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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현대 도서관: 다기능적이고 사회적인 공간

2025년 08월 18일 | 관련

디지털화 시대에는 단순히 책을 빌리기만 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 변화는 도서관에 전혀 새로운 기회를 열어 주었다. 도서관은 이제 다양한 기능을 갖춘 만남의 장소이자 머물 수 있는 쉼터로 자리 잡았다.

최근 몇 년 동안 공공도서관, 박물관 도서관, 대학도서관은 점점 더 편안한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예전처럼 엄격한 사서가 “조용히 하세요!”라고 말하던 분위기나, 답답하고 어두운 방 안에 빽빽하게 쌓인 책장의 시대는 지났다. 도서관 문화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서의 시립도서관

바르셀로나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ía Márquez) 공공도서관은 오래전부터 책 대출, 독서 모임, 어린이를 위한 동화 읽기 시간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성인을 위한 디지털 교육, 청소년 대상 가짜 뉴스 판별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더해졌다. 지하 스튜디오에서는 문학 팟캐스트도 제작되고 있다.

수상 경력을 가진 도서관 건축물은 관광객과 주민들에게 세련된 인스타그램 사진 배경으로도 사랑받는다. 청소년들은 곳곳에 마련된 해먹에서 낮잠을 자거나 비디오게임을 즐기고, 노년층 주민들은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피서지로 이곳을 찾는다. 네우스 카스테야노(Neus Castellano) 관장은 이 도서관이 활기찬 지역 커뮤니티의 만남의 장이 되었다고 전한다. 옛 노동자 거주지였던 라 베르네다 이 라 파우(La Verneda i La Pau) 지역 주민들은 이 공간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우리의 구겐하임”이라고 부른다.

시대와 함께하는 변화: 기능이 형태를 결정한다

바르셀로나의 여러 차례 수상 경력을 가진 도서관은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다. 현대 도서관의 외관과 내부 건축은 과거 ‘책의 신전’으로 불리던 공간의 기능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락의자, 흔들의자, 누워 쉴 수 있는 공간 같은 비공식적 좌석이 마련되어 있으며, 책장은 대체로 시야를 가리지 않을 정도로 낮게 설치되어 있다. 또한 뒷마당 정원, 밝은 중정, 개방된 계단실, 그리고 코펜하겐 왕립도서관(Königliche Bibliothek)처럼 장관을 이루는 전망까지 오늘날 도서관 방문객들이 누릴 수 있는 장점이 되고 있다.

코펜하겐 왕립도서관(Königliche Bibliothek) 내부 전경. © 픽처 얼라이언스(picture alliance) / 글로벌 트래블 이미지(Global Travel Images) / 위르겐 헬트(Jürgen Held)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은 여전히 본래의 핵심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가르시아 마르케스(Biblioteca García Márquez) 도서관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출 건수가 오히려 13%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차지하는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는 공공도서관이 운영하는 정교하면서도 무료인 도서 배달 시스템 덕분이다.

대학 도서관: 학생들이 찾는 인기 허브

공공 도서관뿐 아니라 대학 도서관도 활발히 이용되고 있으며, 독일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큰 붐을 맞고 있다. 학생들이 책을 직접 대출하거나 반납할 일은 줄었지만, 시험 기간에는 자리가 부족할 정도다. 이제 대학 도서관은 단순한 학습 공간을 넘어 사회적 교류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뮌헨 루트비히-막시밀리안 대학(LMU) 도서관장 클라우스 라이너 브린징어(Klaus Rainer Brinsinger)는 “지난 15년 동안 공간이 점점 더 붐비고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인쇄본의 중요성은 줄어들고 있음에도 그렇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요가 너무 많아 LMU는 대기 줄을 줄이기 위한 제도를 도입했다. 시험 기간에는 온라인으로 미리 자리를 예약할 수 있고, 온라인 좌석 찾기 시스템에서는 신호등 방식으로 특정 공간의 혼잡도를 확인할 수 있다.

뮌헨 필로로기쿰(Philologicum) 도서관. © 픽처 얼라이언스(picture alliance) / SZ 포토(SZ Photo) / 카테리나 헤스(Catherina Hess)

브린징어(Brinsinger)는 대학 도서관 열풍을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는 시간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학습 방식이 변했고, 학습·과제 그룹 형태의 협력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학은 머무는 질이 서로 다른 다양한 학습 공간을 마련해 대응하고 있다.

태생적으로 지속 가능한 공간

도서관의 기본 원칙은 ‘구매보다 대출’이다. 도서관은 ‘지속 가능성’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전부터 이미 지속 가능한 방식을 실천해왔다. 인쇄된 각종 도서는 물론, 전자책, 비디오게임, DVD, 각종 정보까지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제공한다. 여기에 컴퓨터 작업 공간 같은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씨앗을 교환하는 서비스까지 늘고 있다. 독일 바트 올데슬로에 위치한 한 도서관은 지역 단체와 협력해 일찍부터 이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또한 ‘사물 도서관(Bibliothek der Dinge)’도 등장했다. 1년에 한두 번쯤만 필요할 물건을 공공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는 것이다. 베를린 팡코프(Berlin-Pankow) 시립도서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여 품목은 솜사탕 기계다.

도서관은 생태적 지속 가능성뿐 아니라 사회적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강점을 지닌다. 접근 문턱이 낮아 언제든 문을 열고 들어가 머무를 수 있으며, 무엇을 소비하지 않아도 된다. 언젠가 대출증이 필요하다면 저렴하게 발급받을 수 있고, 아동과 청소년은 무료인 경우가 많다. 경제적 여건과 상관없이 누구나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렇듯 도서관은 지역사회나 동네의 사회적 연결 고리를 만들어 준다. 이곳에서는 노인이 아이들을 만나고, 노숙인이 학생을 만나며, 노동자가 교수와 마주한다.

불안정한 재정 기반

도서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그 유지가 더 이상 당연한 일은 아니다. 공공도서관은 지자체의 자율적 업무에 속하기 때문에 운영이 특히 위태롭다. 독일도서관협회(dbv)는 2024년 회원 대상 조사를 실시해, 지방 재정 위기 속에서 공공도서관의 예산 삭감 가능성을 경고했다.

볼커 헬러(Volker Heller) 협회 연방 의장은 연방정부와 주정부, 지방자치단체가 도서관 재정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위기 상황에서도 도서관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려면 미래 지향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교육 형평성과 허위정보 대응을 위한 미디어 역량 강화를 위해서도 강력한 도서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bv에 따르면, 수년간 이어진 긴축과 정체된 예산 상황 속에서 사정은 더욱 악화됐다. 올해 조사에 응답한 공공도서관의 약 3분의 1이 재정 통합 조치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 www.deutschlandfunkkultur.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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