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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책 읽는 도시”에서 책이 맞은 슬픈 운명

2025년 08월 17일 | 관련

정말이지 오늘은 책들이 바람을 쐬는 날이 된 듯하다. 이탈리아 곳곳에서 길거리 도서관을 겨냥한 파괴 행위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책들이 잠시 머물거나 교환되기를 기다리며 놓여 있는 그곳에서 훼손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목격담은 이런 파괴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하며,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전해진다.

어떤 상징도 한 번의 행위로 무너질 수 있다. 이번 경우는 ‘함께 읽기’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칼라브리아(Tre Calabria) 트레비사체(Trebisacce) 해변 산책로에 자리 잡은 작지만 소중한 ‘카세타 데이 리브리(casetta dei libri)’가 황당한 공격을 받았다. 파괴자는 찾아와 구조물을 훼손했지만, 책 한 권도 가져가지 않은 채 사라졌다. 많은 여름 여행객이 오가는 그곳에서 아무도 보지 못했다는 사실은 무심함을 드러내는 씁쓸한 풍경이었다.

한편 베네토(Veneto) 지방의 작은 마을 폰테키오 폴레시네(Pontecchio Polesine)에서는 ‘카사 델 리브로(Casa del Libro)’라 불리는 노천 도서관이 엉망으로 파괴됐다. 문짝은 뜯겨 나갔고, 책들은 마치 하찮게 버려진 물건처럼 바닥에 뒤엉켜 흩어져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며, 단순히 스릴을 찾는 청소년들의 소행이거나 더 나쁘게는 무책임함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또 한 번의 사건이 일어났다.

나폴리 북쪽 30킬로미터에 위치한 카세르타(Caserta)에서는 ‘책 읽는 도시(Città che Legge)’라는 이름을 달고 독서 문화를 상징적으로 알리고 있다. 그러나 그곳에서 책들이 뜯겨 나가 버려지고, 길바닥에 나뒹구는 일이 벌어졌다. 공공장소에서 책을 나누기 위해 마련된 섬세한 작은 상자 ‘카세타 데이 리브리(casetta dei libri)’는 순식간에 파괴된 현장으로 변했다.

카세르타뉴스(CasertaNews)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 공간에는 레오나르도 샤샤(Leonardo Sciascia)의 소설 《부엉이의 날(Il giorno della Civetta)》, 대통령 레오네(Leone)의 전기 등 중요한 작품들이 담겨 있었으며, 자유롭게 문화를 확산시키려는 취지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 책들은 찢기고 흩날리며 쓰레기처럼 버려졌다. 분노한 시민 일부가 책을 지키고 되살리려 애썼지만 끝내 막을 수 없었다.

더 황당한 점은 따로 있다. 카세르타(Caserta)는 최근 ‘책 읽는 도시(Ville qui lit)’라는 지위에 따라 문화부로부터 4만1천 유로의 보조금을 받았다. 이 예산은 독서 문화를 강화하기 위한 사업에 쓰이도록 마련된 것이었다. 독서 전용 벤치, 북크로싱(bookcrossing) 프로그램, 그리고 바로 이 ‘카세타 데이 리브리(casetta dei libri)’ 같은 프로젝트가 그 대상이었다.

문화적 야망과 타락 사이

세심하게 정비된 공원 한가운데, 문화도시라는 이름을 자랑스럽게 단 도시에서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이해할 수 없는 야만적인 행위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책들이 뜯겨 나가 길바닥에 버려졌고, 누구의 눈길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됐다. 그러나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그 존재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로터리클럽(Rotary Club)이나 지역 단체가 운영하는 북크로싱(bookcrossing) 프로젝트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원칙 위에 세워져 있다. 책 한 권을 두고 다른 한 권을 가져가며, 그렇게 독서의 즐거움을 순환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유조차 알 수 없는 무례한 행위가 이 자유로운 공유의 철학을 정면으로 가로막고 있다.

지역사회에 대한 공격인가?

이것은 단순히 나무 상자가 부서진 사건이 아니다. 공동체의 끈이 끊어진 것이다. 세대와 세대, 거리와 거리, 서로 나누던 이야기들을 이어주던 통로가 막혀버린 셈이다. 이유는 알 수 없다. 지루함 때문일까, 차가운 도발일까. 다만 분명한 것은 자원봉사자, 가족, 지역 단체들이 이 상자를 삶의 공간이자, 어린이와 어른을 잇는 독서의 다리로 여겨왔다는 사실이다.

카세르타(Caserta)에서는 이 모순이 더욱 뼈아프다. 문화에 투자하고, 공간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성대하게 문을 열었는데, 곧장 사회적 가치를 짓밟는 씁쓸한 잔해와 마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그냥 넘길 수는 없다. 독서의 모범 도시를 자처하는 곳에서 책 나눔의 공간이 문학의 쓰레기장으로 변하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 이번 일은 두 가지를 일깨운다. 이유 없는 파괴 행위의 죄책감, 그리고 공유 문화 공간을 지켜야 할 우리의 공동 책임이다.

작은 이탈리아 도시에서는 이런 물음이 나온다. 그 상자를 다시 고칠 수 있지 않을까. 뜯겨 나간 책 한 권이 오히려 더 강한 경각심과 시민적 참여를 불러오지 않을까. 구겨진 표지 한 장 뒤에는 언제나 작가가 빚어낸 세계가 숨어 있다. 그것은 분명히 지켜내야 할, 우리 모두의 공유된 세계다.


출처 : actualit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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