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한 책은 어디로 갈까… 독일 콘스탄츠 도서관이 책을 선별하는 이유
소중히 모은 책을 정리할 때 도서관 기증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기증자의 애정만으로 모든 책이 도서관 서가에 들어갈 수는 없다. 독일 콘스탄츠(Konstanz)의 도서관과 고서점 사례를 다룬 쥐트쿠리어(SÜDKURIER) 기사에 따르면, 이들 기관은 공간과 인력, 자료의 최신성, 이용 수요에 따라 서로 다른 수용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기증을 전혀 받지 않는 공공도서관이 있는가 하면, 연구 가치가 있는 자료를 선별하거나 무료 나눔으로 연결하는 대학도서관도 있다.
기증을 받지 않는 도서관과 선별해서 받는 도서관
- 콘스탄츠 시립도서관은 기증 접수보다 현재 이용자에게 필요한 장서와 서비스에 집중한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콘스탄츠 시립도서관(Stadtbibliothek Konstanz)은 도서 기증을 받지 않는다. 울리케 호른(Ulrike Horn) 관장은 도서관이 기록보존기관은 아니며, 최신 장서를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곳은 인쇄도서 6만 권을 포함해 자료 8만 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마다 책 약 1만 권을 구입하고 비슷한 수량을 정리한다. 정리 대상은 심하게 닳았거나 내용이 오래되었거나 더 이상 대출되지 않는 책이다.
호른 관장은 도서관을 ‘도시의 거실’이라고 표현한다. 책을 빌리는 일뿐 아니라 행사에 참여하고 사람을 만나는 장소라는 뜻이다. 기증 도서를 검토하는 데 들어갈 직원의 시간을 이러한 서비스에 배분한다는 것이 시립도서관의 설명이다.

사진: 클라우디아 린트(Claudia Rindt)
- 대학도서관은 교육·연구 목적에 맞는 자료를 골라 기증 장서로 편입한다.
콘스탄츠 응용과학대학(HTWG Konstanz) 도서관은 기증을 받되, 모든 책을 정규 장서로 등록하지는 않는다. 대학 대변인 야나 슈미트(Jana Schmid)는 일부는 장서로 편입하고, 일부는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 교환 서가에 놓으며, 나머지는 폐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처리 방침은 기증자에게 미리 알린다.
콘스탄츠대학교 도서관(Universitätsbibliothek Konstanz)은 연구자의 유족 등이 제공하는 학술자료를 정기적으로 검토한다. 기사에서 대학 대변인 위르겐 그라프(Jürgen Graf)는 해마다 기증 도서 약 1,500권을 장서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기증 자료 가운데는 《율리시스(Ulysses)》의 초기 판본이나 대학의 문화연구 분야에 적합한 희귀 남미 문헌도 포함된다. 같은 도시 안에서도 기관의 역할에 따라 기증 정책이 달라지는 것이다.
무료로 들어오는 책에도 검토와 보관의 비용이 든다
- 기증 도서는 한 권씩 내용과 상태, 기존 장서와의 중복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콘스탄츠대학교 도서관은 인쇄도서 약 190만 권과 전자책 약 30만 권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책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 추가 기증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라프 대변인은 각각의 책을 살펴보고, 전문적인 판단을 거쳐 기존 장서와 대조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미 소장한 자료이거나 학술적 내용이 오래된 경우도 많으며, 공간의 제약 때문에 모든 제안을 수용할 수도 없다.
따라서 기증 정책을 설계할 때에는 구입비 절감뿐 아니라 검토·등록·보관에 필요한 업무량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사에 제시된 개별 검토 절차와 공간 부족 문제에서 도출되는 운영상의 과제다.
- 전문자료의 디지털 전환으로 인쇄도서의 수요와 공간 사용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콘스탄츠 응용과학대학 도서관의 전자책은 약 23만 권, 인쇄도서는 약 5만 권이다. 베른트 하네만(Bernd Hannemann) 관장은 한때 인쇄도서가 10만 권에 달했다고 설명한다. 현재 수치는 그 절반이다. 특히 기계공학과 기술 분야에서는 전자자료와 디지털 학습 플랫폼의 비중이 커졌으며, 확보된 공간은 조용한 학습과 집단 활동에 활용되고 있다.
하네만 관장은 방문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지만, 원문은 구체적인 증가율을 제시하지 않는다. 또한 그는 소설과 시 같은 문학 분야에서는 인쇄도서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본다. 이 사례를 모든 분야에서 종이책의 필요성이 줄고 있다는 주장으로 확대하기는 어렵다.

