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도서관, 공유와 재사용을 위한 만남의 장소로 변하다
그러나 도서관의 중립성은 어디까지 지켜져야 할까?
이날 트롬쇠대학교 도서관(Universitetsbiblioteket i Tromsø)에서는 학문적 표현의 자유가 화두였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환경과 기후, 지속가능성은 도서관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연구자 에스펜 에이길 바라트두에 솔룸(Espen Eigil Barratt-Due Solum)은 이런 변화가 자연스럽다고 본다. 도서관 자체가 공유와 재사용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솔룸은 물품 대여 서비스가 지속가능한 발전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연구했다.
솔룸에 따르면 오늘날 많은 도서관은 공구와 재봉틀, 씨앗, 보드게임, 악기 등을 공유하는 장소로 기능한다.
“메이커스페이스(makerspace)가 있고, 옷 교환 행사와 수리 작업장도 열린다. 이 밖에도 공유와 재사용을 위한 여러 활동을 운영한다. 많은 도서관이 씨앗과 게임, 공구, 악기를 빌려준다.”
지역 BUA 센터에서는 스키와 야외활동 장비를 무료로 빌릴 수 있다. BUA 관계자들은 어린이의 신체활동을 늘리기 위해 활동해 왔다. 이제는 연령과 배경에 관계없이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한다고 솔룸은 설명한다.
“적십자(Røde Kors)와 ‘우리 손안의 미래(Fremtiden i våre hender)’도 자주 참여한다. BUA 센터가 있으면 자원봉사자들이 지방자치단체와 도서관과 함께 구체적이고 지속가능한 활동을 만들어낼 수 있다.”
BUA란 무엇인가?
BUA는 ‘어린이(Barn)·청소년(Unge)·활동(Aktivitet)’을 뜻한다. 이 센터에서는 스키와 야외활동 장비를 무료로 빌릴 수 있다.
이처럼 도서관에서 시작한 공유 모델은 다양한 분야로 확산됐다. 국제적으로는 이를 사물 도서관(Libraries of Things)이라고 부른다.
BUA 센터와 도서관은 함께 지속가능한 공유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
사회적·정치적 공간
지속가능성과 도서관의 연관성이 언뜻 분명하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도서관은 원래 책과 독서를 위한 곳이 아닌가?
솔룸은 수도 오슬로의 쇼우스 광장(Schous plass)에 있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오래된 공공도서관 건물을 예로 든다.
이곳에서는 1914년 문을 열었을 때부터 시민을 위한 교양 독서모임과 노동운동 관련 대중 집회가 열렸다.
“도서관 안팎의 사회적 조직 활동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책과 문학만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다양한 정치적 문제와도 연결돼 있었다. 이런 도서관의 역할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중요해졌다.”

중립적인 만남의 장소인가?
“도서관이 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요구와 여러 정책 목표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는지도 관심 있게 살펴봤다.”
도서관의 지속가능발전 활동은 2013년에 부여받은 새로운 임무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 변화로 도서관은 독립적인 만남의 장소이자 정보 전달과 공론의 장이라는 새로운 책임을 맡았다.
동시에 도서관의 중립성 원칙에도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누구에게 도서관이라는 무대에 설 기회를 줄 것인가? 논란이 있는 단체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가?
한 가지 해결책은 강한 주장을 제기하는 사람과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을 함께 초청해 토론하는 방식이었다.
“기후와 환경 문제에서 도서관은 특정 정당의 정치적 입장과 거리를 두는 전략을 취해 왔다. 기후 문제에서 사회주의좌파당(SV)이나 녹색당(MDG)의 대변인이 되려는 것은 아니다.”

스웨덴민주당, 도서관의 사회통합 활동에 문제를 제기하다
솔룸은 도서관이 자연보호와 과잉소비, 재활용처럼 현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는 방식으로 이런 문제에 대응해 왔다고 설명한다.
도서관은 환경과 기후에 친화적인 기관이라는 정체성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런 입장 역시 중립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도서관은 중립성의 의미를 의식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앞으로 기후와 환경에 대한 도서관의 참여가 지금보다 더 강한 도전을 받을 수도 있다. 이웃 국가 스웨덴에서는 스웨덴민주당(Sverigedemokraterna)이 도서관이 추진하는 사회통합 활동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여러 나라의 도서관에서는 성별과 다양성을 둘러싼 논쟁도 거세다.
“노르웨이는 재정 지원이 안정적이고 독립적인 공공도서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조건에 있다. 중립성은 도서관의 활동을 보호한다. 그러나 더 진보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을 추진할 때는 오히려 제약이 될 수도 있다.”
이상주의인가, 상품 전시장인가?
노르웨이 모든 지방자치단체의 도서관은 법률에 따라 설치와 재정 지원의 지위를 보장받는다. BUA 센터에는 같은 형태의 제도적 보장이 없다.
따라서 BUA 센터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과 정치적 지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중립성과 사회운동의 관계가 다시 쟁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일회용 소비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스포츠·여가 장비의 실제 소비량을 줄이려고 할 때 이 문제가 드러난다고 솔룸은 지적한다.
