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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서는 공감을 키운다”: 미국 도서관을 살린 사례

2025년 03월 31일 | 도서관일반

미국은 기능적으로나 철학적으로나 그 어느 때보다 도서관과 같은 ‘제3의 장소’가 필요하다.

미국도서관협회(American Library Association)는 1939년 6월 19일, 나치 독일에서 벌어진 책 소각에 대응하기 위해 ‘도서관 권리장전(Bill of Rights)’을 채택했다. 다큐멘터리 《Free for All: The Public Library》에서 감독이자 내레이터인 돈 록스던(Dawn Logsdon)은 이러한 참혹한 사건이 미국의 사서들로 하여금 도서관의 통합적 원칙을 하나의 문서로 정리하도록 영감을 주었다고 설명한다.

이 권리장전은 이후 수십 년 동안 일곱 개 조항이 여러 방식으로 수정되고 해석되어 왔지만, 오늘날에도 도서관 사서들의 신념과 활동을 이끄는 핵심 지침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원칙은 바로 검열에 반대하는 자세다.

제1조는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다. “도서 및 기타 도서관 자료는 도서관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사회의 모든 사람들의 관심, 정보, 계몽을 위해 제공되어야 한다. 창작자들의 출신, 배경 또는 견해를 이유로 자료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

 “공공도서관의 역사에서 정말 아름다운 점은, 그것이 미국의 이상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지속적인 여정이라는 데 있다.”

이러한 이해는 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도서관 시스템을 위협하고 있는지를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공공도서관의 역사에서 정말 아름다운 점은, 그것이 미국의 이상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지속적인 여정이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건 진짜 치열한 투쟁이에요.” 감독 돈 록스던(Dawn Logsdon)은 미국 매체 <살롱(Salo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도서관이 처음부터 모두에게 자유롭고 평등하며 환영받는 공간으로 출발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았어요.”

기자가 록스던 감독과 다큐멘터리 《Free For All》의 프로듀서이자 공동 감독인 루시 폴크너(Lucie Faulknor)를 인터뷰했을 당시, 이들은 보스턴 공공도서관에서 상영회를 열기 위해 현지에 머물고 있었다. 이 상영은 뉴욕, 필라델피아, 워싱턴 D.C. 등을 포함한 커뮤니티 순회 투어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투어는 오는 4월 말 PBS 프로그램 《Independent Lens》를 통한 공식 방영에 앞선 예고편 격인 행사지만,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지금 이 시기에 특히 절박하게 다가온다.

3월 14일,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연방 관료주의 지속적 축소(Continuing the Reduction of the Federal Bureaucracy)”라는 제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명령은 여러 연방 정부 기관을 “적용 가능한 법률의 범위 내에서 최대한 폐지”할 것을 요구하며, 여기에는 박물관 및 도서관서비스연구소(Institute of Museum and Library Services, 이하 IMLS)도 포함되어 있다.

미국도서관협회(American Library Association)에 따르면, IMLS는 미국 50개 주와 자치령 전역에서 12만 5천 개에 달하는 공공, 학교, 학술, 전문 도서관 및 박물관을 지원하는 독립적인 연방 기관이다. 이 기관은 주 정부에 대한 연방 보조금과 개별 도서관 기관에 대한 재량 보조금을 모두 관장하며, 다큐멘터리 《Free for All》의 제작 또한 이 기관의 주요 지원을 통해 가능했다.

도서관은 문화에 대한 민주적 접근, 지역사회의 전문 지식, 역사에 대한 다양한 시각, 그리고 지식의 확장을 위한 도구들이 만나는 중심지다. 동시에 도서관은 사회적 약자들의 모임 장소이고 안전한 공간이기도 하다.

