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을 이어온 세이모어 도서관, 역사 보존과 새로운 이용 환경을 함께 기념하다
미국 뉴욕주 오번(Auburn)의 세이모어 도서관(Seymour Library)이 개관 150주년을 맞아 역사적 건물의 리노베이션을 마무리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기념행사를 연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창립 기념을 넘어, 19세기에 시작된 지역 도서관이 어떻게 세대별 요구에 맞춰 공간과 서비스를 바꾸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역사적 건축 요소를 보존하면서 조명, 안전설비, 개인 학습공간, 회의공간을 확충했다는 점에서 오래된 공공도서관의 지속가능한 재생 모델로 볼 수 있다.

세이모어 도서관(Seymour Library) 외관. 사진: Seymour Library / Finger Lakes Daily News
150년의 지역사회 서비스를 돌아보는 기념행사
- 세이모어 도서관은 1876년 설립 이후 150년 동안 오번 지역의 교육·문화·정보 서비스를 담당해 왔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세이모어 도서관은 2026년 9월 22일 오후 6시, 도서관에서 150주년 기념 리본 커팅과 리셉션을 개최한다. 행사는 개회 인사와 리본 커팅을 시작으로 세이모어 도서관 친구들(Friends of Seymour Library)이 마련한 다과, 새롭게 리노베이션된 공간 투어, 크리스토퍼 몰로이(Christopher Molloy)의 음악 공연으로 이어진다. 행사는 시민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Finger Lakes Daily News
세이모어 도서관의 역사는 1875년 지역 은행가 제임스 세이모어(James Seymour)가 도서관 설립을 위해 현금 2만2,500달러(약 3,022만원)와 부동산 7,500달러(약 1,007만원)를 유산으로 남기면서 시작됐다. 19세기 당시 구매력을 고려하면 실제 경제적 가치는 훨씬 컸다. 도서관 협회는 1876년 설립됐으며, 초기에는 오번 저축은행(Auburn Savings Bank) 2층 공간을 사용했다. Seymour Library
1878년 공식 개관 당시 장서는 약 6,000권이었다. 처음에는 연간 2달러(약 2,700원)의 회비를 받는 회원제 도서관이었지만, 1895년 이사회가 무료 도서관 전환을 결정하면서 이용 장벽을 낮췄다. 1903년에는 현재의 케이스 메모리얼(Case Memorial) 건물로 이전했고, 개관 첫날 약 1,000명이 방문했다. Seymour Library
오래된 건물이 아니라 변화해 온 공공서비스의 역사
- 세이모어 도서관의 150년 역사는 장서 확대보다 지역사회 변화에 맞춰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바꾸어 온 과정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세이모어 도서관이 공개한 150년 역사 자료를 보면, 각 시대의 사회적 문제와 이용자 요구가 도서관 서비스 변화에 직접 반영돼 있다. 1880년대에는 지역 학교 학생들이 무료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교육위원회와 협력했고, 1910년대에는 이민자를 위해 여러 언어의 자료를 제공했다. 1920년대에는 오번 교도소에 장서를 제공했으며, 1930년대 대공황기에는 취업과 직업능력 향상을 위한 자료를 확충했다. Seymour Library
1940년대에는 건물을 공습 대피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했으며, 1960년대에는 영화, 음반, 마이크로필름 신문 등 책 이외의 미디어를 장서에 포함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휠체어 등을 고려한 접근 가능한 출입구와 엘리베이터를 마련하고 시민용 인터넷 서비스를 도입했다. 2000년대에는 카드와 수기 대출 방식을 바코드 기반 자동화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Seymour Library
이 같은 변화는 공공도서관의 지속성이 오래된 건물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건축적 정체성은 유지하되 시대마다 필요한 기술과 서비스, 이용 형태를 내부에 계속 추가해야 실제로 살아 있는 공공시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 분위기는 보존하고 학습·회의 공간은 확대하다
- 2026년 리노베이션은 역사 건물의 외형을 크게 바꾸기보다 안전·조명·학습·회의 기능을 세밀하게 개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이번 공사는 역사성을 유지하면서 안전성, 시야 확보, 이용자 공간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화재경보시스템을 교체하고 독서실과 역사적 북쪽 로비(North Lobby)를 포함한 주요 공간의 조명을 개선했다. 기존 소규모 학습실도 정비하고 새로운 개인 학습실을 한 곳 더 만들어 총 2개의 학습실을 확보했다. Finger Lakes Daily News
도서관의 세부 설명에 따르면 북쪽 로비, 소설실, DVD실, 큰글자책 자료실에는 새로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과 천창 강조조명이 설치됐다. 벽은 약 한 달 동안 기존 도장을 긁어내고 표면을 보수한 뒤 다시 칠했으며, 바닥에는 새 카펫을 설치했다. 북쪽 로비의 오래된 문도 여러 겹의 페인트를 제거해 원래 목재 표면이 드러나도록 복원했다. Seymour Library
공간 활용 방식도 바뀌었다. 기존 수납공간 일부를 개인 학습실로 전환했으며, 2층의 활용도가 낮았던 공간은 회의실과 조용한 학습공간으로 재구성했다. 새 창과 조명도 설치했다. 이는 대규모 증축보다 현재 건물 안의 유휴공간을 찾아 새로운 이용 요구에 대응한 적응형 재사용(Adaptive Reuse)에 가까운 방식이다.
- 이번 리노베이션은 주민 세금을 직접 사용하지 않고 재단 지원과 뉴욕주의 공공도서관 건설 지원금을 활용했다.
