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도서관 소식은 뉴스의 전체적인 맥락을 보다 신속하게 전달하는 것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번역과 용어를 매끄럽게 수정하지 못하고 있음을 양해바랍니다.]

[프랑스] 아일랜드 문화센터 내 매혹적인 문화사 도서관

2025년 02월 12일 | 관련

파리의 숨은 보물, 아일랜드 문화원의 역사적인 도서관

파리의 라틴 지구 한편에 자리 잡은 아일랜드 문화원(Centre Culturel Irlandais)은 외관만으로는 그 안에 어떤 놀라운 유산이 숨겨져 있는지 짐작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곳에는 8000권이 넘는 귀중한 서적을 보유한 문화·역사 도서관이 자리하고 있다.

5구(5ème arrondissement) 뤼 데 이를랑데(Rue des Irlandais) 5번지를 지나칠 때, 이 건물이 과거에 아일랜드 출신 신학생과 성직자들의 기숙사였다는 사실을 알기는 쉽지 않다. 현재 아일랜드 문화원이 위치한 ‘콜레주 데 이를랑데(Collège des Irlandais)’는 본래 1775년 신학교로 개교했다. 이후 2002년, 문화원으로 변모하며 아일랜드의 풍부한 문화유산을 프랑스인들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고풍스러운 건물은 예술 전시, 콘서트, 영화 상영, 게일어 강좌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동시에, 역사적인 도서관을 품고 있다. 도서관은 보통 굳게 닫혀 있지만, 우리는 특별히 그 문을 열고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이 도서관으로 향하려면 먼저 문화원 내 행정 사무실을 지나야 한다. 흥미롭게도, 이 사무실은 건물 내 작은 예배당(Chapelle) 위층에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도서관에 들어서는 순간, 세월의 흔적이 담긴 웅장한 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일랜드 문화원은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이렇게 설명한다.
“18세기까지 몽타뉴 생제네비에브(Montagne Sainte-Geneviève) 언덕에는 수많은 수도원과 신학교가 존재했지만, 이곳은 현재까지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도서관 중 하나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오래된 서적에서 풍기는 독특한 향기다. 이곳에 보관된 가장 오래된 서적은 무려 1470년에 출판된 것이다. 도서관의 온도는 서적 보존을 위해 다소 낮게 유지되며, 고풍스러운 서가에는 1400년대부터 1700년대까지의 인쇄본과 필사본이 빼곡히 꽂혀 있다.

도서관은 신학생들의 학문적 수련을 위해 마련된 만큼, 신학, 철학, 역사, 지리, 음악 등의 분야를 망라하는 서적들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더해, 서적들 사이에는 고지도, 동판화, 삽화, 사진, 석판화, 초상화 등 희귀한 사료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특히 도서관의 서적들은 1812년을 기준으로 두 시기로 나뉜다. 1812년 이전에 출판된 도서들은 대부분 라틴어로 쓰였고, 이후 출판된 책들은 주로 영어 또는 프랑스어로 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의 도서관이 원래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프랑스 혁명 당시, 이 도서관의 원본 컬렉션은 모두 소실되었다. 이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éon Bonaparte)가 1805년 발표한 칙령을 통해, 파리 내 아일랜드·영국·스코틀랜드 신학교들을 하나로 통합하며 오늘날의 도서관이 형성되었다.

이후, 파리 문학 아카이브 등에서 새롭게 기증된 서적들을 더해 현재의 도서관이 완성되었다. 2000~2002년에는 도서관이 대대적인 복원 작업을 거쳤으며, 2006년부터 2011년까지 2000여 개의 문서가 복원되었다.

이 역사적인 도서관은 일반 대중에게 상시 개방되지는 않지만, 연구 목적으로 방문을 원하는 경우 사전 예약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아일랜드 문화원은 특별한 행사 기간 동안 도서관을 공개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 문화재의 날(Journées du Patrimoine) 혹은 할로윈 시즌에는 특별 전시가 열려 방문객들에게 도서관을 개방한다. 또한, 도서관 내부의 200여 개의 희귀 서적은 디지털화되어 무료로 온라인에서 열람할 수 있다.

한편, 도서관 외에도 아일랜드 문화원의 작은 예배당은 평일 오후마다 개방되며,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

아일랜드 문화원과 그 안에 자리한 역사적인 도서관은, 단순한 문화 공간을 넘어 아일랜드와 프랑스의 문화 교류를 이어주는 중요한 거점이다. 이곳에서는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세기의 시간을 넘어선 지식과 예술, 그리고 역사의 숨결이 살아 숨 쉬고 있다.

파리의 숨겨진 보석 같은 이곳을 찾는다면, 책장 사이에서 500년 전의 유산을 마주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www.sortiraparis.com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