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경기도 화성 동탄복합문화센터 어린이·유아자료실에 비치된 동성애 관련 도서들. 학부모단체 등에서 꼽은 유해도서 66권 가운데 상당수가 비치돼 있었다.

‘성별에 관계없이 청소년 대부분은 동성끼리의 성관계에 환상을 느껴.’ ‘많은 사람들이 ○○성교를 좋아해’….

지난 21일 오후 경기도 화성 동탄복합문화센터도서관 1층 어린이·유아 자료실. 아동도서 코너 책장에 꽂힌 책(소년이 된다는 것)을 펼치자 마치 동성애를 조장하는 듯한 적나라한 내용에 얼굴이 후끈거렸다. 이용객의 대부분인 어린이들이 지나다니는 통로 한가운데 비치된 이 책은 청소년 유해도서로 지적받고 있는 성교육 관련 도서 66권 가운데 최근 간행물윤리위원회(간윤위) 심의를 거친 11권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국민일보가 청소년 유해도서에 대해 지적한 내용(2023년 9월 14일자, 10월 19일자 참조)에도 불구하고 최근 간윤위가 “유해성 없다”고 판단했다.

이날 방문한 도서관은 ‘출생아 수 전국 1위’인 화성 지역에서 이용객이 가장 많은 공공도서관(2023년 방문객 10만8115명) 가운데 하나다. 평일 오후 시간대였는데 방과 후에 책을 읽으러 온 아이들로 가득했다. 도서관에서는 ‘자꾸 마음이 끌린다면’ 같은 책을 비롯해 학부모 단체 등이 꼽은 청소년 유해도서 66권 가운데 43권이 곳곳에 비치돼 있었다. 문제는 어린이도서 코너에서 66권 외에도 동성애 양성애 다자성애 등 다양한 성적 지향을 다룬 유해성 짙은 서적이 여럿 눈에 띄고 있다는 점이었다.

가령 ‘사랑에 빠진 토끼’에는 수컷 토끼들의 동성 결혼식이 등장한다. “수컷 토끼는 암컷 토끼랑 결혼해야 해. 이건 언제나 전해 내려오던 방식이야. 다른 건 나쁜 거야.” 이런 내용에 “우리는 모두 달라. 그리고 다른 건 나쁜 게 아니야”라는 대화가 전개되는 식이다. 이용희 가천대 교수는 24일 “어린아이들이 동성애 서적에 반복해서 노출된다면 성 지향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짚었다.

도서관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간윤위의 “문제 없다”는 심의 결과에도 공감하기 힘들다는 입장이었다. 딸과 함께 도서관을 찾은 유모(40)씨는 “이런 책들이 (도서관 한복판에) 있는지 전혀 몰랐다. 어른들이 보기에도 민망한 책이 어린이·유아 자료실에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모(43)씨는 “공공도서관에 동성애 서적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부모들은 공공도서관이라 믿고 보내는데 황당하다”고 했다.

김미성 전국학부모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유해도서 심의를 담당한 간윤위의 ‘유해성 없음’이라는 비상식적인 판정에 공감할 학부모는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초중고 및 공공도서관에 비치된 음란유해도서 퇴출운동을 펼쳐 온 전국 17개 지역 71개 학부모 단체 등은 간윤위의 심의 위원 해촉과 위원회 재구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다음 달 중순까지 전국 시·도 교육청과 전북 전주 간윤위 본부 앞에서 음란유해도서 및 간윤위 규탄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화성=글·사진 서지영 인턴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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