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으로 들어온 공공도서관, 독서를 일상의 경험으로 바꾸다
- 네덜란드 하르덴베르흐(Hardenberg)의 어린이센터 더 플린더(Kindcentrum De Vlinder)가 하르덴베르흐 도서관(Bibliotheek Hardenberg)과 협력해 교내 도서관을 새롭게 열었다.
네덜란드 지역매체 De Toren에 따르면, 2026년 9월 10일 어린이센터 더 플린더에서 교내 도서관의 공식 개관 행사가 열렸다. 이 학교에는 이미 비교적 충실한 도서 컬렉션이 있었지만, 하르덴베르흐 도서관과의 협력을 통해 어린이의 연령과 읽기 수준에 맞는 책을 추가하면서 장서의 범위와 선택 가능성을 확대했다.

개관식에서는 두 명의 어린이가 직접 리본을 자르고, 하르덴베르흐 도서관의 독서상담사(Leesconsulent)가 새롭게 구성된 도서와 이용 방법을 소개했다. 이 행사는 단순히 새로운 책장을 공개하는 행사가 아니라, 학교와 공공도서관이 어린이의 독서습관을 함께 관리하는 장기 협력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네덜란드 국립도서관인 왕립도서관(KB, Koninklijke Bibliotheek)에 따르면 이러한 학교·공공도서관 협력은 전국 프로그램인 ‘학교 속 도서관(de Bibliotheek op school)’의 핵심 모델이다. 2024년 네덜란드 초등교육 단계에서 이 프로그램의 운영 장소는 전년보다 약 700곳 증가한 3,670곳에 이르렀다. 2025년에는 참여 도서관의 서비스 지역을 기준으로 일반 초등학교의 약 65%까지 프로그램이 확산됐다. 출처: 네덜란드 왕립도서관(KB), KB Annual Report 2025.
책 부족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어린이가 계속 읽게 만드는 환경이었다
- 이번 사업의 배경에는 장서 확충만으로는 지속적인 독서습관을 만들기 어렵다는 판단이 놓여 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더 플린더는 이미 “풍부한 도서 컬렉션”을 갖추고 있었다. 따라서 이번 사업의 핵심 문제는 책이 없다는 것이 아니었다. 어린이가 자신의 나이와 읽기 능력, 관심에 맞는 책을 쉽게 발견하고, 정기적으로 새로운 책을 접하며, 주변 어른으로부터 읽기를 지속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이러한 접근은 최근 네덜란드가 직면한 어린이·청소년 독서 문제와도 관련된다. 네덜란드 교육감사원(Inspectie van het Onderwijs)의 조사에서는 초등학교 졸업 단계 학생 가운데 사회생활과 후속 교육에 필요한 목표 읽기 수준인 2F에 도달한 비율이 약 50%에 그쳤다. 정부가 설정한 목표는 65%다. 또한 조사 대상 학생의 절반가량이 가정에서 하루 15분 미만으로 책을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네덜란드 교육감사원.
- 네덜란드는 독서교육을 교사만의 역할로 두지 않고 학교·도서관·가정의 공동 과제로 확대하고 있다.
네덜란드 교육감사원은 초등학생의 읽기능력 저하를 개선하려면 학교 수업뿐 아니라 가정의 독서 행동과 지역 도서관 등 외부기관의 협력이 함께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학교 속 도서관 프로그램이 ‘책을 학교에 가져다 놓는 사업’에 머물지 않고 전문 독서상담사와 학부모까지 참여시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네덜란드 왕립도서관은 학교 속 도서관의 핵심 요소를 독서환경 개선, 교사와 독서 담당자의 전문성 강화, 효과 측정을 위한 모니터링, 학교와 공공도서관의 지속적인 협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교내 도서관을 하나의 시설이 아니라 독서교육을 지원하는 서비스 체계로 본다는 뜻이다. 출처: 네덜란드 왕립도서관(KB).
책장을 늘리는 대신 ‘책을 고르고 교환하는 과정’을 프로그램으로 만들다
- 도서관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어린이가 자기 수준에 맞는 책을 반복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장서와 대출 시스템을 연결한 것이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하르덴베르흐 도서관은 연령과 읽기 수준에 맞춘 책을 추가하고, 어린이들에게 도서 예약시스템 이용법도 알려줄 계획이다. 이는 어린이가 교사가 지정하는 책만 읽는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관심과 수준에 맞는 자료를 스스로 탐색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네덜란드 왕립도서관 역시 학교 속 도서관의 기본 조건으로 ‘최신성과 다양성을 갖춘 도서 컬렉션’을 강조한다. 왕립도서관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교의 어린이들이 독서를 더 좋아하고, 더 자주 읽으며, 읽기능력도 향상되는 것으로 연구에서 나타났다고 설명한다. 네덜란드 정부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28년부터 학교 속 도서관과 북스타트(BoekStart)에 매년 5,000만 유로(약 81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출처: 네덜란드 왕립도서관(KB).

