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은 교회를 도서관으로…영국 소도시가 만든 새로운 지역 거점
영국 링컨셔주 버러 르 마시(Burgh le Marsh)가 사용하지 않던 감리교회 건물을 도서관과 커뮤니티 허브로 전환한다. 기존 건축물을 보존하면서 임시 시설에 있던 도서관을 옮기고, 주민 모임과 지역 활동을 수용하는 복합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도서관과 커뮤니티 허브로 전환될 버러 르 마시 감리교회 건물. 사진: 버러 르 마시 타운 의회(Burgh Le Marsh Town Council)
비어 있던 교회가 마을의 도서관으로 바뀐다
- 사용하지 않던 종교시설을 도서관과 주민 공동시설로 재생한다.해당 기사에 따르면 버러 르 마시 타운 의회(Burgh Le Marsh Town Council)는 잭슨스 레인(Jacksons Lane)에 있는 감리교회 건물을 매입해 도서관과 커뮤니티 허브로 전환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이후 타운 의회는 주민 의견수렴에서 높은 지지를 확인한 뒤 매입 절차를 진행했으며, 2026년 6월 26일 건물 매입이 공식적으로 완료됐다고 발표했다.
- 도서관뿐 아니라 행정과 주민 활동을 함께 수용하는 복합공간이다.완공 후에는 현재 팅커스 그린(Tinkers Green)의 임시 건물에 있는 도서관 서비스와 타운 의회 서기 사무실이 새 건물로 이전한다. 건물 뒤편의 커뮤니티실은 지역 단체의 회의, 교육, 소규모 행사와 주민 활동을 위해 대관할 예정이다. 책을 빌리는 시설과 행정·교류 공간을 한곳에 모아 이용 편의성과 공간 활용도를 함께 높이는 구상이다.
임시 도서관과 유휴 건물이라는 두 문제를 함께 해결하다
- 도서관에 안정적인 장기 거점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기존 도서관은 임시 건물에서 운영되고 있어 공간의 지속성과 확장성에 한계가 있었다. 반면 감리교회 건물은 사용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이번 사업은 새로운 건물을 별도로 짓기보다 기존 건물을 매입해 도서관의 영구적인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다.
- 지역 기금이 유휴 건물의 매입을 가능하게 했다.이스트 린지 지구의회(East Lindsey District Council)는 링컨셔 커뮤니티 재단(Lincolnshire Community Foundation)의 지역지원사업에 100만 파운드를 배정했다. 2차 지원에서는 27개 사업에 총 33만1,800파운드가 지급됐으며, 대응자금을 포함하면 2025년 4월 이후 지역사업에 투입된 현금성 투자액은 100만 파운드를 넘어섰다. 버러 르 마시 사업도 이 기금을 통해 교회 건물을 매입한 사례다. 이스트 린지 지구의회는 빈 교회를 새로운 도서관·커뮤니티 시설로 전환하는 사업을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 영국 공공도서관의 축소 흐름 속에서 지역 서비스를 지키려는 대응이다.영국에서는 2016년 이후 지방정부가 운영하던 공공도서관 180곳 이상이 폐관되거나 주민·자원봉사 단체에 이관됐고, 남아 있는 도서관 가운데 약 950곳이 운영시간을 단축했다. 같은 기간 약 2,000개의 도서관 일자리도 사라졌다. 특히 취약지역의 도서관 상실 가능성이 부유한 지역보다 약 4배 높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버러 르 마시의 사업은 기존 지역 도서관을 임시 시설에서 영구적인 공간으로 옮겨 서비스 기반을 유지한다는 의미가 있다. 출처: 가디언(The Guardian).
평평한 바닥과 다목적실로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인다
- 교회 예배실의 단차를 없애 접근 가능한 도서관 공간을 만든다.핵심 공사는 교회실 바닥을 평평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종교행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기존 실내를 서가와 열람 공간에 적합한 평면으로 바꾸고, 어린이·고령자·휠체어 이용자를 포함한 주민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링컨셔 카운티 의회(Lincolnshire County Council)는 이를 위해 1만5,000파운드(약 2,700만 원) 규모의 전략기금을 지원했다. 카운티 의회는 공사가 2026년 9월 말 시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도서관과 커뮤니티실을 구분해 서로 다른 활동을 수용한다.주요 교회실은 현대적이고 접근 가능한 도서관으로 조성하고, 뒤편 공간은 독립적인 커뮤니티실로 운영한다. 조용한 열람·대출 활동과 회의·강좌·행사를 분리할 수 있어 하나의 건물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운영하기에 유리하다.
- 도서관·행정·대관 기능을 결합해 방문 목적을 넓힌다.도서관과 타운 의회 사무공간, 주민 대관시설이 한곳에 배치되면 이용자는 책을 빌리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행정 문의, 지역 모임, 교육과 행사 참여를 위해서도 건물을 찾게 된다. 도서관이 자료 중심 시설에서 일상적인 지역생활의 거점으로 확장되는 구조다.
- 건축공사 이후의 운영계획이 사업의 지속성을 좌우한다.현재 공개된 1만5,000파운드의 지원금은 바닥 평탄화 등 초기 내부공사를 시작하기 위한 재원이다. 장서 이전 규모, 전문인력 배치, 주간 운영시간, 냉난방비와 유지관리비, 커뮤니티실 대관 방식은 별도의 장기 운영계획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이용자 수, 프로그램 참여자 수, 대관률, 연령별 이용 비율과 같은 지표를 개관 전부터 정하면 공간 재생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주목할 만한 ‘작은 공공건물의 재구성’
- 도서관은 책과 주민 활동을 연결하는 ‘제3의 장소’로 설계돼야 한다.최근 도서관 공간은 열람석과 서가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회의실, 교육공간, 생활문화 프로그램과 주민 서비스를 함께 배치해 가정과 직장·학교 사이의 제3의 장소(third place)로 기능하도록 만드는 방향이 중요하다. 버러 르 마시의 사례도 대규모 시설을 신축하기보다 작은 교회 건물에 도서관과 커뮤니티 기능을 결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 고령화 지역에서는 접근성 개선과 생활서비스의 결합이 더욱 중요하다.한국은 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3%에 이르렀으며, 2072년에는 47.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 국가데이터처, 「2025 한국의 사회지표」. 농어촌과 구도심의 종교시설·마을회관·공공청사 등 유휴 건물을 도서관으로 재구성할 때에는 평탄한 바닥, 문턱 제거, 충분한 통로와 화장실 접근성뿐 아니라 디지털 교육, 행정 안내, 주민 모임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 주민 참여는 필요하지만 전문인력을 대신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영국 도서관단체와 정보전문가들은 주민과 자원봉사자의 참여가 지역도서관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지만, 훈련된 도서관 전문인력을 대체해서는 서비스의 질과 지속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국내 유휴공간 재생형 도서관도 주민 운영만을 전제로 하기보다 전문 사서, 지방정부, 지역단체가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 공간의 완공보다 개관 이후의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건물을 매입하고 내부를 정비하는 것은 출발점이다. 실제 성과는 주민이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지역단체가 공간을 정기적으로 사용하며, 어린이부터 고령자까지 서로 다른 세대가 지속적으로 만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작은 도서관일수록 시설 규모보다 이용자의 요구를 반영한 프로그램과 안정적인 운영주체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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