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도서관의 불이 꺼지면 동네도 조용해진다
핀란드 쿠볼라(Kouvola)가 2027년부터 도서관 서비스망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하노야 도서관(Haanojan kirjasto)의 폐관 문제가 지역사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쿠볼라 지역신문 Kouvolan Sanomat에 실린 안네 니시넨(Anne Nissinen)의 독자기고는 도서관을 단순히 책을 빌리는 시설이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 고령자, 저소득층, 혼자 사는 사람 모두가 비용 없이 머물 수 있는 생활권의 공공공간으로 바라본다.
특히 이 글은 “도서관을 없애면 얼마를 절약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보다 “도서관을 없앴을 때 지역사회가 무엇을 잃는가”를 먼저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쿠볼라시 자료를 살펴보면 하노야 도서관은 이용률이 낮은 시설이 아니다. 2022년 방문자는 4만1,655명, 대출은 10만8,340건으로 당시 쿠볼라에서 세 번째로 이용이 많은 도서관이었다. 대출 자료의 절반은 어린이·청소년 자료였으며, 하루 이용자는 약 90~210명으로 집계됐다. 2025년에도 하노야 도서관의 대출은 5년 연속 증가했고, 최근 7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출처: Kouvolan kaupunki, Haanojan päiväkoti ja kirjasto tarveselvitys, 출처: Kouvolan kaupunki, 2026
“도서관의 불이 꺼지면 동네도 조용해진다”
나는 하노야 도서관 바로 옆이나 다름없는 곳에 살고 있다.
그러니 아마도 나는 도서관이 내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이곳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내가 이 도서관을 지키자고 말하는 이유는 도서관이 집 문에서 책장까지의 거리보다 훨씬 더 큰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하노야 주변에는 에스콜란매키(Eskolanmäki), 칸카론매키(Kankaronmäki)를 비롯한 여러 지역이 이어져 있다. 이곳에는 어린이와 청소년, 직장인, 실업자, 은퇴자, 혼자 사는 사람, 가족, 형편이 넉넉한 사람, 그리고 가진 돈으로 한 달을 끝까지 버티기 어려운 사람들이 함께 살아간다.
도서관은 그 누구에게도 어느 쪽에 속하는지 묻지 않는다.
문은 모두에게 열린다.
그것이 도서관의 놀라운 점이다.
도서관은 살아 뛰는 동네의 심장이다.
숨 쉬는 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도서관은 무언가를 사지 않아도 사람이 머물 수 있도록 허락된,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장소 가운데 하나다.
잠시 생각해 보자.
오늘날의 세상에서 이것은 거의 급진적인 생각에 가깝다.
통장에 3유로밖에 없어도 들어올 수 있다.
오늘의 신문을 읽을 수 있다.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
정보를 찾을 수 있다.
공부할 수 있다.
몸을 녹일 수 있다.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아이를 책 곁으로 데려갈 수 있다.
잠시 혼자 있으면서도 외롭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아무도 계산서를 테이블 위에 놓지 않는다.
쿠볼라시는 지금 재정, 시설, 인구 변화의 관점에서 도서관망을 검토하고 있다. 이해한다. 도시는 돈을 계산해야 한다.
하지만 가치 있는 모든 것을 ㎡당 몇 유로라는 방식으로 계산할 수는 없다.
아이가 혼자 걸어서 도서관에 갈 수 있게 되는 것은 얼마의 가치가 있는가?
청소년이 방과 후 안전하게 머물 장소를 찾는 것은 얼마의 가치가 있는가?
혼자 사는 노인이 하루 동안 단 한 사람이라도 만나는 것은 얼마의 가치가 있는가?
저소득층 사람이 무료로 책과 신문을 읽고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얼마의 가치가 있는가?
그리고 이런 장소가 사라진다면 나중에는 얼마를 지불해야 할까?
내가 하노야 도서관의 폐관 가능성을 특히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쿠볼라시가 앞서 실시한 자체 조사에서도 하노야 도서관의 이용자가 많으며, 도서관이 폐관될 경우 어린이와 청소년, 성인이 도서관을 이용하고 책을 읽을 기회가 크게 줄어든다고 이미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시의 자체 조사에는 이보다 더 중요한 내용도 적혀 있다.
이용자가 많기 때문에 이동도서관은 하노야 도서관을 대신할 수 없다.
이쯤 되면 경고등이 켜져야 한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곳에서 서비스를 없애면서 대체 서비스마저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면, 그것은 더 이상 서비스를 새로운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서비스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이동도서관은 훌륭한 서비스다.
하지만 이동도서관은 하나의 방이 아니다.
그곳에서 몇 시간씩 앉아 숙제를 할 수는 없다.
안전하게 오후 시간을 보내기 위해 그곳에 갈 수도 없다.
