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 레슬리(Terri Lesley)는 와이오밍주 질레트(Gillette) 당국이 자신에게 검열 요구를 따르라고 압박했으며,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해고됐다고 말했다.
사서 테리 레슬리(Terri Lesley)는 와이오밍주 북동부의 보수적인 석탄 도시 질레트(Gillette) 공공도서관의 서가에 논란이 된 책들을 지키기 위해 “순수한 지옥 같은” 몇 년을 견뎠다고 말했다.
해고된 뒤에도 레슬리는 2년 동안 싸움을 이어갔다. 그녀는 공공 당국이 검열 요구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신을 부당하게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협박을 받았고, 다른 도서관 일자리를 찾지 못했으며, 극심한 스트레스로 불면증과 탈모를 겪었다.
이제 62세가 된 레슬리의 법적 싸움은 끝이 났다. 지난 수요일, 캠벨 카운티 공공도서관 시스템(Campbell County Public Library System)에서 27년 동안 근무하고, 그중 11년을 관장으로 일한 레슬리는 캠벨 카운티와 도서관 이사회, 그리고 여러 관계자를 상대로 제기한 연방법원 소송을 70만 달러(약 9억 8천만 원)에 합의했다.
그녀는 지난 4월 와이오밍 연방지방법원에 제출한 78쪽 분량의 소장에서, 이들이 인종과 LGBTQ+ 관련 도서를 도서관에서 제거하도록 자신을 괴롭히고 압박하는 장기적인 캠페인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레슬리가 이를 거부하자 결국 해고됐고, 그로 인해 이번 소송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레슬리는 목요일 인터뷰에서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하고, 다른 사서들에게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막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나서지 않으면 이런 일이 계속될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캠벨 카운티 공공도서관 이사회와 카운티 행정위원회는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캠벨 카운티 행정관 크리스틴 영(Kristin Young)은 카운티 보험사를 대리하는 변호사들의 입장을 전달했는데, 변호사들은 “재판으로 인한 비용을 피하기 위해 합의했다”고 밝혔다.
법원에 제출된 서류에서 변호사들은 레슬리의 주장을 부인했다. 그녀가 헌법상 보호되는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것이 아니라, “업무 수행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레슬리의 소송을 “사실, 허구, 자기 찬양, 영웅담이 뒤섞인 부적절한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캠벨 카운티의 논란은 전국적으로 확산된 공공도서관 내 콘텐츠 검열 움직임 속에서 벌어졌다. 특히 아동 대상 자료나 인종, 성별, 성 정체성과 관련된 자료가 주된 표적이 됐다. 미국도서관협회(American Library Association)에 따르면, 도서를 제거하거나 접근을 제한하려는 ‘도서 이의 제기(book challenge)’ 건수는 수년간 거의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2021년에는 1,300% 급증해 3,900건을 넘었고, 이후 2년간 계속 증가해 2023년에는 9,000건 이상을 기록했다. 이후 지난해에는 약 5,800건으로 감소했다.
같은 시기 학교 도서관들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이에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비영리 단체 펜 아메리카(PEN America)는 미국 내 도서 검열이 “만연하고 보편적이며”, “현대사에서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이 단체는 수요일 보도자료에서 “1950년대 매카시즘(McCarthyism) 시절의 ‘레드 스케어(Red Scare)’ 이후 이처럼 학교에서 검열이 깊숙이 뿌리내린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는 반공(反共) 광풍이 극도로 심화된 시기를 가리킨다.
펜 아메리카의 ‘읽을 자유(Freedom to Read)’ 프로그램 책임자 케이시 미한(Kasey Meehan)은 지난해 도서 이의 제기 건수가 감소한 것이 실제 검열 움직임의 약화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열 방식이 더욱 은밀하고 추적하기 어렵게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주민들이 지방 당국에 이미 서가에 비치된 책의 금지나 접근 제한을 요구하면서 도서 이의 제기 건수가 급증했다. 그러나 이제는 학교, 교육구, 시, 주(州) 차원에서 법과 정책이 시행되면서 사서들이 ‘상부의 압력’을 받고 있다. 이러한 정책에는 특정 도서를 처음부터 구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비구입 목록(don’t buy list)’도 포함돼 있다. 이 경우 공식적인 이의 제기 절차가 생략돼, 펜 아메리카의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다.
