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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공공도서관은 제3의 장소인가: 로테르담 도서관 현장조사로 본 사서의 일상 실천과 공공성

2026년 03월 22일 | 도서관일반 | 코멘트 0개

공공도서관을 제3의 장소로 다시 해부하기: 사서의 일상 실천을 중심으로

Kofi, J., & van Melik, R. (2026). Unpacking the Public Library as Third Place Through Librarians’ Day-to-Day Practices. Public Library Quarterly. Advance online publication. https://doi.org/10.1080/01616846.2026.2646084

초록

이 논문은 공공도서관이 오늘날 ‘제3의 장소(third place)’가 되려는 과정에서, 도서관 노동자들이 일상 업무를 어떻게 수행하는지 살펴본다. 연구진은 로테르담 공공도서관(Rotterdam Public Library)에서 수행한 민족지 현장조사를 바탕으로, 레이 올든버그(Ray Oldenburg)가 제시한 제3의 장소의 특성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위계를 드러낸다. 감각을 중시한 다층적 조사 결과를 보면, 도서관이 제3의 장소를 완전히 구현하기는 어렵다. 실제 운영에서는 도서관 노동자들이 다른 특성보다 ‘중립적 공간(neutral ground)’을 더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긴장은 이론과 실천 양쪽에서 제3의 장소 개념의 한계를 드러낸다. 그럼에도 이 개념은 방문자의 ‘적절한’ 행동, 사서의 ‘적절한’ 노동, 그리고 공공공간으로서 도서관을 둘러싼 서로 다른 해석을 논의하게 해주는 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론

로테르담 중앙도서관의 한 관리자 사무실 벽에는 커다란 포스터가 걸려 있다. 포스터에는 여러 갈래의 가지와 뿌리, 단어들이 들어간 나무가 그려져 있고, 줄기 중앙의 하트 모양 안에는 네덜란드어로 번역하지 않은 “third place”라는 말이 새겨져 있다. 현장조사 중 연구진이 한 관리자와 대화하던 과정에서, 이 포스터가 직원 연수 행사에서 로테르담 공공도서관을 표현하기 위한 과제로 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도서관 네트워크는 자신을 분명하게 “제3의 장소”로 내세우며, 각 지점이 “연간 260만 회의 현장 방문 속에서 따뜻하고 환영받는 공간으로 경험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네덜란드에서 제3의 장소, 집 밖의 또 다른 집, 도시의 거실(huiskamer), 따뜻한 방(warme kamer) 같은 표현으로 자신을 규정하는 도서관은 로테르담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 북부 홀란트주와 남부 홀란트주의 공공도서관 지원기관 프로비블리오(Probiblio)는 보고서에서 네덜란드 공공도서관 세 곳을 성공적인 제3의 장소 사례로 꼽았다. 그 보고서에는 네덜란드에서 “제3의 장소 전문가”로 알려진 건축가 아트 포스(Aat Vos)의 인터뷰도 실려 있다. 그는 여러 도서관과 협업해 도서관을 사회적 거점으로 바꾸어 왔고, 제3의 장소가 된 도서관은 “방문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말한다.

제3의 장소가 되려는 이러한 지향은, 공공도서관이 책과 정보에 대한 접근을 넘어 중요한 만남의 장소이자 돌봄의 공간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세계적 흐름과 맞닿아 있다. 공공도서관은 공동체 의식, 사회적 결속, 통합, 신체적 안전, 정신적 안녕을 촉진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시설로 불린다. 배제와 사회적 격차가 커지는 시대일수록 이런 기능은 더 중요하다. 도서관은 사회적 자본과 네트워크, 돌봄에 대한 접근을 제공함으로써 지역공동체의 회복력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도서관은 지역 커뮤니티 센터로 여겨지며, 사람들을 연결하는 조정자이자 매개자로 기대된다. 동시에 공공도서관은 서로 다른 도시 집단이 만나 차이를 조정하는 ‘아고니즘적 공간(agonistic space)’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는 사서직의 실천과 직업 정체성에도 영향을 준다. 이른바 공동체 주도형 사서(community-led librarian)는 공동체를 위해 일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공동체와 함께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가 1989년에 ‘제3의 장소’라는 개념을 본격적으로 제시한 지 35년이 넘었지만, 이 개념은 여전히 도서관 담론 안팎에서 널리 쓰인다. 미국에서 출발한 학술 개념은 여러 나라로 이동했고, 최근에는 네덜란드의 도서관 관리자들이 정책 언어로 다시 가져다 쓰고 있다. 그러나 도서관이 스스로를 제3의 장소라고 부를 때 그것이 실제로 무엇을 뜻하는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분명히 밝히지 않으면 이 용어는 모호하고 부담스러운 말이 되기 쉽다. 그래서 이 논문은 도서관 노동자들의 일상 실천에 주목해 공공도서관을 제3의 장소로 다시 해부한다. 연구진은 올든버그가 제3의 장소를 설명할 때 사용한 특성을 단순한 체크리스트로 보지 않는다. 대신 그 특성들을 서로 저울질하고, 상호관계를 분석하며, 그 안에 존재하는 위계를 드러낸다. 연구 질문은 다음과 같다. 도서관 노동자들은 오늘날 공공도서관이 제3의 장소가 되려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일상 실천을 어떻게 수행하는가.

이 논문은 제3의 장소 개념의 추가적 개념화, 공공 사서직의 형성 방식, 그리고 공공공간에서 무엇이 적절한 노동이고 적절한 행동인지에 대한 이해에 기여한다. 연구진은 공공도서관에서 ‘말해지는 것’과 ‘실제로 행해지는 것’ 사이의 차이에 주목한 기존 연구에서 영감을 얻었다. 어떤 기관을 제3의 장소로 제시하는 행위는 약속과 기대를 만들어낸다. 도서관은 제3의 장소가 되겠다고 선언할 수 있지만, 연구 결과는 그 약속이 실제로는 자주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직원과 방문자 사이에는 제3의 장소에서 무엇이 ‘적절한’ 활동과 행동인지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이 있으며, 때로는 그 해석이 충돌한다. 그 결과, 소음과 갈등에 대한 감각도 다르게 형성된다. 제3의 장소 개념은 방문자의 행동을 연구하는 데만 유용한 것이 아니다. 사서의 합법적이고 적절한 노동이 무엇인지 분석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공공도서관을 제3의 장소로 연구하고, 그 특성들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충돌하는지 살펴보면, 공공 사서직의 전문성이 끊임없이 재협상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어디에 경계를 둘지 결정하는 일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어떤 장소와 순간에서 제3의 장소의 어떤 특성을 우선할지를 결정하는 과정에는 사서 자신의 준거틀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 논문은 ‘변화하는 도서관의 기반 구축(Infrastructuring Libraries in Transformation, ILIT)’이라는 국제 공동 연구 프로젝트에서 나왔다. 이 프로젝트는 세 개의 유럽 도시 도서관을 비교했지만, 이 논문은 네덜란드 사례인 로테르담 공공도서관에 집중한다. 현장조사는 도시 전역에 23개 분관을 둔 이 도서관 네트워크에서 수행되었다. 연구진은 중앙도서관과 로테르담의 한 동네 분관을 중심으로 민족지적 혼합연구를 진행했다.

