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예산 적자에 직면한 에릭 애덤스(Eric Adams) 뉴욕 시장은 도서관 예산 삭감을 제안했다. 그러나 도서관은 다양한 서비스와 안전을 제공하며 도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도시는 공공 공간의 질만큼만 좋은 곳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자가격리에 놓인 뉴욕 시민들에게 공원, 야외 식당 가설물, 그리고 재개관한 도서관은 생명선과도 같았다.
하지만 지금 에릭 애덤스(Eric Adams) 시장은 공원 예산 4,600만 달러와 도서관 예산 1,300만 달러(올해 회계연도 기준, 내년에는 2,000만 달러 이상)를 삭감하려 하고, 시의회는 야외 식당 가설물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가설물은 규제가 필요하고, 시 예산도 약 30억 달러를 줄여야 한다는 현실이 있다. 그렇지만 지금의 정치적 논의가 근시안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면, 내가 최근에 한 것처럼 2020년 이후 새롭게 문을 연 도서관 지점을 직접 살펴보길 권한다. 나는 세 곳을 방문했는데, 각각이 지역 사회에 커다란 혜택을 주었고 투입된 예산도 값어치를 충분히 했다.
맨해튼 북부에서는 3,500제곱피트 규모의 소규모 마콤스 브리지(Macomb’s Bridge) 도서관을 둘러보았다. 민간 기부자가 210만 달러의 건축비를 부담했고, 미키엘리 + 와이츠너 아키텍츠(Michielli + Wyetzner Architects)가 1930년대 공공주택 단지 내 폐업한 작은 점포 7곳을 개조하는 작업을 맡았다. 당시 이 지역 주민들은 더 큰 도서관을 요구했지만, 지금은 이 작은 공간이 인기 있는 커뮤니티 거점이 되었다. 코로나 시기에도 환영받는 안식처 역할을 한 이유는 분명하다. 제한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햇살 가득한 다목적 공간을 효율적으로 설계했고, 건물의 건축사적 맥락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브루클린 하이츠(Brooklyn Heights)에서는 3층 규모의 도서관을 찾았다. 젠슬러(Gensler)의 타린 크리스토프(Taryn Christoff)와 동료들이 설계를 맡았다. 브루클린 하이츠 도서관으로 불리는 이 지점은 마블 아키텍츠(Marvel Architects)가 설계한 새로운 쐐기형 고층 건물의 하부 공간에 자리한다. 이전 지점이 있던 자리에 고층 건물이 들어섰고, 개발사 허드슨(Hudson)은 브루클린 공공도서관 시스템으로부터 부지를 매입해 옛 건물을 철거하고 신축한 뒤, 그 기초부 공간을 새로운 도서관 용도로 기부했다. 브루클린 도서관 측은 내부 공사 비용을 부담했고 소유권도 확보했다.
1960년대 초에 지어진 옛 지점을 매각하고 철거하는 과정에서는 인근 주민들과 보존 단체들이 강하게 반대했다. 그 반대의 상당 부분은 신축 타워 자체에 대한 거부감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도서관 관계자들은 기존 지점을 리모델링하는 데 드는 비용이 지나치게 크고 비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냉방 시설만 고치는 데에도 수백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맨해튼 북부 마콤스 브리지(Macomb’s Bridge) 도서관의 아동 열람실 모습. 아래는 입구와 외부 캐노피로, 원래의 문화재 지정 건축 양식을 반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 저스틴 케네프스(Justin Kaneps) /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도서관 입구의 유리창에 두 사람이 난간에 앉아 있다. 저스틴 케네프스(Justin Kaneps) /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맥컴스 브리지 도서관”이라고 금속 문자가 적힌 벽돌 건물의 입구. 저스틴 케네프스(Justin Kaneps) /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새 도서관은 개관과 동시에 지역의 명소가 되었다. 크리스토프(Christoff)와 젠슬러(Gensler) 팀은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커뮤니티룸을 마련했는데, 어느 날 오후에는 재봉 모임이 열리기도 했다. 또 중이층에는 청소년 공간을, 별도의 어린이 도서관을 배치했다. 그리고 상징적인 의미로, 철거된 옛 도서관과 동일한 분량의 장서를 수용할 수 있을 만큼의 서가도 마련했다.
다만 크리스토프가 설계한 본래의 웅장하고 세련된 공간은 다소 과도한 서가 배치로 인해 가려진 측면이 있다. 서쪽 끝의 약 1.2미터 단차는 반원형 공개 낭독용 소극장으로 해결했다. 옛 건물에서 보존된 부조 조각들은 측면 공간을 장식하고 있다. 크리스토프는 또 도서관 전면부에 독서 공간을 마련했는데, 계단형 독서 테이블 위로 장신(Jean Shin)이 제작한 거꾸로 매달린 나무 모양의 대형 조각이 걸려 있고, 큰 창을 통해 카드먼 플라자 공원(Cadman Plaza Park)을 내려다볼 수 있다.

