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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서관의 미래, 마이크로라이브러리, 인도네시아의 사례

2025년 06월 3일 | 공간 사례

‘도서관’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우리는 보통 조용한 열람실, 책이 가득 꽂힌 서가, 그리고 공부에 집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런 전형적인 도서관의 모습이 모든 지역에서 가능하지는 않다. 인구가 적거나 예산이 부족한 농어촌, 도서 지역에서는 대형 도서관의 유지 자체가 쉽지 않다. 공공도서관이 도시에 집중되는 현상은 모든 나라가 마찬가지다. 인구 밀도가 낮고 재정이 취약한 지역은 자연스럽게 도서관 서비스의 사각지대로 남는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마이크로라이브러리(micro library)’는 도서관의 미래를 새롭게 제시한다. 인도네시아에서 시작된 이 소규모 도서관은 비록 작지만, 그 철학과 구조는 매우 혁신적이다.

2012년부터 네덜란드와 인도네시아를 기반으로 활동해 온 건축설계사무소 샤우(SHAU)는 마이크로라이브러리 프로젝트를 이끌어 왔다. 이 도서관은 전기와 에어컨 사용을 최소화한 ‘패시브 디자인’을 특징으로 한다. 예를 들어 ‘비마(Bima)’ 도서관은 아이스크림 통을 벽 재료로 재활용하고, ‘와락 카유(Warak Kayu)’는 나무 구조물과 처마로 자연광을 조절한다. 최소한의 에너지로 최대한의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이는 운영비 절감은 물론,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방식이다.

무엇보다도 마이크로라이브러리는 ‘작음’이 ‘약점’이 아님을 보여준다. 단순한 열람 공간을 넘어서, 이 도서관은 지역 주민들이 모이고 소통하는 장소가 된다. 때로는 놀이터, 때로는 도시 농장, 또 때로는 야외 수업 공간이 되기도 한다. 다양한 기능과 개방성을 갖춘 ‘커뮤니티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즉, 크고 웅장한 도서관보다 작지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 오히려 필요한 지역에 적합한 해법이다.

이러한 마이크로라이브러리의 가장 큰 의의는 ‘모두에게 열린 서비스’를 실현한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는 경제 성장이 빠르지만 교육 인프라와 도서관 보급은 아직 부족하다. 대규모 투자가 어려운 지역에도 들어설 수 있도록 설계된 마이크로라이브러리는, 책과 정보를 접할 기회를 제공하며 교육 격차를 완화하고 문화적 불균형을 줄인다.

또한 이 도서관들은 지역 아이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전하고, 마을 단위의 교육 기반을 튼튼히 한다. 넓고 화려한 공간이 아니더라도, 친근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책을 만나는 경험은 아이들의 성장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이런 소규모 도서관이 마을마다 생긴다면, 도서관은 특정 계층이나 지역의 전유물이 아닌 ‘공공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마이크로라이브러리는 농어촌, 도서 마을, 저소득 지역처럼 도서관 설치가 어려운 곳에 가장 적합한 모델이다. 자원을 아끼면서도 효과적인 학습 공간을 제공하고, 지역 공동체의 중심이 되며,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공공시설의 미래를 제시한다.

지금, 도서관의 의미는 다시 쓰이고 있다.
작지만 강한 공간, 마이크로라이브러리.
그 이름이 바로 가능성이다.


패시브 디자인과 아이스크림 통 같은 지역 자재를 활용해 조성된 이러한 현대적 커뮤니티 공간은, 도시의 열기와 분주함 속에서 잠시 쉴 수 있는 안식처를 제공한다.


