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단순히 책만 있는 곳이 아니다. 밀워키 공공도서관(Milwaukee Public Library)의 시리즈 ‘북스 앤드 비욘드(Books and Beyond)’는 바로 그 점을 보여준다. 우리는 다양한 자료, 책 추천, 그리고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흥미로운 것들을 함께 나눈다.
이번 ‘북스 앤드 비욘드’에서는 도서관을 벗어나 지역 사회로 나간다. 밀워키 공공도서관 교육·홍보 서비스팀(Education and Outreach Services, EOS)과 함께한다. 제니 라이트(Jenny Wright), 케빈 앳킨슨(Kevin Atkinson), 쿠 밴(Kou Vang)은 스프린터 밴을 타고 밀워키 곳곳을 방문한다. 보육 시설, 요양원, 고령자 주거 시설, 주택 관리 공단 아파트 같은 곳이 그 대상이다. 이들의 임무는 어떤 지역 공간이든 임시 도서관 지점으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도서관을 사람들에게 직접 가져다준다. 책을 대출하고 반납할 수 있고, 살펴보고, 예약도 걸 수 있다. 우리가 주문을 받아서 직접 전달하기도 한다.” 라이트는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들이 도서관에 올 수 없는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교통 제약이 있어서 실제로 도서관에 오기 어려운 경우, 우리가 직접 찾아가는 것이다.”
기자가 EOS 팀과 함께한 날, 첫 방문지는 밀워키 동부에 있는 리버뷰(Riverview) 아파트였다. 이곳은 저소득 가정, 노인, 장애인이 거주하는 주택 관리 공단 단지다. 주민들에게 매달 둘째 주 수요일은 ‘도서관의 날’이다. 이들은 그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책을 고른 뒤에는 모두가 함께 커피와 간식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쿠 밴(Kou Vang·왼쪽)과 케빈 앳킨슨(Kevin Atkinson)이 EOS 방문을 위해 리버뷰(Riverview) 아파트로 가져온 도서, DVD, 기타 자료들을 정리하고 내리고 있다.
주민들이 공동 휴게실로 내려오기 전, EOS 팀은 책과 DVD 등 다양한 자료가 가득 담긴 상자를 밀어 넣는다. 케빈 앳킨슨(Kevin Atkinson)은 도서관에서 28년을 근무했고, 그중 16년은 EOS 팀에서 활동했다. 그는 어떤 자료를 가져갈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기본적으로는 일반적인 자료를 섞어서 준비한다. 그리고 방문 장소에 따라 요리책이나 건강 관련 책, 도시 소설이나 큰 글자 책을 추가한다. 다음 방문지는 러시아어를 쓰는 주민이 많아서 러시아어 책을 잔뜩 가져간다. 결국 그날, 그 장소에 맞춘 구성이 되는 것이다.”
케빈이 가장 좋아하는 일의 순간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다.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알아가는 게 좋다. 진짜 공동체라는 느낌이 있고 모두를 알게 되는 것이 큰 기쁨을 준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마치 — 내가 그렇게 젊지도 않았지만 — 할아버지, 할머니가 더 생긴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멋진 사촌 형, 누나가 생긴 기분이다.” 케빈은 농담처럼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보살피려 하고, 때로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와서 대화하며 마음을 나누기도 한다. 그들에게는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일 때가 많다. 고립된 상황이 많기 때문에, 그들에게 우리가 한 시간이라도 믿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그냥 함께 있어주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EOS 팀이 작은 도서관을 꾸리기 위해 준비하는 것은 노트북, 인터넷 핫스폿, 영수증 프린터 같은 장비다. 덕분에 주민들은 책 반납일을 알 수 있고, 현장에서 바로 도서관 카드를 만들 수도 있다. 이들은 한 곳에서 약 한 시간 동안 머무르지만, 그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사실 매달 첫째와 둘째 주는 각각 다른 시설을 방문한다. 그러니까 그 전 달부터 특정 화요일이나 특정 수요일에 우리가 찾아갈 것을 대비한다. 그 기간 동안 우리는 주민들의 전화를 받고, 예약 자료를 챙기고, 새 책이 들어오면 따로 빼놓는다. 이런 방문이 특별한 이유는, 우리가 이용자들을 아주 잘 알게 된다는 점이다.” 라이트(Jenny Wright)는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들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늘 그들을 떠올리며 준비한다. 물론 항상 새로운 주민들도 만나게 된다. 이런 시설은 늘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제니 라이트(Jenny Wright)가 EOS 팀이 장소마다 이동할 때 사용하는 스프린터 밴 내부를 보여주고 있다. 이 밴에는 책과 장비는 물론, 비, 햇볕, 진눈깨비, 눈 등 어떤 날씨에도 대비할 수 있는 모든 장비가 갖춰져 있어 주민들이 매달 믿고 기다릴 수 있는 방문을 보장한다.
