴질랜드에서는 학교도서관 설치와 운영이 학교의 판단에 크게 의존한다. 예산이 줄면 사서 근무시간과 장서 구입비를 줄이기 쉽다. 도서관을 일반 교실로 전환하기도 한다. 해당 기사에 나온 카후타라 학교 사례에서는 사서 업무가 주 1시간으로 줄었다.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있어도 시간을 주지 않으면 도서관 서비스가 사실상 작동하기 어렵다.
- 두 번째 문제는 ‘도서관 설치율’과 ‘도서관 서비스 접근성’을 혼동하는 데 있다.NZCER 연구는 학교도서관의 효과적인 운영을 단순한 공간 보유와 구분한다. 연구는 효과적인 학교도서관의 핵심 요소로 양질의 자원, 학생과 자료를 연결할 수 있는 직원, 학생 참여 활동, 학교 구성원 간 관계, 학교 지도부의 지원을 제시했다. 서가와 책만 남고 사람과 프로그램이 사라지면 이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출처: NZCER, School library spaces, resources, and services in Aotearoa New Zealand
- 세 번째 문제는 독서 감소와 정보환경 변화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이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22에서 뉴질랜드 15세 학생 가운데 읽기에서 최소 숙련수준인 Level 2 이상을 기록한 학생은 79%였다. OECD 평균 74%보다 높았다. 최상위 수준인 Level 5 이상 학생은 13%였다. 그러나 이는 약 21%의 학생이 기본 숙련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AI와 소셜미디어가 정보환경을 빠르게 바꾸는 상황에서는 읽기뿐 아니라 출처 평가와 정보 판별 능력도 중요해진다. 출처: OECD PISA 2022
- 네 번째 문제는 사회경제적 격차가 학교도서관 격차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NZCER는 소규모 학교와 농촌 학교, 사회경제적 장벽이 많은 학교에서 학교도서관 제공 수준과 관련한 형평성 문제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학교도서관이 유일한 독서·정보 자원인 학생에게 서비스 축소의 영향은 더 크다. 가정에서 책과 디지털 정보자원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학생보다 학교 공공자원에 의존하는 학생이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출처: NZCER·SLANZA
3. 개선 사항
- 도서관 정책의 평가 기준을 ‘공간 보유’에서 ‘서비스 보장’으로 전환해야 한다.도서관이 있다는 통계만으로는 학생이 실제 서비스를 받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 최소한 전문 인력의 주당 근무시간, 학생 1인당 장서와 자료비, 연간 장서 갱신율, 수업 협력시간, 독서 프로그램 참여율, 학생 이용시간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도서관을 물리적 시설이 아니라 교육 서비스 단위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 학교 사서의 근무시간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해당 기사에서는 학생 500명이 넘는 학교에서 사서가 주 10시간만 근무한 사례가 나온다. 또 다른 학교에서는 도서관 업무 시간이 주 1시간까지 줄었다. 이런 조건에서는 장서 관리와 독서지도, 정보교육, 협력수업을 동시에 수행하기 어렵다. 일정 규모 이상의 학교에는 전문 사서 또는 사서교사를 안정적으로 배치하고, 도서관 업무 전용 시간을 보장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 장서·프로그램·공간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해야 한다.즐거움을 위한 독서는 최신 장서를 많이 구입한다고 자동으로 증가하지 않는다. 학생의 관심을 조사하고 책을 소개해야 한다. 독서모임과 작가 방문, 전시도 필요하다. 수업과 연계해야 한다. 해당 기사 첫 부분의 ‘우주 도서관’ 사례는 공간 연출과 장서, 수학활동, 작가 프로그램을 결합했다. 이 방식은 도서관 이용을 하나의 학습 경험으로 전환한다.
