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안으로 들어온 작은 도서관, 미숙아와 부모를 연결하는 ‘자장가 도서관’
아일랜드 미들랜드 리저널 병원 멀린가(Midland Regional Hospital Mullingar)의 특수신생아실(Special Care Baby Unit, SCBU)에 미숙아와 취약 신생아의 부모를 위한 ‘자장가 도서관(Lullaby Library)’이 문을 열었다. 병원에 책을 비치하는 단순한 독서 사업이 아니라, 부모의 목소리를 신생아 돌봄의 한 부분으로 활용하고 퇴원 뒤에는 지역 공공도서관으로 독서 경험을 이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이 사업은 아일랜드의 국가 프로그램인 ‘타이니 리틀 라이브러리(Tiny Little Library)’의 일부라는 점에서 병원과 공공도서관이 생애 가장 이른 시점부터 연결되는 새로운 도서관 서비스 모델을 보여준다.
책을 빌리는 장소보다 먼저, 부모의 목소리를 전하는 도서관
- 2026년 8월 13일 멀린가 특수신생아실에 자장가 도서관이 설치됐으며, 웨스트미스·롱퍼드·오펄리의 3개 지방도서관 서비스와 병원, 보건서비스 도서관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자장가 도서관은 미들랜드 리저널 병원 멀린가의 특수신생아실에서 치료받는 미숙아와 의학적으로 취약한 아기들의 부모가 입원 기간 동안 책을 소리 내어 읽어줄 수 있도록 마련됐다. 웨스트미스 도서관(Westmeath Libraries), 롱퍼드 도서관(Longford Libraries), 오펄리 도서관(Offaly Libraries), 아일랜드 보건서비스 집행국 도서관(HSE Libraries), 병원 의료진이 함께 참여했다.
중요한 것은 아기가 글의 의미를 이해하는 시점까지 기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일랜드 보건서비스 집행국(Health Service Executive, HSE)은 2026년 영유아 독서 안내에서 책 읽기를 출생 직후부터 시작하도록 권하며, 신생아에게는 내용 자체보다 부모 목소리의 리듬과 친숙함, 신체적 접촉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미숙아 발달 안내에서도 부모의 말소리와 노래가 아기를 안정시키고 의사소통 발달을 지원한다고 제시한다.
- 이 사업은 독서를 ‘조기 문해교육’에 한정하지 않고 부모-아기 간 애착과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돌봄 행위로 확장한다.
특수신생아실은 각종 장비와 경보음, 의료 절차가 반복되는 임상 환경이다. HSE의 신생아집중치료실·특수신생아실 안내도 인큐베이터와 호흡장치, 각종 관과 모니터가 부모에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부모가 아기에게 말을 걸고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을 발달 지원 방법으로 제시한다. 자장가 도서관은 이러한 권고를 ‘책’이라는 구체적인 매개체로 바꾼 서비스라 할 수 있다.
미숙아 가족에게 책이 필요한 이유는 ‘학습’보다 관계 회복에 있다
- 미숙아 100가족을 추적한 연구에서는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책을 읽어준 55명 집단이 일반 관리 45명 집단보다 생후 9~18개월 사이 언어발달 점수 감소 폭이 작게 나타났다.
미숙아 출산은 부모가 예상했던 출생 이후의 일상을 갑자기 의료 환경으로 바꾸어 놓는다. 부모가 아기를 직접 안거나 돌보는 시간이 제한되는 상황에서는 자신이 아기의 성장에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읽어주기는 특별한 기술이나 장비 없이 부모가 직접 수행할 수 있는 돌봄 행동이라는 장점이 있다.
학술지에 발표된 미숙아 부모의 책 읽기와 언어발달 연구는 미숙아 100가족을 대상으로 입원 당시부터 읽기를 시작한 55명과 비교집단 45명을 최대 교정연령 24개월까지 추적했다. 두 집단 모두 9~18개월 구간에서 언어 관련 지표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었지만, 책 읽기 집단에서는 그 감소 폭이 더 작았다. 연구진은 신생아집중치료실(Neonatal Intensive Care Unit, NICU)에서의 부모 책 읽기가 미숙아의 언어발달과 부모-자녀 관계를 지원할 수 있는 예방적 개입이라고 평가했다.
- 임신 32주 이하 미숙아 95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대조시험에서는 부모 언어 개입 집단의 생후 36주 시점 성인 언어 노출량이 대조군보다 1.52배 높았고, 2세 때 낮은 수용언어 점수를 보인 비율은 10% 대 38%였다.
보다 엄격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방향이 확인된다. 2024년 Journal of Pediatrics에 발표된 무작위대조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은 임신 32주 이하에 태어난 미숙아 95명을 부모 중심 언어 개입군과 대조군으로 나눴다. 생후 36주 시점에서 언어 개입군의 성인 단어 노출량(adult word counts)은 대조군의 1.52배였으며, 2세 평가에서 낮은 수용언어 점수를 기록한 비율은 개입군 10%, 대조군 38%로 나타났다.
따라서 자장가 도서관의 의미는 아기에게 많은 책을 읽히는 데 있지 않다. 책을 매개로 부모가 말을 걸고, 목소리를 반복해 들려주고, 부모와 아기가 서로의 반응을 확인하는 시간을 일상화하는 데 있다.
