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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주선처럼 떠 있는 대학도서관, UC 샌디에이고 게이젤 도서관의 건축과 공간 혁신

2026년 09월 5일 | 공간

우주선처럼 떠 있는 대학 도서관, 게이젤 도서관이 50년 넘게 상징으로 남은 이유

캠퍼스 한가운데 떠 있는 ‘지식의 우주선’

  • 게이젤 도서관(Geisel Library)은 독특한 외형 자체가 대학의 정체성이 된 대표적인 대학도서관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UC San Diego) 캠퍼스 중심에 자리한 게이젤 도서관은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모습 때문에 흔히 ‘우주선 같은 도서관’으로 불린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건축가 윌리엄 페레이라(William Pereira)가 설계한 이 건물은 1970년 완공됐으며, 당시에는 중앙대학교도서관(Central University Library)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건물의 가장 큰 특징은 위로 올라갈수록 바깥쪽으로 돌출되는 층과 이를 아래에서 받치는 대각선 콘크리트 구조다. 기사에서는 건축에 약 1만5,000㎥의 콘크리트와 3,500㎡ 이상의 유리가 사용됐다고 설명한다. 특히 약 45도로 기울어진 거대한 콘크리트 지지 구조는 캔틸레버(Cantilever) 방식의 상부를 떠받치는 구조적 장치이면서 동시에 건물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조형 요소가 됐다. Vietnam.vn

UC San Diego 게이젤 도서관 전경
위로 확장되는 콘크리트 구조가 우주선처럼 보이는 게이젤 도서관. 출처: ZNews/Vietnam.vn

그러나 이 형태는 단순히 눈길을 끌기 위한 조형물이 아니었다. UC 샌디에이고의 공식 기록에 따르면 페레이라는 도서관이 “건물 이상의 것”이 되어 캠퍼스의 중심을 영구적으로 드러내야 한다는 요구를 받았다. 대학은 입지를 선정하기 위해 19개 후보지를 검토했고, 결국 향후 캠퍼스가 확장되더라도 도서관이 시각적 중심으로 남을 수 있는 현재 위치를 선택했다. UC San Diego Geisel Library 50th Anniversary

형태보다 먼저 고민한 것은 ‘지식을 어떻게 중심에 놓을 것인가’였다

  • 페레이라가 추구한 것은 특이한 건물이 아니라 책과 사람, 캠퍼스를 연결하는 하나의 상징적 중심이었다.

게이젤 도서관의 설계 배경을 이해하려면 ‘우주선’이라는 외형적 인상보다 대학이 도서관에 부여했던 역할을 먼저 볼 필요가 있다. UC 샌디에이고의 건축 기록에 따르면 페레이라는 여러 대학도서관을 검토한 뒤 일반적인 고층형 건물보다 구형에 가까운 확장형 구조가 많은 책과 이용자를 동시에 수용하고, 여러 영역에 접근하기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즉 외관의 강한 조형성과 내부의 이동 효율을 동시에 해결하려 한 것이다. UC San Diego, Architecture

건축가가 건물에 부여한 상징도 분명했다. 페레이라는 1971년 헌정식에서 이 건물이 마치 강력한 손이 지식을 떠받치고 미래 세대에게 지혜와 희망을 건네는 것처럼 느껴지기를 의도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아래에서 위쪽으로 뻗어 올라가는 콘크리트 기둥은 구조체인 동시에 ‘지식을 떠받치는 손’이라는 건축적 은유가 된다. UC San Diego Library Digital Exhibits

  • 현재의 노출 콘크리트 이미지는 애초부터 계획된 것이 아니라 예산과 재료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초기 설계에서는 철골구조를 사용할 예정이었지만 당시 방위산업 수요 증가 등의 영향으로 철강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페레이라는 구조용 철강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철근콘크리트(Reinforced Concrete)를 중심으로 설계를 다시 구성했다. 결과적으로 콘크리트는 별도의 내화 피복과 마감재를 줄일 수 있었고, 재료를 그대로 노출하면서 오늘날 게이젤 도서관을 특징짓는 강렬한 브루탈리즘(Brutalism)적 이미지를 만들었다. UC San Diego, Architecture

게이젤 도서관의 콘크리트 캔틸레버 구조
노출 콘크리트 구조와 유리 커튼월이 결합된 게이젤 도서관 상부. 출처: ZNews/Vietnam.vn

상징적인 외형은 보존하고 학습 공간은 계속 바꾸었다

  • 게이젤 도서관의 핵심은 1970년대 건축물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 있지 않고, 상징적 외관을 유지하면서 내부 기능을 시대에 맞게 계속 수정해왔다는 데 있다.

