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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윈난성 어린이를 위한 버섯 도서관

2025년 03월 22일 | 공간 사례

  • 면적 : 50 m²
  • 연도 : 2025년
  • 위치 : 중국 Dali

다차원적 맥락: 숨겨진 고향 – 오량산맥(Wuliang Mountains)의 굽이진 산자락에 자리한 옌쯔터우 마을(Yanzitou Village)은 한족(Han), 이족(Yi), 바이족(Bai), 다이족(Dai), 리족(Li), 하니족(Hani) 등 여섯 개의 소수민족이 함께 살아가는 외딴 마을이다. 이 마을은 청정한 자연환경 속에서도 농촌 쇠퇴라는 역설에 직면해 있다. 가구 수는 고작 71세대에 불과하고, 청년층은 일자리를 찾아 외지로 떠나면서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주말이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도시 학교에 다니던 아이들이 마을로 돌아오고, 마을 역사박물관 인근 광장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활기를 되찾는다. 두 채의 오래된 가옥 사이, 좁고 바위 많은 대지 위에 자리한 책방은 커다란 건포도나무 그늘 아래 위치해 있다. 이 공간은 미래 커뮤니티 센터로 향하는 문화적 관문이자, 농촌 재생의 희망을 밝히는 등대 역할을 하고 있다.

자연과의 공생: 건포도나무와의 대화 – 시간과 공간, 그리고 오래된 나무를 보존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 속에서 이 건축물은 즉흥적인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지역 장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12mm의 리브 강철봉을 나뭇가지처럼 엮어 지붕에서 외팔보 형태로 뻗게 하여, 나무의 수관과 어우러진 이중 캐노피 구조를 형성했다. 기존의 ‘짚과 흙’ 재료 대신 현장 타설 콘크리트 볼트를 사용함으로써 내구성을 확보하면서도 원초적인 피난처의 이미지를 불러일으켰다. 겹겹이 포개진 원형 지붕은 이 지역에 자생하는 버섯을 연상시키며, 구조물 전체에 유쾌한 상징성을 부여하고 있다.

수공의 미완성: 소박한 재료감 – 매끄럽게 마감된 표면을 배제하고, 일반 콘크리트를 그대로 사용해 농촌 장인의 거친 미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시공 과정에서 생긴 결함들은 정성스럽게 다듬어졌지만, 수작업의 촉감과 온기를 그대로 살렸다. 그 결과, 투박하면서도 고유한 품위를 지닌 질감이 형성되어 마을의 전통적 건축 정체성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있다.

빛의 서사: 살아있는 극장 – 보존된 나무의 구멍, 중앙의 천창, 계단 틈 사이로 자연광이 스며들며 공간 곳곳에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의 패턴을 그려낸다. 아치형 강철 기둥은 나뭇가지 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6mm 강철봉을 엮어 만든 반구형 책장은 반투명하고 채도가 높은 아크릴 판으로 마감되어 만화경처럼 빛을 반사시킨다. 완만하게 휘어진 벽면은 아이들이 기대어 앉을 수 있는 좌석이 되어, 그 위에서 햇빛이 공간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감상한다. 이 책방은 빛과 시간이 어우러진 ‘살아있는 극장’으로 변모한다.

공간의 극적 구성: 유희적 미로 – 버섯을 형상화한 상징적인 지붕은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다양한 인상을 준다. 동쪽 골목에서 보면 모자의 챙처럼 보이고, 위에서 내려다보면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닮았다. 열린 평면 구성과 완만하게 상승하는 동선은 옥상 플랫폼으로 이어지며, 아이들은 이곳에서 건포도나무와 어울리고 열매를 따거나 고대 숲의 수관을 바라본다. 밤이 되면 구조물 전체가 빛으로 떠오른 UFO처럼 보이며, 마치 환상적인 마을의 상징물처럼 존재감을 드러낸다.

세대를 잇는 기억: 농촌 삶의 캡슐 – 이 책방은 마을의 일상 의례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이른 아침이면 93세의 양 노인(Elder Yang)이 인접한 정자에서 햇살을 기다리고, 그 곁에서는 아이들이 책을 읽는다. 한낮에는 어르신들이 근처에서 카드놀이를 즐기고, 아이들은 책장을 탐험한다. 해질 무렵이면 양 노인은 손녀를 학교에서 데리고 돌아와 버섯 지붕 아래에서 잠시 머문다. 이러한 장면들은 이 공간을 세대 간의 유대를 간직하고 지역 정체성을 길러내는 ‘시간의 캡슐’로 만들어 준다.

결론: 문화 지속성의 그릇 – 이 책방은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문화적 회복력을 담아내는 공간이다. 재료가 지닌 이야기로 전통과 현대를 이어주고, 개인의 성장을 공동체의 기억과 엮어주며, 농촌 공간을 미래 가능성의 터전으로 재구성한다. 이곳에서 향수란 단순한 보존이 아닌 능동적인 성장으로, 뿌리는 유산에 두되 가지는 새로운 지평을 향해 뻗어나간다.


출처 : www.arch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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