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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는 과연 1조 5,100억 원짜리 대통령도서관을 지을 수 있을까

2026년 04월 3일 | 관련 | 코멘트 0개

트럼프는 과연 1조 5,100억 원짜리 “도서관”을 지을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에 대해서는 이런 말은 해야 한다. 그는 세상을 고통스럽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웃음거리도 제공한다. 예를 들어, 트럼프가 마이애미에 짓겠다고 공개한 대통령 “도서관” 계획만큼 전 세계에 큰 비웃음을 불러온 건축 발표를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내가 도서관에 따옴표를 붙인 이유가 있다. 트럼프 자신이 “도서관이나 박물관을 짓는 것은 믿지 않는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안에 무엇을 넣을지는 직접 지시하고 싶은 듯하다. 그러나 미국의 관례는 퇴임한 대통령이 훗날 역사가들이 검토할 수 있도록 문서와 중요한 유물을 모은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는 아버지의 거대한 지성, 매력적인 성격, 널리 알려진 업적을 제대로 보여주는 일종의 도서관을 만들라고 아들 에릭 트럼프(Eric Trump)에게 맡겼다.

딱한 에릭이다. 그는 이번 주 세상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난 6개월 동안 나는 이 프로젝트에 내 마음과 영혼을 모두 쏟아부었다.” 나는 그 말을 의심하지 않는다. 족벌주의는 사람을 혹독하게 부려먹는 주인일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은 그의 노력을 조금도 자비 없이 조롱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이 도서관 계획을 북한의 김정일, 김일성 거대 동상과 비교하고, 투탕카멘(Tutankhamun)의 무덤과 비교하고, 차우셰스쿠(Nicolae Ceausescu), 프랑코(Francisco Franco), 무솔리니(Benito Mussolini) 같은 인물들이 세운 자기미화용 건축물과 비교하는 글이 넘쳐난다. 어떤 시적인 사람은 퍼시 비시 셸리(Percy Bysshe Shelley)의 독재적 오만을 그린 유명한 시 “오지만디아스(Ozymandias)”를 이렇게 패러디하기도 했다. “내 이름은 도널드, 왕 중의 왕. 강자들이여, 내 업적을 보고 절망하라!”

트럼프 대통령도서관 조감도
금색 외벽, 대통령 문장, 유리 공간 안 항공기 기수를 보여주는 트럼프 대통령도서관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트럼프 본인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도서관이나 박물관을 짓는 것을 믿지 않는다… 이 구상은 아마도 호텔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 말은 무엇을 뜻할까. 이 “도서관” 로비에 놓일 예정이라는 보잉 747(Boeing 747)을 뜻하는 것일까. 카타르 통치자들이 트럼프에게 준 4억 달러, 약 6,040억 원짜리 선물 말이다. 실제로는 트럼프가 시작한 전쟁 때문에 생긴 피해를 메우려고 그 비행기를 다시 돌려달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트럼프 본인의 거대한 금색 조각상 두 개를 뜻하는 것일까. 거기에 금도금 에스컬레이터와 거대한 금색 입구 아치까지 더해진다. 어쩌면 그 두 동상은 언제나 태양을 바라보도록 계속 회전할지도 모른다. 투르크메니스탄의 전 대통령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Saparmurat Niyazov)가 세운 악명 높은 자기 금동상처럼 말이다.

아니면 이 47층 타워 꼭대기에서 빛날 거대한 TRUMP 간판을 뜻하는 것일까. 그래서 마이애미 시민들이 고개를 들 때마다 대통령의 이름과 유산을 늘 바라보게 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건물 대부분이 실제로는 고급 호텔과 펜트하우스 스위트룸이 될 것이라는 점을 뜻하는 것일까. 그리하여 대통령의 공적 책임과 부동산 개발업자로서의 노골적 이익 추구를 트럼프가 전혀 구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일까. 또는 같은 맥락에서, 이 사업 자금의 상당 부분이 트럼프가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을 끝내기 위해 미디어 기업들로부터 은밀히 흘러들어온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뜻하는 것일까. 누가 알겠는가. 머지않아 BBC도 그 대열에 합류해야 할지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도서관 내부 조감도
계획안에는 로비에 에어포스 원(Air Force One) 제트기가 들어가 있다.

