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네바다주의 웨스트 라스베이거스 도서관(West Las Vegas Library)이 2025년 12월 9일 새 건물에서 문을 열었다. 라스베이거스·클라크카운티 도서관구(Las Vegas-Clark County Library District)에 따르면 건물은 지상 2층, 41,178제곱피트(약 3,826㎡) 규모로 이전 도서관보다 두 배 이상 넓다. 부지는 5.25에이커(약 2만 2,200㎡)이며, 사업비는 약 4,000만 달러다. 설계에는 케이엠이 아키텍츠(KME Architects)와 무디 놀런(Moody Nolan)이 참여했다.
유리벽을 통해 실내가 보이는 도서관 정면. 오른쪽 외벽에는 대형 영상 화면이 설치됐다.사진: KME Architects 제공거리에서 본 건물의 긴 차양과 외부 영상 화면. 보행자가 접근하는 방향에서 입구와 건물의 활동이 드러난다.사진: KME Architects 제공도서관과 야외 광장을 함께 보여주는 항공사진. 건물 안팎의 공간이 하나의 지역 거점으로 계획됐다.사진: 라스베이거스·클라크카운티 도서관구 제공, 501 Studios·HP Photo
1973년의 요구에서 시작된 확장
새 건물은 지역 주민이 오랫동안 요구해 온 도서관 서비스의 확장이다.
이 지역의 첫 도서관은 시민권 운동가 루비 덩컨(Ruby Duncan)과 지역 지도자들의 노력으로 1973년 디 스트리트(D Street)에 문을 열었다. 도서관은 1989년 웨스트 레이크 미드 대로(West Lake Mead Boulevard)의 독립 건물로 옮겼지만, 시간이 흐르며 학습·창작·행사를 함께 수용하기에는 공간이 부족해졌다. 새 도서관은 이전 위치에서 약 0.5마일(약 800m) 떨어진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대로에 자리한다.
역사적 웨스트사이드(Historic Westside)는 인종 분리와 투자 부족의 영향을 겪은 지역이다. 도서관구는 설계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이곳의 모임 문화와 구술 역사, 지역 인물의 이야기를 건축과 전시에 반영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이번 사업의 배경에는 시설 면적 확대와 함께, 주민이 자신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공공장소를 마련하려는 목적이 있다.
주출입구는 미국 남부의 현관 포치(porch)에서 형태를 가져왔다. 넓은 처마 아래에서 건물에 들어가기 전 잠시 머물 수 있다.사진: 501 Studios포치 아래의 좌석은 도서관 앞을 지역 주민의 야외 모임 공간으로 만든다. 체스판 테이블과 여러 색의 벤치가 놓인 야외 공간. 책을 읽지 않는 시간에도 이용할 수 있는 자리다. 사진: 라스베이거스·클라크카운티 도서관구 제공, 501 Studios·HP Photo그늘과 야외 좌석을 갖춘 광장. 도서관의 활동이 실내에서 바깥으로 이어진다.사진: 501 Studios사막의 강한 햇빛을 가리도록 계획한 야외 차양. 그늘은 광장을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하는 데 필요하다.사진: 501 Studios건물 옆 야외 광장의 전경. 도서관구는 이곳을 공연과 시장, 주민 모임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소개한다.사진: 라스베이거스·클라크카운티 도서관구 제공
기억과 학습, 창작을 함께 담은 공간
지역의 역사는 로비와 전시, 청소년 공간에 남겼다.
주요 공간에는 웨스트사이드 지도자들을 기리는 벽, 지역사를 따라 읽는 연표, 아프리카계 미국인 특별 장서가 들어섰다. 계단을 따라 이어지는 역사 연표는 지역 예술가 빅토리아 하트(Victoria Hart)가 디자인하고 네바다대학교 라스베이거스 캠퍼스의 타일러 D. 패리(Tyler D. Parry)가 내용 개발에 참여했다. 어린이·청소년 구역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종사들로 구성된 터스키기 항공대(Tuskegee Airmen)를 소개하는 전시도 마련됐다.
