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론테에서 안네 프랑크까지… 미국 학교 도서 금지 약 1만 2,000건, AI가 검열 확산
미국 공립학교에서 책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가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늘었다. 네덜란드 일간지 엔아르세(NRC)는 2026년 10월 6일 문학·표현의 자유 옹호단체 펜 아메리카(PEN America)의 조사 결과를 소개하면서, 법률과 정치적 압박에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이 결합해 학교도서관의 검열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금지 조치 1만 1,982건, 서로 다른 책 7,370종에 영향
- ‘약 1만 2,000건’은 중복을 포함한 금지 조치의 수이며, 서로 다른 도서 제목의 수와 구분해야 한다.
펜 아메리카가 2026년 10월 5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2026학년도 미국 공립학교의 도서 금지 조치는 1만 1,982건이었다. 같은 책이 여러 교육구에서 제한된 경우가 포함된 수치다. 중복을 제외한 도서는 7,370종이며, 영향을 받은 작가·삽화가·번역가는 4,000명 이상이다. 금지 조치가 확인된 교육구도 114곳으로 조사 이래 가장 많았다. 따라서 NRC 제목의 ‘약 1만 2,000개 도서 제목’은 통계적으로 ‘약 1만 2,000건의 도서 금지 조치’로 읽는 것이 정확하다. 출처: 펜 아메리카 2025~2026학년도 보고서.
- 청소년 소설과 고전문학, 역사적 증언까지 제한 대상에 포함됐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샬럿 브론테(Charlotte Brontë)의 『제인 에어(Jane Eyre)』, 마거릿 애트우드(Margaret Atwood)의 『시녀 이야기(The Handmaid’s Tale)』, 안네 프랑크(Anne Frank)의 일기 등이 금지 목록에 포함됐다. 이는 미국 전역에서 해당 작품의 출판이나 판매가 금지됐다는 의미가 아니라, 특정 공립학교나 교육구에서 학생의 접근이 제한됐다는 뜻이다.
펜 아메리카의 발표에서는 패트리샤 매코믹(Patricia McCormick)의 『솔드(Sold)』가 해당 학년도에 가장 자주 금지된 책으로, 스티븐 킹(Stephen King)이 2년 연속 가장 많이 금지된 작가로 집계됐다. 출처: 펜 아메리카 발표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Getty Images), NRC 원문 게재
청소년 보호를 내세운 규정과 정치적 압박이 학교의 판단을 바꾸다
- 주정부의 법률이 도서 검토와 배제 절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펜 아메리카 보고서는 조사 대상 교육구의 72%에서 도서 금지와 주법의 연관성을 확인했다. 학교의 검토 정책이 주법을 인용하거나, 법률에 따라 구성된 위원회가 책을 심사하거나, 금지 사유에 주법이 명시된 경우다. 이 비율은 전체 금지 건수의 72%를 뜻하지 않는다. 출처: 펜 아메리카 보고서의 정치적 압박 분석.
해당 기사에 따르면 텍사스(Texas)의 2025년 법률 SB 13은 학교도서관의 신규 도서 목록을 최소 30일 동안 공개한 뒤 학교 이사회가 공개회의에서 의결하도록 한다. 부모의 참여를 확대하는 절차와 함께 자료 배제 기준이 강화되면서, 학교의 장서 구성에 대한 외부 영향력도 커졌다.
- 사서와 학교 관리자에게 가해지는 압박은 다른 지역의 도서 제거로 이어졌다.
펜 아메리카는 플로리다(Florida) 힐스버러 카운티(Hillsborough County)의 사례를 통해 확산 경로를 설명했다. 2025년 주정부 관계자들의 압박과 청문회 이후 제거된 55종의 목록이 다른 교육구로 퍼졌고, 2026년 6월에는 이 목록과 관련한 금지 조치가 최소 18개 교육구에서 165건 확인됐다. 한 지역의 판단이 다른 지역의 검토 기준으로 재사용된 것이다. 출처: 펜 아메리카 보고서의 힐스버러 사례 분석.
