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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리치먼드대학교 도서관 리노베이션, 학생 성공 허브로 재탄생

2026년 09월 9일 | 공간

6600만 달러를 들여 ‘책을 보관하는 곳’에서 ‘학생 성공 허브’로 바뀐 리치먼드대학교 도서관

미국 버지니아주의 리치먼드대학교(University of Richmond)가 약 3년에 걸친 보트라이트 메모리얼 도서관(Boatwright Memorial Library) 리노베이션을 마무리했다. 총사업비는 6600만 달러(약 888억 원) 규모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오래된 시설을 새것으로 바꾸는 데 있지 않다. 장서와 열람실 중심이었던 대학도서관을 학습 지원, 협업, 연구, 문화, 휴식이 한 건물 안에서 연결되는 ‘학생 성공 인프라’로 재구성했다는 점에 있다.

리치먼드대학교 보트라이트 메모리얼 도서관 외관
리치먼드대학교 보트라이트 메모리얼 도서관. 기존 역사적 외관을 유지하면서 내부와 접근 체계를 대대적으로 재편했다. 사진: University of Richmond

도서관 전체를 다시 설계한 6600만 달러 규모의 대학 학습 인프라 투자

  • 2023년 시작된 리노베이션은 2026년 가을 학기 개강에 맞춰 완성됐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리치먼드대학교는 보트라이트 메모리얼 도서관에 총 6600만 달러(약 888억 원)를 투입했다. 사업은 2023년 시작됐으며 2025년 지상층과 지하층의 1단계 공간을 먼저 개방한 뒤, 2026년 1·2층과 학습지원 기능을 완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리치먼드대학교가 공개한 프로젝트 완료 자료에 따르면 새 공간에는 공동 학습 공간, 유연한 학습 환경, 24시간 이용 가능한 일부 학생 공간, 희귀도서·특별 컬렉션 공간, 북아트 스튜디오(Book Arts Studio), 로라 로빈스 갤러리(Lora Robins Gallery), 확장된 카페가 포함됐다.

  • 기존 15,301㎡ 규모의 도서관을 약 15,997㎡까지 확대하면서 공간 구성 자체를 바꿨다.

리치먼드대학교의 공식 리노베이션 자료에 따르면 기존 도서관 규모는 164,700ft²(약 15,301㎡)였으며, 프로젝트를 통해 7,500ft²(약 697㎡)가 추가돼 전체 면적은 172,200ft²(약 15,997㎡)로 확대됐다.

그러나 이번 사업의 중요한 변화는 약 700㎡의 면적 증가보다 기존 공간을 어떻게 다시 배분했는가에 있다. 주요 장서를 건물 하부의 지하층으로 옮기고, 학생들이 가장 자주 접근하는 상부 층을 학습과 협업 공간에 더 많이 배정했다. 이는 대학도서관의 중심 기능을 ‘자료가 있는 곳’에서 ‘학습 활동이 일어나는 곳’으로 이동시킨 공간 전략이다.

장서 중심 공간만으로는 현대 대학생의 학습 방식을 담기 어려웠다

  • 학생의 학습 방식이 개인 열람에서 협업·튜터링·디지털 제작까지 확대되면서 기존 공간 구조의 한계가 나타났다.

이번 리노베이션의 출발점은 대학생의 학습 행태 변화였다. 학생들은 하루 동안에도 혼자 집중해 읽거나 쓰는 활동, 팀 프로젝트, 튜터링, 디지털 작업, 발표 연습 등 서로 다른 유형의 활동을 오간다. 리치먼드대학교는 이를 반영해 도서관을 수직적으로 구획하는 이른바 ‘수직 캠퍼스(Vertical Campus)’ 개념을 도입했다.

대학 측 설명에 따르면 지상층에는 예술지구(Arts District), 1층에는 발견지구(Discovery District), 2층에는 집중 학습 중심의 보존지구(Conservatory District), 지하층에는 장서와 전통적 열람 기능을 담당하는 창고지구(Warehouse District)가 배치됐다. 각 층의 성격을 명확하게 구분해 소음 수준과 활동 유형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 시설 노후화도 중요한 추진 배경이었다.

공간 프로그램 변화와 함께 냉난방·환기설비(HVAC), 조명, 화재보호 설비, 화장실과 건물 접근성 등 기초 인프라도 전면 개선됐다. 외부에서는 지붕과 창호를 교체하고 기존 조적 구조 일부를 복원했다. 건물 북측에는 학생용 새로운 출입구를 설치해 캠퍼스 동선과 도서관을 직접 연결했다.

