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우리는 공공 공간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대표적인 예로 공원을 생각해보자. 공원은 이 유형에서 가장 상징적인 사례일 것이다. 공원은 구불구불한 산책로와 휴식 공간이 설계된 환경이며, 그 길을 따라 흔히 고정된 탁자와 벤치들이 놓여 있다. 과거 공공공간의 디자인은 이처럼 영구성과 사색을 우선시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는 공공 공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물론 전통적 의미의 공공 공간 개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보다 유연한 공간에 대한 요구가 생겨나면서, 공간을 이용하는 우리의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디자인 접근법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다. 그 결과, 모듈형 좌석 시스템(Modular seating systems)은 변화하는 용도와 인식을 따라 지속적으로 적응하며, 역동적인 실험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오늘날 사람들이 과거와 완전히 다르게 앉게 된 것은 아니다. 달라진 점은 좌석 구성 요소가 더 다재다능해졌다는 것이다. 좌석의 구조와 디자인이 크게 다양해지면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합하고 배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게 되었다. 단독으로 놓인 좌석은 한정된 기능만 하지만, 이것이 더 큰 전체의 일부로서 보다 넓은 시각에서 고려될 때 공간의 분위기와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말하는 ‘공공(public)’이란 무엇일까? 여기서 관점을 더욱 폭넓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공공 공간(public space)은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하여 공동으로 사용하는 영역으로, 지역사회의 사회적, 문화적, 시민적 활동이 펼쳐지는 곳이다. 전통적으로 광장(plaza), 공원(park), 거리(street)와 연결되어 있지만, 도서관(library), 시장(market), 교통역(transport station)과 같은 실내 공간 역시 기능과 접근성이 제한되지 않는 한 공공 공간의 범주에 포함된다.

모바일 파빌리온 / 프로토타입 + 세트 스튜디오. 예브헤니 아브라멘코 이미지 © Yevhenii Avramenko
모듈형 좌석 요소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좌석 시스템에서의 모듈성(Modularity)은 일본의 전통 다다미(tatami)와 자부톤(zabuton) 방석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다양한 일상 활동을 위한 다목적 바닥재였던 다다미와, 편안함을 우선시한 자부톤은 함께 어우러져 오늘날의 디자인 원칙과 매우 유사한 공간 개념을 보여준다. 즉, 가구가 우리가 수행하는 활동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구성될 수 있는 것이다.
몇 세기가 흐른 후에도 이러한 사고방식은 현대 디자인에서 지속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리빙 타워(Living Tower, 1969)로, 기능적 유연성을 넘어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조각적 형태를 탐구하며 모듈성을 한 단계 진보시켰다. 리빙 타워는 단순히 조정 가능한 가구를 넘어, 그 자체가 하나의 공간으로서 기능하며 서로 다른 용도의 영역을 단일 구조 안에 통합하였다.

리빙 타워/비트라, 버너 팬톤이 디자인했습니다. Architonic 이미지 제공
오늘날 모듈성(Modularity)은 단순한 디자인 원칙이 아니라 우리가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 자체에 내재된 조건이다. 이는 더 이상 개별 유닛들을 정사각형 모듈의 틀에서 벗어나 재배치하는 시스템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건축에서 가구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적용되는 논리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각 세대의 요구와 사회적 상호작용 방식에 대응하며 진화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업무 공간부터 끊임없이 변화하는 도시 환경까지, 좌석 시스템의 유연성 덕분에 우리는 전통적 배치를 넘어 방사형(radial), 망상형(reticular), 선형(linear) 등 다양한 구성 방식을 탐구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갈수록 유연해지고 때로는 일시적으로 변모하는 공공 공간의 새로운 역동성은, 미래에 유목적 건축(nomadic architecture)이 하나의 상수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모듈형 좌석 시스템(Modular seating systems)은 여러 기능을 충족해야 하는 공간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새로운 기회 영역을 찾고 있다. 동일한 모듈이 팔걸이 의자(armchair)가 될 수도, 2인용 소파(love seat)가 될 수도 있으며, 심지어 침대로 변형될 수도 있어 끊임없이 이동하며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적응한다. 역설적으로, 모듈성(modularity)은 더 이상 엄격히 체계적인 것에 머무르지 않고 점점 더 인간적으로 변하고 있다. 단순히 유연성만을 의미하지 않고, 사람들이 자신의 용도와 필요, 그리고 생활습관을 재창조하도록 가구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판토노바 컨케이브 | 모듈형 좌석 시스템 / 몬태나 가구, Verner Panton이 디자인했습니다. Architonic 이미지 제공

