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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라이헨바흐(Reichenbach)의 도서관: 책과 만남의 공간

2025년 08월 16일 | 관련

라이헨바흐(Reichenbach)에 오면 오버라우지츠(Oberlausitz)의 매력을 곧바로 느낄 수 있다. 드넓은 들판과 오래된 집들, 그리고 곳곳에 스며 있는 역사 때문이다. 그 한가운데에는 한때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던 시립도서관이 있다. 그러나 2023년, ‘비보 라이헨바흐 협회(BiBo Reichenbach e. V.)’가 생겨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 협회는 도서관을 단순히 폐쇄 위기에서 구해낸 것이 아니라, 문학과 만남, 공동체가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다시 세워냈다. 지금 이곳에서는 세대가 함께 모이고, 대화가 이어지며, 작은 도시 전체가 한층 더 가까워지고 있다.

라이헨바흐(Reichenbach)로 가는 길에 눈앞에는 들판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그 사이로 가로수길과 혼합림이 작은 섬처럼 자리한다. 풍경은 아름답다. 그러나 라이헨바흐의 거리에는 비어 있는 집과 상점이 적지 않다. 바로크 양식의 시민 주택도 그중 하나다. 이곳은 화강암 기념판이 전하듯, 1812년과 1813년에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Friedrich Wilhelm III.)와 나폴레옹(Napoleon)이 머물렀던 장소다. 이제는 전쟁 영웅 대신 예술가들이 더 자주 이곳을 찾는다. 뢰바우(Löbau)와 괴를리츠(Görlitz) 사이에 자리한 이 작은 도시는 다양한 문화 행사를 통해 활기를 얻고 있다. 그 중심에는 시내 시장광장에서 멀지 않은 골목에 자리한 현대적인 신축 건물, 시립도서관이 있다. 이곳은 비영리단체 ‘비보 라이헨바흐(BiBo Reichenbach)’의 초청을 받은 예술가들이 향하는 목적지다.

Bibliotheksgebäude mit geschwungenem Dach, drei kleinen Fenstern und einem Schild mit der Aufschrift 'Bibliothek', davor Bäume.

곡선형 지붕과 3개의 작은 창문, ‘도서관’이라는 간판이 있고 앞에 나무가 있는 도서관 건물

협회 회원 실비아 브라케(Silvia Bracke)는 이렇게 말했다. “2024년부터는 정말 전문적인 예술가와 작가들을 초청하기 시작했어요.” 그 결과 이미 많은 흥미로운 예술가들이 도시에 발걸음을 했다. 배우 알브레히트 괴테(Albrecht Goette)와 블랑슈 코메렐(Blanche Kommerell), 드레스덴(Dresden) 밴드 후데리히(Huderich)의 군데르만(Gundermann) 노래 공연, 그리고 율리아 뵈거스하우젠(Julia Boegershausen)의 에리히 케스트너(Erich Kästner) 프로그램 등이 그 예다. 시립도서관 홈페이지의 행사 일정표는 늘 풍성하다.

2024년 3월부터는 ‘비보 라이헨바흐(BiBo Reichenbach)’ 협회가 시립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운영 비용 증가와 이용자 감소 때문에 도서관을 폐쇄하려는 계획이 있었지만, 지역 주민 몇몇은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바르바라 아폴트(Barbara Appold)는 말한다. 그녀는 2023년 협회 창립 때부터 적극적으로 활동해왔다. “앞으로 무슨 일이 닥칠지 몰랐지만, 좋은 뜻으로 시작했어요. 워낙 의욕이 넘쳐서 빨리 시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죠.”

퇴직 후 다시 사서의 길로 돌아옴

협회 회원 30명 가운데 12명이 힘을 모아 도서 대출을 맡고, 회원증을 발급하며, 새 책을 등록한다. 청소도 직접 하고, 매달 최소 세 차례의 행사를 꾸린다. 한 달에 한 번은 모임을 열어 해야 할 일을 나누어 맡는다.

도서관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는 처음엔 아무도 알지 못했다. 대부분 은퇴한 회원들은 필요한 지식을 스스로 익혔다. 젊은 회원인 마이크 그라마터(Maik Gramatter)는 독서를 유난히 좋아하는 딸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는 도서관 홈페이지를 관리하며, 운영 프로그램 사용법도 다른 회원들에게 알려주었다. 협회 회원 자비네 퀸(Sabine Kühn)은 “우리 나이대에서는, 나 역시 그랬지만, 컴퓨터 프로그램이 쉽지 않아요. 그런데 그가 우리에게 차근차근 가르쳐줬죠”라고 말했다.

카롤라 들루히(Carola Dlouhy)는 ‘비보 라이헨바흐(BiBo Reichenbach)’ 협회의 원동력으로, 뜨거운 열정을 담아 도서관을 이끌고 있다.

도서관에는 약 8,000여 점의 자료가 대출 가능하다. 여기에는 소설과 교양서적뿐 아니라 잡지, DVD, 오디오북, 그리고 컴퓨터 게임도 포함된다. 협회는 장서를 꾸준히 새롭게 하기 위해 치타우(Zittau)와 켐니츠(Chemnitz)의 순회보완도서관을 활용한다. 이 도서관들은 작은 도서관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도서관을 자원봉사로 운영하는 카롤라 들루히(Carola Dlouhy)는 “우리가 일부를 반납하고 다시 다른 것을 가져와서, 사실상 늘 새로운 책이 들어오게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도서관은 주 3일 문을 열고, 한 달에 한 번은 토요일에도 운영한다. 한 번의 근무 시간은 보통 회원 두 사람이 나누어 맡는다. 이렇게 헌신적인 운영이 가능한 것은 무엇보다 깊은 열정 덕분이다. 자비네 퀸(Sabine Kühn)은 “우리는 모두 열정으로 가득 차 있어요. 책은 정말 멋진 매체죠”라고 말했다.