로비의 ‘영웅의 벽(Hero Wall)’. 역사적 웨스트사이드의 지도자들을 방문객에게 소개한다. 갤러리와 지역사회 자원센터 사이에 놓인 인물 초상 벽. 방문 동선 안에서 지역사를 접하도록 배치했다. 사진: 501 Studios계단을 따라 이어지는 역사 연표. 웨스트사이드의 사건을 더 넓은 시대적 흐름과 함께 보여준다.사진: Key Lime Photography지역의 과거 사진과 기록을 크게 인쇄한 실내 벽면. 이동하는 동안 전시 내용을 읽을 수 있다.사진: KME Architects 제공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해 마련한 역사 연표의 별도 표현. 도서관구는 더 많은 방문객이 지역의 기록을 읽을 수 있도록 계획했다고 설명한다.사진: Key Lime Photography지역 예술가 체이스 맥커디(Chase McCurdy)의 작품. 도서관의 역사 연표와 인근 레거시 공원(Legacy Park)의 이야기를 연결한다.사진: 라스베이거스·클라크카운티 도서관구 제공, 501 Studios어린이와 청소년 사이 연령대의 이용자를 위한 공간에 설치한 터스키기 항공대 전시. 지역의 학습 공간에서 흑인 역사의 한 장면을 소개한다.사진: 501 Studios자연광이 들어오는 갤러리 내부. 도서관구는 지역 예술가를 포함한 전시를 이곳에서 운영한다.사진: 501 Studios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서로 다른 활동을 선택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나눴다.
새 도서관에는 약 6만 권의 새 장서가 들어왔다. 도서관구의 개관 자료에 따르면 이전 분관에서 제공하던 자료의 약 두 배이며, 스페인어 자료는 1만 권 이상이다. 어린이 도서관과 이야기방, 청소년 구역, 조용한 열람 공간, 성인 자료실을 마련하고 가구의 배치를 바꿀 수 있도록 했다. 행사센터는 두 공간을 합쳐 최대 3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고 도서관구는 안내한다.
어린이 도서관의 영상 벽과 가구. 읽기, 놀이, 프로그램에 따라 공간을 다르게 사용할 수 있다.사진: 501 Studios낮은 서가와 컴퓨터를 배치한 어린이 공간. 높은 창으로 자연광이 들어온다.사진: KME Architects 제공어린이 이야기방. 부드러운 색과 옮길 수 있는 가구를 사용해 낭독과 놀이 활동을 수용한다.사진: 501 Studios청소년 구역(Teen Zone). 공부와 디지털 창작, 또래 모임을 위한 자리를 함께 마련했다.사진: 라스베이거스·클라크카운티 도서관구 제공, 501 Studios서가 옆에 공동 작업 테이블을 배치한 열람 공간. 자료를 고른 뒤 같은 구역에서 읽거나 함께 공부할 수 있다.사진: KME Architects 제공2층 성인 자료실. 개인 열람석과 공동 테이블을 함께 배치했다.사진: 501 Studios특별 장서를 갖춘 조용한 열람 공간. 활동적인 구역과 구분해 집중해서 읽을 자리를 제공한다.사진: 라스베이거스·클라크카운티 도서관구 제공, 501 Studios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좌석. 소규모 학습과 비공식 모임에 적합한 배치다.사진: 라스베이거스·클라크카운티 도서관구 제공, 501 Studios2층 창가 좌석. 큰 유리창이 실내에 낮빛을 들이고 웨스트사이드 거리와 시각적으로 연결한다.사진: 501 Studios유리벽으로 구분한 모임 공간. 공동 작업이 가능한 자리를 마련하면서 주변 공간과의 시각적 연결을 유지했다.사진: KME Architects 제공공연과 강연, 주민 모임을 위한 행사센터. 도서관구는 공간을 분할해 사용하거나 합쳐서 최대 3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사진: 라스베이거스·클라크카운티 도서관구 제공
디지털 제작과 취업·창업 지원을 같은 건물 안에 모았다.
웨스트사이드 스튜디오(Westside Studio)에는 녹음실과 팟캐스트 제작 공간, 영상 촬영용 초록 배경 스튜디오가 있다. 혁신 실험실(Innovation Lab)은 3D 프린팅과 재봉, 디지털 제작 활동을 지원한다. 오래된 영상·음성 기록과 사진을 디지털 파일로 옮기는 디지털 기억 보존실(Digital Memories Preservation Lab)도 운영한다. 별도의 컴퓨터실과 성인 학습 프로그램, 고용 지원 공간인 엠플로이엔브이 커리어 허브(EmployNV Career Hub), 사업 자료를 안내하는 전문 사서는 학습 이후의 일과 창업까지 서비스 범위를 넓힌다.