인도네시아 전역에 마이크로라이브러리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야심찬 노력이 진행 중이다. 사진은 반둥(Bandung)에 위치한 마이크로라이브러리 바바칸 사리(Microlibrary Babakan Sari), 일명 ‘행잉 가든(Hanging Gardens)’. 사진: 무함마드 파들리(Muhammad Fadli)/가디언(The Guardian)

 

샤우(SHAU) 건축사무소의 마이크로라이브러리 프로젝트는 그늘과 교차 환기를 결합해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과 동시에, 문해력 향상을 도모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사진: 두디 수간디(Dudi Sugandi)/샤우(SHAU)

 

이 프로젝트는 2012년 샤우(SHAU) 공동 창립자인 달리아나 수르야위나타(Daliana Suryawinata)와 플로리안 하인첼만(Florian Heinzelmann)에 의해 시작되었으며, 지금까지 총 8개의 도서관이 건립되었다. 이들은 이 도서관들을 ‘재료 실험을 위한 실험실’이라 부르며, 재활용 자재, FSC 인증 목재, 경량 콘크리트 등을 활용해 건축을 진행해 왔다. 사진: 두디 수간디(Dudi Sugandi)/샤우(SHAU)

 

2019년 반둥(Bandung)에 완공된 마이크로라이브러리 바바칸 사리(Microlibrary Babakan Sari)는 옥상 정원을 갖추고 있다. 사진: 두디 수간디(Dudi Sugandi)/샤우(SHAU)

 

이 건축물들은 다양한 자재와 패시브 냉각 원리를 바탕으로 지어졌다. 2015년 반둥(Bandung)에 건립된 비마(Bima) 마이크로라이브러리의 외벽은, 버려진 아이스크림 통 2,000개를 활용해 제작되었다. 사진: 무함마드 파들리(Muhammad Fadli)/가디언(The Guardian)

 

“아이스크림 통은 벽 재료로 사용했을 때 빛을 투과시키는 데 있어 매우 흥미로운 소재입니다,”라고 수르야위나타(Suryawinata)는 말했다. 팀은 아이스크림 통의 바닥을 잘라내 자연광과 교차 환기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사진은 반둥(Bandung)에 위치한 비마(Bima) 마이크로라이브러리. 사진: 산록 스튜디오(Sanrok Studio)/샤우(SHAU)

 

“우리가 어떤 재료를 사용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을 과열로부터 보호하는 것입니다,”라고 하인첼만(Heinzelmann)은 말했다. 이 아이스크림 통은 이진 코드로 숨은 메시지를 표현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책은 세상의 창이다”라는 문장이다. 사진은 반둥(Bandung)에 위치한 비마(Bima) 마이크로라이브러리. 사진: 산록 스튜디오(Sanrok Studio)/샤우(SHAU)

 

이들 도서관은 지역 청년 단체들과 협력하여 휴게 공간에서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 사진은 반둥(Bandung)에 위치한 비마(Bima) 마이크로라이브러리. 사진: 무함마드 파들리(Muhammad Fadli)/가디언(The Guardian)

 

주변 학교들은 주중에 학급 단위로 비마(Bima) 마이크로라이브러리에 학생들을 보내고 있다. 사진: 무함마드 파들리(Muhammad Fadli)/가디언(The Guardian)

 

와락 카유(Warak Kayu) 마이크로라이브러리는 2020년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의 스마랑(Semarang)에 건립되었다. 설계자들은 ‘마이크로’라는 개념이 의도적으로 적용된 것이라고 설명했으며, 이는 지역 주민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사진: KIE/샤우(SHAU)

 

와락 카유(Warak Kayu) 마이크로라이브러리를 고상 구조로 설계함으로써, 그 아래 공간에는 그네와 개방형 휴게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사진: KIE/샤우(SHAU)

 

2024년, 하인첼만(Heinzelmann)과 수르야위나타(Suryawinata)는 마이크로라이브러리 프로젝트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재단을 설립했다. 그들의 목표는 2045년까지 100개 지점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사진: 샤우(SHAU)


참조 : theguardian.com, Microlibrary, [인도네시아] 조립식 목재로 만든 ‘마이크로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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