AI가 기존 금지 목록을 재활용하면서 검열이 확대되다
- 챗봇이 책의 내용보다 다른 교육구의 금지 이력을 근거로 제거를 권고하는 문제가 드러났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학교 관리자들이 도서를 평가하는 데 생성형 AI를 활용하면서, 과거의 금지 결정이 새로운 금지의 근거로 반복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펜 아메리카는 텍사스 독서의 자유 프로젝트(Texas Freedom to Read Project)가 확보한 공개기록을 분석해 이러한 문제를 확인했다. 개별 작품의 내용과 교육적 맥락을 검토하는 과정이 기존 금지 목록의 복제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출처: 펜 아메리카 보고서의 AI 활용 분석.
- 이번 보도에서 확인된 결과는 접근성 개선이 아니라 제한의 확대이며, 대응은 기록 공개와 독서권 옹호에 집중됐다.
펜 아메리카는 텍사스에서 8,100건 이상, 플로리다에서 3,200건 이상의 금지 조치를 집계했다. 두 주의 기록이 특히 충실한 배경에는 시민단체의 정보공개 청구가 있다. 금지의 규모를 파악하려면 제거된 책의 목록뿐 아니라 결정 사유와 검토 과정도 공개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출처: 펜 아메리카 발표 자료, 조사 보고서.
보고서는 2026년 10월 4~10일 금서 주간(Banned Books Week)에 맞춰 공개됐다. 이 캠페인은 제한된 작품과 독서의 자유를 공론화하는 활동이다. 원문과 보고서에는 이러한 대응으로 전국적인 금지 규모가 감소했다는 결과까지 제시되지는 않았다. 출처: 펜 아메리카 2026년 금서 주간 자료.
한국 도서관에도 필요한 것은 전문적 검토와 이용자의 판단 기회다
- 한국 도서관계도 외부 압력에 따른 자료 제한을 지적자유의 문제로 다루고 있다.
한국도서관협회는 2019년 개정한 도서관인 윤리선언에서 사서의 편견을 배제하고 정보접근을 저해하는 검열에 반대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또한 군포시의 역사왜곡자료 관련 조례안에 대한 성명에서는 문제 제기만으로 심의가 끝날 때까지 이용을 제한하는 절차가 반복적인 민원을 통한 접근 차단에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사례와 국내 논의는 자료에 대한 이견을 누가, 어떤 근거와 절차로 처리하는가라는 공통된 질문으로 연결된다. 출처: 한국도서관협회 도서관인 윤리선언, 군포시 조례안 관련 한국도서관협회 성명.
- 자료 선정의 기준과 이의 제기 절차를 공개하고, AI의 권고는 사람이 검증해야 한다.
이번 사례에서 도출할 수 있는 운영상의 과제는 세 가지다. 첫째, 연령 적합성과 교육적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을 문서화해야 한다. 둘째, 이의가 제기된 책은 일부 문장과 타 지역의 금지 이력에 의존하지 않고 작품 전체의 맥락을 검토해야 한다. 셋째, AI를 활용했다면 그 결과와 오류 가능성을 사서·교사 등 전문가가 확인하고 최종 판단의 근거를 남겨야 한다. 이는 미국 사례와 국내 지적자유 원칙을 바탕으로 한 제안이다. 한국도서관협회의 지적자유 가이드라인 역시 개별 도서관이 검열에 대응하는 원칙을 자체 정책에 반영하도록 권고한다. 출처: 한국도서관협회 도서관 지적자유 가이드라인.
함께 읽을 기사
- [독일] 미국 학교도서관에서 사라지는 책들… 청소년 도서 금지 확산의 배경
- [논문] 정치적 맥락에서의 도서 금지: 미국 학교의 증거
- [미국] 뉴욕시 도서관 시스템 3곳이 검열에 반대하는 이유
- [미국] 독서의 자유: 뉴욕 도서관, 도서 금지와 검열에 맞서기 위한 전국적인 행동의 날 집회 개최
- [미국] 2022년 후반 미국 학교의 금서에 관한 보고서
참조: nrc.nl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