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도서관의 현재
독특한 외관과 인테리어를 갖춘 개성 넘치는 도서관은 단순한 학습 공간을 넘어, 대학을 대표하는 ‘얼굴’이 되기도 한다. 특히, 오랜 역사를 지닌 대학 도서관은 시대를 초월한 분위기와 전통이 그대로 녹아 있어, 그 자체로 매력적인 공간이다.
1. 도쿄대학교 부속도서관 종합도서관 (도쿄도 분쿄구)
도쿄대학교 혼고 캠퍼스에 위치한 종합도서관은 원래의 도서관 건물이 관동대지진으로 소실된 후, 존 록펠러 주니어의 기부금을 바탕으로 1928년에 새롭게 건축되었다. 설계는 이후 도쿄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우치다 요시카즈가 맡았다.

벽면이 옅은 갈색의 스크래치 타일로 덮여 있는 종합도서관 © 도쿄대 도서관
건물 전체가 고딕 양식으로 디자인되어 있으며, 전면 외관은 마치 책이 빼곡히 꽂힌 책장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입구를 지나면 붉은 카펫이 깔린 웅장한 대계단이 방문객을 맞이하며, 내부에는 샹들리에와 클래식한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어 한층 더 중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열람실에는 앤티크 스타일의 책상이 놓여 있어, 도서관이 완공된 당시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고풍스러운 공간에서 독서나 학습을 할 수 있다.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열람실의 대형 책상. 최근 들어 LED 조명과 전원 콘센트가 추가되어 편의성도 향상되었다 © 도쿄대학교
2. 이치바시 대학 부속 도서관 (도쿄도)
이치바시 대학 국립 캠퍼스에 위치한 부속 도서관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건물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시계탑 건물은 1930년, 이치바시 대학이 이곳으로 이전할 때부터 자리 잡고 있으며, 지금까지 대학의 상징으로 우뚝 서 있다.
출입구와 창문에 이어지는 반원형 아치, 그리고 독특한 형태의 기둥머리 등 로마네스크 양식의 부드러운 곡선미가 특징이다.

부속도서관의 정문이기도 한 시계탑동 출입구 입구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인상적인 대열람실은 최근 개보수 공사를 거쳐 밝고 쾌적한 공간으로 재탄생했지만, 준공 당시의 원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대학 설립에 기여한 시부사와 에이이치와 역대 총장들의 흉상이 자리하고 있어, 마치 학문의 역사를 지켜보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조용하고 품격 있는 독서 공간에서 차분하게 시간을 보내며 학문에 몰두할 수 있을 것이다.

교장의 ‘머큐리’ 등이 새겨진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름다운 대열람실
3. 고베여학원대학 도서관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고베여학원대학의 도서관 본관은 1933년 캠퍼스가 현재 위치로 이전할 때 건축가이자 개신교 전도사였던 미국인 윌리엄 메렐 볼리스가 설계한 건물이다.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4년 캠퍼스 내 다른 건물들과 함께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었으며,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과 한신・아와지 대지진을 겪으면서도 준공 당시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건물은 붉은 지붕과 크림색 벽이 조화를 이루는 중후한 스페인 미션 스타일로 지어졌다. 특히 2층의 개방적인 열람실은 통유리로 설계되어 있으며, 세로로 긴 아치형 창문을 통해 자연광이 은은하게 스며들어 쾌적한 학습 공간을 만들어준다.교육 시설로서 ‘품격 있는 건축’을 지향했던 볼리스의 철학이 곳곳에서 느껴지며, 단순한 도서관을 넘어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변함없는 가치를 간직한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높은 천장과 큰 창문을 갖춘 열람실. 개방감이 있으면서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4. 고베대학 부속 도서관・사회과학계 도서관 (고베시)
고베대학 롯코다이 캠퍼스에 위치한 사회과학계 도서관은 학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도서관으로, 규모 또한 크다. 본관은 1933년에 준공되었으며, 국가 등록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도서관 내부의 대열람실은 창건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쇼와 시대 초반의 근대 건축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아치형 천장에는 스테인드글라스 탑라이트가 설치되어 있어, 웅장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곳에서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학문의 깊이가 더욱 깊어질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천장의 스테인드글라스 너머로 햇살이 쏟아지는 대열람실
2층 정면 서고 입구에는 서양화가 나카야마 마사미(中山正實)가 그린 일본 유수의 대형 벽화 ‘청춘’이 자리하고 있어, 도서관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또한,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과 관련된 자료를 모아 둔 ‘대지진 문고’도 마련되어 있다.

서고 입구의 벽화는 고베 출신의 서양화가 나카야마 마사미(中山正實)의 대작이다.
대학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도서관. 오랜 세월을 거쳐 전통과 지성을 품어온 이 공간은 단순한 학습 시설을 넘어, 대학의 정체성과 가치를 담고 있다.
——
대학을 견학할 때 도서관에 주목해 보면, 캠퍼스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건축미와 분위기를 직접 경험하며,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느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출처 : www.asahi.com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