이는 대학도서관 리노베이션이 가구 교체나 인테리어 개선에 머물지 않고 장기간 사용을 위한 건축·설비 성능까지 함께 다뤄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미국의 다른 대학도서관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스톡턴대학교(Stockton University)는 1972년 개관 이후 대규모 시설 개선이 부족했던 비요크 도서관(Bjork Library)을 리노베이션하면서 냉난방 시스템, 지붕, 전원 설비와 함께 학습공간을 개선했다. 관련 내용은 도서관을 현대적인 학생 허브로 바꾸는 혁신 프로젝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보트라이트 메모리얼 도서관 공동학습 공간
개인 학습과 그룹 활동을 동시에 지원하도록 구성된 보트라이트 메모리얼 도서관의 학습 공간. 사진: University of Richmond

가장 큰 변화는 ‘웨인스타인 학습센터’를 도서관 안으로 들여온 것이다

  • 학업 지원 기능을 한 장소에 모은 캐럴·마커스 웨인스타인 학습센터가 새롭게 들어섰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주목할 변화는 캐럴·마커스 웨인스타인 학습센터(Carole and Marcus Weinstein Learning Center)의 도서관 내 통합이다. 대학 측은 그동안 분산돼 있던 전문 학습지원 서비스를 처음으로 한 장소에 모았다.

리치먼드대학교 공식 발표에 따르면 학생들은 이곳에서 학업 코칭, 과목별 튜터링, 글쓰기, 수리 능력, 기술 활용, 외국어, 발표와 스피치 등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전문 직원뿐 아니라 교육을 받은 학생 동료 학습지원 인력도 참여한다.

이는 도서관의 역할 변화에서 중요한 지점을 보여준다. 과거 대학도서관은 자료와 사서를 중심으로 학습을 간접 지원했다면, 새로운 모델에서는 도서관 자체가 학습지원센터가 된다. 다시 말해 도서관에서 책을 찾은 뒤 다른 건물로 이동해 상담이나 튜터링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료 탐색부터 글쓰기·통계·발표·기술 지원까지 하나의 공간에서 이어지는 구조다.

  • 학습 활동의 강도와 소음 수준에 따라 공간을 단계적으로 배치했다.

1층의 발견지구(Discovery District)는 사서와 웨인스타인 학습센터가 함께 위치하는 비교적 활동적인 학습 구역이다. 반면 2층은 조용한 학습과 디지털 연구에 집중하도록 구성됐다. 지하층에는 장서, 개인 열람석, 그룹스터디룸을 배치했다.

이처럼 협업 공간과 정숙 공간을 단순히 칸막이로 나누지 않고 층별로 분리한 방식은 도서관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소음 갈등을 공간 구조 자체로 조정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카페와 테라스, 갤러리까지 학습 공간으로 다시 해석했다

  • 카페는 부대시설이 아니라 학생들이 머무르는 학습·교류 공간으로 확장됐다.

기존 ‘8:15 앳 보트라이트(8:15 at Boatwright)’ 카페는 지상층으로 이전하면서 규모가 확대됐다. 이 카페는 2003년부터 운영돼 온 시설로, 오전 8시 30분 수업에 가기 전 학생들이 오전 8시 15분쯤 들르는 모습에서 이름을 얻었다.

2025년 1단계 개관 당시 대학 발표에 따르면 카페는 기존보다 크게 확대됐으며, 간단한 음료뿐 아니라 식사가 가능한 메뉴까지 추가됐다. 이는 최근 대학도서관이 장시간 체류하는 학습자를 고려해 식음과 휴식을 학습환경의 일부로 포함하는 경향과 연결된다.

  • 자연광과 외부 경관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새로운 2층 규모 아트리움과 웨스트햄프턴 호수(Westhampton Lake)를 바라보는 창, 야외 테라스가 조성됐다. 테라스에는 식재와 녹색 지붕(Green Roof)이 추가됐다.

리치먼드대학교는 2026년 1월 공개한 이용 현황 자료에서 지상층 개관 이후 학생과 교수의 협업과 만남이 증가했으며, 그룹 프로젝트와 교수 면담, 비공식적 모임 장소로 공간 이용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대학 측 담당자는 특히 개방된 공간과 자연광이 캠퍼스 구성원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리치먼드대학교 도서관의 공동학습 좌석과 전원 설비
전원과 다양한 좌석을 결합한 공동 학습 공간. 학생의 개인 작업과 소규모 협업이 한 공간에서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사진: University of Richmond

희귀자료와 갤러리를 숨겨진 공간에서 학습 자원으로 바꿨다

  • 희귀도서와 특별 컬렉션은 보존 대상에 그치지 않고 교육에 적극 활용되는 공간으로 재편됐다.

리노베이션 과정에서는 희귀도서·특별 컬렉션(Rare Books & Special Collections), 갤빈 희귀도서실(Galvin Rare Books Room), 북아트 스튜디오, 로라 로빈스 갤러리의 접근성이 함께 개선됐다.