전자드럼과 키보드가 있는 음악 작업실. 유리창 너머의 별도 공간에서 녹음과 제작 활동을 할 수 있다.사진: KME Architects 제공미디어 작업실 입구의 그래픽 벽면. 스튜디오 구역의 위치와 성격을 알린다.사진: KME Architects 제공음악·영상·디지털 콘텐츠 작업을 위한 멀티미디어 실험실. 도서관구는 공동 제작과 학습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소개한다.사진: 501 Studios음향 작업을 위해 설계한 녹음실. 이용자는 이곳에서 음악과 팟캐스트를 제작할 수 있다.사진: 501 Studios초록 배경 촬영실의 또 다른 모습. 영상 수업과 콘텐츠 제작에 활용할 수 있다.사진: 라스베이거스·클라크카운티 도서관구 제공, 501 Studios제작 장비와 작업대를 갖춘 혁신 실험실. 이용자가 도구를 배우고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마련했다.사진: 라스베이거스·클라크카운티 도서관구 제공혁신 실험실의 3D 프린팅 구역. 도서관구는 장비 사용법을 배우고 작품을 출력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사진: 라스베이거스·클라크카운티 도서관구 제공책상과 컴퓨터를 배치한 학습 공간. 디지털 자료 이용과 교육을 함께 수용한다.사진: KME Architects 제공공용 컴퓨터와 무선 인터넷을 제공하는 컴퓨터실. 디지털 자료와 온라인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다.사진: 501 Studios성인 교육과 지역 단체의 협력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 학습 프로그램과 지역 자원을 같은 건물 안에서 연결한다.사진: David Becker사업 육성 공간의 사무실. 창업 초기의 업무와 협업을 지원하도록 마련했다.사진: 라스베이거스·클라크카운티 도서관구 제공, 501 Studios·HP Photo
채광과 그늘을 함께 고려해 사막 기후에 대응했다.
건물은 넓은 유리창과 높은 창으로 실내에 자연광을 들이고, 출입구와 광장에는 깊은 처마와 차양을 두었다. 도서관구의 국제도서관연맹(IFLA) 소개 자료는 고효율 유리, LED 조명과 설비, 재활용 및 저휘발성 유기화합물 재료의 사용을 설명한다. 건물은 친환경 건축 인증인 리드 실버(LEED Silver)를 받았다. 에너지 절감 효과의 구체적인 실측 수치는 제공된 소개 자료에 제시돼 있지 않으므로, 설계 요소와 운영 성과는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높은 창과 유리벽으로 낮빛을 실내에 들인 공간. 도서관구는 채광과 시각적 쾌적성을 설계 요소로 설명한다.사진: 501 Studios2층 서가의 조명. 도서관구는 에너지 효율을 고려한 LED 조명을 사용했다고 밝힌다.사진: 501 Studios어린이 이야기방에는 선명한 색채와 실내 조명을 사용했다. 공간의 성격에 따라 채광과 인공조명을 조합한 사례다.사진: KME Architects 제공건물 외벽의 LED 영상 화면. 행사와 지역 소식을 바깥 보행자에게 전달하는 장치다.사진: 501 Studios
한국 공공도서관에 주는 시사점
지역사를 전시 내용과 공간 사용 방식에 함께 반영할 수 있다.
웨스트 라스베이거스 도서관은 포치형 입구, 역사 연표, 지역 인물 전시를 따로 놓지 않고 방문 동선에 이어 붙였다. 한국 공공도서관에서도 지역의 산업사나 이주사, 주민의 생활 기록을 수집할 때 자료실·전시·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계획할 수 있다. 이 사례의 적용 여부는 각 지역에서 어떤 기록을 누가 수집하고 설명할지에 달려 있다.
창작 장비에는 교육과 인력 지원이 따라야 한다.
이 도서관은 녹음실과 3D 프린터뿐 아니라 사용법을 배우는 프로그램, 성인 학습 과정, 사업 전문 사서와 고용 지원 서비스를 함께 마련했다. 국내 도서관이 비슷한 시설을 도입할 때도 장비 수보다 이용자가 실제로 접근하고 지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운영 체계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 조용한 열람실과 활동적인 제작실을 함께 둔 배치는 서로 다른 이용 목적을 한 건물 안에서 수용하는 참고 사례가 된다.
웨스트 라스베이거스 도서관은 2026년 국제도서관연맹·제임스 베넷 올해의 공공도서관상(IFLA/James Bennett Public Library of the Year Award) 최종 후보 네 곳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다. 2026년 수상 도서관은 메사 게이트웨이 도서관(Mesa Gateway Library)이다. 웨스트 라스베이거스의 사례는 수상 여부와 별개로, 오랜 주민 요구를 지역의 역사·학습·일자리 서비스를 담은 건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살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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