도서관의 안내 데스크. 반원형 나무 책상이 있고,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보고 있다.

도서관의 어린이 휴게실로 이어지는 노란색으로 장식된 외관.

높은 나무 천장이 있는 도서관의 어두운 책상 위에 거꾸로 된 나무를 닮은 극적인 검은색과 금속 조각상이 걸려 있다.

2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밝은 색상의 책장이 많이 있는 도서관의 넓고 개방적인 공간이다.
<브루클린 하이츠(Brooklyn Heights) 도서관의 주요 열람실. 위쪽 사진에는 왼쪽부터 안내 데스크, 어린이 공간, 그리고 장신(Jean Shin)의 조각 작품이 보인다. 사진 제공: 저스틴 케네프스(Justin Kaneps) /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2014년 브루클린 옛 지점 부지를 허드슨(Hudson)에 매각하면서 논란이 있었지만, 이 거래로 브루클린 도서관 시스템은 5천만 달러 이상을 확보했다. 계약 조건에 따라 허드슨은 외부 부지에 수십 채의 신규 임대주택 건설을 지원했고, 이 자금은 포트 그린(Fort Greene), 그린포인트(Greenpoint), 이스트 뉴욕(East New York), 선셋 파크(Sunset Park) 등 브루클린 내 다른 지점들의 개선에도 쓰였다.
또한 이 자금은 세 번째 방문지였던 애덤스 스트리트 도서관(Adams Street Library) 건립에도 보탬이 됐다. 이 도서관은 19세기 어뢰 공장이자 이후 재활용 시설로 사용되던 건물의 1층, 6,565제곱피트 공간에 자리한다. 이곳은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된 덤보(Dumbo) 지역 주민뿐 아니라 인근 비네거 힐(Vinegar Hill)과 패러것 하우스(Farragut Houses) 거주민, 특히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도 열린 공간이다. 워크에이씨(WORKac)의 공동 설립자인 아말레 안드라오스(Amale Andraos)와 댄 우드(Dan Wood)가 설계를 맡아 즐겁고 작은 걸작을 완성했다.
성인들은 높이 3미터에 달하는 공장 원형 창문과 목재 보 아래에 놓인 테이블에서 모인다. 안드라오스와 우드는 천장과 벽돌 벽을 그대로 드러내 덤보 지역의 산업적 거칠음을 회복시켰다. 흰 기둥들이 숲처럼 서서 기계 장치와 조명을 가린 캐노피를 떠받치며, 드러난 목재 구조가 강조된다.
영유아들은 ‘룸 인 룸’ 구조로 설계된 크림시클(Creamsicle) 색상의 공간을 차지한다. 두꺼운 벽체와 1960년대 감성을 담은 단풍나무 마감으로 꾸며진 이 포드는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닥은 재활용 고무로 만든 오렌지색 탄성 카펫으로 덮였고, 경사로가 내부로 이어진다. 커튼 모양을 본뜬 조각 개구부를 포함한 창들은 아이들이 이스트강(East River)과 브루클린 브리지(Brooklyn Bridge)를 높은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캐드먼 플라자 공원에서 바라본 도서관 건물. 건물은 얇고 황갈색이며 창문이 많다.

