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의 존 라이랜즈 도서관(John Rylands Library)은 공간 개선을 통해 이용자의 참여를 높이면서도 네오 고딕 건축의 가치를 세심하게 보존했다. 이 작업은 도서관이 앞으로도 문화적 랜드마크로서 유산을 이어가도록 했다.
- 면적 : 1,075㎡
- 연도 : 2025년
- 위치 : 영국 맨체스터
총 760만 파운드(한화 약 131억 원)가 투입된 1등급 문화재 존 라이랜즈 도서관(John Rylands Library)의 변모가 마무리됐다. 이번 사업은 보존 건축 전문인 도널드 인설 어소시에이츠(Donald Insall Associates)가 전시 디자인 스튜디오 니센 리처즈 스튜디오(Nissen Richards Studio)와 협업해 진행했으며, 핵심 공간을 세심하게 개선해 이용자의 경험을 강화하고 다음 세대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도서관은 1890년대 바질 챔프니스(Basil Champneys)가 설계했으며, 올해로 개관 125주년을 맞는다.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네오 고딕 건축물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희귀 도서와 필사본, 아카이브 등 세계적으로 중요한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두 차례 세계대전, 랭커셔 면직 산업의 쇠퇴, 맨체스터 도시 경관의 변화 등 수많은 도전을 견뎌낸 이 건물은 이번 재개발을 통해 도시의 소중한 문화적 랜드마크로서 가치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
‘존 라이랜즈 넥스트 챕터(John Rylands Next Chapter)’ 프로젝트는 단 한번의 거대한 변화가 아닌 일련의 세심하고 전략적인 개입으로 이루어졌다. 주요 전시 공간을 새롭게 구성하고, 역사적 건물 안에 첨단 이미징 연구실을 마련했으며, 다목적 행사·교육 공간을 조성하고, 출입구와 환영 공간을 새롭게 설계해 도서관의 중요성을 도시 속에서 더욱 분명히 드러냈다.
입구에서는 기존의 평범한 유리 회전문을 없애고, 책장을 연상시키는 형태로 조각된 청동 포털을 새롭게 설치했다. 이는 인접한 석조 아치를 반영한 문양으로 장식되어 이용자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주고 건물의 위상을 강조한다.
내부는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건축적·아카이브적 보물을 공개해 일관성 있고 풍부한 경험을 제공한다. 니센 리처즈 스튜디오가 설계한 새로운 전시 공간은 세심한 자재 선택, 새로운 목재 세부 마감, 개선된 공간 흐름을 통해 학자와 일반 이용자 모두에게 열린 분위기와 풍부한 경험을 선사한다.
니센 리처즈 스튜디오는 길찾기 시스템도 새로 구축해 역사적 공간과 현대적 공간을 통합했으며, 새로운 가구와 최첨단 전시 케이스를 통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특별 소장품도 보존과 접근성을 균형 있게 갖춘 환경에서 전시할 수 있게 했다. 기존에는 햇빛 차단을 위해 두꺼운 커튼을 사용했으나 어둡고 답답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를 대신해 자연광을 들이면서도 전시물을 보호하는 새로운 스크림(scrim)을 설치했고, 조명 전문업체 DHA 디자인(DHA Designs)과 협력해 전반적인 전시 공간과 어울리는 조명도 완성했다.
한편 활용도가 낮았던 공간도 새롭게 쓰이고 있다. 이전의 카페 공간은 강연, 회의, 지역사회 행사를 위한 다목적 공간으로 변모했으며, 저장 공간은 특별 소장품을 촬영할 수 있는 첨단 이미징 연구실로 바뀌었다.
도널드 인설 어소시에이츠는 건축 언어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1890년대 원형부터 1920년대, 1960년대, 2000년대의 변화를 반영했다. 재료 선택에서도 과거와 현재의 연속성을 중시했다. 붉은 사암, 청동 세공, 유럽산 참나무로 대표되는 원형 건축과, 유리와 강철을 특징으로 한 2007년 확장부를 연결하는 새로운 개입은 어두운 금속 모티프와 목재 요소로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됐다.
새로운 청동 장식은 서머싯(Somerset)의 J.W. 싱어 앤드 컴퍼니(J.W. Singer & Co.)가 제작한 기존 금속 세공과 어울리도록 따뜻한 색조의 청동과 흑철을 사용해 건물 전반에 흐르는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이어간다. 또한 유럽산 참나무는 기존 벽판과 조화를 이루며, 차양막, 안내 데스크, 전선이 숨겨진 걸레받이 등 다양한 부분에 활용됐다. 북컴벌랜드(Cumberland)에서 가져온 붉은 사암은 기존 건물과 시각적·질감적 연속성을 유지한다.
이번 재정비는 맨체스터대학교 도서관의 ‘Imagine2030’ 비전의 일환으로, 존 라이랜즈 도서관이 앞으로도 연구와 대중 참여의 중심지로서 선도적 역할을 이어가도록 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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