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럼 카운티 도서관(Durham County Library)은 모든 연령층의 이용자를 위한 전용 다감각 공간(Multi-Sensory Environments)을 마련한 미국 최초의 공공도서관 중 하나이다. 이 도서관의 다감각 공간은 본래 1970년대 네덜란드에서 치료 목적으로 설계된 공간을 모델로 하고 있으며, 주로 자폐 스펙트럼(autism), 발달장애(developmental disabilities), 외상성 뇌손상(traumatic brain injuries), 치매(dementia) 등을 겪는 이들을 대상으로 했다.
이러한 공간은 처음에는 ‘스누젤렌 룸(Snoezelen Rooms 또는 snoezelroom)’이라 불렸으며,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공간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빠르게 인기를 끌게 되었다.
더럼 카운티 도서관은 수년 간 장애인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제한된 프로그램을 제공해오다가, 2018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2년 간의 LSTA(Library Services and Technology Act) 프로젝트 보조금을 지원받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포용성 실천(Practicing Inclusivity)”이라는 명칭 하에 전용 감각 공간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더럼 카운티 도서관의 포용적 서비스 확대 여정은 2012년 4월, 당시 아동 사서로 처음 부임한 사라 앨버슨(Sarah Alverson) 프로젝트 매니저의 첫 주에 시작되었다. 한 장애인 성인과 그의 보호자가 도서관을 방문했고, 앨버슨은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하였다. 이는 보호자에게는 예상 밖의 일이었는데, 이 두 사람은 지점의 오랜 단골 이용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과의 상호작용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짧은 대화가 끝난 후, 보호자는 장애 성인을 위한 주간 프로그램을 운영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고, 이로써 감각 동화시간(Sensory Storytimes)이라는 프로그램이 매주 운영되기 시작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그림 그리기, 동화 읽기, 요리 활동, 춤, 노래 등 다양한 감각 자극 활동을 포함하며, 수년간 지속된 성공적인 사례로 발전하였다.
이후 사라 앨버슨은 아동 사서직에서 물러나 지역사회 참여 관리자(Community Engagement Administrator)로 직책이 변경되면서, 이전의 경험과 학습 내용을 바탕으로 도서관 전체 시스템 차원에서의 변화를 주도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앨버슨은 더럼 카운티 도서관이 장애인을 충분히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으며, 이를 개선하고자 구체적인 행동에 나섰다.
그 첫 단계는, 장애인 커뮤니티를 위한 프로그램, 서비스, 공간, 자원 등을 평가하고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전담 팀을 구성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조언을 남겼다. 즉, 도서관 서비스를 평가하고자 할 때, 반드시 그 서비스를 제공받게 될 ‘대상 공동체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하라’는 것이다. 단지 내부에서 ‘이용자에게 이럴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해당 공동체 구성원이 직접 평가 과정에 참여해야 진정한 의미의 포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어린아이가 더럼 카운티 도서관의 다감각 환경에서 버블 튜브(bubble tubes)와 다채로운 조명(colorful lights)을 즐기며 감각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있다.
예컨대, 장애인 이용자의 입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견 없이 도서관 공간을 설계하거나 프로그램을 구성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배타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해당 공동체와의 접점이나 경험이 없는 경우에는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철학에 기반하여, 더럼 카운티 도서관 팀은 장애인 당사자, 가족, 보호자, 친구들과의 일련의 대화를 통해 이용 행태, 도서관 공간에 대한 인식, 개선 필요 사항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였다. 이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된 요청은 보다 포용적이고 환영받는 환경의 조성이었다. 특히 물리적 공간과 프로그램의 포용성이 강조되었다.