비영리 도서관 옹호 단체 EveryLibrary의 설립자이자 책임자인 존 크라스트카(John Chrastka)는 이렇게 말한다. “도서관의 지도자들이나 이사회, 그리고 오늘날의 사서들은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표현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제한하거나 규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단지 모두가 그것에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에 관심이 있을 뿐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전국의 도서관을 말라죽게 만들려 하거나, 거의 그런 것에 가까운 상태로 몰아가려는 것이 아닐까.

“제2조: 도서관은 현재와 과거의 이슈들에 대한 모든 관점을 제시하는 자료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자료는 당파적이거나 교리적인 반대로 인해 금지되거나 제거되어서는 안 된다.”

인터넷 이전 시대에 성장한 사람이라면, 지역 도서관이 자신의 성장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도서관은 문화에 대한 민주적 접근, 지역사회의 전문 지식, 역사에 대한 다양한 시각, 그리고 지식을 확장시키는 도구들이 만나는 중심지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성인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들은 자신이 지역 도서관을 수년 동안 방문한 적이 없다고 말하곤 한다. 어떤 이들은 한 번도 간 적이 없다고도 한다. 트럼프 행정부와 극우 성향의 동조자들에게 도서관은 충분히 애국적이지 못한 공간으로 비춰진다. ‘Moms for Liberty’와 같은 극단주의 단체는 도서관이 “부적절한” 자료에 접근하게 함으로써 아이들을 극좌 이념으로 세뇌한다고 주장한다.

보다 흔한 시각은,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이제 도서관이 필요 없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지역 도서관의 역할이 단순히 책을 대여해 주는 것에만 그친다는 잘못된 전제에 기반하고 있다.

사실 지역 도서관에서는 영화나 최신 음악 앨범을 대여할 수도 있고, 박물관 무료 입장권을 신청할 수도 있다. 많은 도서관에서는 도구나 가정용 물품까지 대여해 주기도 한다. 또한 영어 수업을 제공하고, 시민권 취득을 위한 자료를 제공하며,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도 이뤄진다. 일부 도서관에서는 세무 전문가와의 상담 세션도 열리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공립 도서관 프레시디오(Presidio) 분관에서 셀프 체크아웃을 하는 아이들(Lucie Faulknor)

도서관은 지역사회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인터넷 접속 공간일 수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사실상 유일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

미국도서관협회(ALA)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도서관에는 매년 12억 건 이상의 방문이 이루어지며, 이들 중에는 홈스쿨을 하는 가정들이 가장 열성적인 이용자층 중 하나다.

다큐멘터리 《Free for All》에서 록스던(Logsdon)과 폴크너(Faulknor)가 소개한 인물 중 한 명은 위스콘신 주 시모어(Seymour)의 주민 레베카 커치버그(Rebecca Kirchberg)다. 촬영 당시 그녀는 14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고 또 한 명을 임신 중이었다. 그녀가 사는 소도시의 지역 도서관은 자녀들의 교육에 있어 필수적인 공간이다.

영화에서 커치버그는 도서관 서가를 둘러보는 자녀들과 함께 등장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학교 정보도 많이 접하지 못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도서관이 우리를 지역사회 속으로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해주니까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그녀는 이어서, 그들의 도서관이 “신앙 안에서 살며 항상 배우고 탐구하고자 하는 우리 가족”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좋은 정보가 없다면,” 커치버그는 덧붙인다.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방법도 없는 거예요.”

“제3조: 도서관은 정보 제공과 계몽이라는 책임을 수행함에 있어 검열에 맞서야 한다.”

“제4조: 도서관은 자유로운 표현과 사상의 자유로운 접근이 제한되는 것을 저지하려는 모든 개인 및 단체와 협력해야 한다.”

1904년경 웹스터 무료 대출 도서관 직원 (뉴욕 공공 도서관 제공)

트럼프가 3월 14일 서명한 행정명령은 스미소니언협회(Smithsonian Institution) 산하의 우드로 윌슨 국제학자센터(Woodrow Wilson International Center for Scholars)의 폐지도 명시하고 있다. 이 기관은 3월 27일 목요일에 서명된 또 다른 행정명령, “미국 역사에 대한 진실과 건전성 회복(Restoring Truth and Sanity to American History)”에서도 추가로 표적이 되었다.