- 학교도서관을 학생의 정서 회복 공간으로 함께 설계할 필요가 있다.기사에 등장하는 학교 사서들은 조명과 가구, 소리, 작은 은신 공간을 조절했다. 학생이 감각적 자극에서 벗어나 진정할 수 있도록 했다. 영국 내셔널 리터러시 트러스트(National Literacy Trust)의 연구에서도 학교도서관 이용 학생은 비이용 학생보다 독서 즐거움과 독서 자신감, 쓰기 즐거움, 독서 성취도가 높은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인과관계가 완전히 증명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학교도서관 이용과 학생 경험 사이의 연관성은 확인했다. 출처: National Literacy Trust
- 학교 관리자와 일반 교사를 대상으로 학교도서관 활용교육을 강화해야 한다.사서가 혼자 독서문화를 만들 수는 없다. 교과수업과 도서관을 연결해야 한다. 교사가 정보검색과 독서활동을 설계할 때 사서와 협력하는 구조도 필요하다. 학교장과 관리자가 도서관을 교실의 부속 공간으로 인식하면 예산 부족 시 도서관이 가장 먼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4. 시사점
- 학교도서관 정책에서는 ‘책의 수’보다 ‘책과 학생을 연결하는 사람’을 함께 봐야 한다.이번 기사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사서가 도서관의 부가 요소가 아니라는 데 있다. 북유럽에서도 같은 논의가 이어졌다. 스웨덴과 노르웨이에서는 학교도서관을 물리적 시설보다 전문 사서 서비스와 연결해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됐다. 특히 노르웨이 도서관협회 측은 학교 사서가 정보 활용교육과 독서지도, 사회적 활동, 학생 상담과 학업 지원까지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은 뉴질랜드와 제도적 출발점이 다르다.한국의 「학교도서관진흥법」은 학교도서관을 ‘학교교육의 기본시설’로 규정한다. 교육감에게 학교도서관 설치 책임도 부여한다. 학교도서관 업무 담당자로 사서교사와 실기교사, 사서의 개념도 법률에서 규정한다. 따라서 한국의 주요 과제는 ‘도서관을 설치할 것인가’보다 전문 인력의 안정적인 배치와 공간·장서·교육 프로그램의 질을 어떻게 균등하게 확보할 것인가에 가깝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학교도서관진흥법
- 한국에서도 전문 인력 확대가 도서관 활동 증가와 연결된 사례가 확인된다.경기도교육청은 2023년 경기도 학교도서관의 전문 인력 배치율이 99%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이후 학교도서관 활용수업과 협력수업 시간은 전년 대비 55.9%포인트 증가했다. 독서 프로그램 참여 학생 수도 34%포인트 증가했다. 단일 지역의 행정자료이므로 인력 배치만을 원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문 인력 확보와 학교도서관 교육활동 확대가 함께 나타났다는 점은 정책적으로 중요하다. 출처: 경기도교육청, 2024년 3월 19일
- 공간혁신 사업도 전문 인력 정책과 결합해야 효과가 지속된다.한국에서는 학교도서관 리모델링과 공간혁신이 활발하게 추진됐다. 그러나 공간이 개선돼도 이를 운영할 전문 인력과 프로그램 예산이 부족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새 공간은 다시 단순 열람실이나 책 보관실이 될 수 있다. 학교도서관 공간정책은 시설 개선과 함께 사서 인력, 장서 갱신, 프로그램, 수업협력, 평가체계를 하나의 운영모델로 묶어야 한다.
- AI 시대에는 학교 사서의 역할을 줄이기보다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생성형 AI가 정보를 쉽게 만들어내는 환경에서는 ‘정보를 찾는 능력’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출처가 신뢰할 만한지 판단해야 한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야 한다. AI가 만든 정보와 원자료를 비교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학교도서관은 독서교육과 정보 리터러시, 미디어 리터러시, AI 리터러시를 연결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번 기사가 학교도서관을 기술교육과 기술로부터의 휴식이 동시에 가능한 장소로 설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학교도서관의 미래 평가단위는 ‘시설’이 아니라 ‘학생 경험’이 돼야 한다.학생이 도착하기 쉬운가, 원하는 자료를 찾을 수 있는가,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 교과수업과 연결되는가도 중요하다. 도움이 필요할 때 전문 인력을 만날 수 있는지도 평가해야 한다. 학교도서관의 성과를 면적과 장서 수만으로 판단하면 이런 경험을 측정하기 어렵다. 이용률과 체류시간, 독서행동 변화, 협력수업, 정보활용능력, 학생 웰빙 등을 함께 평가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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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thespinoff.co.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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