이하에서는 먼저 공공도서관을 제3의 장소로 바라보는 이론적 틀을 제시하고, 특히 도서관을 ‘중립적 공간’으로 보는 관점을 검토한다. 이어서 연구 설계와 사례 맥락을 설명한다. 이후 분석에서는 일상적 도서관 실천 속에서 제3의 장소의 특성이 어떻게 자주 충돌하는지를 보여준다. 논문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제3의 장소라는 개념은 실제 현장에서는 부분적으로, 선택적으로 실천될 뿐이며, 서로 다른 특성 또는 특성에 대한 해석이 운영 속에서 자주 충돌한다. 따라서 도서관이 제3의 장소이며, 그 안에 중립적 공간이 존재한다는 생각은 신화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 개념은 여전히 유용하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방문자의 적절한 행동, 사서의 노동, 그리고 공공공간으로서 도서관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을 논의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제3의 장소’라는 말은 원래 1982년 올든버그와 브리셋(Brissett)이 처음 썼지만, 특히 1989년 올든버그의 저서 The Great Good Place 이후 널리 퍼졌다. 이 책에서 올든버그는 집이라는 제1의 장소와 학교·직장이라는 제2의 장소 외에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특히 1980년대 미국에서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적 공간이 급격히 줄어들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 필요성은 더 컸다. 올든버그는 제3의 장소의 여덟 가지 특성을 제시한다. 첫째, 중립적 공간이다. 둘째, 위계 완화 장치(leveler)다. 셋째, 대화가 주된 활동인 장소다. 넷째, 접근 가능하고 수용적이다. 다섯째, 단골 방문자가 있다. 여섯째, 눈에 띄게 과장되지 않고 비형식적이다. 일곱째, 장난기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여덟째, 집 밖의 또 다른 집이다. 이 특성들을 통해 사람들은 소속감을 느끼고, 비공식적으로 타인과 만날 수 있다. 올든버그는 이를 명시적 위계로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처음 세 특성이 제3의 장소의 토대처럼 보인다. 그가 말하듯, 중립적 공간이 장소를 제공하고, 위계를 완화하는 성격이 무대를 만들며, 그 위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지속적인 활동인 대화가 이루어진다. 즉, 처음 세 특성이 나머지 다섯 특성의 바탕이 된다. 접근 가능성은 중립적 공간과 위계 완화라는 전제가 있어야 성립한다. 대화 중심성은 장난기와 비형식성을 낳고, 이것이 사람들이 다시 돌아와 단골이 되게 하며, 결국 집 같은 느낌을 형성한다. 단골은 새로운 방문자를 반갑게 맞으면서 제3의 장소를 키운다. 올든버그는 이를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요소라고 본다.

하지만 올든버그가 제시한 특성들, 더 정확히 말해 그 안에 숨어 있는 위계에는 중립적 공간이라는 핵심 특성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역설이 있다. 올든버그가 말하는 중립적 공간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고, 누구도 주인 역할을 떠맡을 필요가 없으며, 모두가 편안하고 집처럼 느끼는 곳이다. 일부 연구자도 제3의 장소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다양성의 장소라고 본다. 올든버그는 중립적 공간이야말로 제3의 장소가 포용적이기 위한 핵심 조건이라고 말하며, 제3의 장소는 회원 자격이나 배제 없이 공중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는 또 “육체적으로 아프거나 지친 사람에게는 권하지 않는다”고도 말한다. 다른 연구자는 올든버그의 제3의 장소 이론이 본래 사회적으로 주변화된 집단이 아니라 중산층 개인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고 지적한다. 올든버그가 상정한 제1·제2·제3의 장소 체계에서는 사람들이 세 공간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지만, 어떤 이유로든 삶의 제약을 받는 사람들은 그러지 못한다. 그렇다면 특정 집단이 배제되는 공간을 정말 중립적이고 포용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더 나아가 올든버그는 제3의 장소가 단골에게 지배된다고도 말한다. 단, 숫자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단골이 ‘환대의 분위기’를 만드는 호스트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제3의 장소를 만드는 단 한 사람은 없지만, 익숙한 얼굴들이 어느 정도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제3의 장소가 누구도 호스트나 손님 역할에 묶이지 않는 중립적 공간이라는 그의 설명과 충돌한다. 중립적 공간은 어떤 개인이나 집단에게 지배되어서는 안 되는데, 동시에 새로운 방문자를 맞이할 단골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모순이 발생한다.

중립적 공간과 충돌하는 특성은 또 있다. 대화가 중심 활동이고 장난기 있는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는 기준은 어떤 사람에게는 제3의 장소의 조건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불편과 소란일 수 있다. 누가 제3의 장소를 형성할 권한을 가지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올든버그는 제3의 장소가 위계를 완화하는 곳이며 모두에게 열려 있다고 말하면서, 그 문을 통과할 때는 개인의 지위 표식을 문밖에 두고 와야 사람들이 평등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바깥의 지위를 내려놓는 것이 입장의 조건이 되고, 모두의 수용은 그 대가가 된다. 이 논리를 따르면, 제3의 장소를 형성할 권한은 그 공간의 문을 통과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그러나 앞서 본 단골의 역할과 연결해 보면, 단골은 결국 제3의 장소의 문지기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올든버그는 애초에 유동적이고 흔들리는 개념에 일정한 구조를 부여한다. 제3의 장소에서는 사람들의 도착과 출발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어느 시간대든 구성원은 일정하지 않으며, 활동은 대부분 사전 계획이나 일정, 조직, 체계 없이 이루어진다. 그는 자신의 분류를 제3의 장소 기능에 대한 장황한 열거라고 부르지만, 연구진은 그 특성들 사이의 관계 자체, 특히 역설적인 관계에 주목한다. 그래서 본 논문은 먼저 도서관 연구에서 제3의 장소 개념이 어떻게 활용되어 왔는지 살펴보고, 이어 공공도서관을 중립적 공간으로 보는 관점을 탐구한다.

공공도서관 연구에서의 제3의 장소

올든버그가 ‘제3의 장소’를 소개했을 때 그가 염두에 둔 장소는 카페, 커피숍, 서점, 술집, 미용실, 그리고 공동체의 중심에 있는 여러 어울림 공간이었다. 흥미롭게도 올든버그는 도서관을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한 연구자는 그 이유를, 당시에는 도서관이 사교와 활발한 대화의 장소로 아직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 이후 공공도서관은 크게 변했고, 오늘날에는 제3의 장소이자 사회적 기반시설로 점점 더 자주 인정받고 있다. 공공도서관이라는 제3의 장소는 개인과 더 큰 사회를 이어주는 매개 공간으로 이해되며, 여기서 핵심은 책 같은 사물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이다. 공공도서관은 약한 만남과 강한 만남이 모두 일어나는 장소이며, 공동체 형성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이상적으로는 공동체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강건한 지역 커뮤니티 센터가 된다.

그러나 모든 연구자가 공공도서관을 제3의 장소라고 보지는 않는다. 일부는 도서관이 사적 공간의 성격도 갖기 때문에 완전한 제3의 장소가 아니라고 말한다. 공공도서관은 올든버그가 말한 특성 중 많은 부분을 충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화가 핵심 활동이 아니고, 단골 이용자 상당수가 스스로를 사적인 거미줄로 둘러싸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공공도서관은 제1의 장소와 제2의 장소의 성격을 함께 띠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의 제3의 장소로 보기 어렵다. 집과 가족 활동, 일과 관련된 활동이 도서관 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든버그 자신은 제3의 장소에서 제1·제2의 장소 활동을 금지하지 않았고, 마지막 특성을 아예 “집 밖의 또 다른 집”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학자들은 디지털 시대의 변화한 의사소통 방식에 맞춰, 제3의 장소 또는 잠재적 제3의 장소의 정의를 보다 유연하게 써야 한다고 본다.

오늘날 ‘집’이라는 개념 자체도 주거 위기, 임대료 상승, 젠트리피케이션, 노숙, 부동산 금융화,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확산 속에서 크게 흔들렸다. 그 결과 제1·제2·제3의 장소 사이 경계는 점점 흐려지고 있다. 이제 공공도서관이나 카페 같은 제3의 장소를 집처럼 쓰거나 일터처럼 쓰는 일이 흔해졌다. 공공공간을 논의할 때는 사적 공간과의 관계도 함께 봐야 한다. 공공성은 사적성 없는 상태가 아니라, 사적성과의 관계 속에서 성립하기 때문이다. 공공도서관은 오늘날 몇 안 되는 무료 공공공간으로 여겨지며, 오랫동안 공동의 모임 장소 역할을 해왔다. 많은 공공도서관은 무료 또는 거의 무료 수준의 화장실, 인터넷, 냉난방, 피난처를 제공한다. 그래서 이곳은 환영받는 공간이 되며, 노숙을 경험하는 사람처럼 취약한 처지의 사람들에게도 피난처가 된다. 이런 변화는 제3의 장소의 중요성을 더 분명하게 보여주지만, 동시에 도서관 노동자에게 새로운 어려움을 안겨주고, 제3의 장소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다시 묻게 만든다.