사진: 클라우디아 린트(Claudia Rindt)
장서 편입부터 나눔과 재활용까지, 책마다 다른 경로
- 도서관은 자료의 상태와 활용 가능성에 따라 기증 도서와 정리 대상 도서의 행선지를 구분한다.
콘스탄츠 시립도서관은 기존 장서에서 제외한 책 가운데 일부를 공공 책장으로 보내고, 상당수는 폐지로 처리한다. 콘스탄츠 응용과학대학 도서관은 기증 자료를 정규 장서에 편입하거나 교환 서가에서 나누는 방식도 병행한다. 정규 장서로 유지할 필요가 없는 책이라도 다른 독자가 활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콘스탄츠대학교 도서관 역시 해마다 인쇄도서 약 1만 권을 구입하고 비슷한 수량을 정리한다. 원문은 훼손, 내용의 노후화, 디지털 대체본의 존재를 정리 사유로 제시한다. 다만 재분배 수량이나 폐기 감소율은 제시하지 않아, 이러한 처리 방식의 효과를 수치로 평가할 수는 없다.
- 고서점은 책의 보존 상태뿐 아니라 실제 판매 가능성과 취급 분야를 기준으로 매입한다.
베티나 봉가르츠파처(Bettina Bongartz-Patzer)는 남편 위르겐 파처(Jürgen Patzer)와 함께 콘스탄츠에서 40년간 운영해 온 종합 고서점을 맡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하루 두 차례 정도 책을 받아줄 수 있는지 문의가 들어오며, 우선 사진을 받아 검토한다. 그가 매입 대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추산하는 비율은 약 10%다. 이는 해당 고서점 운영자의 경험에 따른 수치이며, 독일 고서점 전체의 수용률을 뜻하지 않는다.

사진: 클라우디아 린트(Claudia Rindt)
고서 코너를 함께 운영하는 서점의 플로리안 오피츠(Florian Opitz)와 카타리나 오피츠클뤼스(Katharina Opitz-Klüß)도 책을 선별한다. 음악, 지역자료, 인지학(Anthroposophie), 문학, 아동·청소년 도서 등 서점이 다루는 분야에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피츠는 수용할 수 있는 양을 바나나 운반 상자에 빗대어 설명하며, 많은 제안을 거절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더 이상 활용하기 어려운 책은 폐지로 재활용해 새로운 재료로 사용하는 방안도 제시한다.

사진: 클라우디아 린트(Claudia Rindt)
한국 도서관에도 필요한 기증 기준과 보존 판단
- 기증 전에 수용 기준과 이후의 처리 방식을 구체적으로 안내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도 기증 자료를 선별하는 기준을 공개하고 있다. 기장도서관은 미소장 신간, 대출빈도가 높은 자료, 희귀자료와 학술적 가치가 있는 자료 등을 기증 대상으로 제시한다. 반면 훼손이 심하거나 개정판이 나와 효용이 떨어진 자료, 추가 복본이 필요하지 않은 자료 등은 제외한다. 기증 자료의 처리 방법으로 장서 등록뿐 아니라 다른 기관에 재기증하거나 도서 나눔에 활용하고 폐기하는 경우도 안내한다. 이는 한 기관의 운영 기준으로, 국내 모든 도서관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기준은 아니다.
이러한 국내 안내와 콘스탄츠 응용과학대학의 사례를 참고하면, 접수 전에 도서 목록과 상태를 확인하고 장서 편입 여부 및 재기증·폐기 가능성을 설명하는 절차를 마련할 수 있다. 기증자는 자신이 내놓은 책이 어떻게 활용될지 판단할 수 있고, 도서관은 수용하기 어려운 자료가 먼저 반입되는 상황을 줄일 수 있다.
- 자료의 이용 가치와 보존 가치를 함께 검토하고, 장서 정리의 이유를 기록해야 한다.
콘스탄츠대학교가 기증받은 초기 판본과 희귀 남미 문헌은 오래된 책도 연구 목적에 따라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한국 도서관에서도 발행연도와 대출빈도 외에 지역성, 희소성, 판본의 특성, 연구 활용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는 기사의 희귀자료 수용 사례를 바탕으로 한 제안이다.
자료 정리와 내용에 대한 검열을 구분하는 일도 중요하다. 원문은 콘스탄츠의 시립도서관과 두 대학도서관이 미국의 도서 금지를 다룬 다큐멘터리 《사서들(The Librarians)》 상영과 토론을 마련한다고 덧붙인다. 이 맥락을 고려하면, 장서 정리에서는 훼손이나 내용의 노후화 같은 판단 근거를 기록하고 특정 관점이나 집단의 이야기를 배제하는 결정과 구분해야 한다. 기증을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에 더해, 필요한 책을 적절히 선별하고 보존하며 이용으로 연결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함께 읽을 기사
- [일본]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구마모토・아이 도서관에 내년 4월 개관으로 도서 2만 4천권 기증됨
- [일본] 갖고와서 나누는 제3의 장소, 거리 도서관@MUFG PARK(니시도쿄시)
- [일본] 와카야마시 츠타야 도서관, 소재 불분명한 책이 급증… 한 번에 7천권을 폐기
- [미국] 훼손된 책이 웨딩드레스로 변신한 스코츠데일 공공도서관 이벤트
- [독일] 그림형제 도서관 소장 도서 27권 발견
참조: suedkurier.de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