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늘었지만, 모든 시민에게 더 가까워진 것은 아니었다
- 네덜란드의 공공도서관 분관은 2025년 802곳으로 늘었지만, 전국 평균 자전거 접근거리는 2.0km로 전년과 같았다.
네덜란드 지역매체 De Orkaan은 네덜란드 통계청(Centraal Bureau voor de Statistiek, CBS)과 네덜란드 국립도서관(Koninklijke Bibliotheek, KB)이 발표한 2025년 도서관 통계를 바탕으로, 도서관 수의 증가가 반드시 모든 지역 주민의 접근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2025년 네덜란드의 공공도서관 분관은 전년보다 35곳 증가한 802곳으로, 2014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공공도서관까지의 전국 평균 자전거 이동거리는 2.0km로 2024년과 변하지 않았다. 출처: 네덜란드 통계청(CBS)
기사에서 주목한 잔스트레이크(Zaanstreek) 지역도 같은 경향을 보인다. 오스트잔(Oostzaan) 주민의 도서관까지 평균 자전거 거리는 약 1.7km, 보르메를란트(Wormerland)는 1.4km, 잔스타트(Zaanstad)는 2.3km 수준이다. CBS가 공개한 2025년 변화 자료에서 세 지방자치단체 모두 전년 대비 거리 변화가 0.0km로 나타나, 분관 확대라는 전국적 추세에도 이 지역 주민의 물리적 접근성은 실질적으로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도서관망을 다시 늘리는 배경에는 독서 위기와 지역 접근성 문제가 있다
- 네덜란드는 도서관을 단순한 대출시설이 아니라 독서능력과 지역사회 연결을 지원하는 생활권 공공시설로 다시 강화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최근 도서관 확충은 장기간 감소했던 물리적 도서관망을 회복하고 지역사회에서 도서관의 역할을 강화하려는 정책과 연결된다. 네덜란드 국립도서관에 따르면 2025년 전국에는 정규 분관을 포함해 모두 1,283개의 도서관 서비스 지점이 운영됐으며, 연간 방문은 약 6,000만 회에 달했다. 도서관에서 열린 각종 교육·문화·사회 프로그램도 40만 3,000건에 이르렀다. 이는 오늘날 도서관의 성과를 장서와 대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출처: 네덜란드 국립도서관(KB)
- 특히 청소년의 읽기 능력 저하는 도서관 접근성을 교육정책의 문제로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기사에서 이 문제를 도서관 접근성과 함께 다룬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25에 따르면 네덜란드 15세 학생 가운데 39%가 읽기에서 최소 기초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2022년 약 3분의 1이었던 비율이 다시 높아진 것이다. 네덜란드 학생의 읽기 성취도는 주변 유럽 14개국(EU14) 평균보다 낮으며, 부모의 교육수준과 가정에서 사용하는 언어 등에 따른 격차도 여전히 확인된다. 출처: PISA Nederland
따라서 도서관까지의 이동거리는 단순한 교통 편의의 문제가 아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책과 독서 프로그램을 반복적으로 접하고, 학교 밖에서도 학습과 문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의 분포를 의미한다. 도서관의 위치가 멀어질수록 특히 자동차 이용이 어려운 어린이·청소년, 고령자, 저소득층에게 이용 장벽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분관 35곳 확대와 회원 증가는 성과를 보였지만 지역별 효과는 달랐다
- 도서관망 확대 정책은 일부 지역에서는 이동거리를 크게 줄였지만, 기존 시설 배치가 유지된 지역에서는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로픽(Lopik)이다. 이전에는 정규 공공도서관 분관이 없었던 이 지방자치단체에 2곳이 새로 설치되면서 주민이 가장 가까운 도서관까지 이동해야 하는 평균 자전거 거리는 2025년 4.5km 감소했다. 반면 오스트잔·보르메를란트·잔스타트처럼 신규 분관이 생활권의 빈 공간을 직접 메우지 않은 지역에서는 평균 접근거리가 그대로 유지됐다. 출처: 네덜란드 통계청(CBS)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네덜란드 통계에서 말하는 ‘도서관 분관(bibliotheekvestiging)’의 기준이다. CBS는 일반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개관시간과 전체 장서에 대한 디지털 접근, 이용자 상담, 문화·문학 프로그램, 학교 지원, 학습공간 등을 갖춘 장소를 정식 분관으로 구분한다. 따라서 이동도서관이나 소규모 서비스 지점이 지역 주민에게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정규 분관까지의 접근거리 통계에는 동일하게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 출처: 네덜란드 통계청(CBS), 도서관 접근성 통계 정의
- 물리적 도서관 이용과 디지털 이용은 모두 증가하고 있다.