EOS 팀은 과거 도서관에서 운영하던 이동도서관(bookmobile)에서 많은 방문지를 이어받았다. 하지만 라이트(Jenny Wright)에 따르면, 이동도서관은 이들이 지원하는 이용자들에게 여러 한계가 있었다.
“많은 사람이 여전히 우리가 이동도서관을 운영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지금은 없다. 이동도서관은 기본적으로 버스였고 안에 들어가려면 계단을 올라야 했다. 게다가 통로도 일방향이었다. 보행 보조기를 사용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경우, 휠체어나 전동 스쿠터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이 서비스를 제대로 쓸 수 없었다. 반면 지금처럼 직접 시설을 방문하면 이런 장벽이 많이 줄어든다. 주민들은 공동 휴게실 안에서 자유롭게 책을 둘러보고 움직일 수 있다. 게다가 이미 집에 있으니 매달 이런 서비스를 받는 게 좋고, 때로는 초청 강연 같은 행사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리버뷰(Riverview)의 단골 이용자이자 ‘이달의 독서왕’으로 뽑힌 적이 있는 테레사(Theresa)는 책상 위에 놓인 책들을 훑어보며 눈길을 끄는 제목을 찾고 있었다. 테레사는 종교서적부터 판타지, 범죄물, 그리고 요리 관련 책과 프로그램까지 가리지 않고 즐겨 읽는다.
“[도서관의 날]이 너무 좋다. 내가 밖에 잘 못 나가고 거동도 불편한데, 이들이 직접 와서 필요한 걸 가져다주니까 말이다. 특별히 원하는 DVD나 책이 있으면 저기 있는 직원에게 말만 하면 바로 구해준다.” 테레사는 이렇게 말했다.
케빈 앳킨슨(Kevin Atkinson)이 리버뷰(Riverview) 주민 테레사(Theresa)에게 도서관의 날을 위해 가져온 새 책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정말 훌륭하다. 이 건물에는 노인들이 많은데, 그들이 내려와 책을 빌려 간다. 여기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독서는 중요한 여가 활동이다. 책을 읽고, 또 요리책을 보고 식사를 준비하기도 한다. 이곳에 놓인 모든 책은 이 건물에 사는 누군가의 삶을 보여주는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테레사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곳의 모든 책은 이 건물 사람들의 한 부분을 보여준다.”
– 테레사(Theresa), 리버뷰(Riverview) 주민
EOS 팀은 리버뷰 주민인 브라이언 구마(Brian Gumma)가 위스콘신 점자·음성도서관(Wisconsin Talking Book and Braille Library)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그는 디지털 기기로 재생할 수 있는 영상과 오디오북을 제공받는다.
“내가 시력을 잃고 있다는 말을 처음 꺼낸 곳이 바로 이 방이었다. 더 이상 책을 읽을 수 없게 되었을 때가 내게는 위기였다.” 구마는 그때를 떠올렸다. “그 이야기를 케빈(케빈 앳킨슨, Kevin Atkinson)이 우연히 듣고, 바로 기기 신청을 도와줬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사용하고 있다.”
EOS 팀은 리버뷰(Riverview) 주민 브라이언 구마(Brian Gumma)가 위스콘신 점자·음성도서관(Wisconsin Talking Book and Braille Library)의 자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는 디지털 기기로 재생할 수 있는 영상과 오디오북을 제공받는다.