어쨌든 이 거대한, 촌스럽고, 자기애에 찬 프로젝트에는 10억 달러, 약 1조 5,100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돌리 파튼(Dolly Parton)이 다른 맥락에서 했던 말처럼, “이렇게 싸구려처럼 보이기 위해서는 엄청난 돈이 든다.” 이 경우에는 싸구려로 보이는 수준을 넘어, 노골적으로 불길하다.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의 한 기자는 이 도서관 시각화 이미지 속 건물에 그려진 미국 국기가 보통의 50개 별이 아니라 56개 별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계산 실수일까. 아니면 트럼프가 퇴임할 때쯤이면 그린란드(Greenland), 캐나다(Canada), 쿠바(Cuba), 그리고 몇몇 다른 나라를 미국에 억지로 편입시킬 수 있다고 기대한다는 신호일까. 음모론자들은 신이 났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트럼프는 자신의 대통령도서관이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뿐 아니라, 현재와 과거를 통틀어 다른 어떤 국가 지도자가 세운 것보다도 더 크고, 더 요란하고, 더 번쩍이기를 바란다. 다만 나는 그가 자신이 맞서야 할 상대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막강한 권력을 쥔 통치자들이 자신을 찬양하려고 세운 믿기 어려울 만큼 저급한 궁전들의 경쟁은 실로 만만치 않다. 피터 요크(Peter York)의 냉소적 개요서 “독재자 스타일: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전제군주들의 생활 방식(Dictator Style: Lifestyles of the World’s Most Colorful Despots)”은 이 영역을 소름 끼치도록 자세하게 훑는다. 사담 후세인(Saddam Hussein)의 65개 궁전에 있던 자개 화장지 걸이부터,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독재자 장 베델 보카사(Jean-Bedel Bokassa)가 주문한 높이 약 2.1미터의 금도금 독수리 왕좌, 그리고 차우셰스쿠의 표범 무늬 벽지와 코끼리만 한 샹들리에까지 등장한다.

그러나 요크는 2006년에 그 책을 썼다. 그는 그 뒤에 무엇이 올지 알지 못했다. 흑해(Black Sea) 옆에 세워진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의 괴물 같은 모조 이탈리아 궁전 말이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2021년, 그리고 감옥에서 사망하기 3년 전, 용감한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Alexei Navalny)가 그 거대한 초요새형 “은신처”의 실체를 폭로하는 다큐멘터리를 내놓기 전까지는 말이다. 영국 더비(Derby)만 한 면적에 13억 달러( 약 1조 9,626억 원)가 들었다고 알려진 그곳에는 카지노와 “수중 디스코장”부터 치료용 진흙 요법실까지 온갖 여가 시설이 들어섰고, 내부는 1980년대 라스베이거스(Las Vegas)를 떠올리게 하는 가짜 고전식 기둥으로 도배돼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도서관 야간 외관
도서관 외벽에는 트럼프 얼굴 이미지도 들어가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 특별한 장소가 엄청나게 과장된 규모로 설계됐음에도, 실제 시공 수준은 전형적인 소련식 보급형에 가까웠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곳곳에서 물이 새고, 여기저기 무너져내리고 있다고 전해진다. 에릭이 충성스럽게 말한 표현을 빌리자면, “놀라운 사람, 놀라운 개발업자, 그리고 우리 나라가 가진 가장 위대한 대통령”인 트럼프라면 적어도 발할라(Valhalla)의 조금 더 튼튼한 버전 정도는 세울 만한 건설업자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지어지기는 할까. 같은 주에 나온 다른 소식을 보자. 연방 판사는 트럼프의 또 다른 대형 대통령 건축 사업, 즉 백악관에 새로 짓겠다는 거대한 연회장이 의회 승인 없이는 진행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 승인도 쉽게 나올 것 같지 않다. 트럼프가 아무 허가도 받지 않고 오래된 이스트윙(East Wing)을 그냥 철거해 버린 데 대해 공화당 내부에서도 분노가 나오고 있다.

흐름이 바뀌고 있는 듯하다. 앞으로는 트럼프가 이런 허영 사업을 예전처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한때 이스트윙이 있던 자리는 지금처럼 커다랗고 텅 빈 구멍으로 남을 수 있다. 그것 역시 오지만디아스식 상징성을 띤다.


참조: the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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