이에 첨부된 백악관의 사실 자료(fact sheet)에는 스미소니언 이사회(Board of Regents)의 일원이자 부통령인 JD 밴스(JD Vance)에게 지시한다. 그는 스미소니언 산하의 박물관, 교육 및 연구 센터, 그리고 국립동물원(National Zoo)에서 “부적절하거나 분열적이거나 반미적인 이념”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주도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이러한 조치는 미국 최고의 역사 보존 기관인 스미소니언에서 전례 없는 일이다. 상징적 위상을 지닌 이 기관이 행정명령의 대상으로 언급되자, 목요일의 조치는 즉각적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대중의 눈에는 덜 띄었을지 몰라도, 공공도서관에 대한 또 하나의 공격은 이미 진행 중이었다.

3월 20일 목요일, 트럼프 대통령은 노동부 부장관 키스 E. 손더링(Keith E. Sonderling)을 IMLS(박물관 및 도서관서비스연구소)의 임시 국장으로 임명했다.

손더링은 기관 보도자료를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저는 이 행정부와 보조를 맞추어 조직을 이끌고, 효율성을 높이며 혁신을 촉진하는 데 전념할 것입니다. 우리는 IMLS를 재활성화하고 애국심에 대한 집중을 회복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 국가의 핵심 가치를 보존하고, 미국의 탁월함(American exceptionalism)을 증진시키며, 미래 세대에게 국가에 대한 사랑을 기르도록 할 것입니다.”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틀에 순응하기보다는, 헌법에 부합하는 도서관 운영을 지키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 정면 충돌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애국적 역사(patriotic history)’라는 말 자체가 저를 소름 끼치게 만들어요.” 록스던(Dawn Logsdon)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미국 남부 깊숙한 지역에서 자랐어요… 그리고 저는 역사 교육에서 ‘남부 버전’을 배운 마지막 세대였죠. 그때까지는 ‘북부는 나쁜 카펫장사(carpetbaggers)였고’, ‘노예제도는 자애로운 제도였다’는 식으로 배웠어요.”

그녀는 이어 이렇게 덧붙였다. “그들이 말하는 ‘애국적 역사’란 결국 그런 걸 뜻하는 것 같아요.”

3월 27일 발표된 행정명령에서와 마찬가지로, 어떤 자료나 기능이 이 명령이 정한 기준에 부합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어쩌면 그것이 바로 의도일지도 모른다.

“그런 측면은 정면으로 맞서야 해요. 왜냐하면 도서관은 본질적으로 헌법에 기반한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EveryLibrary의 존 크라스트카(John Chrastka)는 이렇게 강조한다. 도서관은 미국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다섯 가지 자유를 모두 존중한다. 종교의 자유와 종교로부터의 자유,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평화적 집회의 자유, 청원의 자유가 그것이다.

“그 말은, 도서관이 헌법에 따라 운영된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는 프레임워크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크라스트카는 덧붙였다.

“제5조: 도서관을 이용할 권리는 그 사람의 출신, 연령, 배경 또는 견해를 이유로 거부되거나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

공공도서관은 오랫동안 부유층만이 누릴 수 있었던 지식 장벽을 허물기 위해 존재한다. 이러한 개념은 1731년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이 최초의 공공도서관을 설립한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학자 질 리포어(Jill Lepore)는 다큐멘터리 《Free for All》에서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프랭클린은 시민에 의해 운영되고 시민을 위한 정부는, 반드시 교양 있고 교육받은 국민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Tulare County Library (Robert Dawson)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을 앞두고, 헌법에 명시된 권리가 우리에게 어떤 혜택을 주며, 그 보호가 누구에게까지 미치는지를 둘러싼 다양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지역사회 구성원들과의 연결을 통해 공동체의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담론도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도서관은 미국 사회에서 가장 효과적인 ‘제3의 장소(third place)’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Ray Oldenburg) 교수는 ‘제3의 장소(third place)’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으며, 저서 《The Great Good Place》와 에세이 모음집 《Celebrating the Third Place》에서 그 필요성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가정과 직장을 각각 제1, 제2의 장소로 보고, 지역 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하고 공공의 선을 증진하기 위한 ‘사람들의 장소(people places)’가 제3의 장소를 구성한다고 제안했다.

