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전국의 도서관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캘리포니아주는 특히 큰 타격을 입었으며, 내년에는 예산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시절부터 도서관, 나아가 책 자체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그는 당시에도 도서관 예산을 삭감하려 했을 뿐 아니라, 일부 도서관에서 열렸던 드랙퀸 스토리 아워(drag queen story hour)에 대해 논란을 부추기고, 학교 시설에서의 도서 금지를 지지했다.
하지만 트럼프 2.0의 의제는 그것이 예고편에 불과했다. 최근 한 달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 정부 기관이 아닌 ‘정부효율성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라는 명칭의 팀을 통해, 미국 전역 12만 3천 개 도서관과 3만 5천 개 박물관을 지원하는 연방 기관인 박물관도서관서비스기구(IMLS, Institute of Museum and Library Services)의 기능을 사실상 마비시켰으며, 의회가 승인한 보조금 프로그램도 철회시켰다.
캘리포니아를 포함해 보조금 신청서에서 다양성과 형평성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세 주는 특히 더 큰 피해를 입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 피해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도서관은 수십 년 동안 단순히 책을 무료로 대출해주는 공간 이상의 역할을 해왔다.
도서관은 경제적으로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이들에게 무료 인터넷을 제공하고, 아동과 성인을 위한 문해 교육을 실시하며, 고령자 등 취약 계층을 위한 방문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등 다양한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공간으로 진화해 왔다.
사실, 여러분이 거주하는 지역 도서관이 제공하는 서비스 목록은 이 지면에 모두 담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도서관은 ‘가지고 있는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를 메우는 위대한 평등장치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이들의 활동을 억제하는 것은 대학과 자유언론에 대한 공격만큼이나 민주주의의 핵심을 겨냥한 또 하나의 화살이라 할 수 있다.
“도서관은 케이크 위의 장식이 아닙니다. 그저 위에 얹는 체리도 아닙니다.” 로스앤젤레스 공공도서관(Los Angeles Public Library)의 시립 사서인 존 자보(John Szabo)는 이렇게 말했다. “도서관은 정말, 정말로 필수적입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확히 무엇을 했는가?
1996년, 미국 의회는 도서관과 박물관을 위한 보조금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박물관 및 도서관서비스 연구소(IMLS, Institute of Museum and Library Services)를 설립했다. 2024년 기준으로 약 6백 건의 보조금이 지급되었고, 금액으로는 약 2억 7천만 달러 규모였다.
작은 액수처럼 보일 수 있지만, 특히 예산이 매우 제한적인 농촌 및 원주민 공동체의 도서관들에겐 이 돈이 결정적인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3월, 이른바 ‘정부효율성부(DOGE, 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는 IMLS의 전 직원을 유급휴직 상태로 전환시켰고, 이후 일부 인력을 재고용했다.
기자는 이 사건을 취재하며 IMLS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현재는 담당 언론 홍보 인력이 자리에 없으며 이메일 또한 회신이 없었다.
이후 4월 초, IMLS는 2024년 회계연도(6월 종료)까지 실행 중이던 보조금 사업을 일방적으로 취소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미 도서관들이 해당 자금을 사용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관은 자금 사용 방식이 “IMLS의 우선순위와 불행히도 일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미국도서관협회(American Library Association)의 회장인 신디 홀(Cindy Hohl)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시기 도서관이 계획하고 집행하는 주요 사업 중 하나는 어린이들의 초기 문해력을 높이고, 방학 중 학습 공백을 막기 위한 여름 독서 프로그램이다. 이들 프로그램 중 일부는 평소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급식도 제공한다.
“도서관은 모든 이에게 항상 안전한 공간이지만, 특히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여름철에는 그 의미가 더욱 커집니다.” 신디 홀(Cindy Hohl)은 이렇게 말했다. “미국의 문해력 서비스를 낭비로 간주했다는 말을 듣는 것은 매우 해롭습니다. 사서들은 이에 강하게 반발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데이터를 보거나 연구 결과를 보면, 미국인들은 압도적으로 도서관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캘리포니아주립도서관(California State Library)의 부관장인 레베카 웬트(Rebecca Wendt)는 이번 보조금 취소로 인해 캘리포니아는 즉각적으로 약 3백만 달러를 잃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립도서관은 올해 총 1,570만 달러의 지원금을 받기로 했으며, 이 중 약 21%는 아직 지급되지 않은 상태였다.