공공도서관은 타자성과 다원성에 노출되는 장소다. 다양한 인구집단이 모두 환영받는다는 점에서, 어떤 연구자는 공공도서관이 제3의 장소의 정의를 가장 순수한 형태로 충족한다고 본다. 그러나 다른 연구자는 사서직 안에서 제3의 장소를 연구할 때, 다양성이 만들어내는 실제 갈등에 더 진지하게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어떤 연구는 사서가 공간 생산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분석하면서, 사서가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자신이 생각하는 ‘마땅한 모습’과 비교하고, 그 비전에 맞게 공간을 관리한다고 본다. 이는 르페브르(Lefebvre)의 ‘구상된 공간(conceived space)’ 개념과 연결된다. 사서는 규칙을 통해 적절한 행동을 규정하고, 정상적 활동을 정하며, 공간 사용을 구조화한다. 이 관점에서 제3의 장소는 경직되고, 통제되며, 감시되고, 정의된 공간이다. 이런 분석은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가 말한 사회공간의 구조와도 닿아 있다. 그는 사회적 위계를 표현하지 않는 공간은 없다고 말한다. 즉, 물리적 공간은 사회적 공간이기도 하며, 어떤 공간을 점유하는 방식에는 권력이 작동한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그 공간의 질서와 맞지 않는다고 여기는 사람과 사물을 밀어낼 수 있다. 시각적·청각적 소음, 사회적으로 부정적 의미가 덧씌워진 전시와 특정 소리나 행동은 ‘침입적’이고 ‘공격적’으로 경험되기 쉽다. 결국 거주 습성이 거주 환경을 만든다. 사회 실천은 사회 구조의 영향을 크게 받고, 이는 사서가 제3의 장소를 실제로 어떻게 수행하는지 연구할 때 핵심이 된다.

중립적 공간과 도서관의 중립성

공공도서관을 제3의 장소로 연구할 때, ‘중립성(neutrality)’을 둘러싼 논의는 핵심적이다. 중립성은 제3의 장소 이론에서 부차적 요소가 아니라 개념의 토대를 이루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중립적 공간’이라는 특성이 도서관에 대한 하나의 신화를 만든다고 본다. 즉, 공공도서관이 중립적이며 모두에게 열려 있다는 믿음이다. 여기서 중립적 공간과 도서관의 제도적 중립성은 서로 다르다. 중립적 공간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장소라는 뜻이고, 공중이 그 장소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지와 관련된다. 반면 도서관의 중립성은 도서관이라는 기관과 전문직이 정치적 입장을 삼가고 공정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뜻한다. 두 의미는 다르지만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사서가 중립적 공간을 만들려 할 때, 동시에 도서관의 중립성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믿기 쉽다. 어떤 사람들은 도서관이 중립적일 때에만 중립적 공간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 경우 도서관의 중립성은 중립적 공간의 필수 조건이 된다.

그러나 도서관의 중립성 원칙은 오래전부터 분석과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 고전적 사서직 담론에서는 도서관을 중립적 장소로 보았고, 너무 많은 입장을 취하는 문제를 피하기 위한 해법으로 중립성을 제시했다. 이 관점에서 중립성은 모든 관점을 비치하고,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방식으로 접근성과 가용성을 보장한다. 하지만 어떤 쟁점의 양쪽 목소리를 똑같이 보여주는 것이 곧 공정성이라는 주장은, 양쪽 입장이 본질적으로 동등하다는 잘못된 전제를 깔고 있을 수 있다. 가치가 전혀 다른 주장까지 동등한 비중으로 다뤄야 한다는 생각은 도덕적 상대주의와 연결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도서관은 사람만 모이게 하는 ‘빈 그릇’이 되고, 사서는 그 안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논쟁에 개입하지 않는 존재가 된다. 반대로 다른 학자는 공공도서관이 “모두를 위한 곳”이지만 실제로는 “어떤 집단을 특히 더 위한 곳”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즉, 도서관은 늘 어떤 우선순위를 가진다.

한 연구자는 사서가 완전한 중립을 달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사서 역시 인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서가 중립적 중심에서 벗어나도 되는가가 아니라,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정말 있는가다. 또 다른 연구자들은 사서와 도서관이 자신이 놓인 정치적·사회적 현실과 분리될 수 있다고 보는 생각이 비현실적이고 순진하다고 본다. 그들은 현실에 관여하는 것이 오히려 도서관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중립성은 진공 상태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배적 이데올로기와 헤게모니가 작동하는 현상 유지 체제 안에 잠겨 있으며, 그 체제 자체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사서 또한 그 안에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지배 이데올로기 안에서 일하는 사람이 모두 부패하거나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지배적 관점을 비판하든 그대로 수용하든, 둘 다 정치적 행위이므로 중립은 아니다. 어떤 연구자는 사서가 내리는 모든 결정이 결국 그 사람의 계급 위치와 세계관을 반영한다고 말한다. 이런 논의는 사서를 개인적·정치적 존재와 분리할 수 없기 때문에, 진정한 중립은 도달 불가능한 목표임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자신의 분석을 통해 올든버그의 제3의 장소 특성들 사이에 숨어 있는 위계를 본다. 그 위계에서 가장 아래 토대가 되는 것이 바로 중립적 공간이다. 도서관의 제도적 중립성은 실제로 달성될 수 없지만, 사서들은 그것을 활용해 제3의 장소에 필요한 중립적 공간을 유지하려 한다. 제3의 장소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커지는 시대일수록, 이른바 제3의 장소가 실제로 어떻게 유지되는지, 누구에게 얼마나 접근 가능한지 연구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래서 아래에서는 로테르담 현장에서 전면 업무를 맡은 사서들의 실천을 어떻게 연구했는지 설명한다.

연구 설계

로테르담 공공도서관이 제3의 장소로 기능하는 과정에서, 사서의 실천과 방문자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연구진은 민족지적 혼합방법을 사용했다. 참여관찰, 비공식 대화, 정책문서 분석이 그 방법이었다. 현장조사는 로테르담의 두 도서관에서 진행되었다. 하나는 중앙도서관이고, 다른 하나는 도서관 경영진과 협의해 선정한 델프스하번(Delfshaven) 분관이다. 연구에 참여한 도서관과 직원들은 모두 연구에 동의했으며, 익명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참여관찰은 현장조사의 핵심이었다. 2022년 6월부터 2025년 5월 사이 여러 차례 현장조사를 진행하면서, 자메아 코피는 사서 7명의 일상 업무를 따라다니며 총 75시간이 넘는 참여관찰을 수행했다. 이는 사서와 함께 이동하고, 그들이 하는 일을 관찰하고, 일을 돕고, 도서관의 여러 공간에서 무슨 말과 행동이 오가는지 주의 깊게 살피면서 대화하는 과정을 포함했다. 함께 읽기 모임, 언어 카페, 직원 회의, 서비스 데스크, 예약자료 찾기 등이 관찰 대상이었다. 7명 중 6명은 전면 업무 담당자였다. 이들은 방문자와 자주 접촉하고, 서고나 사무실 같은 후면 공간에서는 덜 일한다. 네덜란드에는 더 이상 사서를 위한 공식 교육과정이 없기 때문에, 연구에 참여한 도서관 노동자들의 교육 배경은 매우 다양했다. 참여관찰에는 자원봉사자가 함께 참여하는 경우도 많았고, 연구진은 이들도 때때로 따라다니며 관찰했다. 연구진은 윌리엄스(Williams)를 따라 ‘사서(librarians)’를 넓은 뜻의 우산 용어로 쓰고, 자원봉사자·보안요원·청소노동자까지 포함할 때는 ‘도서관 노동자(library workers)’라는 표현을 쓴다.