2025년 네덜란드 공공도서관 회원은 약 381만 5,000명으로 전년보다 3% 증가했다. 특히 18~30세 청년층 회원은 22% 늘었다. 18세 미만 어린이·청소년 회원은 약 240만 명으로, 해당 연령층의 74%가 도서관 회원이다. 이는 물리적 도서관의 사회적 기반이 여전히 상당히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출처: 네덜란드 국립도서관(KB)
대출에서도 종이책과 디지털 자료가 함께 이용됐다. CBS에 따르면 2025년 종이책 대출은 약 5,161만 건이었다. 온라인 도서관 계정은 약 76만 3,000개로 전년보다 12% 증가했으며, 전자책은 약 600만 회, 오디오북은 290만 회 대출됐다. 특히 오디오북 대출은 전년보다 11% 증가했다. 출처: 네덜란드 통계청(CBS), 네덜란드 국립도서관(KB)
한국도 ‘도서관 수’에서 ‘생활권 접근성’으로 평가 기준을 넓힐 필요가 있다
- 도서관의 총량이 증가하더라도 실제 이용자가 더 가까워졌는지는 별도로 측정해야 한다.
이 사례가 한국 공공도서관 정책에 주는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시설 수와 생활권 접근성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6년 전국 공공도서관 통계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공공도서관은 2024년 1,296개관에서 2025년 1,328개관으로 32개관, 2.5% 증가했다. 도서관 1관당 봉사 대상 인구도 2021년 4만 2,747명에서 2025년 3만 8,492명으로 감소했다. 전국적 공급량이 개선되고 있다는 의미다.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2026년 전국 공공도서관 통계조사
그러나 1관당 인구는 실제 이용자가 도서관까지 얼마나 이동해야 하는지를 직접 보여주는 지표는 아니다. 장덕현·구본진의 「공공도서관의 공간적 집적과 지역 간 격차 요인 분석」에서도 국내 공공도서관의 양적 성장은 지속됐지만 지역별 분포 격차가 존재하며, 지역의 경제력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능력이 도서관 공급 격차와 관련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시설 공급의 양뿐 아니라 공간적 형평성(spatial equity)을 함께 검토해야 함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출처: 장덕현·구본진, 한국문헌정보학회지, 2022
- 앞으로는 ‘몇 개의 도서관을 만들었는가’보다 ‘누가 몇 분 안에 도서관에 갈 수 있는가’를 함께 평가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네덜란드 사례는 도서관 접근성 정책을 보다 세밀하게 설계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전국 평균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별 자전거 이동거리의 변화를 측정하고, 신규 분관이 어느 지역 주민의 이동거리를 실제로 줄였는지를 확인한다. 이런 방식이라면 한국에서도 도서관 수, 1관당 인구와 함께 도보·대중교통 기준 접근시간, 일정 거리 안에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인구 비율, 어린이·고령층의 생활권 접근성, 개관시간을 포함한 실질적 서비스 접근성을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이동도서관과 작은도서관, 학교도서관 협력과 같은 분산형 서비스도 중요하다. De Orkaan이 소개한 잔스타트에서는 과거 보르메르베어(Wormerveer), 베스테르코흐(Westerkoog), 엇 칼프(‘t Kalf) 등에 있던 분관이 사라졌으며, 현재는 폴렌뷔르흐(Poelenburg)에 새로운 분관을 설치하는 계획과 이동도서관인 ‘비브버스(Biebbus)’ 운행이 추진되고 있다. 이 사례는 대형 중앙도서관 하나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넓은 생활권의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중앙도서관·지역 분관·소규모 서비스 거점·이동도서관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설계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관련 자료
- [네덜란드] 도서관: 단순한 책 그 이상
- [네덜란드] 헤메르트 도서관 재개관, 책·학습·만남의 복합공간으로 변화
- [논문] 공공도서관의 미래: 제3의 장소로 재설계되는 지역사회 공간
참조: deorkaan.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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