Finger Lakes Daily News에 따르면 공사에는 지역 납세자 재원이 직접 투입되지 않았다. 재원은 앨린 패밀리 재단(Allyn Family Foundation), 스탠리 W. 메트칼프 및 D.E. 프렌치 재단(Stanley W. Metcalf and D.E. French Foundations), 프레드 L. 에머슨 재단(Fred L. Emerson Foundation), 뉴욕주 공공도서관 건설 지원금(New York State Construction Aid for Public Libraries)에서 마련됐다. Finger Lakes Daily News
150주년을 과거 회고가 아니라 미래 이용자를 위한 투자로 연결하다
- 150주년과 리노베이션을 동시에 추진한 방식은 도서관의 역사를 시민에게 보여주는 동시에 다음 세대의 이용을 위한 변화를 정당화한다.
세이모어 도서관의 150주년 사업에서 주목할 부분은 역사 전시와 공간 개선이 별개의 사업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리노베이션 완공을 창립 기념행사와 연결하고, 시민이 새 공간을 직접 둘러볼 수 있는 투어를 운영한다. 역사적 자산의 보존이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 현재 이용 경험 개선과 연결되는 구조다.
이러한 접근은 같은 뉴욕주의 뉴욕 소사이어티 도서관(New York Society Library) 사례와도 유사하다. 이 도서관은 1754년 설립된 뒤 272년의 역사를 이어오면서 2024년부터 1980년대 이후 처음으로 건물 전체 리노베이션을 실시했다. 12개 층의 서고와 약 30만 권의 장서를 유지하면서도 연구실, 보존실, 희귀자료 열람실, 이용자 공간을 확충했다. 역사적 외관과 재료를 크게 바꾸지 않고 내부 기능을 재배치한 점이 세이모어 도서관과 공통적이다. 도서관디자인연구소
- 새로운 도서관 카드 발급 증가도 도서관이 현재의 지역사회에서 여전히 유효한 공공서비스임을 보여준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세이모어 도서관은 2026년에 이미 791장의 신규 도서관 카드를 발급했다. 150년의 역사를 가진 기관이지만 신규 이용자가 계속 유입되고 있다는 점은 도서관의 가치가 역사성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9월의 도서관 카드 가입의 달(Library Card Sign-Up Month)과 150주년 행사를 연계한 것은 기념행사를 실제 이용자 확대로 연결하는 운영 전략으로 볼 수 있다. Finger Lakes Daily News
한국 공공도서관에도 필요한 ‘보존하면서 바꾸는’ 리모델링 전략
- 오래된 도서관은 전면 철거나 대규모 증축보다 역사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기능을 단계적으로 추가하는 방식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세이모어 도서관 사례는 국내 노후 공공도서관 리모델링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역사적 건축물의 경우 모든 공간을 새로운 디자인으로 덮기보다 기존 문, 천창, 재료와 공간 구조를 보존하면서 조명, 방재, 정보통신, 접근성, 학습공간처럼 이용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부분을 우선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특히 수납공간을 개인 학습실로 전환하고 활용도가 낮은 2층을 회의실과 조용한 학습공간으로 재구성한 것은 공간 규모를 늘리지 않고 기능을 늘린 사례다. 국내 공공도서관에서도 기존 열람석 수나 장서 수만을 기준으로 공간을 구성하기보다 개인 화상회의, 소규모 튜터링, 협업, 조용한 학습 등 세분화된 이용행태를 분석해 유휴공간을 다시 배치할 필요가 있다.
- 도서관의 역사를 프로그램 자원으로 전환하는 것도 장기 운영 전략이 될 수 있다.
세이모어 도서관은 150주년을 맞아 단순한 기념식뿐 아니라 1876년 오번의 상업지구를 디지털 지도 데이터베이스 히스토리포지(HistoryForge)로 살펴보는 강연을 9월 24일 개최한다. 또한 1902년부터 1919년까지 근무한 두 번째 사서 엘리자베스 포터 클라크(Elizabeth Porter Clarke)를 중심으로 제1차 세계대전과 1918년 인플루엔자 시기의 도서관 역할을 조명하는 강연도 11월 19일 예정돼 있다. Seymour Library
이처럼 도서관 자체의 건축, 장서, 인물, 지역 기록을 지역사 교육 콘텐츠로 다시 활용하면 도서관은 단순한 자료 제공 기관을 넘어 도시 기억을 축적하고 해석하는 기관이 된다. 국내에서도 오래된 도서관의 개관 기록, 지역신문, 사진, 이용자 기억, 사서 기록 등을 디지털 아카이브와 강연, 전시로 연결하는 방식이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 장기간 유지되는 공공도서관의 핵심은 건물의 수명보다 지역사회 요구에 대응하는 능력에 있다.
도서관디자인연구소가 소개한 오렌지 카운티 도서관 시스템(Orange County Library System)도 100주년을 맞아 같은 점을 강조했다. 이 시스템은 15개 지점을 운영하며 연간 400만 명 이상의 방문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디지털 자료와 기술교육, 청소년 공간, 자료 배송까지 서비스 영역을 확대해 왔다. 100년 동안 서비스 형식은 크게 달라졌지만 지역사회를 지원한다는 핵심 역할은 유지됐다. 도서관디자인연구소
결국 세이모어 도서관의 150년은 ‘오래된 도서관’의 기록이라기보다 변화하는 사회에 도서관이 어떻게 적응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에 가깝다. 6,000권으로 시작한 회원제 도서관은 무료 공공서비스 기관으로 바뀌었고, 책과 열람 중심 공간에는 인터넷, 디지털 자료, 학습실, 회의공간, 지역사 아카이브가 더해졌다. 역사적 공간의 가치는 변화를 거부하는 데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핵심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사회적 요구를 지속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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