이러한 수요를 바탕으로 도서관 측은 2년간의 LSTA 프로젝트를 위한 공식 제안서를 작성하였다. 이 제안서는 “포용성 실천: 본관(Main Library)에 다감각 환경(Multi-Sensory Environment), 포용적 놀이 공간(Inclusive Playroom), 이동형 보조 기술 및 감각 유닛(Mobile Adaptive Technology and Sensory Units)을 구축하기 위한 3단계 접근 전략”으로 구성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다음 세 가지 핵심 축을 중심으로 실행되었다:
- 물리적 공간의 포용성 강화
- 포용적 프로그램 운영
- 도서관 직원에 대한 감각 다양성 관련 교육
이 제안은 노스캐롤라이나 주 문화자원부(State Library of North Carolina)의 주관 아래, 미국박물관도서관서비스기구(Institute of Museum and Library Services, IMLS)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실현되었다.
도서관 팀이 장애인 당사자, 그 부모, 보호자, 가족, 친구들과 나눈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핵심 주제는 바로 ‘멜트다운(meltdown)’에 대한 우려였다. 특히 자폐 스펙트럼 아동을 둔 많은 부모들은 낯설거나 과도하게 자극적인 환경에서 자녀가 멜트다운을 겪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었다. 이들은 도서관이라는 전통적으로 ‘조용한 공간’에서 자녀가 감정적 폭발을 일으킬 경우, 주변의 시선이나 반응 때문에 도서관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심리적 장벽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커뮤니티의 우려는 본관(Main Library)의 감각 공간 설계 시 적극적으로 반영되었고, 그 결과로 필요시 이용할 수 있는 전용 감각 진정실(Sensory Calming Room)이 새롭게 마련되었다.

더럼 카운티 도서관의 다감각 환경(Multi-Sensory Environment) 내부를 들여다보면, 버블 튜브(bubble tubes), 거울(mirrors), 촉감 벽 패널(textured wall panels), 조명 투사(projections) 등의 요소들이 배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2021년, 더럼 카운티 도서관 본관에서는 두 개의 감각 공간이 공식 개방되었다. 하나는 다감각 환경(Multi-Sensory Environment)이고, 다른 하나는 감각 진정실(Sensory Calming Room)이다.
다감각 환경은 하루 최대 2시간까지 예약제로 이용 가능하며, 음악, 조명 투사, 버블 튜브, 섬유광 조명, 그리고 음악 비트에 따라 진동하는 진동형 수상 침대(vibroacoustic waterbed) 등을 갖추고 있다. 이용자는 빛과 소리를 자신의 감각 선호에 따라 조절할 수 있어, 개인화된 감각 경험이 가능하다. 이 공간은 개방 이후 월평균 50건 이상의 예약이 이루어지고 있다. 도서관 측은 사용자 통계를 세부적으로 수집하지 않지만, 다양한 커뮤니티 구성원이 이 공간을 활용하고 있음을 인터뷰를 통해 확인하였다. 여기에는 장애 아동을 둔 가족뿐만 아니라, 학업 후 휴식을 원하는 대학생, 작업 치료사 및 교사 등이 포함된다.
감각 진정실은 다감각 환경보다 소규모 공간으로, ‘코지 케이브(cozy cave)’, 버블 벽, 잔잔한 음악, 그리고 다양한 피젯 도구(fidget tools)와 장난감들이 구비되어 있다. 이 공간은 도서관 운영 시간 동안 예약 없이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며, 감각 과잉 상태에서 자율적으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 공간의 주된 목적은 앞서 커뮤니티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었던 “멜트다운(meltdown)”의 순간을 위한 대응책 마련에 있다. 예를 들어, 동화 시간 중 아이가 감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경우, 보호자와 함께 진정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본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실제로 개방 이후 이 공간은 모든 연령대의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활용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어린아이가 더럼 카운티 도서관의 다감각 환경에서 다채로운 조명 패널(colorful light panels)을 누르며 상호작용하고 있다.
2022년 2월, 제니퍼 잼스키(Jennifer Jamsky)가 더럼 카운티 도서관의 접근성 서비스 코디네이터(Accessibility Services Coordinator)로 새롭게 임명되었다. 그녀의 주요 임무 중 하나는 감각 공간 운영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기존의 포용적 접근을 더욱 확장하는 것이었다.