물론 도서관은 이 개념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도서관은 다양한 워크숍, 공개 낭독회, 공연, 예술 및 공예 수업 등을 제공하며 지역 주민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올든버그는 2014년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 기고문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공적 영역에서의 기쁨 어린 교류는, 생기 없는 주거 단지에서 텔레비전이나 바라보는 삶보다 훨씬 낫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도서관은 이 세 장소(집, 직장, 제3의 장소)의 성격을 모두 아우르는 장소로 여겨진다. 도서관은 업무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방과 후 프로그램은 아이들을 돌보는 기능을 하며, 대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중앙도서관들은 노숙인들이 낮 동안 안전하게 쉴 수 있는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이외에도 도서관에서는 무료 의료 진료소나 건강 수업이 열리기도 한다.

“도서관 전문인들은 격차를 메우는 데 앞장서고자 합니다. 그건 그들이 잘하는 일이기도 하죠.” EveryLibrary의 존 크라스트카(John Chrastka)는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지식의 틈을 메우고 있어요. ‘이 자료실에 좋은 정보가 있어요, 한번 읽어보세요’라는 식이죠. 그리고 저는 그들이 깊은 공감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독서가들이니까요.”

크라스트카는 이어 말했다. “독서는 공감을 키웁니다. 그래서 사회복지 서비스에 빈틈이 보이거나, 다른 정부 부처가 반(反)인권적 시각으로 운영되거나 ‘저 사람들은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상황이 생기면, 사서들은 바로 그 자리에 나서게 되는 겁니다.”

미국도서관협회(ALA)에 따르면, 도서관에 배정되는 예산은 연방 예산 전체의 0.003%에도 미치지 않지만, 지역사회에는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협회 웹사이트는 이렇게 설명한다. “구직자를 위한 기술 교육부터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 고령자를 위한 도서관 자료 배달 서비스에서 가족 단위의 여름 독서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IMLS의 예산 지원은 매일같이 미국인들의 삶에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이 모든 서비스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미국도서관협회(ALA)에 따르면, 트럼프가 3월 14일에 서명한 행정명령은 IMLS(박물관 및 도서관서비스연구소)를 직접적으로 폐지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대통령의 행정 권한을 넘어서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대신 이 명령은 기관의 기능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즉, “법률상 요구되는 최소한의 기능과 인력만을 남겨 법정 기능의 수행을 축소”하려는 것이다.

대통령의 이번 명령은 인위적인 재정 절벽(fiscal cliff)도 만들어낸다. 트럼프는 IMLS에 2025회계연도 9월까지 예산을 제공하는 상원 승인 지속결의안(continuing resolution)에 서명했지만, 행정명령은 사실상 의회의 예산 편성 의도를 무력화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감독 돈 록스던(Dawn Logsdon)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건 사실 돈 문제가 아니에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저는 그게 분명해요. 이건 정치적 문제이고, 표적을 정해두고 공격하는 행위예요.”

“제6조: 도서관이 전시 공간이나 회의실을 지역사회에 개방할 경우, 해당 시설은 이를 사용하려는 개인이나 단체의 신념이나 소속과 관계없이 공정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공공기관 중 왜 도서관이 정부의 공격 대상이 되었는가? 록스던은 그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Free for All》에 등장하는 한 학자의 통찰을 대신 인용한다. “도서관은 무료이고 개방적이며, 여러 면에서 규제받지 않는 공간이다. 누구든 들어올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예측 불가능하다.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것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든다.”