“대출 업무를 하다 보면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요. 시간을 보내는 데 이보다 좋은 방식은 없죠. 거기서 저는 정말 큰 기쁨을 얻습니다.”
― 자비네 퀸(Sabine Kühn), 협회 회원

라이헨바흐(Reichenbach): 거실 같은 분위기의 문학 공간

협회 회원들이 ‘자신들의’ 도서관을 얼마나 즐기는지는 다락층에 길게 뻗은 도서관 공간의 정성스러운 꾸밈새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벽에 걸린 그림과 손수 만든 조명갓은 공간에 개성을 더한다. 서가 사이에는 아늑한 독서 코너가 마련돼 있어 책을 들고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머물 수 있다. 예를 들어 청소년 판타지 문학이 있는 구역에는 커다란 귀달린 안락의자가 놓여 있다. 카롤라 들루히(Carola Dlouhy)는 “그 의자는 길거리에서 주운 거예요”라며 웃음을 지었다.

아동 코너에는 옛날 버드나무 바구니 두 개에서 그림책이 삐죽 고개를 내민다. 그 뒤편 서가에는 어린이책, 잡지, 오디오북이 연령대별로 색깔 표시와 함께 정리돼 있다. 천창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빛 덕분에 밝고 환한 중앙 공간은 비워두었다. 실비아 브라케(Silvia Bracke)는 “이렇게 넓은 공간을 갖게 된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에요. 여기를 가득 채우지 않고 행사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어요”라며 감탄했다.

낭독이든, 그림책이든, 스스로 처음 읽는 책이든 아동 코너에는 작은 이야기들이 큰 울림을 전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비보 라이헨바흐(BiBo Reichenbach) 협회의 열정은 전염력이 있다. 모든 연령층에서 신규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다. 현재 도서관에는 라이헨바흐와 인근 지역에서 온 230명의 이용자가 있다. 성인은 연회비 20유로, 청소년은 18유로 또는 15유로, 6세 이상 어린이는 3유로를 낸다. 어린이는 첫 가입 시 협회 회원 게어힐트 레만(Gerhild Lehmann)이 손수 뜨개질한 작은 여우 인형을 하나 집에 가져갈 수 있다.

환영의 의미로 작은 동반자가 함께한다. 협회 회원들이 정성껏 뜨개질한 여우 인형은 새로 가입하는 어린이들에게 선물로 건네진다.

정기적인 시니어 모임

바르바라 아폴트(Barbara Appold)는 매달 두 차례의 프로그램을 통해 노년층을 특별히 배려한다. ‘독서 카페’에서는 직접 구운 케이크와 커피가 함께 제공된다. 아폴트는 웃으며 “그거면 이미 충분히 끌리죠”라고 말했다. 케이크와 함께 실용적인 조언도 곁들인다. 매번 노년층의 필요에 맞춘 주제를 정하고 함께 토론한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응급 호출 서비스가 주제였고, 1월에는 보이스피싱 같은 ‘손자 사기’를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가 주제였어요. 그래서 집에 돌아갈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하죠.”

이 ‘독서 카페’ 일정은 비보 라이헨바흐(BiBo Reichenbach) 홈페이지와, 도서관 안내 데스크에 비치된 정성스러운 전단을 통해 알린다.

책장과 독서 테이블 사이에는 사람들이 어울려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난다. 인기 있는 ‘독서 카페’가 그 대표적인 예다.

매달 셋째 주 화요일에 열리는 ‘미쉬 카페(Mischcafé)’에서는 카드놀이가 펼쳐지고, 마음껏 담소가 오간다. 바르바라 아폴트(Barbara Appold)가 ‘연세 많은 분들’이라 부르는 이들은 이런 정기 모임을 소중하게 여긴다. 아폴트는 “분위기가 정말 훌륭해요.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추려면 오후 6시가 되면 서둘러 정리해야 하죠”라며 웃었다.

이 모임은 다른 모든 행사와 마찬가지로 무료이지만, 기부는 환영한다. 기부금은 운영 비용을 충당하고 초청 예술가들에게 소정의 사례비를 지급하는 데 쓰인다. 새로운 책 구입은 지역 저축은행이 후원하고 있다. 현재 도시는 도서관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으나, 내년에도 계속 지원할지에 대한 최종 확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문학을 발견하고 외로움을 달래는 일

비보 라이헨바흐(Bibo Reichenbach)의 활동은 늘 새로운 문학의 세계로 발걸음을 내딛게 할 뿐 아니라, 외로움을 극복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날의 흐름과도 꼭 맞닿아 있다. 협회 회원 페레나 헤르크너(Verena Herkner)는 이렇게 말했다. “도서관이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미 꽤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쾰른(Köln) 출신 건축가인 그녀는 2년 전부터 라이헨바흐에 살고 있다. 협회는 이미 작은 학술 모임에도 참여했다. “지금 사람들이 논의하는 게 바로 우리가 여기서 이미 실행하고 있는 것들이라는 거예요. 그 점이 무척 멋지다고 생각했죠.” 이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출처 : www.mdr.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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