“여러 BUA 센터와 스포츠용품 판매점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업체는 자사 제품을 알리고 싶어 한다. 이 과정에서 BUA 센터가 스포츠 매장의 쇼룸(showroom) 역할을 하게 된다면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솔룸은 동시에 BUA 센터가 재사용과 재활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무료 장비 대여 덕분에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신체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얻는다.
도서관은 아이디어와 새로운 움직임을 확산한다
솔룸에 따르면 노르웨이에서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공유 서비스는 빠르게 성장했다.
솔룸은 성공의 상당 부분이 도서관이 이미 갖추고 있던 인프라에서 나왔다고 본다. 도서관과 BUA 센터가 결합하면서 지역 주민과 지역사회가 다양한 공유문화를 실천하는 핵심 거점이 됐다.
“아이디어를 서로 교환하고 해외 사례에서도 영감을 얻는다. 이용자와 자원봉사단체의 협력도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 이런 협력은 더 많은 사람의 참여를 이끌어낸다. 많은 사람은 지속가능한 소비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참여한다.”
참고문헌
에스펜 에이길 바라트두에 솔룸(Espen Eigil Barratt-Due Solum), The Sustainable Sharing Infrastructure: A sociological exploration of how Norwegian public libraries and BUA outlets contribute to sustainable development and upscaling of collaborative consumption, 노르웨이 북극대학교(UiT Norges arktisk universitet) 박사학위논문, 2026.
1. 개요
- 도서관의 대출 원리가 ‘책’에서 ‘생활에 필요한 사물’로 확대되고 있다.해당 기사에 따르면 노르웨이 공공도서관은 공구, 재봉틀, 씨앗, 보드게임, 악기 등을 빌려준다. 메이커스페이스와 수리 작업장, 의류 교환 행사도 운영한다. 이는 국제적으로 사물 도서관(Library of Things, LoT)이라 부르는 흐름과 연결된다. 도서관디자인연구소가 소개한 2024년 현황 자료는 전 세계 공식적인 사물 도서관을 약 2,000곳으로 집계한다. 출처: 도서관디자인연구소, 「사물 도서관의 2024 현황」보고서
- BUA는 도서관식 대출 모델을 스포츠와 여가 장비 영역으로 확장했다.BUA 네트워크는 스키, 자전거, 텐트, 스포츠 장비 등을 무료로 공유한다. 2025년 노르웨이 의회 자료에 따르면 BUA 네트워크에는 약 275개 장비대여센터가 참여하며, 서비스 범위는 205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에 이른다. 이는 도서관의 대출 시스템이 지역 단위의 생활 인프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출처: 노르웨이 의회(Stortinget), 2025년 5월 15일 회의록
- 도서관의 역할 확대는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포용을 동시에 다룬다.BUA는 단지 물건을 절약하기 위한 서비스가 아니다. 값비싼 스포츠와 야외활동 장비를 무료로 이용하게 하면서 경제적 조건에 따른 활동 참여 격차를 줄이는 효과도 노린다. BUA가 노르웨이 의회에 제출한 자료에서도 서비스 원칙을 ‘간단하게, 무료로, 지속가능하게’ 운영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출처: 노르웨이 의회, BUA 의견서
2. 추진 배경
- 도서관이 이미 보유한 ‘공유 인프라’를 새로운 소비 모델에 활용할 수 있다.도서관에는 회원 관리, 대출·반납, 자료 분류, 보관, 이용 안내라는 운영 체계가 이미 존재한다. 사물 도서관은 이 구조를 책이 아닌 물건으로 확장한다. 따라서 완전히 새로운 공유시설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 공공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당 기사에서 솔룸이 도서관과 BUA를 ‘지속가능한 공유 인프라’로 설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과잉소비와 저이용 물품의 개인 소유가 지속가능성 문제로 떠올랐다.공구와 캠핑 장비, 스포츠 장비처럼 사용 빈도가 낮은 제품을 개인마다 소유하면 구매 비용뿐 아니라 생산·운송·보관·폐기 부담도 커진다. 사물 도서관은 한 개의 물건을 여러 사람이 반복 이용하도록 해 소비 자체를 줄이는 방식이다. 미국 메인주의 커티스 기념 도서관(Curtis Memorial Library)은 약 1,500개 물품을 갖추고 있으며, 최근 1년 동안 3,700건 이상을 대여했다. 출처: 도서관디자인연구소, 메인주 사물도서관 사례
- 노르웨이에서는 법 개정이 도서관의 사회적 역할 확대를 뒷받침했다.노르웨이는 2013년 공공도서관법(Folkebibliotekloven)을 개정했다. 개정 조항은 2014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법 제1조는 공공도서관을 ‘독립적인 만남의 장소이자 공개적인 대화와 토론의 장’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환경과 소비, 사회통합을 다루는 활동은 전통적인 독서서비스와 완전히 분리된 일이 아니다. 법적으로 확대된 공공도서관의 역할과 연결된다. 출처: 노르웨이 공공도서관법(Lovdata)
3. 개선 사항
- 도서관 서비스가 ‘정보 접근권’에서 ‘생활자원 접근권’으로 넓어졌다.전통적인 도서관은 시민에게 지식과 정보에 대한 접근을 제공했다. 사물 도서관은 접근의 대상을 생활도구까지 확장한다. 경제적 여건 때문에 장비를 구매하기 어려운 사람도 스포츠나 야외활동, 취미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이 변화는 공공도서관을 책을 소장하는 시설보다 지역사회의 공동자원을 연결하는 플랫폼에 가깝게 만든다.