“결국 핵심은 자유로운 접근이에요. 애국적 역사만 읽거나 정해진 교과 계획에 따라 읽는 것이 아니에요.” 감독은 이렇게 덧붙였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상을 자유롭게 탐구할 수 있는 권리, 그 자유가 중요하다는 거죠.”

이 원칙은 수많은 도서 금지 시도를 통해 지속적으로 시험받아 왔다. ‘Moms for Liberty’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은 수년 동안 학교와 지역사회 도서관에서 수많은 책들을 철거하라고 강력히 요구해왔다. 하지만 ‘드래그 스토리 아워(Drag Story Hour)’의 확산은 이 단체들과 다른 극단주의 세력에게 이상적인 희생양을 제공해 주었다.

2023년 4월 29일 토요일,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에 위치한 셀러 도어 서점의 캐년 크레스트 타운 센터 지점에서 드래그 퀸 켈리 케이(왼쪽)와 스케일 오닉스엑스가 마지막 드래그 퀸 스토리 아워에서 스토리북을 읽고 있습니다. (이르판 칸 / 게티 이미지를 통한 로스앤젤레스 타임즈)

시청자들은 3월 26일 수요일, 이러한 분위기를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이날 조지아주 공화당 하원의원 마조리 테일러 그린(Marjorie Taylor Greene)은 PBS와 NPR을 공격하는 하원 소위원회 회의에서, 드래그 스토리 아워(Drag Story Hour) 이사회 멤버인 릴 미스 핫 메스(Lil Miss Hot Mess)의 사진을 소품처럼 들고 나와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 회의는 생중계로 방영되었으며, 그린 의원은 이를 통해 극우 진영의 입장을 극적으로 부각시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린(Marjorie Taylor Greene) 의원이 문제 삼은 것은, 릴 미스 핫 메스(Lil Miss Hot Mess)가 뉴욕의 WNET 그룹이 제작한 교육 시리즈 《Let’s Learn》의 디지털 코너에 출연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 장면은 2021년에 이미 촬영된 것으로, 당사자인 릴 미스 핫 메스는 회의에서 자신의 사진이 돌연 사용된 것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가 이 어린이 교육 시리즈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여러 권의 아동 도서를 집필했으며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다양한 도시의 도서관에서 동화 낭독 공연을 해왔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현재 대학에서 강의하는 교수이기도 하다.

릴 미스 핫 메스는 2016년부터 드래그 스토리 아워(Drag Story Hour)에 참여해 왔다. 그녀가 이 활동에 마음을 열게 된 계기는 도서관에서 펼쳐지는 “기쁨과 창의성, 놀이가 어우러지는 마법 같은 순간”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공공도서관의 가치를 감성적으로 호소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도서관은 역사와 사상, 기억이 담긴 저장소이자, 그것이 공동의 것이면서도 개인적인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릴 미스 핫 메스(Lil Miss Hot Mess)는 언제든 또 다른 공격이 닥쳐올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늘 안고 있었다. “정치인들이나 주류 LGBT 단체의 지도자들, 문해력이나 교육, 예술 분야의 주요 기관들은 드래그 스토리 아워(Drag Story Hour)를 기껏해야 ‘귀엽다’고 여기거나, 못해도 ‘조금 성가신 정도’로 여겼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마치 광산 속의 카나리아 같은 존재라는 느낌을 갖고 있었어요.” 그녀는 덧붙였다. “그건 단지 LGBT, 특히 트랜스젠더를 표적으로 삼는 문제를 넘어서, 이제는 도서관이나 학교 같은 공공기관 자체를 목표로 삼고, 재정 지원을 끊으려는 움직임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봅니다.”