케이시 미한(Kasey Meehan)은 “학교 사서들이 느끼는 압력은 여러 방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가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테리 레슬리(Terri Lesley)의 소장에 따르면, 캠벨 카운티(Campbell County)는 2021년 미국 전역을 휩쓴 ‘도서 금지 열풍(book-banning craze)’의 첫 물결에 포함돼 있었다. 당시 일부 주민들이 카운티 행정위원과 도서관 이사회 위원들에게 LGBTQ+ 관련 내용을 담은 청소년 및 아동 도서를 검열하라고 요구했다.
비판자들은 『이 책은 게이다(This Book Is Gay)』, 『내 생각이 아니야: 백인성에 관한 책(Not My Idea: A Book About Whiteness)』 등의 도서를 외설적이거나 음란하고, 인종차별적이라고 주장했다. 레슬리가 이러한 책을 청소년·아동 코너에서 옮기거나 도서관에서 완전히 제거하라는 압력에 저항하자, 이들은 약 2년에 걸쳐 그녀를 표적으로 삼았다. 협박과 함께 범죄 행위 및 아동 위험 방조 혐의까지 씌웠다고 소장은 밝혔다.
레슬리를 보호하기는커녕, 두 명의 카운티 행정위원과 네 명의 도서관 이사회 위원은 오히려 이 “공포와 증오의 캠페인”에 동참했다고 한다. 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LGBTQ+ 인사들을 소외시키고, 그들을 “위험하고 비정상적이며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로, 목소리를 억눌러야 한다”는 혐오적 이념을 확산시켰다.
그 후 2년 동안 레슬리는 LGBTQ+ 주제를 다룬 다양한 도서를 제거하거나 접근을 제한하려는 시도에 계속 맞섰다. 그녀는 도서관 이사회 회의에서 이런 행위는 검열에 해당하며, 수정헌법 제1조(언론·표현의 자유)를 위반한다고 밝혔다. 소장에 따르면, 여러 변호사도 이 해석에 동의했고, 이사회 위원들과 카운티 행정위원들에게 같은 의견을 전달했다.
레슬리의 소장에 따르면, 한 도서관 이사회 회의에서 그녀를 비난하던 인물 중 한 명은 “[캠벨 카운티 공공도서관(Campbell County Public Library)]은 미성년자의 성행위를 고의로 조장하고 있다. 그것은 범죄다”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었다.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2022년 3월 미국도서관협회(American Library Association)는 레슬리가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개인적 용기와 지적 자유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존 필립 임로스 메모리얼 어워드(John Phillip Immroth Memorial Award)를 수상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 이후 5개월 동안, 캠벨 카운티 행정위원들은 도서관 이사회 위원 5명 중 4명을 LGBTQ+ 관련 도서를 제한하거나 제거하는 데 더 적극적인 인물들로 교체했다. 그리고 2023년 7월, 도서관 이사회는 레슬리의 해임을 의결했다.
소장에는 “그들의 행동은 레슬리의 직업적·개인적 삶을 무너뜨렸을 뿐 아니라, 도서관 시스템의 근본적인 사명을 훼손했고 지역사회 전체에도 피해를 입혔다.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레슬리는 지금도 그 여파로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해고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관련 분야에서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질레트(Gillette)에서 살아온 그녀는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용자와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되는 원격 도서관 업무를 찾아봤지만, 그마저도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레슬리는 큰 대가를 치렀지만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을 지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번 70만 달러(약 9억 8천만 원)의 합의금이, 자신이 카운티에서 1년 동안 받은 급여의 다섯 배가 넘는 금액이라는 점에서, 다른 지역의 공직자들이 도서관 서가에 어떤 책이 놓일지 간섭하려는 행동을 멈추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면, 아마 같은 길을 가려던 사람들도 다시 생각하게 되겠죠.” 잠시 말을 멈춘 레슬리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게 제가 바라는 일입니다.”
출처 : washingtonp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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