참여관찰 동안 연구진의 관심은 대화뿐 아니라, 도서관 안팎의 공간 배치, 시간의 리듬, 상호작용 상황, 그리고 때로는 다른 방문자와의 대화에도 향했다. 자메아 코피는 현장조사 하루가 끝날 때마다 네덜란드어로 자세한 현장노트를 작성했다. 이 노트는 민족지적 의미에서 매우 상세하고, 관찰과 함께 성찰도 담고 있었다. 즉, 연구와 관련 있다고 판단한 정보를 가능한 한 모두 기록한 것이다. 대부분의 노트는 참여관찰 뒤에 썼고, 때로는 관찰 도중에 메모했다. 일부 노트는 나중에 영어 민족지 소품문(ethnographic vignettes)으로 번역되었다. 이런 소품문은 이론적 서사의 한 형식으로, 자료 분석 과정에서는 특정 장면이 ‘전형적 경험’으로 다뤄졌다. 현장노트를 소품문으로 다시 쓰는 작업은, 1차 노트에서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의미를 포착하고 특정 주제·개념과의 연결을 부각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따라서 소품문은 현장 참여, 기록, 서술, 분석이 복합적으로 얽힌 과정의 일부이자 결과다.

연구진은 감각을 민족지 실천의 도구로 사용했다. 감각은 사서가 공공도서관에서 제3의 장소를 일상적으로 어떻게 수행하는지 배우고, 이해하고, 재현하는 수단이었다. 일상 경험이 다감각적이기 때문이다. 아래에 제시하는 두 가지 감각 사례는, 감각이 세계와 관계 맺고 공간을 구조화하며 장소를 정의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준다. 연구진은 집이 그러하듯, 제3의 장소 또한 감각을 통해 구성되고, 경험되고, 평가되며, 유지되는 환경이라고 본다. 감각은 사물과 장소가 어떻게 현실이 되는지 드러낸다.

중요한 점은, 연구 참여자 대부분이 제3의 장소라는 말을 직접 질문받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연구진은 오히려 그들의 일상 업무를 물었다. 제3의 장소라는 주제는 현장조사와 이후 분석 과정에서 떠올랐다. ILIT 연구팀은 공공도서관을 돌봄의 공간으로 보면서, 도서관 노동자의 대화와 실천에 초점을 맞춘 그림자 따라다니기(shadowing) 가이드를 사용했다. 연구진은 현장노트를 쓰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도서관은 어떻게 경험되는가. 어떤 모습이고, 어떤 소리가 나며, 어떤 냄새가 나고, 어떤 촉감을 주는가.” “돌봄의 공간이 보이는가. 방치와 소외의 공간도 보이는가.” “방문자끼리 또는 방문자와 직원 사이에 충돌이나 이해관계 대립이 있었는가.” 이후 연구진은 여러 경험과 소품문을 함께 논의하고 비교·분석했으며, 제3의 장소라는 개념과 열망이 로테르담, 더 넓게는 네덜란드 사례에 특히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주제의 중요성을 확인한 뒤에는 많은 현장노트를 다시 검토하며, 자료를 제3의 장소의 특성과 연결하고, 반복되는 행동과 긴장을 파악하고, 본 논문 분석에 적합한 사례를 골랐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로테르담 공공도서관과 관련된 주요 정책문서도 수집·검토했다. 이 분석에서는 특히 제3의 장소라는 말이 정책문서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 살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문서상의 도서관보다, 현장에서 실제로 수행되는 제3의 장소를 강조하기로 했다. 따라서 정책문서는 도서관 노동자의 일상 실천 분석을 보조하는 자료로만 사용했다. 아래에 제시된 현장조사와 정책문서의 모든 인용문은 연구진이 네덜란드어에서 영어로 번역한 것이다.

사례: 로테르담 공공도서관

로테르담은 2025년 기준 67만 명이 넘는 주민이 사는 네덜란드 제2의 도시다. 주민의 54%는 이주 배경을 가지고 있어 인구 구성이 비교적 다양하다. 동시에 로테르담은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도시로 여겨지며, 특히 문해력 문제가 심각하다. 16세부터 65세까지의 노동가능 인구 가운데 15%에서 21%가 비문해 상태로 추정되는데, 이는 네덜란드 평균 12%보다 높다.

로테르담 공공도서관은 중앙도서관을 포함해 23개 분관으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다. 중앙도서관은 6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어린이 구역, 정숙층, 음악실, 학생과 독서인, 일반 방문자를 위한 여러 코너, 스타벅스(Starbucks) 등이 층별로 배치돼 있다. 같은 건물 안에는 여러 사회지원 기관도 들어와 있다. 이 건물은 2026년 1월부터 개보수 공사에 들어가 2029년까지 문을 닫을 예정이며, 더 지속가능한 건물로 바꾸고 더 많은 사회기관과 상업시설을 수용할 수 있도록 재편될 계획이다. 그동안 중앙도서관은 인근 시립 건물로 임시 이전했다. 연구 대상이 된 델프스하번 분관은 중앙도서관보다 훨씬 작고, 일반에 개방된 공간도 지상 1층뿐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언어 수업, 독서 모임, 컴퓨터 수업을 위한 방과,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고 놀 수 있는 공간 등 다양한 활동 구역이 마련되어 있다. 이 분관이 들어선 건물 안에는 커뮤니티 센터도 있고, 도서관과는 유리문으로 분리되어 있다.

로테르담 공공도서관은 네덜란드 공공도서관 전반의 변화 흐름을 잘 보여준다. 네덜란드 공공도서관의 주요 기능은 21세기 들어 다시 한 번 바뀌었고, 책과 잡지 대출 중심 모델에서 2015년 도서관법이 규정한 사회문화형 공공도서관으로 이동했다. 이 법은 다섯 가지 핵심 기능을 제시했다. 지식과 정보 제공, 교육과 발전 기회 제공, 독서 진흥, 토론과 모임 조직, 예술과 문화에 대한 접근 제공이 그것이다. 법문에 ‘제3의 장소’라는 표현은 없지만, 도서관이 물리적 만남의 장소여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 강조된다. 이 법은 2026년에 개정될 예정이며, 각 지방자치단체가 ‘충분한 수준의 도서관 시설’을 법적으로 갖추도록 하는 돌봄 의무(zorgplicht)를 통해 장기적 접근성과 품질을 확보하려 한다.

로테르담 공공도서관은 정책보고서에서 자신을 적극적으로 제3의 장소라고 설명하며, 올든버그의 특성 일부를 명시적으로 언급한다. 예컨대 다년 보고서에서 로테르담 공공도서관은 도시 안에서 제3의 장소와 공공공간 전반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도서관은 “중립적 공공시설이며, 사람들이 자유롭게 서로 만나고, 믿을 수 있는 지식을 얻고, 질문하고, 경험을 나누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접근 가능하고 안전하며 환영받는 제3의 장소”라고 설명된다. 목표는 “최대한 포용적”이 되는 것이며, 도서관은 “문턱이 없는” “중립적이고 안전하며 따뜻한 장소”여야 한다. 동시에 보고서는 일부 방문자가 도서관을 제3의 장소일 뿐 아니라 제1의 장소처럼 사용한다고도 적는다. 노숙을 경험하거나 실업 상태인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어떤 방문자가 실제로 도서관을 사용하는 방식 앞에서 공공공간과 제1·제2·제3의 장소를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는지 묻게 만든다.

