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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침술로 다시 쓰는 아시아의 도서관 혁신

2025년 09월 9일 | 도서관공간연구

급속한 도시화와 제한된 자원 속에서 아시아 도서관은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 왔다. 인도네시아의 컨테이너 도서관처럼 소규모·모듈형 도서관 설립은 실제 필요에 대응하며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한다. 반대로 서울 코엑스몰의 스타필드 도서관은 대규모 사례임에도 레르너(Jaime Lerner)의 ‘도시 침술’ 이론을 입증하며, 문화 인프라가 경제와 사회적 결속을 이끌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도서관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소득이나 연령, 디지털 격차와 무관하게 모두를 환영하는 포용적 공간으로 기능한다. 이는 아시아 도시에서 흔히 나타나는 사회적 단절을 치유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새로운 도서관의 적절한 설립은 도시의 물리적 재생뿐 아니라 사회적 회복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문화 인프라의 전략적 가치가 크다. 규모보다 적절한 위치와 지역 참여가 관건이며, 이는 도시의 미래를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으로 만드는 핵심 열쇠라 할 수 있다.

한방에서 침술은 인체 전체의 치유를 촉진하기 위해 특정 부위에 침을 놓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도시계획가 하이메 레르너(Jaime Lerner)의 개념도 이와 유사하게, 특정한 건축적 개입을 통해 도시를 되살리는 방식으로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특히 도서관은 단순한 개입을 통해 지역 사회에 사회적·문화적·경제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필요는 혁신을 이끈다. 급속한 도시화와 제한된 공공 재원, 그리고 다양한 지리적·문화적 맥락은 건축가와 지역 사회가 전통적인 도서관 모델을 넘어서는 사고를 하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지역 사회의 흐름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는 새로운 유형의 도서관 개입이 등장했다.

여담재도서관 / Emer-sys. Image © 경섭신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 아시아-오세아니아 지부 의장 소 린 리(Soh Lin Li)는 아시아 도서관들이 지역적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봉사와 접근 방식을 개척했다고 지적한다. 아시아 전역에서 도서관은 기존의 틀을 깨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동 차량이 섬을 누비며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국에서는 이야기 로봇이 문학을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전달한다. 과거 도서관이 웅장한 시민 기념비로 자리하던 시절과 달리, 오늘날의 도서관은 지역의 요구에 유연하게 맞추며 가장 효과적인 지점에 자리함으로써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컨테이너 도서관

인도네시아 바투에 위치한 아민 도서관(Amin Library)은 디파빌리온 아키텍츠(DPavilion Architects)가 설계했으며, 재활용한 선적용 컨테이너 8개를 활용해 지역 사회 도서관으로 탈바꿈했다. 각 컨테이너의 비용은 약 820달러(한화 약 110만 원)에 불과하다. 컨테이너는 중앙 코어에서 다채로운 꽃잎처럼 뻗어 나가며, 기둥 위에 올려져 아래쪽에 그늘진 모임 공간을 만든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열대 기후에 맞춘 설계로, 햇빛과 비를 동시에 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송도국제도시 도서관 (설계 공모 출품작 중의 하나). 이미지 제공: aoe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모듈형 구조에 있다. 광범위한 인허가 절차와 막대한 초기 자본이 필요한 전통적인 도서관과 달리, 선적용 컨테이너 방식을 활용하면 재원이 확보되는 대로 점진적으로 건설할 수 있었다. 각 컨테이너는 특정 기능을 담당하며, 선명한 원색으로 칠해져 아이들이 공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동시에 지역 사회의 투자 의지를 건축적으로 뚜렷하게 보여준다.

그 결과 도서관이 만들어내는 유동 인구를 보고 인근에 상인들이 자리를 잡았다. 주변 지역의 부동산 가치는 소폭 상승했고, 이는 문화 인프라가 경제 발전을 이끌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모델은 인도네시아 전역의 이동 도서관 네트워크에도 영감을 주었다. 자원봉사자들은 공공 도서관이 없는 지역을 찾아 무료로 책을 나누어 주며, 배, 오토바이, 말, 심지어 도보로도 이동해 외딴 마을에 도달한다.

나스시오바라 시립도서관 / 마리 이토 + UAo. 이미지 © 다이치 아노

서울의 쇼핑몰 재생

침술처럼 작용하는 대부분의 도서관이 소규모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반면, 서울의 스타필드 도서관(Starfield Library, 코엑스몰 COEX Mall)은 이 원리가 대규모에서도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곳은 2,800제곱미터 규모에 1만3천 미터 높이의 서가에 5만 권의 책을 보관하고 있어 전통적인 도시 침술의 크기와는 다르지만, 도서관의 설치가 이 지역 전체의 정체성과 기능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입증한다.

스타필드 도서관은 2017년 5월 개관과 동시에 침체된 쇼핑 중심지였던 코엑스몰을 서울의 새로운 문화 중심지로 바꿔놓았다. 이 도서관은 대규모 쇼핑몰 리노베이션 과정에서 이루어진 ‘침술’개입으로, 활용도가 낮던 공간을 활성화시켰다. 그 결과 지식과 여가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시아에서 가장 분주한 비즈니스 지구 한복판에서 전혀 새로운 사회적 연결과 경제 활동의 패턴을 만들어냈다.

경제적 파급 효과는 특정 인프라개입이 도시 재생을 촉발한다는 레르너(Jaime Lerner)의 이론을 입증한다. 코엑스몰 전역의 상점, 음식점, 노점상은 도서관으로 유입된 방문객 증가로 직접적인 혜택을 보았다. 이 개입은 독립형 쇼핑몰이나 서점이 끌어들이기 어려운 지속적인 인파를 만들어냈고, 문화 프로그램이 강력한 경제 개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특히 아시아 맥락에서 이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 중 하나인 서울에서 도시적 고립과 사회적 단절 문제를 해소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도시 침술에서 중요한 것은 규모보다 전략적 위치다. 개입은 교통의 요지, 시장, 커뮤니티 센터처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장소에 계획된다. 이는 기존 도시 조건과 충돌하기보다 그것을 활용하며, 선적용 컨테이너나 공중전화 부스 같은 익숙한 요소를 적응형 재사용으로 전환한다. 점진적 개발을 통한 지역 사회의 주도권은 이러한 프로젝트가 가정된 요구가 아니라 실제 필요에 부응하도록 보장한다.

여담재 도서관 / Emer-sys. 이미지 © 신경섭

도서관은 현대 사회가 간절히 원하는 시민적 중심축이 될 수 있다. 책으로 가득한 이 공동체 공간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선 역할을 한다. 도서관은 소득, 연령, 주거 형태, 디지털 활용 능력과 관계없이 누구나 환영하며, 경제적 기회를 기반으로 한 포용적 장소 만들기의 모델을 제시한다. 급속한 개발로 인해 전통적인 공동체 구조가 쉽게 분절되는 아시아의 맥락에서 도서관은 사회적 결속과 문화적 연속성을 이어주는 결절점으로 기능한다.

정확히 놓인 바늘이 공동체 스스로의 재생력과 도시 치유 능력을 활성화하듯, 도시 침술은 아시아에 재현 가능한 공동체 주도형 개발 모델을 제시한다. 이는 빠른 도시화 속도와 끊임없이 변화하는 지역적 요구에 부합한다. 적절한 손에 맡겨진다면, 가장 작은 공간도 도시 공동체를 치유하는 가장 큰 가능성을 품을 수 있다.


출처 : www.arch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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