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오랫동안 지역사회의 중요한 기반으로서 지식과 자료, 그리고 공동의 공간을 무료로 제공해왔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 동안 영국 잉글랜드에서는 도서관 이용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성인 인구의 3분의 2, 즉 66%가 지난 1년 동안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았다는 점은 왜 사람들이 도서관을 찾지 않는지, 그리고 어떻게 다시 이들을 불러올 수 있을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2024년 11월,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는 도서관 이용에 장애가 되는 요인과 참여를 독려할 방법을 살펴본 초기 질적 연구를 발표했다. 이어서 최근 영국 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는 이 연구의 다음 단계로, 도서관 이용을 가로막는 장벽과 재참여 전략을 다룬 정량적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정책 결정자, 도서관 직원, 그리고 일반 대중 모두에게 유용한 통찰을 제공한다.
도서관 이용을 가로막는 장벽
이번 조사는 입소스 영국(Ipsos UK)이 2025년 1월, 잉글랜드 전역의 만 17세 이상 도서관 비이용자 4,24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확률 표본 패널을 통해 진행했다. 분석 결과, 사람들이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행동과학의 COM-B 모형(행동 참여 여부를 설명하는 틀)에 따라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었다. 바로 역량(Capability), 기회(Opportunity), 동기(Motivation)다.
분석에는 ‘최대차이척도(Maximum Difference Scaling, MaxDiff)’ 기법이 활용됐다. 응답자에게 여러 이유를 제시하고, 개인적으로 가장 큰 장벽과 가장 작은 장벽을 고르게 한 뒤 점수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점수는 0~100 사이에서 나타나며, 수치가 높을수록 중요한 장벽으로 꼽힐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역량(Capability): 많은 비이용자는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것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특히 젊은 층, 대학 졸업자, 그리고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집단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실제로 비이용자의 58%가 도서관의 추가 서비스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MaxDiff 분석에서도 “도서관이 책 대출 외에 어떤 서비스나 활동을 하는지 모른다”는 항목이 53.1점을 기록하며 전체 장벽 중 세 번째로 높았다. 이는 도서관이 디지털 자료, 지역사회 프로그램 등 다양한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기회(Opportunity): 불편한 운영 시간이 중요한 장벽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모나 전일제 근로자에게 영향을 크게 미쳤다. 이 항목은 41.6점으로, 기회 영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주차 문제나 교통 접근성 부족도 영향을 주었다. 예를 들어 “주차가 어렵거나 비용이 많이 든다”는 항목은 26.6점을 얻었다. 이는 도서관이 바쁜 일정을 가진 사람이나 교통 수단이 제한된 사람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함을 시사한다.
동기(Motivation): 유사한 자료를 다른 곳(온라인이나 서점 등)에서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전체적으로 가장 큰 장벽으로 꼽혔다. 이 항목은 70.7점으로, 다른 어떤 이유보다 높았다. 특히 소득이 높은 계층, 대학 졸업자, 부유한 지역 거주자에서 뚜렷했다. 또 많은 비이용자가 도서관이 현대 생활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디지털 시대에 무관하다고 여겼다. 이러한 ‘무관성 인식’ 항목은 29.7점을 얻었으며, 남성과 인터넷 활용 능력이 높은 집단에서 두드러졌다. 이는 디지털 환경이 확산된 시대에 도서관이 자신만의 독자적 가치를 어떻게 증명할지가 중요한 과제임을 보여준다.
비이용자를 다시 끌어들일 수 있는 서비스
앞서 언급한 장벽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사에서는 비이용자를 다시 도서관으로 불러올 수 있는 잠재적 서비스가 확인됐다.
* 편안하고 매력적인 공간(38%)
* 저녁이나 주말까지 확대된 운영 시간(35%)
* 최신 도서와 간행물의 폭넓은 구비(34%)
* 무료 와이파이와 공용 컴퓨터·프린터 같은 디지털 장비 이용(33%)
* 전용 학습·업무 공간(26%)
이러한 서비스는 특정 집단에서 더 강하게 호소력을 가졌다. 예를 들어, 17~24세 응답자의 절반 이상(53%)이 전용 학습·업무 공간을 도서관 이용 요인으로 꼽았다. 이는 도서관이 젊은 층을 대상으로 대체 작업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65세 이상에서는 좋은 주차 시설이 특히 중요했다(29%, 전체 평균은 23%). 이는 고령층 접근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부모층, 특히 0~4세 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아동 대상의 흥미로운 활동과 프로그램이 큰 매력 요인으로 나타났다(43%, 전체 부모 평균은 31%).