겉으로 보면 로테르담 공공도서관의 여러 분관은 올든버그의 제3의 장소 기준을 상당 부분 충족하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많은 분관은 단골 방문자끼리 대화가 중심이 되는 소규모 언어 카페나 독서 모임을 운영한다. 하지만 동시에 도서관이 완전히 접근 가능하고 수용적인 공간은 아니라는 징후도 보인다. 현장조사 당시 중앙도서관 화장실은 무료가 아니었다. 이용할 때마다 0.50유로(약 880원)을 내야 했고, 돈을 넣어야 열리는 작은 쇠문이 설치돼 있었다. 임시 이전 건물에서는 화장실이 무료로 바뀌었지만, 델프스하번 분관에서는 방문자용 화장실이 커뮤니티 센터 안에 있어 여전히 유료였다. 최근 로테르담 공공도서관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2024년 말부터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고, 2025년 5월 1일부터는 연체료를 없애고 모든 시민에게 무료 회원 옵션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로테르담은 연령과 무관하게 전 지점에서 무료 회원제를 운영하는 네덜란드의 초기 사례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도서관 실천 속에서 수행되는 제3의 장소

이 절에서는 로테르담 공공도서관이 사서의 일상 실천을 통해 어떻게 끊임없이 제3의 장소로 다시 생산되는지 살펴본다. 연구진은 두 가지 감각 사례를 통해 제3의 장소에서 무엇이 ‘적절한’ 행동과 노동으로 여겨지는지, 또 직원과 방문자 사이에서 이 개념이 어떻게 다르게 해석되는지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어떤 특성이 실제 운영에서 더 우선되는지도 드러난다. 말하자면, 연구진은 감각의 차원을 통해, 도서관 노동자가 오늘날 도서관을 제3의 장소로 만들려는 과정에서 특정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분석한다.

소리를 감시하기

로테르담 공공도서관은 제3의 장소가 되기 위해 도서관 컨설턴트와 전문가의 조언을 구한다. 그 가운데 한 보고서는 도서관이 ‘항상’ 제3의 장소가 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사람과 집단의 욕구가 다르고, 모두를 만족시키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여러 유형의 사람이 도서관으로 오지만, 실제로 서로를 연결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본다.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접촉하고 마주칠 때조차 그들은 도서관 건물 안에서 공간을 두고 경쟁한다. 이런 공간 경쟁은 여러 활동이 동시에 벌어지는 복합 공간에서 특히 뚜렷하고, 자주 소음 문제를 만든다. 델프스하번 분관에서 관찰한 장면은, 공간이 개방형일수록 이런 문제가 더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카운터에 있던 한 사서가 인턴에게 몸을 돌려, 열람 테이블에 앉은 한 방문자에게 가서 스피커폰 통화를 멈춰 달라고 요청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잠시 뒤, 소리를 줄여 달라는 말을 들었던 그 방문자가 사서에게 다가온다. 그 남성은 휴대전화 음량을 40~50데시벨 수준으로 줄였다고 말하며, 휴대전화 속 데시벨 측정 화면을 보여준다. 사서와 방문자는 데시벨을 두고 논쟁을 시작한다. 사서는 도서관에서 조용히 통화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스피커폰은 너무 시끄럽다고 설명한다. 남성은 불쾌해하며 오히려 사서의 목소리도 매우 크다고 반박한다. 사서는 그 말을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하고, 도움을 기다리던 다른 방문자에게 돌아선다.

이 짧은 장면은 제3의 장소로서 도서관에 대한 직원과 방문자의 기대가 어떻게 다른지 보여준다. 사서는 상대적으로 작고 열린 도서관 공간에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려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다시 말해, 공간이 수용적이어야 한다는 제3의 장소의 약속을 지키려는 것이다. 누구 한 사람이나 한 집단이 지나치게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중립적이고 포용적인 만남의 장소를 유지하려면, 한 개인이 내는 큰 소리는 지나치게 존재감이 큰 것으로, 즉 ‘부적절한’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그 방문자는 동시에 제3의 장소의 다른 특성 두 가지를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도서관을 자신의 비형식적 거실, 곧 집 밖의 또 다른 집처럼 사용하고 있고, 휴대전화를 통해 대화하고 있다. 올든버그에 따르면 대화는 제3의 장소의 핵심 활동이다. 즉, 이 사례는 사서가 적절한 행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고, 동시에 방문자의 반박은 사서의 적절한 노동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대를 드러낸다.

이 장면은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는 목표, 즉 중립적 공간의 조건이 사서를 실패하기 쉬운 위치로 몰아넣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서는 도서관의 운영 규칙을 수행하고 있다. 그 규칙은 소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방해를 주어서는 안 되며, 그런 일이 생기면 사서와 보안요원이 방문자에게 개입할 수 있다고 정한다. 여기서 로테르담 공공도서관은 원래 지적으로 유용한 개념으로 설계된 ‘제3의 장소’ 개념을, 몸을 규율하는 운영 규칙과 함께 사용한다. 그 결과 제3의 장소의 실현은 오히려 제한된다. 제3의 장소는 원래 제한적 경향을 거슬러야 하고,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위계를 약화시키는 공간이 되는데, 실제 운영에서는 유지되어야 할 중립적 공간이 도서관의 위계성을 드러낸다. 사서가 제3의 장소를 수행하고 환경을 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공공간에서 적절한 행동을 통제한다는 것은 결국 배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일이다. 비록 그 배제가 공동체의 사교성을 깨뜨리는 사람을 막기 위한 것이라 해도 그렇다.

특정 행동, 때로는 특정 사람을 배제하는 일은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된다. 이 역시 중립적 공간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중앙도서관에서도 소음 문제 때문에 새로운 규칙이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자원봉사자와 함께 네덜란드어를 배우는 언어 카페에서는, 일부 참가자가 사람이 너무 많고 같은 테이블 사람의 말을 듣기 어렵다고 불평했다. 이에 도서관 직원은 테이블당 참가자 수 상한을 정하고, 한도가 차면 더는 받지 않겠다고 공지했다. 각 테이블에는 이 규칙을 적은 작은 표지가 놓였다. 이 새 규칙은 붐빔 때문에 불편을 느낀 언어 카페 단골을 만족시키고, 그들에게 더 수용적이고 접근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일부 자원봉사자는 이 규칙을 무시했다. 한 여성은 “나에게는 모두가 환영받는 사람이다”라고 말하며, 시야를 가린다는 이유로 그 표지를 치워 버렸다. 이 자원봉사자는 제3의 장소의 포용성을 더 우선했고, 그 과정에서 도서관 규칙을 느슨하게 적용했다. 즉, 제3의 장소의 일부 특성을 유지하려고 만든 규칙을 무시하면서, 다른 특성은 오히려 지킨 셈이다. 이 사례는 같은 분위기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경험하며, 서로 모순되는 감정이 도서관 삶의 일부임을 보여준다.

소리와 소리 감시는 위계와 규칙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바뀔 수 있고 흔들릴 수 있음을 드러낸다. 매턴(Mattern)이 지적하듯, 소음의 의미는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보편적으로 이해되는 것도 아니다. 소음은 주관적으로 규정된다. 이 두 사례는 소음을 ‘잘못된 자리에 있는 소리’로 보는 정의와, 소음을 통제와 연결하는 관점 모두와 관련된다. 매턴은 강제된 침묵과 소음을 허용하는 자유 모두가 권력의 형태라고 말한다. 결국 도서관이 제3의 장소로서 대화의 공간이라는 말은, 실제로는 ‘어느 정도까지’, ‘어느 구역에서’, ‘얼마나 큰 소리로’ 가능한지를 사서와 방문자가 협상하는 문제를 뜻하게 된다.