도서관은 개관 후 오래지 않아 공간 부족 문제에 직면했다. UC 샌디에이고 자료에 따르면 학생 수가 개관 초기보다 2배 이상 증가했고 장서도 빠르게 늘면서 30만 권 이상을 외부 시설에 보관해야 할 정도가 됐다. 결국 1990년부터 확장 공사가 시작됐으며, 라트비아계 미국 건축가 군나르 버커츠(Gunnar Birkerts)가 설계한 증축부가 1992년 완성됐다. UC San Diego Library Digital Exhibits

흥미로운 점은 새로운 공간을 기존 건물 옆이나 위에 크게 덧붙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동·서·남쪽에 상당 부분을 지하화하고, 유리와 경사진 면을 이용해 지하까지 자연광이 들어가도록 했다. 기존 도서관의 강한 실루엣과 경쟁하지 않으면서 필요한 면적만 늘리는 방식이었다. 건축적 상징을 보존하면서 기능적 부족을 해결한 사례라는 점에서 문화적 가치가 높은 기존 도서관의 리노베이션에도 참고할 만한 방식이다. UC San Diego, Construction

  • ‘책을 보관하는 건물’에서 다양한 학습 방식을 수용하는 공간으로 내부 기능도 지속적으로 재편됐다.

페레이라는 초기 설계 단계부터 서가만 늘어놓기보다 서가와 열람석을 혼합하고, 개방적인 공간과 일정한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공간을 함께 구성하려 했다. 현재도 2층은 주요 서비스와 이용자 활동이 집중되는 중심층으로 활용되고, 4층부터 8층까지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학습 영역으로 구분되어 있다. 이후 2015년 카페가 추가됐고 2018년 8층이 다시 개조되는 등 내부 공간은 지속적으로 변화했다. UC San Diego Geisel Library

게이젤 도서관 8층 학습공간
리노베이션 이후의 게이젤 도서관 학습 공간. 외관과 달리 내부는 이용 행태 변화에 맞춰 지속적으로 바뀌고 있다. 출처: ID Studios/ZNews/Vietnam.vn

이러한 변화는 오늘날 대학도서관의 기능 변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외부에서는 1970년대의 건축 아이콘으로 남아 있지만 내부에서는 개인 학습, 협업, 디지털 연구, 휴식과 교류가 공존한다. 다시 말해 ‘건축적 정체성은 오래 유지하되 내부의 사용 방식은 고정하지 않는다’는 전략이다.

한국 대학도서관에도 필요한 것은 ‘멋진 건물’보다 오래 작동하는 학습 환경이다

  • 게이젤 도서관의 사례는 대학도서관 공간을 건축적 랜드마크와 교육적 인프라라는 두 층위에서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게이젤 도서관이 50년이 넘도록 관심을 받는 이유는 외관이 독특해서만은 아니다. 건물의 상징적 형태는 유지하면서도 내부 학습 환경을 계속 수정해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접근은 대학도서관의 성과를 좌석 수나 장서 수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이용자가 얼마나 오래 머물고, 집중하고,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며 학습하는가까지 포함해 평가해야 한다는 최근 연구와도 연결된다.

2024년 학술지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Communications에 발표된 연구는 중국 45개 대학, 유효 표본 1,060명을 대상으로 대학도서관 환경과 학습 참여의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도서관 환경이 학습 참여에 미치는 총효과는 0.320, 학생 상호작용이 학습 참여에 미치는 효과는 0.316으로 나타났으며, 도서관 환경이 학생 상호작용에 미치는 효과도 0.227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위치의 적절성, 공간 기능, 설비, 조명, 예술적 분위기, 유지관리 등 물리적 환경의 질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Zheng et al.,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Communications, 2024

  • 국내 도서관 공간계획에서도 조용한 개인학습과 협력학습을 서로 대체하는 기능이 아니라 동시에 제공해야 할 기능으로 볼 필요가 있다.

국내 도서관디자인연구소도 같은 연구를 소개하면서 앞으로 대학도서관을 신축하거나 리노베이션할 때 전공별로 다른 학습 요구를 고려하는 동시에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공간적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정리했다. 특히 연구에서는 인문계 학생의 경우 도서관 환경이 학습 참여에 미치는 직접효과가 0.306으로 나타난 반면, 이공계 학생은 도서관 환경과 학생 상호작용의 학습 참여 총효과가 각각 0.315와 0.339로 나타났다. 이는 하나의 획일적인 ‘열람실형 도서관’만으로 서로 다른 학습 행태를 모두 지원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도서관디자인연구소

따라서 게이젤 도서관에서 한국 대학도서관이 참고할 지점은 ‘우주선 같은 건물을 만들자’는 데 있지 않다. 캠퍼스에서 도서관이 명확한 장소적 정체성을 갖도록 하되, 그 안의 가구와 열람 방식, 협업 공간, 조용한 공간, 디지털 학습 환경은 시대와 이용자 변화에 따라 재구성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상징성은 오래 지속되고 기능은 계속 변화할 수 있는 구조, 이것이 게이젤 도서관이 반세기가 지나도 낡은 도서관으로 보이지 않는 중요한 이유다.

관련 자료


참조: vietnam.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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