이러한 결과는 지역사회 내 다양한 집단의 필요에 맞춰 도서관 서비스를 맞춤화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도서관 비이용자 집단 세분화
조사 결과, 도서관 비이용자는 다섯 가지 뚜렷한 집단으로 구분됐다. 각 집단은 고유한 특성과 재참여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안락의자 지지자(Armchair Supporters, 24%)
도서관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갖지만 실제로는 이용하지 않는다. 나이가 많고,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으며, 비교적 여유 있는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도서관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개인적으로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디지털·커뮤니티 추구자(Digital & Community Seekers, 25%)
도서관을 지역사회 허브로 여기지만 더 강한 디지털 통합과 편리함을 원한다. 여성, 젊은 층, 소수 민족 출신, 그리고 전일제 근로자 비율이 높다. 도서관의 잠재력을 인정하지만 디지털 중심의 생활방식에 맞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무관심 집단(The Disengaged, 23%)
도서관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낮고, 개인적 관련성을 느끼지 못한다. 남성, 고령층, 대학 비졸업자,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계층에서 더 많다. 이들을 끌어들이려면 도서관 가치 전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부정적 비이용자(Dismissive Non-Users, 9%)
도서관에 대해 매우 부정적 인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거부한다. 남성, 젊은 층,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계층, 인터넷 사용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다. 참여 유도가 가장 어려운 집단이다.
열성적 수용자(Enthusiastic Adopters, 19%)
도서관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며, 재참여 가능성이 가장 크다. 여성, 전일제 근로자가 아닌 사람, 대학 졸업자,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계층이 많다. 긍정적 인식을 실제 이용으로 전환할 수 있는 핵심 기회 집단이다.
이러한 세분화는 도서관이 집단별 요구와 선호를 정확히 반영해 홍보와 서비스를 맞춤화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고려해야 할 개입 방안
이번 조사 결과와 더불어 입소스(Ipsos)가 도서관 현장 직원과 진행한 워크숍을 토대로, 보고서는 도서관이 검토할 만한 세 가지 개입 방안을 제안했다.
첫째, 전략적 소셜미디어 활용을 통한 도서관 도달 범위 확대
단순히 도서관 전용 계정을 홍보하는 수준을 넘어서, 비이용자들이 자주 머무는 플랫폼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이다. 관련 기관과의 파트너십, 온라인 커뮤니티 참여, 특정 집단을 겨냥한 맞춤형 콘텐츠 제작이 포함된다. 목표는 도서관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알리고 낡은 이미지를 깨뜨리는 것이다.
둘째, 파트너 서비스를 유치해 도서관을 활기찬 지역 허브로 전환
건강 클리닉, 영유아 프로그램, 구직 박람회 등 전통적인 범위를 넘어서는 서비스를 유치함으로써 도서관의 가시성을 높이고 새로운 이용자를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이는 한 번의 방문으로 여러 활동을 병행할 수 있게 하여 ‘이용하기 불편하다’는 인식을 줄이는 데도 기여한다.
셋째, 도서관의 가치 제안을 재구성해 비이용자와 소통
디지털 시대에 맞춘 도서관의 의미를 강조하는 맞춤형 메시지를 개발해야 한다. 지속가능성, 비용 절감, 지역사회와의 연결 같은 혜택을 부각시켜 집단별 가치와 우선순위에 맞춘 소통을 펼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개인적 관련성을 느끼게 하고 재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이러한 개입 방안은 청중과 지역 인구 특성, 세분화된 집단에 맞춰 조정해야 하며, 실행 과정에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적응이 필요하다.
영국 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가 의뢰한 이번 보고서는 도서관이 비이용자를 다시 불러오기 위한 풍부한 통찰을 제공한다. 사람들의 도서관 이용을 막는 장벽, 다시 끌어들일 수 있는 서비스, 그리고 비이용자 집단의 특성을 이해함으로써 도서관은 참여 확대를 위한 맞춤형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디지털 시대 속에서 도서관이 여전히 지역사회의 핵심 자원으로 남기 위해 이러한 통찰은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번 조사에 참여해 의견을 나눈 응답자와 도서관 직원에게 감사 인사가 전해졌다. 이들의 경험은 미래 도서관 참여 방안을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전체 보고서는 의회에 제출된 장관 성명과 함께 공개됐다. 또한 오는 8월 20일 수요일 오후 3시, ‘라이브러리즈 커넥티드(Libraries Connected)’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명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도서관 전문가들이 조사 결과를 더 깊이 살펴보고, 이를 각자의 서비스와 지역사회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논의할 기회를 갖게 된다.
출처 : dcmslibraries.blog.gov.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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