여러 개의 거실

로테르담 공공도서관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네덜란드 구세군(Salvation Army)이 진행한 ‘따뜻한 방(Warme Kamer)’ 캠페인에 참여한 1400개 기관 가운데 하나였다. 이 캠페인은 난방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노력은 제3의 장소의 여러 특성과 맞닿아 있다. 취약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도서관을 더 접근 가능하고 더 수용적인 공간으로 만들 수 있고, 도서관을 집 밖의 또 다른 집, 어쩌면 더 따뜻한 집으로 기능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참여는 공공도서관이 점점 더 ‘돌봄의 공간’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그 변화는 사서가 수행하는 노동을 바꾼다. ILIT 프로젝트에서 연구진은 공공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돌봄이란, 관계를 만들고 경계를 긋는 일과 함께, 지속적인 유지관리 노동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런 노동이 지속가능한 사서직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공공도서관에서 적절한 행동이 무엇인지는, 적절한 사서 노동이 무엇인지와 떼어놓을 수 없다. 어떤 방문자에게는 도서관이 제3의 장소가 될 수 있지만, 그 공간을 유지하는 사서에게 도서관은 동시에 제2의 장소이기도 하다. 공공도서관을 ‘따뜻한 방’, ‘제3의 장소’, ‘도시의 거실’로 상상하고 약속하는 방식은, 현장에서 일해 온 사서들의 기존 직업상 상상과 맞지 않을 수 있다. 도서관이 맡게 된 일부 돌봄 업무는 오랜 경력을 가진 많은 사서의 직무 설명서에 없던 일이었다. 공공도서관의 돌봄 기능 확대는 사서가 그것을 기꺼이 맡을 의향이 있는지, 또 그러한 역할을 위한 교육과 훈련을 받았는지 묻게 만든다. 윌리엄스의 논의처럼, 전문직 정체성은 경계 설정을 통해 구성되고 유지된다. 곧, 무엇이 적절한 노동인지 다투는 바로 그 자리에서 ‘사서란 무엇인가’에 대한 협상이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한 사서는 방문자의 특정 요구를 도와주다 보면 자신이 “사회복지사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약간의 교육은 받았지만, “나는 이런 일에 지원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일부 도서관 노동자는 공공도서관의 바뀌는 역할에 주저함을 보인다. 방문자들 사이에서도 이 ‘도시의 거실’에서 무엇을 해도 되고, 무엇은 안 되는지에 대한 해석은 뚜렷하게 갈린다. 도서관이 하나의 큰 거실이 되기보다, 방문자들이 저마다 자기 방식의 작은 거실을 만들고, 사서들은 언제 어디서 어떤 운영 규칙을 적용할지 협상하게 된다. 통제와 다툼의 대상은 소리만이 아니다. 냄새도 마찬가지다. 다음 장면이 이를 잘 보여준다.

한 사서와 나는 예약 도서를 찾기 위해 여섯 개 층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다 생선 냄새를 맡았다. 냄새를 따라가 보니 서가 사이에서 생선을 먹고 있는 남성이 있었다. 우리는 그에게 다가갔다. 사서는 그에게 도서관에서는 생선을 먹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 농담조로 “맛은 좋겠네요, 그래도 안 됩니다”라고 말한다. 나중에 그 사서는 많은 방문자가 도서관 안에 자기만의 작은 거실을 만든다고 설명한다. 전 관장은 도서관이 거실이 되기를 원했지만, 그 사서는 로테르담의 모든 사람이 자립적이라는 생각은 사실이 아니라고 본다. 그녀는 도서관이 아늑하고 따뜻해질수록, ‘덜 유쾌한’ 사람들, 예를 들어 노숙인, 반사회적 사람, 중독 문제가 있는 사람도 더 오래 머문다고 말한다. 그녀는 도서관이 어디에도 갈 곳 없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흘러드는 ‘배수구(afvoerputje)’가 될까 봐 걱정한다. 내가 누군가 자고 있는 것을 보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그녀는 살짝 깨워서 도서관에서는 잘 수 없다고 알려 준다고 답한다.

이 장면에서 사서는 다시 위계 완화 장치로 기능한다. 가능한 많은 방문자가 불쾌한 냄새에 침범당하지 않고 도서관을 즐길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따뜻한 음식 섭취를 금지하고, 냄새로 타인에게 불편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운영 규칙은, 공공도서관을 사용하는 ‘올바른’ 방식이 있다는 전제를 보여준다. 사서의 개입은 그 전제를 실제로 수행하는 행위다. 어떤 공간이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상상은 규칙을 통해 구현된다. 그래서 공공도서관은 매우 강하게 규제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사서는 모두를 편안하게 하기 위해 개입한다고 보지만, 이때 ‘다른 방문자도 분명 불편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함께 작동한다. 그러나 기존 연구는 이런 추정이 직원의 생각일 뿐, 실제 방문자의 기대와 다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노숙을 경험하는 사람이 다른 방문자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직원의 인식과 방문자의 실제 인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누군가의 불편을 피할 권리가, 다른 누군가가 도서관을 사용할 권리보다 더 큰 무게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문제 제기가 나온다.

잠자기, 냄새 나는 음식을 먹기, 큰 소리로 통화하기 같은 활동을 제한하는 일은, 어떤 사람에게는 도서관 전체로부터의 배제를 뜻할 수 있다. 특히 다른 갈 곳이 실제로 없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 점은 노숙 경험자에 대한 직원의 태도가 도서관 이용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와도 맞닿아 있다. 올든버그의 ‘집 밖의 또 다른 집’이라는 특성은, 도서관이 문을 닫으면 돌아갈 집이 없는 사람에게는 실현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도시의 거실이 더 절실한 사람일수록 자기만의 사적 공간이 없고, 공공공간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적절한 행동에 대한 관념은 직원과 다른 방문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질 수 있고, 정책과 운영 규칙을 통해 정당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말 물어야 할 것은 그 제한과 배제가 법과 규칙으로 정당화되는가가 아니라, 그것이 정의로운가이다.

논의

위의 감각 사례들은 공공도서관이 제3의 장소로 실천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 한계는 사서와 직원이 집행하는 운영 규칙에서만 생기지 않는다. 제3의 장소 개념 자체 안에도 한계가 들어 있다. 제3의 장소의 특성은 해석과 구조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그 실현 범위를 제한한다. 특히 첫 번째 특성인 중립적 공간이 그러하다. 실제 현장에서는 제3의 장소의 여러 특성이 서로 충돌하고, 그 충돌이 도서관 안 갈등으로 이어진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 같은 방문자 집단 앞에서 여덟 가지 특성을 모두 동시에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공공도서관은 기껏해야 일시적이고 부분적인 제3의 장소가 된다. 공공도서관은 늘 여러 가지 성격을 동시에 지니므로, 제3의 장소가 고정되고 경계가 분명한 실체가 아닌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공공도서관이 언제나 모든 방식으로 제3의 장소가 된다는 생각은 결국 열망에 가깝다.

취약한 인구집단의 필요에 응답하면서 더 포용적이고 더 확장된 공간이 되는 일은 오늘날 공공도서관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도서관이 스스로를 더 접근 가능하고 더 수용적인 공간으로 만들려 할수록, 역설적으로 어떤 사람은 배제되기도 한다. 무엇이 포용인지 누군가가 정의하고 그것을 집행하는 순간, 다른 사람은 바깥으로 밀려난다. 포용 논리는, 도서관 노동자가 중립적 공간을 지키기 위해 ‘잘못된 방식’으로 도서관을 쓰는 사람을 배제할 때 오히려 배제의 논리가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포용을 위한 조건으로 여겨진 중립적 공간이, 실제로는 그 반대를 낳는다. 어떤 연구자가 지적했듯, 제3의 장소 개념은 처음부터 사회적으로 주변화된 공동체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이 개념은 오래전부터 이미 배제적이었다. 동시에 제3의 장소 개념은 도서관 공간을 누가 통제하는지를 보이지 않게 만드는 관계 질서를 드러내 준다. 결국 공적 재산에도 경계는 존재한다.

‘제3의 장소’나 ‘도시의 거실’ 같은 표현은 배제의 실천을 감추고, 주변화된 집단의 목소리를 침묵시킬 위험도 있다. 이런 표현은 마치 공론장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동등한 사회적 주체인 것처럼 전제하지만, 실제 공론장에서는 성별, 장애, 사회경제적 지위 같은 요인이 오랫동안 사람들을 배제해 왔다. 공공공간은 ‘공공’이라는 개념 자체가 다층적이고 역설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완전히 열린 장소는 없다. 이 점은, 어떤 공간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해서 그 공간을 실제로 점유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논의와도 연결된다. 공공공간에 대한 많은 우려는 결국 환경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고, 거기에는 도덕적 가치판단과 규범적 판단이 결부된다. 공공과 사적이라는 구분 안에는 암묵적 규범성이 들어 있다. 그래서 공공도서관 같은 공공공간은 늘 갈등의 현장이 된다. 공공공간의 의미 자체가 본질적으로 정치적이기 때문이다.