- 공유 서비스는 환경 정책과 복지 정책을 하나의 서비스로 결합한다.물건을 반복 사용하면 자원 소비와 폐기량을 줄일 수 있다. 동시에 이용자는 장비 구매비를 절약한다. 2025년 노르웨이 의회 자료에서 확인되는 BUA의 약 275개 센터와 205개 이상 지방자치단체라는 규모는 공유 모델이 소규모 실험 단계를 넘어 전국적인 사회 인프라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출처: 노르웨이 의회(Stortinget)
- 공유뿐 아니라 수리와 교환까지 서비스 범위가 확장됐다.해당 기사에 따르면 도서관은 의류 교환, 수리 작업장, 메이커스페이스 등을 함께 운영한다. 이는 제품의 사용기간을 늘리고 이용자가 직접 수리하는 능력을 키우는 방향이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도서관은 ‘빌려주는 장소’에 머물지 않는다. 빌리고, 고치고, 교환하고, 다시 사용하는 순환형 생활문화의 거점으로 발전한다.
- 민간기업과 협력할 때 이해관계 공개가 필요하다는 과제도 드러났다.해당 기사에서 솔룸은 BUA 센터와 스포츠용품 업체의 협력이 센터를 제품의 ‘쇼룸’으로 바꿀 위험을 지적한다. 공유 서비스가 신규제품 구매를 촉진하는 체험 마케팅으로 변하면 소비 절감이라는 본래 목표와 충돌한다. 따라서 기업 협찬을 받을 경우 제품 선정 기준, 협찬 여부, 교체 주기와 폐기 방식 등을 공개하는 운영 원칙이 필요하다.
4. 시사점
- 도서관의 ‘중립성’은 사회문제를 외면한다는 의미보다 특정 정치세력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해당 기사에서 솔룸은 기후 문제를 다루더라도 사회주의좌파당(SV)이나 녹색당(MDG)의 대변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한다. 노르웨이 공공도서관법 역시 도서관을 단순한 ‘중립적 공간’이 아니라 독립적인 만남의 장소로 규정한다. 따라서 독립성은 사회문제를 다루지 않는 상태가 아니다. 다양한 입장을 검토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거리를 유지하는 원칙에 가깝다. 출처: 노르웨이 공공도서관법(Lovdata)
- 한국에서도 공공도서관을 ‘지역 공동체의 플랫폼’으로 보는 정책 방향이 강화되고 있다.한국의 제4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2024~2028)은 ‘공동체 성장’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3대 핵심가치에 포함한다. 정책목표에는 ‘공동체 활력, 연대·협력 플랫폼’도 명시했다. 2025년 시행계획에는 중앙행정기관 87개 과제와 17개 시·도의 246개 과제가 포함됐으며, 관련 사업에 총 8,461억 원을 투입하도록 계획했다. 이는 한국에서도 도서관 정책이 장서와 독서서비스를 넘어 지역사회 협력 인프라를 지향한다는 근거가 된다. 출처: 문화체육관광부·국가도서관위원회, 2025년 시행계획
- 한국 공공도서관에서도 ‘Library of Things’를 독립적인 사업이 아니라 기존 대출서비스의 확장으로 접근할 수 있다.공구, 캠핑용품, 보드게임, 악기, 생활보조기기 등은 지역의 수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물품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 대출 빈도와 유지관리 비용, 파손률, 이용자 만족도, 구매 대체 효과를 함께 측정해야 한다. 미국 커티스 기념 도서관의 1,500개 물품과 연간 3,700건 이상의 대출 사례처럼 실제 이용 데이터를 축적해야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다. 출처: 도서관디자인연구소
- 한국형 모델은 ‘사물 대여+수리+학습+지역 네트워크’를 결합할 때 효과가 커질 수 있다.단순히 물건을 빌려주는 서비스만 운영하면 도서관이 무료 대여점으로 축소될 수 있다. 공구 대여와 DIY 교육, 재봉틀 대여와 의류 수선 프로그램, 캠핑장비 대여와 환경교육을 연결하는 방식이 적절하다. 메이커스페이스와 사물 도서관을 함께 운영하면 장비의 사용법을 배우고 직접 제작·수리하는 경험까지 제공할 수 있다. 이는 한국 도서관 정책이 제시한 ‘공동체 활력’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실제 서비스로 구현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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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물 도서관의 2024 현황」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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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forskning.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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