특히 로라 로빈스 갤러리는 자연물과 문화유물, 장식미술 및 순수미술 등을 포함해 10만 점 이상의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대학은 이를 단순 전시시설로 분리하지 않고 도서관 동선과 연결함으로써 자료, 전시, 수업이 서로 결합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리치먼드대학교 자료에서도 학생들이 갤러리 전시와 수업을 통해 암석, 광물, 화석, 화폐 등 실제 자료를 학습에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변화는 디지털 자료 이용이 증가한다고 해서 실물 컬렉션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오히려 희귀자료와 실물 자료는 디지털 자료가 제공하기 어려운 직접적인 관찰과 경험을 제공하는 차별화된 학습 자원으로 다시 평가되고 있다.

대학도서관의 중심은 이제 ‘장서량’보다 ‘학생의 학습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다

  • 리치먼드대학교 사례는 도서관 리노베이션이 공간 디자인보다 학생지원 체계의 재편에 가깝다는 점을 보여준다.

보트라이트 메모리얼 도서관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예쁜 가구나 넓어진 카페가 아니다. 도서관, 학습지원센터, 기술지원, 갤러리, 희귀자료, 카페를 하나의 학습 생태계로 묶었다는 데 있다.

비슷한 변화는 다른 미국 대학에서도 확인된다. 네브래스카대학교 커니 캠퍼스(University of Nebraska at Kearney)는 약 2500만 달러를 투자해 캘빈 T. 라이언 도서관(Calvin T. Ryan Library)을 리노베이션하고, 학업상담·진로개발·장애학생 지원·튜터링 등을 제공하는 로퍼 성공 허브(Loper Success Hub)를 도서관 내부에 배치했다. 자세한 사례는 [미국] 미래형 대학 도서관의 진화: 네브래스카 대학교(UNK) 캘빈 T. 라이언 도서관 사례 분석에서 확인할 수 있다.

버지니아주의 홀린스대학교(Hollins University) 역시 윈덤 로버트슨 도서관(Wyndham Robertson Library)의 약 1,251㎡를 리노베이션하면서 튜터링, 개인학습, 기술지원과 협업 공간을 통합했다. [미국] 홀린스 대학교 도서관 리노베이션, 학습 허브로 진화한 대학도서관 사례에서도 장서 중심 도서관에서 학습지원 중심 도서관으로의 같은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 한국 대학도서관도 공간과 서비스를 별개의 사업으로 보지 않는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에서도 대학도서관은 전자자료, 연구지원, 이용자교육, 디지털 학습지원까지 역할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현재 대학도서관 관리자와 사서의 업무 역량 향상을 위한 별도의 대학도서관 담당자 직무 향상 교육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대학도서관의 역할과 기능 강화를 위한 전문 교육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국내 대학도서관 리노베이션 역시 열람석 수를 늘리거나 오래된 인테리어를 교체하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글쓰기 지원, 데이터 분석, 디지털 콘텐츠 제작, AI 활용, 학습 상담 등 학생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공간 안에서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된다.

  • 장서 공간 축소는 책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이용 빈도에 따라 공간 위계를 다시 설정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리치먼드대학교는 대부분의 장서를 지하층으로 이동시켰지만 희귀자료와 특별 컬렉션은 오히려 접근성을 높였다. 즉 모든 책을 동일한 방식으로 전시하기보다 일반 장서는 효율적으로 보관하고, 교육적 가치가 높은 자료는 이용자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위치로 끌어낸 것이다.

이는 한국 대학도서관에서도 참고할 만하다. 공간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단순히 장서를 줄이는 방식보다 이용 빈도와 교육적 가치에 따라 장서 공간을 재구성하고, 확보된 공간을 학습지원과 협업 기능에 배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도서관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이다

  • 66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는 도서관의 외형이 아니라 대학 학습지원 체계를 재구축하기 위한 투자로 해석할 수 있다.

보트라이트 메모리얼 도서관의 리노베이션은 현대 대학도서관의 변화 방향을 비교적 명확하게 보여준다. 책과 자료는 여전히 중요한 기반이지만, 그것만으로 도서관의 역할을 설명하기는 어려워지고 있다.

학생에게 중요한 것은 몇 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는가뿐 아니라 그 공간에서 조사하고, 쓰고, 토론하고, 도움을 받고, 제작하고, 쉬었다가 다시 학습할 수 있는가이다. 리치먼드대학교가 선택한 방향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결국 미래의 대학도서관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자료를 보관하는가’에서 ‘학생의 학습 과정 중 얼마나 많은 부분을 지원할 수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보트라이트 메모리얼 도서관은 그 변화를 공간과 조직, 서비스의 통합을 통해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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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richmondbizsen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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