공공도서관을 제3의 장소로 둘러싼 해석이 서로 다르고 자주 충돌한다는 사실은, 이 공간을 아고니즘의 관점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샹탈 무페(Chantal Mouffe)는 사회를 언제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다중 세계(pluriverse)로 본다. 아고니즘 이론에서는 갈등이 파괴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생산적일 수도 있다. 도서관 같은 제도가 서로 다른 입장의 사람들이 만나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연구자는 아고니즘적 공론장이 의사소통 과정을 민주화하고, 공적 참여 공간을 열며, 그렇지 않으면 침묵했을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준다고 말한다. 동시에 배제는 어떤 공공공간 프로젝트에도 일정 부분 내재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점에서 제3의 장소 개념은 공공도서관이 무엇이며 누구를 위한 공간인지 논의하게 해준다는 점에서는 유용하지만, 갈등 자체를 공공공간의 일부로 실현하는 데는 한계를 만든다. 실제 운영에서 사서의 임무는 중립적 공간을 유지하고, 위계를 완화하는 사람으로서 때로는 문자 그대로 방문자를 조용하게 만들고 배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제3의 장소 개념의 한계는 특성 규정 단계에서 이미 시작되고, 그 한계가 실천으로 흘러내린다. 연구진은 바로 이런 이유로, 제3의 장소의 특성들이 공공도서관이 아고니즘적 공공공간이 되는 가능성을 제약한다고 본다.

결론

이 논문은 공공도서관을 제3의 장소로 다시 해부하고, 도서관 노동자가 오늘날 제3의 장소가 되려는 과정에서 자신의 일상 실천을 어떻게 수행하는지 보여준다. 제3의 장소 개념은 이론적으로 매력적이지만, 공공도서관이라는 제도적 틀 안에서 완전히 실현되기는 어렵다. 공공도서관은 기껏해야 일시적이고 부분적인 제3의 장소다. 결코 언제나, 모든 방식으로 제3의 장소인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제3의 장소라는 렌즈를 통해 공공도서관 내부의 권력관계를 살펴보고, 누가 ‘좋은’ 방문자 행동과 ‘나쁜’ 방문자 행동을 정하는지, 그리고 사서가 ‘부적절한’ 행동에 어떻게 개입하는지 분석한다. 민족지 현장조사 분석은, 도서관 공간에서 소리와 냄새가 끊임없이 문제화되고, 감시되고, 협상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올든버그가 제시한 제3의 장소의 특성 가운데 중립적 공간은, 적절한 행동을 규율하고 운영 규칙을 집행하는 도서관 직원의 존재와 끊임없이 충돌한다. 사서들은 제3의 장소의 어떤 약속을 지키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같은 개념의 다른 특성은 뒤로 밀려난다. 따라서 우리는 중립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갈등을 통해 공공도서관의 의미가 구성된다는 점을 받아들이면서, 제3의 장소로서 도서관을 협상하는 더 아고니즘적인 방식이 필요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제3의 장소 개념은 오늘날 비판적 도서관 연구와 도서관 정책 수립에서 여전히 유의미하고 생산적인 개념이 될 수 있다. 이 개념을 둘러싼 서로 다른 이해와 충돌은, 공공 사서직이 무엇인지, 공공공간으로서 도서관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도서관이 누구와 무엇을 위한 곳인지에 대한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 이 논문의 실천적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연구진은 공공도서관 전문직이 개별적으로도, 집단적으로도, 또 방문자와 함께도 제3의 장소 개념을 끊임없이 질문하라고 권한다. 그래야 현장에서 이 용어가 실제로 무엇을 뜻하는지 더 잘 이해하고 협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도서관을 제3의 장소로 더 넓게 이해하는 일은 그 정당한 사용을 보장한다. 왜냐하면 바로 이러한 협상과 충돌, 특성 간 긴장 속에서 오늘날 ‘적절한’ 공공 사서직이 무엇인지, 또 어떤 방문자 행동이 ‘적절한지’와 ‘부적절한지’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논문 분석

1. 개요

  • 이 글은 로테르담 공공도서관이 스스로를 제3의 장소로 규정하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완전한 제3의 장소가 아니라 ‘부분적 제3의 장소’에 가깝다고 분석한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2022년 6월부터 2025년 5월까지 75시간이 넘는 참여관찰을 수행했고, 사서 7명을 따라다니며 중앙관과 델프스하번 분관을 조사했다.
  • 사례 도시는 로테르담이다. 2025년 기준 인구는 67만 명 이상이고, 주민의 54%가 이주 배경을 지닌다. 노동가능 인구의 비문해 추정치는 15%에서 21%로, 네덜란드 평균 12%보다 높다.
  • 로테르담 공공도서관은 23개 분관 체계로 운영된다. 중앙도서관은 6개 층 규모이며, 연구 시점에는 스타벅스와 사회지원 기관까지 함께 입주해 있었다. 이 수치는 도서관을 단순 열람 공간이 아니라 복합 공공기반시설로 봐야 한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 도서관이 제3의 장소로 불리는 배경에는 실제 이용 규모가 있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로테르담 공공도서관은 연간 260만 회의 현장 방문을 언급하며, 따뜻하고 환영받는 장소라는 이미지를 정책적으로 강조한다.

2. 연구 배경

  • 핵심 문제는 ‘중립적 공간’의 이상과 실제 운영의 충돌이다. 제3의 장소는 모두에게 열린 중립적 공간이어야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누군가의 소리와 냄새, 잠, 체류 방식이 다른 사람에게 방해로 간주되며 개입 대상이 된다.
  • 접근성도 완전하지 않다. 조사 당시 중앙도서관 화장실은 1회 0.50유로(약 880원 수준)의 이용료를 받았고, 델프스하번 분관 역시 방문자 화장실이 유료였다. 모두에게 열려 있다는 선언과 이용 비용 사이에 실제 간극이 있었다.
  • 사서는 포용을 실행하는 동시에 배제를 수행한다. 논문 속 사례에서 스피커폰 통화를 하던 방문자는 40~50데시벨까지 음량을 낮췄다고 주장했지만, 사서는 여전히 타인에게 방해가 된다고 판단했다. 숫자가 있어도 무엇이 허용 가능한 소음인지에 대한 기준은 결국 권력과 해석의 문제로 남는다.
  • 프로그램 운영도 같은 문제를 드러낸다. 중앙도서관 언어 카페에서는 붐빔과 청취 불편 때문에 테이블별 최대 인원을 정하는 규칙이 생겼다. 하지만 일부 자원봉사자는 “모두가 환영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그 규칙을 무시했다. 포용성과 운영 효율성, 질서 유지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동한 것이다.
  • 돌봄의 확대는 사서직 정체성과도 충돌한다. 로테르담 공공도서관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네덜란드의 ‘따뜻한 방’ 캠페인에 참여한 1400개 기관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한 사서는 자신이 사회복지사 역할까지 떠안게 되었다고 느끼며, 애초에 그런 역할에 지원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3. 연구 사항

  • 이 글은 제3의 장소를 이상형으로만 쓰지 말고, 실제 운영의 충돌을 드러내는 분석 틀로 다시 사용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완전한 합의나 완전한 중립을 목표로 하기보다, 갈등이 왜 생기는지 드러내고 협상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다.
  • 접근성 개선은 이미 일부 시작됐다. 로테르담 공공도서관은 2024년 말 무료 와이파이를 도입했고, 2025년 5월 1일부터 연체료를 없애고 모든 시민에게 무료 회원 옵션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선언적 포용보다 실제 비용 장벽을 낮추는 변화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 공간 운영은 단일 규칙보다 맥락별 구획화가 필요하다. 도서관 내부에는 정숙층, 언어 수업실, 어린이 공간, 음악실, 개방형 열람공간 등 서로 다른 사용 리듬이 공존한다. 따라서 제3의 장소의 모든 특성을 한 공간에 한꺼번에 요구하기보다, 소음 허용치와 체류 방식, 대화 수준을 공간별로 다르게 설계하는 접근이 현실적이다.
  • 사서의 역할 재정의도 필요하다. 현재 사서는 질서 관리자, 돌봄 제공자, 안내자, 경계 설정자 역할을 동시에 맡는다. 그러므로 교육과 직무 설계도 기존 자료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갈등 조정, 취약 이용자 응대, 공공공간 운영 역량을 포함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

