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도서관 공간에서의 이용자 경험
글 최만호 건국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겸임교수
요즈음 우리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기억과 판단을 디지털 환경에 의존하고 있으며 디지털기기 사용에 많은 시간을 투입하고 있다. 미국의 인지신경학자이며 아동발달학자인 메리언 울프는 디지털에 의해 양육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디지털기기에 의한 동시다발적인 자극과 순간 접속에 매일 노출되어서 내면화된 지식을 축적하지 못하게 되고, 편향적인 사고가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저널리스트인 프랭클링 포어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MS, 애플과 같은 거대 테크 기업들이 우리의 일상을 점점 더 편리하게 만들어주고 있지만, 그 편리함을 무기로 우리의 읽을거리와 읽는 방식을 바꿈으로서 우리의 ‘사색 가능성’을 파괴하였고, 결국 우리는 ‘생각을 빼앗긴 세계’에 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이들은 종이책을 통한 글 읽기에 몰입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한다. 깊이 있는 책읽기를 통해 주의, 기억, 연결, 추론, 분석을 거치면서 타인에 대한 공감력을 키우게 되면,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많이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과 가치관의 대립을 줄일 수 있고, 얕은 정보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디지털 편향성에서 벗어나 균형적인 사고를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의 모든 일상적인 공간 뿐 아니라, 도서관을 찾아가도 많은 디지털기기로 채워진 공간에 있게 된다. 또한 다양한 교양교육 프로그램과 메이커스페이스와 같은 새로운 도서관서비스의 제공은 우리 주변에 산재하고 있는 또 하나의 교육문화센터로 도서관을 내몰고 있다. 그렇지만, 2018년부터 도서관에 대한 대립적 관점에 대한 연구를 해오면서, 이러한 현상은 사실 이용자들의 내면적 요구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여러 다양한 부류의 도서관 이용자들과의 대화에서도, 디지털 기기가 점유하고 있는 첨단 이미지의 도서관보다는, 그리고 단순히 이용률이 높은 도서관보다는, 나만의 조용한 시간을 통해 책읽기와 학습에 집중할 수 있는 도서관에 대한 깊은 요구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도서관이 오랫동안 제공해왔던 ‘책읽기’라는 본질적인 가치가, 편리함과 효율성을 강조하며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더 강조되어야 할 가치임을 알려 준 것이며, 보다 책읽기에 편안한 도서관 공간을 우선적인 이용자 경험 가치로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우리 모두에게 도서관 공간은 책에 대한 기억과 추억의 공간이었다. 우리 도서관은 분주하고 어지러운 디지털의 파도에 둘러싸여 있지만, 누구나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리조트와 같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정말 좋겠다.
전체 보기 : 대구수성구립도서관 감성매거진 수북 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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