존 크라스트카(John Chrastka) 역시 이러한 견해에 동의한다. 그는 보수 진영이 도서관을 악마화해 온 흐름을 인종과 젠더를 둘러싼 오래된 ‘도그 휘슬(dog whistle, 암시적 선동)’ 전략에서 기원한다고 설명한다. 도서 검열은 특정 집단을 공격하기 위한 대리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문해력을 제한하려는 검열자들이 인종 혐오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는 걸 깨닫자, 그들은 전략을 바꾸어 퀴어 문학, 특히 트랜스젠더 경험을 다룬 책들을 악마화하기 시작했다.

“이제 직업과 기관 자체에 대한 공격은 엄청나게 진화했습니다.” 크라스트카는 말했다. “표현 방식은 일정 부분 정제되었고, 더욱 세련되어졌죠. 하지만 이런 메시지가 퍼진 지 오래되다 보니, 이제는 특정 집단에게 ‘설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이번엔 누구를 적으로 삼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뿐이에요.”

“제7조: 모든 사람은 출신, 연령, 배경 또는 견해와 무관하게 도서관 이용에 있어 프라이버시와 기밀을 보장받을 권리를 가진다. 도서관은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옹호하고, 이에 대해 교육하며, 개인정보를 포함한 모든 도서관 이용 데이터를 보호해야 한다.”

공공도서관의 가치를 감성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도서관은 역사, 사상, 기억이 축적된 공간이며, 그것은 공동체의 것이기도 하고 개인의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따뜻한 감성은 흔히 사소한 감상에 불과한 것처럼 치부되기 쉽다. 그러나 도서관은 결코 가볍게 여겨져서는 안 되는 공간이다.

샌프란시스코 공립 도서관에서 찍은 글로리아 코워트 사진(아니타 보웬).

3월 14일 행정명령에 대한 대응에서, 미국도서관협회(ALA)는 대통령과 의회에 도서관이 “문해력과 혁신이 싹트는 곳(seedbeds)”임을 상기시켰다. 철학적으로 보았을 때, 도서관은 본질적으로 미국적인 장소다. 공교육 시스템이 만성적으로 재정 부족에 시달리고, 농촌 지역이 자원 배분에서 자주 소외되는 미국 사회에서 도서관은 필수적인 존재다.

또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점은, 만약 당신이 도서관 자료를 활용해 권력자에게 논란되거나 위협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주제를 조사한다 하더라도, ‘도서관 권리장전(Library Bill of Rights)’은 사서가 당신의 독서 목록과 기타 개인 정보를 보호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IMLS(박물관 및 도서관서비스연구소)가 폐지된다면, 비교적 부유한 도시들은 주요 도서관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곽 지역과 소도시의 분관들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크라스트카(John Chrastka)는 이를 두고 이렇게 지적한다. “공공도서관이나 공공의 이익을 마치 상업적 기관처럼 다뤄야만 정당성이 부여된다는 사고방식은, 미국적 사고의 문제입니다.” 공공의 선(common good)은 이념적으로 편협한 변화무쌍한 기준에 흔들리지 않는, 전혀 다른 기준에 따라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Free for All》을 오랫동안 작업해온 록스던(Dawn Logsdon)은, 시간이 지날수록 접근권, 재정, 검열을 둘러싼 갈등이 얼마나 자주 반복되고 있는지를 실감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1850년대 보스턴에서도 ‘도서관에는 어떤 책이 있어야 하는가’를 두고 싸움을 벌였어요. 그런데 그 싸움이 지금 또다시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그녀는 덧붙인다. “이 싸움에서 완전히 이기는 일은 없어요. 계속 싸워 나가야 할 뿐이죠.”

《Free for All: The Public Library》는 4월 29일 화요일 밤 10시, PBS의 《Independent Lens》를 통해 방영된다. 이 영화는 PBS 앱에서도 스트리밍으로 시청할 수 있다. 공공도서관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면, 미국도서관협회(American Library Association) 공식 웹사이트를 방문해보자.


출처 : www.sal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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