내일 다시 찾아갈 수 있고, 어쩌면 이미 나를 아는 누군가가 있는 그런 장소가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지지도 않는다.
도서관을 단순히 대출 창구를 오가는 책의 숫자로만 측정할 수는 없다.
도서관은 공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런 공간이다.
처음에는 몇 ㎞ 떨어진 곳에 다른 서비스가 있다는 이유로 한 곳을 폐쇄한다.
그다음에는 또 다른 곳을 폐쇄한다.
그러고 나서 결국 왜 사람들이 그 지역으로 이사 오려 하지 않는지, 왜 노인들이 외로움을 느끼는지, 왜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지, 왜 사람들이 서로 만나지 않는지를 의아해한다.
살아 있는 동네는 건물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신이 이곳에 속해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하노야 도서관은 그런 장소 가운데 하나다.
쿠볼라는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서관 서비스망 조사에서는 인력, 시설비, 투자비가 논의되고 있다.
그것들은 실제 돈이다.
하지만 절감액도 끝까지 계산할 용기가 필요하다.
건물 비용을 아끼는 대신 가까운 생활권 서비스를 잃는다면 우리는 무엇을 잃은 것인가?
인력 비용을 절감하면서 외로움을 늘린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절약한 것인가?
아이가 책을 만나러 가는 길이 너무 멀어져 더 이상 도서관에 가지 않는다면 그 결정은 정말 저렴한 것이었을까?
노인이 도심의 도서관까지 갈 수 없다면,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된 그의 도서관 카드는 도시에 얼마를 절약해 준 것일까?
엑셀(Excel)은 건물 비용을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건물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계산하지는 못한다.
나는 비용 절감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내가 반대하는 것은 잘못된 비용 절감이다.
올해 예산표에는 보기 좋은 숫자를 남겨 놓고 그 비용을 미래의 여러 해로 떠넘기는 방식의 절감이다.
도서관은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 가운데 한 사람의 거의 평생을 따라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서비스다.
처음에는 부모의 손을 잡고 간다.
그다음에는 혼자 간다.
학생으로 간다.
대학생으로 간다.
실업자가 되어 간다.
직장인이 되어 간다.
부모가 되어 자신의 아이와 함께 간다.
은퇴한 뒤에는 책이나 신문을 찾으러, 누군가를 만나러, 혹은 그저 집 밖으로 나갈 이유를 만들기 위해 간다.
마지막에는 어쩌면 보행보조기(rollator)를 밀고 갈 수도 있다.
도서관 카드는 그 사이에 당신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묻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쿠볼라의 의사결정자들에게 결정을 내리기 전에 한 가지를 해 달라고 부탁한다.
하노야 도서관을 서류 위에서만 보지 말아 달라.
직접 와 달라.
문을 열어 달라.
누가 안으로 들어오는지 보라.
책을 고르는 아이를 보라.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을 보라.
신문 앞에 앉아 있는 노인을 보라.
시에 의견서를 쓰지도 않고, 자신의 서비스를 지키기 위해 시의회 회의장에 찾아가지도 않을 사람들을 보라.
그리고 그때 물어 달라.
정말 이곳이 쿠볼라가 비용을 아껴야 할 장소인가?
도시는 도심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에스콜란매키도 도시다.
칸카론매키도 도시다.
하노야도 도시다.
그리고 도시의 가치는 결국 사람들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곳에도 불이 계속 켜져 있는가에 의해 드러난다.
하노야 도서관에는 아직 그 불이 켜져 있다.
그 불을 끄지 말아 달라.
안네 니시넨(Anne Nissinen)
책을 빌리는 곳을 넘어, 생활권의 공공공간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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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의 핵심은 도서관의 가치를 대출 실적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도서관은 어린이, 청소년, 직장인, 실업자, 은퇴자, 저소득층을 구별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공간이다. 저자는 특히 돈을 쓰지 않아도 머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단순한 수사적 표현만은 아니다. 핀란드의 공공도서관법(Act on Public Libraries) 제6조는 공공도서관의 법적 임무 가운데 하나로 학습·취미·업무·시민활동을 위한 공간 제공을 명시하고 있으며, 사회적·문화적 대화를 촉진하는 것도 도서관의 공식적인 임무로 규정하고 있다. 출처: Finlex, Act on Public Libraries 1492/2016| - 하노야 도서관은 실제 이용 실적에서도 중요한 생활권 도서관이다.
쿠볼라시가 작성한 하노야 시설 조사에 따르면 2022년 하노야 도서관의 방문자는 4만1,655명, 대출은 10만8,340건이었다. 대출의 절반가량이 어린이·청소년 자료였고 하루 이용자는 약 90~210명이었다. 당시 하노야는 쿠볼라에서 세 번째로 이용이 많은 도서관으로 평가됐다. 출처: Kouvolan kaupunki, Haanojan päiväkoti ja kirjasto tarveselvitys - 최근까지 이용이 줄어드는 곳이 아니라 오히려 증가하는 도서관이라는 점도 폐관 논쟁을 복잡하게 만든다.