- 독서상담사가 정기적으로 학교를 방문하면서 도서관 운영을 일회성 설치사업이 아닌 지속적인 독서지원 서비스로 전환했다.
개관 이후에도 하르덴베르흐 도서관의 독서상담사는 학교를 정기적으로 방문한다. 각 학급에서는 책 소개와 독서흥미를 높이기 위한 활동이 진행되며, 어린이들은 새로운 책과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다.
이 방식의 특징은 학교에 책을 공급하고 사업을 종료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 인력이 반복적으로 개입한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왕립도서관이 제시한 학교 속 도서관 모델에서도 독서상담사와 미디어 전문가의 참여가 핵심 요소로 포함된다. 2025년 네덜란드 공공도서관과 초등학교의 협력 규모는 전년보다 약 9% 증가했으며, 청소년이 포함된 전체 18세 미만 공공도서관 회원은 240만 명을 넘어 해당 연령 인구의 약 74%에 이르렀다. 출처: 네덜란드 왕립도서관(KB).
- 매주 학급별 책 교환 시간을 정례화해 ‘도서관 방문’을 교육과정 속 반복 행동으로 만들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학교는 모든 학급을 대상으로 매주 책을 교환하는 시간을 운영한다. 독서에서 중요한 것은 많은 책을 한 번 제공하는 것보다 새로운 책을 지속적으로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다. 정기적인 책 교환은 어린이가 읽기 수준이나 관심의 변화에 맞춰 다른 책을 찾도록 만드는 일종의 독서 순환구조다.
학부모까지 도서관 운영에 참여하는 ‘학교·도서관·가정’의 협력 구조
- 저학년의 책 교환 시간에 학부모가 참여하면서 독서교육의 범위를 학교 밖 가정으로 연결했다.
더 플린더의 운영방식에서 주목할 부분은 학부모의 참여다. 특히 저학년의 주간 책 교환 시간에는 학부모가 직접 활동을 돕는다. 어린이가 학교에서 책을 고르는 과정에 보호자가 참여하면 학교에서 선택한 책이 가정 독서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네덜란드 교육감사원은 읽기능력 개선을 위해 학교뿐 아니라 가정에서의 읽기 행동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초등학생의 약 절반이 가정에서 하루 15분 미만으로 읽는다는 조사 결과를 고려하면, 학부모를 교내 독서활동에 참여시키는 것은 단순한 봉사활동을 넘어 가정 독서환경을 변화시키는 수단으로 볼 수 있다. 출처: 네덜란드 교육감사원.
학교도서관의 경쟁력은 공간보다 ‘운영의 반복성’에서 나온다
- 이번 사례는 학교도서관 개선에서 장서와 공간보다 운영 프로그램과 전문인력의 지속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의 학교도서관 개선사업은 공간 리모델링과 가구·서가 교체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더 플린더 사례에서는 공간의 대규모 변화보다 장서 구성, 전문 독서상담사 방문, 도서 예약시스템 교육, 매주 책 교환, 학부모 참여가 주요 사업 내용이다.
따라서 학교도서관 사업을 평가할 때도 단순한 장서 수나 공간 면적뿐 아니라 학생 1인당 대출 횟수, 학급별 이용 빈도, 자발적 독서시간, 재대출률, 독서 프로그램 참여율과 같은 행동지표를 함께 측정할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 학교 속 도서관 프로그램 역시 독서환경 조성과 함께 효과 측정과 모니터링을 핵심 구성요소로 두고 있다.
-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을 별개의 기관이 아니라 하나의 지역 독서생태계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
하르덴베르흐의 사례에서 공공도서관은 학교에 책을 빌려주는 외부기관이 아니다. 장서를 구성하고, 독서상담사를 파견하고, 예약시스템 이용을 교육하며, 학급 독서활동까지 지원하는 교육 파트너에 가깝다.
한국에서도 지역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의 장서·대출 시스템을 연결하고 공공도서관의 사서와 독서전문 인력이 학교를 정기적으로 지원한다면 학교마다 독립적으로 장서를 구입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소규모 학교에서는 공공도서관의 전문 인력과 장서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
- 어린이 도서관은 책의 양보다 어린이가 스스로 책을 발견하도록 만드는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
도서관디자인연구소가 소개한 해외 어린이 도서관 사례에서도 최근 어린이 도서관은 단순한 책 보관 공간에서 벗어나 독서·놀이·탐색·학습이 결합되는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 독일 에쉬바일러(Eschweiler) 공공도서관은 어린이실을 45년 만에 전면 개편하면서 약 7만 유로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약 30개의 새 서가와 어린이용 가구, 디지털 장비를 도입했으며, 학교와 유치원의 수요가 많아 일정 기간 거의 매일 최소 한 학급이 이용할 정도로 교육 프로그램이 확대됐다.
결국 더 플린더 사례가 보여주는 학교도서관의 핵심은 새 도서관을 ‘만드는 것’보다 어린이가 반복해서 책을 만나고 선택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도서관이 생활 속에서 정기적으로 이용되는 공간이 될 때 장서와 공간에 투자한 효과도 비로소 지속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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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detore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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