감각 공간의 실질적인 운영 담당자로서, 잼스키는 이용자들로부터 직접적인 피드백을 자주 접하게 된다. 예를 들어, 한 발달장애 전문 상담사는 자신의 내담자가 다감각 환경(Multi-Sensory Environment)을 이용하는 동안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활발하게 반응하고 소통했다는 점을 공유했다. 또 다른 보호자는 자신의 유아가 버블 튜브와 벽면 프로젝션을 보면서 배를 대고 누운 상태(tummy time)를 즐겁게 보냈다고 전했으며, 이는 평소에는 아기가 짜증을 내며 울곤 했던 활동이라는 점에서 큰 변화를 의미했다.
더럼 카운티 도서관의 감각 포용(sensory inclusion) 전략은 단지 도서관 건물 내부에 국한되지 않는다. 도서관은 이용이 어려운 커뮤니티 구성원에게도 감각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이동형 감각 서비스 개발에 주력해 왔다. “포용성 실천(Practicing Inclusivity)” 프로젝트에는 이동형 감각 유닛(mobile sensory unit) 구축을 위한 예산도 포함되어 있었으며, 이는 현재 도서관 외부 행사나 커뮤니티 파트너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장소에서 전 연령층을 위한 감각 활동을 제공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또한 도서관은 감각 상자(Sensory Bins)와 감각 키트(Sensory Kits)를 자체적으로 개발하였다. 감각 상자는 모든 도서관 지점에 비치되어 있으며, 피젯 도구(fidget items), 소리 차단용 헤드폰, 선글라스, 집중 및 진정을 위한 소품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도서관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행사에서 직원들이 활용하고 있다.
한편 감각 키트는 대중에게 대여용으로 제공되며, 다양한 촉각 도구(tactile tools)와 피젯 도구가 포함되어 있어 이용자들이 여러 감각 자극을 직접 체험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도구를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접근성 서비스 코디네이터는 이외에도 감각 및 장애 관련 아웃리치 프로그램을 도서관 전역에 걸쳐 주도하고 있다. 잼스키는 다수의 장애인 중심 기관(disability-centered organizations)과 협력하여 포용적이고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함으로써, 도서관의 전통적으로 소외되었던 커뮤니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STEAM(과학·기술·공학·예술·수학) 관련 부서 및 도서관 내 타 부서와의 협업을 통해, ‘나만의 감각 키트 만들기(Make Your Own Sensory Kit)’, ‘몰입형 예술 체험(Immersive Art Experiences)’ 등 다양한 감각 중심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감각 프로그램은 특히 이용자가 직접 촉각 패널이나 피젯 팔찌와 같은 감각 물품을 제작할 수 있을 때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감각 프로그램들은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으나, 더럼 카운티 도서관(Durham County Library)은 여전히 지속적인 성장과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공공도서관은 지역사회의 요구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만큼, 이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더럼 카운티 도서관은 장애 커뮤니티와의 관계에서 감각 참여(sensory engagement)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는 단순한 서비스 제공을 넘어, 기관 간 연계, 가족과 개인 간의 연결을 강화하는 다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감각 포용(sensory inclusion)과 참여에 대한 관심이 계속해서 증가함에 따라, 더럼 카운티 도서관은 타 도서관 시스템과 기관들에게 감각 공간 조성과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교육 및 자문을 제공할 기회를 얻고 있다. 더럼 카운티 도서관은 각 기관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운영 방식(best practices)과 고유한 감각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협업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기관과 파트너십을 구축해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
이와 같은 접근은 감각 도서관이 단순한 특수 공간이 아닌, 공공도서관이 추구해야 할 포용성과 접근성의 새로운 기준이자 지역사회 통합의 모델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더럼 카운티 도서관 이용자들이 커뮤니티 사진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프로젝션 조명(projection lights)과 상호작용하고 있다.
참고
1. Snoezelen
2. SensoryOne
출처 : North Carolina Libraries 82(1) Spring/Summer 2024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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