병원에서 시작한 한 권의 책을 지역도서관까지 이어가다
- 자장가 도서관은 병원 내 독서에 그치지 않고, 퇴원 후 같은 책을 지역 공공도서관에서 다시 이용하도록 설계됐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도서관 직원들은 부모와 아기의 애착, 의사소통, 초기 문해력을 고려해 자장가 도서관의 장서를 선정했다. 가족은 입원 중 특수신생아실에서 책을 이용하고, 퇴원한 뒤에는 거주 지역의 공공도서관 회원이 되어 동일하거나 유사한 책을 계속 이용할 수 있다. 병원이라는 일시적인 장소에서 시작된 독서 경험을 지역사회 서비스로 연결한 것이다.
이와 같은 구조는 멀린가만의 개별 프로젝트가 아니다. HSE는 2026년 6월 30일 코크대학교 산부인과병원(Cork University Maternity Hospital, CUMH)의 신생아실에도 코크시·코크카운티 도서관과 함께 ‘타이니 리틀 라이브러리’를 설치했다. 이어 웩스퍼드 종합병원(Wexford General Hospital) 특수신생아실에서도 같은 형태의 사업이 운영됐다. 즉, 2026년 들어 여러 지역의 신생아실과 지방도서관이 동일한 서비스 철학으로 연결되고 있다.
- ‘타이니 리틀 라이브러리’는 단발성 자선사업이 아니라 아일랜드의 2024~2033 국가 문해·수리·디지털 문해 전략에 포함된 정책 과제다.
아일랜드 지방정부관리청(Local Government Management Agency, LGMA)의 리틀 라이브러리 프로그램 문서에는 국가 문해·수리·디지털 문해 전략(National Literacy, Numeracy and Digital Literacy Strategy) 2024~2033의 실행과제로 ‘Tiny Little Library Initiative’를 도입하고, 신생아 특수돌봄시설에 부모가 아기에게 읽어줄 책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따라서 멀린가의 자장가 도서관은 도서관 서비스가 기존의 ‘아이를 도서관으로 데려오는 방식’에서 벗어나 ‘아이와 부모가 있는 곳으로 도서관이 찾아가는 방식’으로 전환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특히 출생 직후 병원에서 지역 공공도서관으로 이어지는 서비스 연속성은 생애주기형 도서관 정책을 보다 실제적인 형태로 구현한다.
작은 책장이 만드는 큰 변화, 한국의 북스타트에도 확장 가능성이 있다
- 한국에서도 출생 직후부터 책을 제공하는 북스타트 기반은 이미 존재하지만, 신생아집중치료실과 공공도서관을 직접 연결하는 모델은 한 단계 더 확장된 접근이다.
국내 공공도서관도 영유아 독서 지원을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천 서구도서관의 2025년 사업은 0개월부터 초등학교 2학년까지를 대상으로 4단계 책 꾸러미를 제공한다. 용인특례시도 2025년 북스타트 사업에서 0~12개월 아기의 경우 출생신고 과정에서 1단계 책 꾸러미를 받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그러나 아일랜드 사례가 한 단계 더 나아가는 부분은 ‘건강하게 퇴원한 영유아’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 안에서부터 공공도서관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도 신생아집중치료실(NICU), 특수신생아실, 어린이병원과 공공도서관을 연결한다면 기존 북스타트의 시작점을 출생 이후 몇 개월에서 ‘입원 중인 출생 직후’까지 확장할 수 있다.
- 효과를 높이려면 책 제공만이 아니라 부모가 실제로 읽도록 돕는 안내와 의료진·사서의 협력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
이 점은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고위험 신생아를 대상으로 한 북웜스(Bookworms) 프로그램 연구에는 총 317명의 영아가 참여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부모가 NICU에서 주 3~4일 이상 책을 읽는 비율은 비교집단 34.5%에서 개입집단 51.5%로 높아졌으며 통계적으로 유의했다(p=.002). 단순히 책을 놓아두는 것보다 부모에게 읽기의 의미를 설명하고 실제 행동을 지원하는 서비스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 도서관 정책의 평가 지표도 ‘대출 권수’에서 부모 참여와 지속적 읽기, 병원-지역도서관 연결률까지 넓힐 필요가 있다.
이러한 유형의 사업을 국내에 적용한다면 장서 수나 대출량만으로 성과를 평가하기 어렵다. 입원 중 부모의 읽기 참여 빈도, 퇴원 후 공공도서관 가입률, 북스타트 후속 프로그램 참여율, 일정 기간의 가족 공동읽기 지속률 등을 함께 추적해야 한다. 앞선 Bookworms 연구가 317명, 미숙아 책 읽기 연구가 100가족, 무작위대조 언어 개입 연구가 95명을 대상으로 행동과 발달 변화를 추적한 것처럼, 국내에서도 도서관 서비스와 영유아 발달·가족 경험을 연결하는 근거 축적이 필요하다.
결국 자장가 도서관이 보여주는 변화는 ‘아기가 도서관에 올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공공도서관이 병원으로 먼저 이동하고, 책이 부모의 목소리를 통해 아기에게 전달되며, 퇴원 이후 다시 지역도서관으로 관계가 이어진다. 독서 서비스와 보건·돌봄을 연결한 이 구조는 생애주기 도서관 서비스를 출생의 가장 이른 순간까지 확장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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