도서관의 앞부분은 창문이 늘어서 있고 밝은 색의 나무 바닥과 천장이 있는 길고 좁은 공간이다.

흰색 책꽂이를 장식한 붉은 의자와 붉은 책이 놓인 중이층 공간.

한 사람이 금발의 나무 벤치에 앉아 있고, 그 앞에는 검은색 의자가 놓여 있다.
세 곳의 신규 도서관 가운데 어느 곳도 뉴욕시 공공사업을 담당하는 공식 기관인 디자인건설국(Department of Design and Construction)이 건립한 것은 아니었다. 브루클린 공공도서관과 뉴욕 공공도서관 시스템은 직접 공사를 관리하기로 선택했다. 마이클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 시정 시절에는 공공 건축의 질에 대한 시청의 관심이 새로 고조되면서, 수십 개의 소방서, 공원, 응급 의료 시설, 경찰서, 그리고 무엇보다 오랫동안 소외된 지역에 위치한 공공도서관이 새롭게 건립되거나 개보수됐다. 당시 시는 재능 있는 뉴욕 건축가들이 관료주의와 부처 간 갈등, 뒤틀린 조달 과정, notorious한 지연 지급을 감수하고도 참여할 수 있도록 ‘디자인 앤드 컨스트럭션 엑설런스(Design and Construction Excellence)’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블룸버그의 후임 빌 더블라지오(Bill de Blasio)는 설계 품질 향상에는 거의 관심이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도시는 다시 관료적 난맥만 남기게 됐다. 에릭 애덤스(Eric Adams) 시장은 최근 공공 영역 담당관을 임명하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지만, 동시에 도서관과 공원 예산 삭감을 제안하고 있다. 애덤스 시장은 2021년 선거 당시 공원국 예산을 두 배로 늘리고 매년 나무 2만 그루를 심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은 최대 30억 달러 적자에 직면해 있으며 교육과 보건 예산을 줄이는 상황에서 공원과 도서관 지출을 줄이지 않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논리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시의 약 1천억 달러 규모의 예산 중 공원에는 6억 달러, 도서관에는 4억 달러, 즉 전체의 1%만 배정되고 있다. 이는 팬데믹이 다시 확인시켜준 것처럼, 공원과 도서관이 공중 보건과 안전, 부동산과 경제 개발, 수백만 시민의 복지에서 맡는 비중을 고려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결국 가치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 상황은 전형적인 정치적 연극일 수도 있다. 뉴욕 시장들은 종종 도서관과 공원 예산을 삭감한 뒤, 시의회가 이를 복원하게 두어 모두가 성과를 자축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덤스 시장의 진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뉴욕 시민들에게 도서관 지점은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공간이 아니다. 컴퓨터와 무료 인터넷 접속, 취업 서비스, 이민자를 위한 영어 수업, 청소년 방과 후 프로그램, 사실상의 돌봄 기능, 극한 기후 상황에서의 피난처, 무료 행사, 그리고 맞벌이 가정 아이들, 노숙인, 노인들을 위한 안전한 공간까지 제공하는 생활 기반이다.
앞서 언급한 야외 식당 가설물(dining sheds)은 별도의 논의가 필요한 주제이지만, 코로나 시기에는 자가격리된 주민들을 집 밖으로 이끌어내고, 동네와 한산해진 거리를 되살리는 역할을 했다. 지금은 도시가 도로변 부지를 전반적으로 다시 생각해볼 기회다. 도로변 차선은 결국 차량 소유자나 식당의 사유지가 아니라 공공의 땅이며, 도시에서 결코 적지 않은 면적을 차지한다. 이 공간은 화물 배송과 쓰레기 수거를 개선하거나, 인도를 넓히는 데 활용될 수 있고, 새로운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소규모 야외 식당 운영을 통해 세수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뉴욕의 지도자들은 이 공공 영역의 측면을 전체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듯하다.