연방 보조금은 일반적으로 주립도서관에 배분되고, 이후 지역 도서관들로 다시 분배된다. 그녀에 따르면, 이 자금은 지역 도서관 예산의 최대 6%를 차지한다.
“이제 예산 연도의 끝자락에서, 이 손실을 어떻게 메울지를 두고 현장에서는 다급하게 움직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웬트는 이렇게 말했다.
주정부 역시 대책이 필요하다. 웬트에 따르면, 주립도서관이 배정받은 자금은 34명의 인건비를 직접 지원하고 있었으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도서 무료 제공 서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에도 쓰이고 있었다.
로스앤젤레스는 유권자들의 지지 덕분에 도서관 운영을 위한 별도 예산이 확보되어 있다.
2011년, 시민들은 ‘Measure L’이라는 조례를 통과시켜 예산 삭감으로 운영시간이 단축될 위기에 처한 시립도서관의 재정 기반을 확보했다.
그러나 존 자보(John Szabo)는 이곳조차도 연방 자금 손실로 인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보조금이 삭감되었을 당시, 로스앤젤레스는 16만 6천 달러의 지원금을 활용해 일부 도서관 지점 내에서 신경다양성(neurodivergent)을 지닌 아동과 가족들을 위한 공간을 조성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었다.
또한 이 보조금의 일부는 고령자 대상 과학 학습 프로그램에도 투입되고 있었다.
이제 그 프로그램들은 모두 불확실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우리가 이걸 완전히 중단해야 할까요? 아니면 계속 진행해야 하나요? 어떻게 해야 하죠?” 자보(Szabo)는 이렇게 말하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러한 불확실성 한가운데에서, 더 나쁜 소식이 전해졌다.
7월부터 시작될 내년도 보조금 신청서가 4월 중순에 배포되었는데, 대부분의 주에 대해서는 지원 금액이 절반으로 삭감되었다.
하지만 웬트(Wendt)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는 아예 신청서조차 받지 못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현재로서는 연방정부가 ‘골든 스테이트(Golden State)’로 불리는 캘리포니아주의 도서관들을 완전히 배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레베카 웬트(Rebecca Wendt)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지난주, 다른 47개 주에 차기 회계연도 배정액에 대한 통지가 발송되었을 때, 우리는 그 명단에조차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로스앤젤레스와 캘리포니아 모두 예산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연방 자금 손실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신디 홀(Cindy Hohl)은 이번 연방 정부의 조치를 단순한 재정 문제가 아니라, 미국 사회의 근간에 대한 또 다른 공격으로 본다.
그녀는 이러한 행위가 정보 통제를 통해 미국의 역사와 다양성을 묻어버리려는 시도라고 지적한다.
특히 도서 금지와 관련해, 매년 발표되는 금서 목록을 보면 반복적으로 동일한 책들이 공격 대상이 되고 있으며, 그 책들이 흑인, 원주민, 유색인종, 혹은 LGBTQIA+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작품일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매우 분명한 의도를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홀은 자신이 소속된 미국도서관협회(American Library Association)가 IMLS, DOGE, 그리고 관련 기관들을 상대로 연방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 자금은 의회가 책정한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삭감할 수 없다는 것이 소송의 핵심 주장이다.
“그들은 잘못된 직군을 건드린 것입니다.” 홀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조용히 물러설 거라고 생각했다면, 우리를 몰라도 한참 몰랐던 겁니다.
우리는 모든 미국인의 헌법상 권리를 지킬 것입니다.
우리는 수정헌법 제1조(표현의 자유)를 지킬 것입니다.
우리는 도서관이 문을 닫지 않도록 끝까지 맞설 것입니다.
미국에서 도서관이 사라지는 날은 곧 민주주의가 죽는 날입니다.”
그 법적 대응이 성공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도서관에 대한 공격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홀은 진실된 정보가 이제는 MAGA 진영의 ‘적’이 되었으며, 한때 조용했던 사서들이 이제는 ‘지적 자유의 전사(intellectual freedom warriors)’로서, 길고 격렬한 싸움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출처 : www.l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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