이번 EOS 방문에서 구마(Brian Gumma)는 빌린 자료를 반납하고 새 비디오를 받아 갔다. 그는 ‘도서관의 날’이 주민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해주는 점을 특히 고마워했다.
“이건 우리에게 큰 공동체 행사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이곳에 와서 도넛을 먹고 커피를 마신다. 또 입주자 회의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 건물 관련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그래서 모두가 이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구마는 이렇게 말했다.
임시 도서관을 빠르게 꾸린 EOS 팀은 다시 책들을 정리해 밴에 싣고 다음 방문지를 향해 출발했다. 기자는 세 사람이 탈 수 있는 밴에 올라탔다. 안에는 비가 오든 햇볕이 나든 활동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장비들이 가득 실려 있었다. 이번에는 케빈(케빈 앳킨슨, Kevin Atkinson)과 쿠 밴(Kou Vang)과 함께 이동했다. 쿠 밴은 아웃리치 차량과 함께한 틱톡 영상으로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그는 도서관에서 25년, EOS 팀에서만도 거의 15년을 일해왔다.
“멕시코로 휴가를 갔을 때였는데, 영국에서 온 한 부부가 내 영상을 보고 나를 알아봤다.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쿠 밴(Kou Vang)은 이렇게 회상했다.
밀워키 공공도서관(Milwaukee Public Library)의 틱톡 계정은 15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두고 있다. 예상치 못한 SNS 인기를 얻었지만, 쿠 밴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여전히 지역 주민들과 직접 만나는 일이다.
“이 일보다 좋은 건 없다. 주민들을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특별한 관계를 쌓는 것이다. 그게 이 일을 쉽고 즐겁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주민들과 특별한 관계를 쌓는 것, 그것이 이 일을 쉽고 즐겁게 만드는 이유다.”
– 쿠 밴(Kou Vang)
EOS 팀의 두 번째 방문지는 제퍼슨 코트(Jefferson Court) 시니어 아파트였다. 팀은 이곳에서도 임시 도서관을 꾸리고, 기다리던 더 많은 주민들을 맞이했다.
EOS팀은 도서관 자료가 담긴 상자를 밀워키 동쪽에 있는 제퍼슨 코트 시니어 아파트에 옮기도 있다.
제퍼슨 코트 아파트에는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거주자가 많기 때문에 EOS팀은 러시아어 책을 많이 가져왔다.
EOS 팀의 제니 라이트(Jenny Wright)는 현장 방문을 위해 들이는 모든 준비가 즉각 보람으로 돌아온다고 말한다. 주민들이 항상 팀을 기다리고 새로운 자료를 빌려가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가나 책을 읽게 되었다며 보여주는 그 열정을 보는 게 정말 좋다. ‘아, 이 DVD를 정말 기다렸어요!’라며 반가워하는 모습도 그렇다. 많은 주민들이 이 시간을 한 달 내내 손꼽아 기다린다고 말한다. 사실 그들이 얼마나 자주 외부에 나가는지, 얼마나 방문객이 있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이 서비스만은 반드시 올 것이라고 믿을 수 있다. 의지할 수 있는 확실한 서비스인 것이다.” 라이트는 이렇게 말했다.
라이트는 또 이런 점도 강조했다. “이런 시설에 사는 많은 사람들과 나 자신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는 걸 느낀다. 우리는 평생 책을 읽어온 사람들이다. 독서는 모두가 사랑하는 취미이고, 그래서 좋은 책, 훌륭한 작가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게 정말 즐겁다. ‘이 책 읽어봤어요? 이게 시리즈로 나온다는 거 알았어요?’ 이런 대화를 나누는 순간이 참 좋다. 주민들이 도서관을 이용하며 느끼는 기대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제퍼슨 코트 주민들이 EOS팀이 가져온 도서를 둘러보고 있다.
제퍼슨 코트 시니어 아파트 거주자들이 ‘도서관의 날’을 맞아 커뮤니티 룸에 모였다.
EOS팀원이 코우 방(Kou Vang)이 이용자 중 한 명이 선택한 책을 담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출처 : www.wuwm.com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