더 스플래시 설치 / 아트텐더. 이미지 © 핌 탑 & 앰버 레이젠
가구로 공간의 분위기를 만들다: 사회적 상호작용과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
모듈형 좌석 배치는 단순히 공간을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서로 상호작용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좌석을 원형이나 반원형으로 배치하면 모든 참여자가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대화의 흐름을 촉진하고 협력을 증진한다. 이 같은 배치는 열린 소통과 협력적 아이디어 개발이 중요한 회의 공간, 팀 빌딩 활동, 지역사회 모임 등에 특히 적합하다. 반면, 모듈을 자유롭게 흩어지도록 유연하게 배치하면 공공장소나 대기 공간에서 캐주얼한 만남의 지점이 생겨나고, 자발적인 대화나 예상치 못한 연결을 장려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회적 통합은 나선형(spiral)이나 엇갈린(staggered) 형태와 같은 보다 역동적인 구성 방식을 통해 더욱 강화된다. 이러한 구성은 직선형(linear)의 경직성을 깨뜨리고 다양한 집단 간의 교류를 촉진한다. 다양한 높이와 방향으로 좌석 유닛을 배치하면, 이 좌석 시스템은 공간을 새롭게 변화시키며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분위기를 조성하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모듈형 가구는 단지 기능적 필요를 충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존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는 도구가 되며, 공간을 교류와 다양성, 그리고 소속감을 느끼는 무대로 바꿔놓고 있다.

주안종 북스 & 카페 / 케이스 파빌리온. 이미지 © Runzi Zhu

Longway N / Segis, Designed by Bartoli Design. Image via Architonic
여기에 포용성과 접근성 중심의 관점이 더해지면 한층 더 깊은 의미가 드러난다. 모듈형 시스템(Modular systems)은 공공 공간에서의 분위기를 구성하는 것뿐 아니라, 그곳을 매일 이용하는 다양한 사용자들에게 공간을 개방하는 핵심적인 역할도 수행한다. 우리는 이제 표준 사용자만을 위한 좌석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넘어 보다 포괄적인 시각으로 나아가고 있다. 인체측정학(anthropometry), 신체적 다양성(bodily diversity), 그리고 각기 다른 신체적, 감정적, 지적 조건에 따라 사람들이 공간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새로운 시각은 전통적인 인체공학(ergonomics)의 경계를 넘어 디자인의 가능성을 확장한다. 하나의 좌석이 오랫동안 한 자세를 유지하기 어려운 사람을 지지할 수도 있고, 불안감을 겪는 사용자에게는 안정감을 줄 수도 있으며, 어린이 환경에서는 탐색과 호기심을 촉진하고, 사회적 공간에서는 상호작용을 더욱 원활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 이렇게 더욱 다양한 요구를 반영한 디자인은 공공 공간을 보다 접근 가능하게 만들어,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머무르고, 서로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Music Center Tel Aviv-Yafo / Ifat Finkelman + Dan Hasson. Image © Aviad Bar Ness

초등학교 아모스 / SOA 아키텍티. 이미지 © Jakub Skokan 및 Martin Tůma / BoysPlayNice
그렇다면 모듈형 좌석 시스템(Modular seating systems)이 우리가 공공 공간을 바라보는 방식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을까? 그 답은 ‘그렇다’이다. 공공 공간의 미래를 생각할 때, 지금과는 매우 다른 모습의 장면을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다. 사회문화적 역학(Sociocultural dynamics)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공간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구성 방식도 바뀌고 있다. 비록 공간의 큰 틀을 규정하는 것이 건축(architecture)이라 하더라도, 실제로 그 기능 대부분을 구체화하고 표현하는 것은 바로 가구(furniture)이다. 단순히 휴식의 장소를 제공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가 앉는 방식은 공간 내의 사용 위계(hierarchies of use), 사회적 상호작용의 패턴, 공간 역학(spatial dynamics)을 형성하며, 결과적으로 우리가 건축 환경을 어떻게 경험하는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모듈형 좌석 시스템(Modular seating systems)은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기회로, 도시 환경에서 흔히 나타나는 신체적, 사회적, 문화적 단절과 고립 속에서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이 희미해지는 현상에 대응해 새로운 기준을 세울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도시는 인구 밀도가 높고 이질적인 사람들이 모인 곳이어서 연결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 같지만, 오히려 바로 그런 환경에서 교류와 만남은 다양한 장벽과 한계에 부딪힌다. 공공 공간(public space)이 도시적 규모에서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면, 인간적 스케일에서 이를 더욱 효과적으로 촉진할 수 있는 핵심 도구는 바로 모듈형 가구 시스템이다. 모듈형 가구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함께 공간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중요한 매개체로 떠오르고 있다.

Mozaik / Allermuir. Image via Architonic

Studio Platform / UnternehmenForm. Image via Architonic

Arena modular seating / nola, Designed by Mattias Stenberg. Image via Architonic

Furniture Showroom and Café / Architects H2L. Image © Namsun Lee
출처 : www.arch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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