022년 하노야 도서관의 대출은 전년보다 22.9% 증가했고, 2023년에는 방문자 수가 전년보다 10% 늘었다. 2025년에는 하노야의 대출이 5년 연속 증가했으며 최근 7년의 비교 기간 가운데 가장 많은 대출을 기록했다. 같은 해 쿠볼라 전체 어린이·청소년 도서 대출은 42만280건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출처: Kouvolan kaupunki, 2023, 출처: Kouvolan kaupunki, 2024, 출처: Kouvolan kaupunki, 2026
- 이 글의 핵심은 도서관의 가치를 대출 실적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폐관 논의의 배경에는 인구 감소와 재정, 시설비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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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볼라는 2027~2035년을 대상으로 도서관 서비스망 자체를 다시 설계하고 있다.
쿠볼라시는 인구 변화, 지방재정 악화, 시설비 상승과 노후 시설의 수선 필요성을 이유로 도서관 서비스망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2026년 9월 17일 공개된 최종 제안에서는 중앙도서관과 쿠우산코스키(Kuusankoski), 인케로이넨(Inkeroinen), 발케알라(Valkeala)를 현재 위치에 유지하고, 엘리매키(Elimäki)와 얄라(Jaala)의 무인 이용시간을 확대하며, 뮐뤼코스키(Myllykoski)는 다른 시설로 이전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반면 하노야와 코리아(Koria) 도서관은 2027년 폐관하는 안이 포함됐다. 출처: Kouvolan kaupunki, 2026.9.17 - 시는 개편으로 연간 약 22만5,000유로의 비용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쿠볼라시가 제시한 예상 절감액은 공간 및 인력 비용을 중심으로 연간 약 22만5,000유로(약 3억5,451만원)이다. 저자는 바로 이 지점에서 건물과 인력의 직접 비용만 계산하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출처: Kouvolan kaupunki - 당초 조사에서는 현재 9개 도서관을 유지하는 안부터 대폭 집중하는 안까지 여러 선택지가 함께 검토됐다.
쿠볼라시는 서비스망 조사에서 세 가지 기본 시나리오를 검토했다. 첫째는 현재 9개 도서관과 이동도서관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 둘째는 중앙도서관·쿠우산코스키·인케로이넨·발케알라 등 4곳과 이동도서관 중심으로 크게 집중하는 방안, 셋째는 4개 주요 도서관을 유지하면서 엘리매키와 얄라를 무인도서관으로 운영하는 방안이었다. 최종 제안은 이 가운데 하나를 그대로 채택한 것이 아니라 주민 의견과 사전영향평가를 반영해 다시 구성됐다. 출처: Kouvolan kaupunki, Kirjaston palveluverkkosuunnitelma
- 쿠볼라는 2027~2035년을 대상으로 도서관 서비스망 자체를 다시 설계하고 있다.
문제는 ‘도서관을 없애느냐’보다 사라지는 기능을 무엇으로 대체하느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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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도서관은 자료 접근을 보완할 수 있지만 상시적으로 머무는 공간까지 대신하기는 어렵다.
해당 기사에서 저자는 “이동도서관은 훌륭한 서비스지만 방은 아니다”라고 표현한다. 하노야 도서관에서는 단순 대출 외에도 디지털 기기와 온라인 서비스 이용을 지원하는 무료 디지털 상담이 운영돼 왔다. 2026년에도 9월 9일, 10월 7일, 11월 4일, 12월 2일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정기적인 디지털 지원 일정이 마련돼 있다. 이처럼 지역도서관은 장서 대출뿐 아니라 디지털 정보격차를 줄이는 생활서비스 거점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출처: Kouvolan kaupunki, Digituki kirjastoissa
- 이동도서관은 자료 접근을 보완할 수 있지만 상시적으로 머무는 공간까지 대신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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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볼라 안에서도 도서관을 없애는 대신 다른 공공서비스와 결합하는 방식이 이미 운영되고 있다.
