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는 2036년 개교 400주년을 앞두고 추진하던 4개 대학 도서관 개·보수 계획을 중단했다. 이는 연방정부와의 지원금 갈등 속에서 진행된 자본사업 전면 중단 조치의 일환이다.
위드너(Widener), 라몬트(Lamont), 퓨지(Pusey), 하우튼(Houghton) 도서관 개·보수 계획은 2024년 4월 발표됐으나, 워싱턴과의 자금 갈등으로 첫 사업 착공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중단됐다.
예술과학대학(Faculty of Arts and Sciences)은 같은 해 4월,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에 대한 22억 달러(약 3조 원) 규모의 지원금을 중단한 뒤 ‘비필수’ 지출 사업을 전면 보류했다.
하버드 도서관 대변인 텐진 디키(Tenzin Dickie)는 성명을 통해 2023년 타당성 조사를 마친 이후 추가적인 공정은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앨런 가버(Alan M. Garber) 총장은 여름에 대학 재정에 대한 연방정부의 압박이 기부금 과세율 급등과 연구비 삭감으로 이어져 매년 최대 10억 달러(약 13조 7천억 원)의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자들은 최근 일부 지원금이 재개된 사실을 통보받았지만, 대학 당국은 5억 달러(약 6,800억 원) 규모의 합의금을 포함한 법적 합의를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사 J. 화이트헤드(Martha J. Whitehead) 도서관 부총장은 2024년 발표에서 위드너에 ‘디스커버리 센터’를 신설하고, 라몬트의 기반 시설과 가구를 교체하며, 퓨지와 하우튼은 접근성을 강화하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자본사업 중단은 1930년 건립된 디비니티 애비뉴(Divinity Avenue) 건물에 위치한 하버드 옌칭 도서관(Harvard-Yenching Library)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곳은 미국 내 최대의 동아시아학 학술 도서관이지만, 노후화 문제로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버드 옌칭 연구소 소장 제임스 롭슨(James Robson)은 “이 프로젝트 규모가 2억~2억5천만 달러(약 2,700억~3,400억 원)에 달하기 때문에 지금 총장실에 들어가 이 문제를 논의한다면, 아마도 정중히 퇴장하라는 말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연구소가 상당한 재정 기여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4년 작성된 건물 개·보수 필요 보고서에서 하버드 옌칭 도서관(Harvard-Yenching Library) 사서 양지둥(Yang Jidong)은 서적의 곰팡이 발생을 막을 수 있는 기능적 냉방 시설이 없고, 사무 공간과 엘리베이터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양 사서는 보고서에서 “디비니티 애비뉴(Divinity Avenue) 2번지의 노후 건물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이 도서관의 운영과 미래에 많은 어려움을 안기고 있다. 하버드 캠퍼스 내 최대의 민족학·비서구 언어 자료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음에도 시설적 제약이 크다”고 밝혔다.
하버드 동아시아언어·문명학 교수이기도 한 제임스 롭슨(James Robson) 소장은 연구소가 매년 200만 달러(약 27억 원)를 투입해 장서를 확충하고 있지만, 건물 관리 책임은 하버드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서관을 “노후화된 건물”이라 표현하며 “누구든 지금 상황을 보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데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도서관은 소장 자료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줄 방법조차 없다. 열람 공간도 없고, 학부생들에게도 친근하거나 잘 알려진 도서관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도서관 대변인 텐진 디키(Tenzin Dickie)는 성명을 통해 도서관이 매 학기 장서 활용을 위한 연구 오리엔테이션 등 다양한 대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키는 “다른 많은 역사적 건물과 마찬가지로 디비니티 애비뉴 2번지 건물은 하버드 도서관과 예술과학대학 모두에 도전 과제를 안기고 있다”며 “하버드 도서관은 예술과학대학과 협력해 이 문제들을 해결하고, 옌칭 도서관 장서를 보존하며, 적절한 환경 조건을 유지하고, 장기적인 개선을 통해 학생·교원·연구자·직원을 지원할 계획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www.thecrims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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