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서 도서관의 역할과 자유로운 정보 접근이 위협받는 가운데, 비플러스피(Books+Publishing)와 멜버른 유네스코 문학도시 사무국은 다른 문학도시의 도서관에 연락해 그들의 시스템과 성과, 도전, 그리고 전 세계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물었다.
이번 주에는 핀란드 쿠흐모(Kuhmo) 시립도서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쿠흐모의 첫 도서관은 1880년에 설립되었고 여러 장소를 거쳐 현재의 파약카요키강(Pajakkajoki River) 강둑에 자리 잡게 됐다. 도서관의 영구 건물은 흔히 ‘아탈란테(Atalante)’라 불린다. 이 명칭은 1984년 도서관 건축 설계 공모에서 당선된 작품의 이름이자, 장 비고(Jean Vigo)의 영화 ‘라탈랑트(L’Atalante)’에 등장하는 운하 바지선의 이름이기도 하다.
당선 건축가 이르키 타사(Jyrki Tasa)는 지식과 예술을 시민에게 실어 나르는 배라는 상징을 담아 이 이름을 선택했다. 아이노 아이날리(Aino Ainali) 부관장 겸 문화부장은 “오늘날 쿠흐모 시립도서관은 만남의 장소이자 정보와 경험의 원천이며, 집 밖의 또 다른 공동 거실 같은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 공동체적이고 따뜻한 분위기는 도서관 환경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도서관 벽에는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이 걸려 있는데, 안티 레이노넨(Antti Leinonen)의 자연 사진과 아리아드나 도너(Ariadna Donner)의 풍부한 질감을 가진 태피스트리가 대표적이다. 방문객들은 핀란드 민족 서사시인 칼레발라(The Kalevala)의 다양한 판본을 상설 전시 공간에서 볼 수도 있다. 어린이들은 ‘사투솝피(Satusoppi)’라 불리는 동화 코너에 모여 지역의 민속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아이노 아이날리(Aino Ainali) 부관장은 “문학, 독서, 서비스에 대한 평등한 접근을 보장하는 것은 핀란드 도서관의 핵심 과제 중 하나”라며 “핀란드 주소를 가진 누구나 도서관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고 첫 번째 카드는 언제나 무료”라고 말했다.
쿠흐모 시립도서관은 약 9만 5천 점의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도서, 신문, 정기간행물, 전자책, CD, DVD, 악보까지 포함된다. 도서관의 각 자료 부문에는 전담 구매 담당자가 배치돼 있다. 아이날리는 “경험과 헌신, 신중한 판단을 통해 모든 유형의 독자가 원하는 자료를 갖추고자 노력한다. 지역 주민들의 제안도 적극적으로 받는다”고 설명했다.
도서관은 시민의 접근성을 넓히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아이날리는 “읽기 어려움이 있는 이용자를 위해 쉬운 언어 도서, 큰 글씨 도서, 아동용 음절별 도서를 갖추고 있다. 또 읽기 어려움이 있는 이용자가 핀란드 국립 점자·오디오 도서관인 셀리아(Celia)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서가를 직접 둘러보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독서가 가능하도록 ‘북백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다. 현재는 고령, 거동 불편, 건강 문제 등으로 직접 방문이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가정 도서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바엘타야(Vaeltaja) 이동도서관’을 통해 인구가 희박한 지역 주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이동도서관은 외딴 마을의 학교 도서관 역할도 함께 수행한다.
쿠흐모 시립도서관은 독서 진흥에도 활발하다. 직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도서관 블로그, 고용 서비스 이용자에게 독서를 장려하고 도서관 이용을 확대하는 프로젝트, 그리고 다섯 개의 독서 모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들이 도서관 자료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쿠흐모 시립도서관의 독서 모임은 주로 문학 고전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참여자들이 짧은 소설을 낭독으로 듣는 동시에 손수예품과 뜨개 제품을 만들어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노벨라 북클럽(Novella bookclub)’도 운영된다.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핀란드 케넬 클럽(Finnish Kennel Club) 카이누(Kainuu) 지부의 돌봄견과 함께하는 ‘동화 시간(Fairytale Hour with care dogs)’이 마련돼 있어, 아이들이 동화를 듣고 동시에 돌봄견과 교감할 수 있다.
이러한 행사들은 도서관 웹사이트, 뉴스레터, 도서관 곳곳에 붙는 포스터를 통해 활발히 알린다. 책 소개와 출판 기념 행사뿐 아니라 예술, 사진, 다양한 전시가 열리는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도서관은 지역 작가들을 지원하고 홍보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아이노 아이날리(Aino Ainali) 부관장은 “지역 작가들은 도서관에서 무료로 작품을 소개할 수 있고, 도서관은 이를 홍보한다. 또 지역 작가가 신간을 출간하면 가능한 한 구매해 자료로 편입하려 한다”고 말했다.
아이날리는 쿠흐모 시립도서관에서 일하며 도서관의 의미와 독서가 지역 사회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고 전했다. 그는 “인공지능과 첨단 기술이 발전하는 시대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이야기에 끌린다. 그 사실이 내 일에 더 큰 의미를 주고 우리가 맞닥뜨리는 어려움을 헤쳐 나갈 힘을 준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도서관이 계속 의미를 지니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문학을 새로운 공간과 새로운 독자에게 전할 때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인간의 호기심을 소중히 여기는 한, 책은 언제나 필요하고 그 자리는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www.booksandpublishing.com.au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