발케알라에서는 2024년 도서관을 학교, 유치원, 가족센터, 시민교육 기능 등이 결합된 다목적 건물로 이전했다. 이 건물을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만 약 770명이며, 도서관에는 직원이 없는 시간에도 이용할 수 있는 무인 운영 방식이 추가됐다. 시설비 부담을 낮춰야 한다면 도서관 자체를 없애기보다 학교·복지·문화시설과 공간을 공유하면서 서비스를 유지하는 방식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출처: 도서관디자인연구소, Valkeala 도서관 사례 - 하노야에서도 과거에는 도서관 기능을 유지한 채 공간을 재편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2023년 쿠볼라시의 하노야 시설 조사에서는 오래된 어린이집·도서관 건물을 개조해 보육공간을 확대하면서도 “지역의 도서관 서비스를 유지한다”는 방향이 제시됐다. 당시 자료에는 하노야 도서관이 쿠볼라에서 세 번째로 많이 이용되는 도서관이라는 점도 함께 기록돼 있다. 2026년 폐관안이 특히 논쟁적인 이유는 불과 몇 년 전까지 시 자체 자료에서 지역 도서관 기능의 존속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출처: Kouvolan kaupunki, 2023 Haanojan tarveselvitys
- 쿠볼라 안에서도 도서관을 없애는 대신 다른 공공서비스와 결합하는 방식이 이미 운영되고 있다.
도서관의 가치는 이용 건수와 함께 ‘그곳에서 가능한 일’까지 계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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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고문은 감성적인 도서관 옹호론처럼 보이지만 핀란드의 법적 도서관 개념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핀란드 공공도서관법 제2조는 도서관의 목적을 교육과 문화에 대한 평등한 접근, 정보 접근, 독서문화와 다중문해력, 평생학습, 적극적인 시민성·민주주의·표현의 자유 증진으로 규정한다. 제6조에는 자료 제공뿐 아니라 학습·취미·업무·시민활동을 위한 공간 제공이 명시돼 있다. 따라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책을 빌리는 곳을 넘어선 공간”은 개인적 해석만이 아니라 핀란드의 도서관 정책에 이미 포함된 개념이다. 출처: Finlex, Act on Public Libraries 1492/2016 - 하노야 도서관은 지역의 시민생활을 지원하는 시설로도 사용돼 왔다.
2025년 핀란드 지방선거와 복지지역 선거의 사전투표 첫날 하노야 도서관에서는 401표가 투표됐으며, 쿠볼라 중앙도서관의 1,154표에 이어 지역의 주요 사전투표 장소 가운데 하나로 기능했다. 이는 도서관이 독서뿐 아니라 시민이 공공서비스에 접근하는 지역 거점으로 사용된 구체적인 사례다. 출처: Kouvolan kaupunki, 2025 - 한국에서도 생활권 도서관을 평가할 때 ‘한 곳당 대출량’보다 접근성·체류·디지털 지원·아동 독서·지역 커뮤니티 기능을 함께 보는 접근이 필요하다.
하노야 사례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폐관 대상으로 제시된 도서관의 이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2년 10만8,340건의 대출과 4만1,655명의 방문, 어린이·청소년 자료가 전체 대출의 약 절반을 차지했다는 수치는 이 시설이 단순히 유지비만 발생시키는 저이용 시설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공도서관망을 재편할 때에는 시설 유지비와 인건비뿐 아니라 도보 접근성, 어린이의 독립 이용 가능성, 고령자의 이동성, 무료 디지털 접근, 안전한 체류 공간과 같은 기능도 영향평가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출처: Kouvolan kaupunki
- 이 기고문은 감성적인 도서관 옹호론처럼 보이지만 핀란드의 법적 도서관 개념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숫자로는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정책에 넣을 것인가
안네 니시넨의 글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엑셀은 건물 비용을 계산할 수 있지만 건물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계산하지는 못한다”는 문장이다. 비용 절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절감하고 그 결과 무엇을 잃는지를 끝까지 계산하라는 요구다.
쿠볼라시는 도서관망 개편을 통해 연간 약 22만5,000유로(약 3억5,451만원)를 절감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반면 하노야에서는 2022년에만 4만1,655명이 방문했고 10만8,340건의 대출이 이뤄졌으며, 이후에도 이용이 계속 증가했다. 결국 논점은 “도서관을 유지할 것인가, 비용을 절감할 것인가”라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다. 재정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면서 생활권 안에서 도서관이 담당하던 여러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다.
발케알라처럼 학교·교육·가족서비스와 도서관을 하나의 다목적 시설에 결합하거나, 소규모 지역도서관의 무인 운영시간을 확대하고 이동도서관을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지역에 따라 답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이용자가 많은 생활권 도서관을 폐관하면서 이동도서관만으로 이를 대체하려 한다면, 대출 서비스는 어느 정도 이어지더라도 저자가 강조한 ‘머물 수 있는 장소’는 사라질 수 있다.
이 기고가 던지는 질문은 한국의 공공도서관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인구 감소 시대에 모든 도서관을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유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이용자 수와 ㎡당 비용만으로 생활권 시설의 가치를 판단하기도 어렵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도서관의 수를 지키는 정책만도, 도서관의 수를 줄이는 정책만도 아니다. 사람들이 걸어서 접근할 수 있는 공공의 장소를 어떤 방식으로 지속시킬 것인가를 설계하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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