4. 시사점

  • 이 글의 가장 큰 시사점은, 공공도서관의 ‘제3의 장소’ 담론이 낭만적 수사에 머물면 오히려 현실의 배제를 가릴 수 있다는 점이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도서관은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공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누가 얼마나 오래 머물고, 어떻게 소리 내고, 무엇을 먹고, 어디서 잠잘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심사받는다.
  • 도서관은 앞으로 더 명확하게 ‘공공성의 관리’ 문제를 다뤄야 한다. 로테르담 사례만 봐도 23개 분관, 연 260만 회 방문, 67만 명 도시 규모, 54%의 이주 배경 인구, 15~21%의 비문해 추정치라는 수치가 겹친다. 이 정도 복합성과 사회적 압력이 있는 도시에서 도서관은 단순한 문화시설이 아니라 사회적 완충장치이자 갈등 조정 장치가 된다.
  • 한국 공공도서관에도 직접 적용할 지점이 많다. 무료 화장실, 무료 와이파이, 연체료 폐지, 문턱 낮은 회원제, 복합 서비스 수용, 취약 이용자 응대 기준 같은 구체 제도가 실제 포용성을 좌우한다. ‘모두를 위한 도서관’이라는 문구보다, 무엇을 무료로 두고 무엇을 규칙으로 묶는지가 더 결정적이다.
  • 이 연구에 따르면 진짜 과제는 도서관을 완벽한 제3의 장소로 만들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서로 다른 이용자와 직원이 부딪히는 지점에서, 어떤 행동을 허용하고 어떤 돌봄을 제공하며 어떤 배제를 최소화할지를 투명하게 협상하는 일이다. 결국 제3의 장소는 완성형 모델이 아니라, 계속 조정해야 하는 운영 철학으로 이해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 이 논문의 가장 큰 시사점은 공공도서관의 공공성이 ‘모두를 위한 열림’이라는 선언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공공도서관의 공공성은 결국 누가 규칙을 만들고, 누가 불편을 정의하며, 누가 그 공간에 계속 머물 수 있는지를 둘러싼 협상 속에서 만들어진다.

5. 논문에 대해 생각해볼 문제들

  • 제3의 장소에 대한 개념 해체에는 성공했지만, 대안적 운영 모델 제시에는 다소 약하다.
    논문은 갈등, 소음, 냄새, 체류 방식이 모두 협상의 대상이라고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그러나 제3의 장소 개념을 비판한 뒤, 실제로 공공도서관이 어떤 운영 원칙과 공간 설계, 서비스 기준을 가져야 하는지는 상대적으로 추상적으로 남겨 둔다. 즉, “중립은 없다”는 결론은 강하지만, 그렇다면 현장에서 어떤 기준으로 경계를 정해야 하는지는 충분히 구조화하지 못했다. 이 한계 때문에 실무자는 문제 인식에는 공감해도 적용 지침은 얻기 어렵다.
  • 이 논문은 포용의 언어가 실제로는 배제의 기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도서관은 모두에게 열려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스피커폰 통화, 냄새 나는 음식, 수면, 장기 체류 같은 행위를 사서가 규칙으로 통제한다. 이때 배제는 노골적 금지보다 “다른 사람의 쾌적함”과 “공간의 적절성”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된다. 결국 포용은 추상적 가치가 아니라, 누가 불편의 기준을 정하느냐의 권력 문제라는 점을 이 논문은 드러낸다. 공공도서관 정책은 앞으로 ‘누구를 환영하는가’만이 아니라 ‘누구를 조용히 밀어내는가’까지 함께 질문해야 한다.
  • 사서의 전문성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한 시사점이다.
    논문은 사서가 단순한 정보 제공자나 문화기획자가 아니라, 질서 관리자이자 갈등 조정자이며 때로는 돌봄 노동자 역할까지 수행한다고 본다. 한 사서가 자신이 사회복지사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다고 느끼는 장면은, 오늘날 공공도서관이 복지의 최전선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이는 공공도서관이 사회안전망의 빈틈을 메우는 기관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국가와 지방정부가 수행해야 할 복지 책임을 도서관 현장에 떠넘길 위험도 보여준다. 따라서 사서 교육은 확장돼야 하지만, 도서관이 복지 실패를 흡수하는 ‘최후의 완충지대’가 되는 것까지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 공간 기획과 운영 규칙은 더 이상 중립적 기술 문제가 아니다.
    논문은 소음 통제, 테이블 인원 제한, 음식 금지, 수면 금지 같은 규칙이 단순한 운영 편의 장치가 아니라, 공공성의 경계를 정하는 정치적 장치임을 보여준다. 특히 “강제된 침묵”과 “소음의 자유”가 모두 권력의 형태라는 해석은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도서관 공간 기획은 조용함을 기본값으로 두는 방식에서 벗어나, 활동 유형별 소리와 체류 방식, 돌봄 수요가 공존할 수 있는 복수의 환경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갈등을 없애는 공간이 아니라 갈등을 관리 가능한 방식으로 분산하는 공간이 더 현실적이다.
  • 그렇지만 논문의 경험적 근거는 강한 주장에 비해 다소 제한적이다.
    연구는 로테르담 공공도서관 23개 지점 전체가 아니라 중앙관과 델프스하번 분관 두 곳을 중심으로 진행됐고, 참여관찰도 사서 7명과 75시간 이상의 현장조사에 기반한다. 민족지 연구로서는 밀도 있는 접근이지만, 이 자료만으로 공공도서관 일반의 제3의 장소 담론 전체를 강하게 비판할 때는 일반화에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이용자 집단별 경험 차이, 배제된 사람들의 직접 목소리, 다른 도시나 국가와의 비교가 더 보완되었다면 논문의 비판은 더 설득력을 얻었을 것이다.
  • 이 논문은 ‘중립성’ 비판을 설득력 있게 제기하지만, 공공기관의 규범적 책임 문제는 더 세밀하게 다뤄야 한다.
    논문은 도서관 중립성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중립적 공간도 결국 유지되고 관리되는 산물이라고 본다. 이 비판은 타당하다. 다만 공공도서관이 명백한 혐오, 폭력, 위협, 차별 상황에서도 중립을 포기하고 적극 개입해야 하는지, 또는 어느 수준까지 가치 지향을 명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더 세밀한 논의가 필요하다. 중립성 비판이 곧바로 가치 지향적 개입의 정당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즉, ‘중립은 허구’라는 명제 다음에는 ‘그렇다면 어떤 가치가 공공도서관 운영의 기준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두 번째 질문이 반드시 따라와야 한다.
  • 국내 공공도서관에도 직접 연결되는 문제의식을 준다.
    이 논문이 다룬 문제는 네덜란드 사례에만 머물지 않는다. 국내 공공도서관도 이미 학습 공간, 쉼 공간, 돌봄 공간, 디지털 접근 공간, 복지 연계 공간의 성격을 동시에 띠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도서관은 누구에게 편안한가’, ‘어떤 체류가 허용되고 어떤 체류가 문제시되는가’, ‘사서는 어디까지 돌봄을 담당해야 하는가’를 더 분명하게 논의해야 한다. 앞으로의 핵심은 제3의 장소라는 표어를 반복하는 일이 아니라, 실제 이용 규칙과 공간 배치, 사서 역할, 취약 이용자 대응 기준을 공개적이고 민주적으로 설계하는 일이다.

6. library.re.kr 관련 기사


참조: tandfonl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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