책을 위한 공간이 파여져 있는 노란색 건물로, 어린이를 위한 주황색 방이 보인다. 애덤스 스트리트(Adams Street) 도서관의 아동용 포드(pod) 공간. 아래 사진에는 왼쪽부터 공장 원형 목재 보 아래의 좌석 공간, 그리고 아동 구역의 조형적 개구부를 통해 보이는 브루클린 브리지(Brooklyn Bridge) 전망이 담겨 있다. 사진 제공: 저스틴 케네프스(Justin Kaneps) /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테이블과 의자, 책장, 식물이 놓인 의자가 있는 어린이 방의 풍경.

창문, 벽돌 벽, 노출된 틴더 천장이 있는 방에 책장이 있다.
팬데믹이 어느 정도 지나갔지만, 도시가 여전히 새로운 일상을 모색하는 지금, 뉴욕의 회복은 공원·거리·도서관 같은 도시의 기둥을 축소하기보다 강화하는 데 달려 있다. 시장은 이번에 살펴본 도서관 지점들이 제공하는 가치와 그 설계가 파급 효과를 갖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맨해튼 북부의 마콤스(Macomb’s) 지점 성공은 도서관이 자리한 루스벨트 시기 저층 공공주택단지인 할렘 리버 하우스(Harlem River Houses) 개보수로 이어지는 길을 열었다. 이번 개보수는 민간 개발업자들과 뉴욕시 주택공사(New York City Housing Authority)가 함께 진행하는 임대지원시범사업(Rental Assistance Demonstration, RAD) 방식이다. 할렘 리버 하우스는 뉴욕 최초의 연방정부 지원 공공주택으로, 흑인 건축가 존 루이스 윌슨 주니어(John Louis Wilson, Jr.)가 초기 설계팀에 참여했다.
1930년대의 이 건축은 단순하고 품격 있는 4~5층 건물로, 넓은 아파트와 커뮤니티 공간을 안뜰 중심으로 배치했다. 이는 1920년대 암스테르담 학파(Amsterdam School)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당시 네덜란드 건축가들은 노동자 계급을 위해 예술적 벽돌조, 탑과 발코니, 세련된 스테인드글라스, 금속 장식, 조각으로 차별화된 고품질 저비용 주택을 설계했다.
할렘 리버 하우스(Harlem River Houses)의 건축가들은 장식적 요소를 현대화했다. 입구에는 아르데코(Art Deco) 양식의 캐노피와 높은 모더니즘 창을 두었고, 안뜰에는 정교한 분수와 벤치, 나무를 배치했다. 단지를 가로지르는 공공 도로 양옆에는 돌출창이 있는 상점들이 늘어서 있었다.
미키엘리 + 와이츠너 아키텍츠(Michielli + Wyetzner Architects)는 옛 상점들 사이의 내력벽을 제거하고, 단차를 섬세하게 처리해 하나의 열린 공간을 만들었다. 후퇴 공간에는 천창을 설치해 어린이 구역으로 더 많은 빛이 들어오도록 했다. 또한 애덤 클레이턴 파월 주니어 대로(Adam Clayton Powell Jr. Boulevard)를 따라 청동 인방과 분홍 화강석을 복원했다. 현재 이 도서관은 할렘 리버 하우스로 들어가는 일종의 관문 역할을 한다.
덤보(Dumbo) 지점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난다. 워크에이씨(WORKac)는 브루클린 그래픽 회사 링크드 바이 에어(Linked by Air)와 협업해, 옛 공장 외벽에 흰색 대문자로 ‘LIBRARY’라는 단어를 새긴 벽화를 제작했다. 이는 사라진 산업 수변 지역의 간판 문화를 재치 있게 되살린 것이다. 워크에이씨의 건축 전체와 마찬가지로, 이 제스처는 브루클린 도서관이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준다는 기본 메시지를 강화한다.
도시 당국이 이 도서관들의 미래를 소홀히 대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사진> 애덤스 스트리트(Adams Street) 도서관을 위해 건축사무소 워크에이씨(WORKac)는 브루클린 그래픽 회사 링크드 바이 에어(Linked by Air)와 협업했다. 이 회사는 옛 공장 외벽 전체에 ‘LIBRARY’라는 단어를 거대한 흰색 글자로 새긴 벽화를 제작했다. 사진 제공: 브루스 다몬테(Bruce Damonte).
출처 : www.ny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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