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블루제이스(Blue Jays)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Dodgers)가 경기장에서 맞붙는 동안, 토론토와 로스앤젤레스의 사서들은 인스타그램에서 책 제목을 이용해 시적인 촌철살인을 주고받는다.
2025년 월드시리즈에서는 토론토 블루제이스(Blue Jays)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Dodgers)만 맞붙는 것이 아니다. 토론토공공도서관(Toronto Public Library, TPL)과 로스앤젤레스공공도서관(Los Angeles Public Library, LAPL)도 책 등표시를 활용한 ‘책 등 시(Book Spine Poetry)’ 대결에 참여해 독자와 야구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유행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이번에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다. LAPL의 소셜미디어 담당 사서이자 평생 다저스 팬인 키스 케슬러(Keith Kesler)는 “도서관들은 스포츠 시즌에 책 등 시를 만들어 온 지 거의 10년이 된다. 그래서 포스트시즌에 들어가면 하나의 전통처럼 이어진다. 다저스가 그동안 꾸준히 강팀이었고, 우리도 항상 참여하면서 다른 도서관들에게 도전을 보내 왔다”고 설명한다.
평생 다저스를 응원해 온 케슬러는 이런 공방이 이제 LAPL의 문화의 일부가 됐다고 말한다. “우리 소셜미디어 팔로워들은 이런 게시물을 기대하기 시작했고, 언제 시작하느냐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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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도서관과 주고받는 이 공방은 참 즐겁다. 이런 방식은 시민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면서 도서관의 유쾌한 면모를 보여주는 좋은 기회가 된다.”
토론토공공도서관의 ‘재미있고 유쾌한 경쟁’
토론토에서는 TPL의 디지털 콘텐츠 총괄인 마이클 워너(Michael Warner)가 이번 시즌의 공방은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한다. 워너는 “토론토공공도서관은 2015년 블루제이스가 캔자스시티 로열스(Kansas City Royals)와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었을 때부터 이런 작업을 해 왔다”고 설명한다. 이어 “그 이후 여러 도서관이 지역 팀을 응원하기 위해 이런 재미있고 유쾌한 경쟁을 전통처럼 이어 왔다”며 “블루제이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자 로스앤젤레스공공도서관이 먼저 연락을 보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대결이 시작됐다”고 덧붙인다.
두 도서관은 책 등표시를 나란히 배열해 재치 있고 경쟁심을 담은 문구를 만들어 ‘시’ 형태로 올리고 있다. 문학적 표현을 빌린 응원전이지만 분위기는 건전하다. 이런 게시물은 도서관이 얼마나 다양한 자료를 갖추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계기가 되고, 팔로워들이 직접 책 제목을 제안하도록 자극하기도 한다.
다만 이 작품들이 꼭 ‘책 추천’은 아니다. 그래도 독자가 흥미를 느껴 책을 찾게 된다면 더욱 좋다는 분위기다.
토론토에게는 재치 있는 문구만큼이나 도시의 응원 분위기가 중요하다. 워너(Michael Warner)는 “토론토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TPL 직원들도 팬이다. 블루제이스가 월드시리즈에 다시 오르기를 32년 동안 기다려 왔다”고 말한다. 그는 “이 순간은 도시를 하나로 모으는 시간이며, 도서관도 시민들과 함께 챔피언을 향해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다”고 강조한다.
토론토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도서관 직원들도 블루제이스 팬이며, 블루제이스가 월드시리즈에 다시 오르기를 32년 동안 기다렸다.
도서관과 야구가 모두 그랬던 것처럼, 이번 책 대결도 모든 이를 위한 자리다.
그러나 이번 시(詩) 대결은 야구 열성 팬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공공도서관이 그렇듯, 모두에게 열려 있다. 워너(Michael Warner)는 “이 활동은 도서관에 익숙하지 않거나 도서관에 대해 일정한 고정 이미지를 가진 시민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기회다. 우리는 도서관이 재미있고 장난기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우리는 스포츠 문화의 또 다른 면을 제시하고 있다. TPL과 LAPL 모두 상대 팀을 깎아내리지 않고도 응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경쟁은 상대를 공격하는 대신 우리 팬들을 북돋우는 선의의 경쟁이다”라고 설명한다.
그 분위기는 점점 퍼지고 있다.
밴쿠버공공도서관(Vancouver Public Library)처럼 캐나다 곳곳의 도서관들도 블루제이스를 응원하는 책 등 시를 올리고 있다. 워너(Michael Warner)는 “블루제이스는 캐나다에서 유일한 메이저리그 야구팀이다. 그래서 이번 응원이 전국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TPL은 이번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한정판 야구 핀도 제작하며 응원의 열기를 더했다. 핀에는 TPL 로고와 함께 야구공 두 개가 들어갔다. 워너(Michael Warner)는 “월드시리즈 결과와 상관없이 블루제이스를 응원한다는 점을 특별하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핀 제작은 TPL 직원들이 함께 만든 진짜 팀 프로젝트였다”며 “시민들의 반응을 보면, 우리는 이번에도 ‘완벽한 한 방’을 날린 셈이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의 반응을 보면, 우리는 이번에 정말 큰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한다.
TPL은 끝없이 확장되는 정보 자원으로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토론토 시민들에게 도서관이 책 이상을 제공하는 공간임을 계속 알리고 있다. 예를 들어, 토론토 도심에 있는 토론토 레퍼런스 라이브러리(Toronto Reference Library)에는 블루제이스의 중요한 순간들이 다수 보존돼 있다. 1977년 팀의 첫 경기 입장권, 1992년 월드시리즈 경기 티켓, 1993년 블루제이 채터(Blue Jay Chatter) 팬클럽 소식지 등이 대표적이다. 이 자료 대부분은 미국 출신 스포츠 역사학자이자 블루제이스 팬인 그레그 트랜터(Greg Tranter)가 기증한 것이다. 트랜터는 자신의 수집품이 토론토에 보관돼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길 원했다.
케슬러(Keith Kesler)는 “모든 비밀을 밝힐 수는 없다”고 웃으며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꽤 많은 책을 미리 뽑아 두고 가능한 모든 경기 결과에 맞춰 문구를 구성해 본다. 경기가 끝난 직후 곧바로 ‘승리 게시물’이 올라오는 것을 시민들이 좋아하는데, 밤늦게 도서관을 돌아다니며 책을 찾았다면 그런 속도는 절대 나올 수 없다.”
월드시리즈의 결과와 상관없이, 이 작지만 따뜻한 문학 대결은 도서관도 경기장에 선 선수들만큼이나 경쟁심과 응원 정신을 지닌 공간임을 다시 보여준다.
출처 : ca.new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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