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분야에서는 설계나 시공 단계에서 즉각적인 비용 절감을 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자격이 부족한 전문가를 고용하거나, 저품질 자재를 사용하는 것, 또는 기술적 근거 없이 건축 시스템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나타나며, 결국 건축물의 성능과 내구성을 저해하고 미래에 재시공 및 재정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 뉴저지주 서머셋(Somerset)에 위치한 프랭클린 타운십 도서관(Franklin Township Library)은 이러한 부적절한 자재 선택이 에너지 효율성과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2005년 이 도서관 건설 당시, 원래 설계에 포함되어 있던 칼월(Kalwall) 반투명 유리섬유 보강 폴리머(FRP, fiberglass-reinforced polymer) 패널이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폴리카보네이트(polycarbonate) 지붕 패널로 대체되었다. 이 변경을 통해 초기 비용에서 약 9만 달러를 절감할 수 있었지만, 겉보기에는 무해해 보였던 이 결정은 곧 심각한 운영상의 문제를 야기하며 결과적으로 더 큰 부담을 초래하게 되었다.
이 폴리카보네이트(polycarbonate) 패널은 해당 용도로 적합하지 않았으며, 이에 대한 적절한 기술적 분석도 결여되어 있었다. 그 결과 과도한 태양열이 유입(solar heat gain)되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도서관의 냉난방(HVAC)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렸다. 원래 설계에는 칼월(Kalwall)사의 FRP(Fiberglass-Reinforced Polymer, 유리섬유 보강 폴리머) 패널을 사용할 경우 40톤(t) 용량의 냉난방 시스템으로 충분하다고 판단되었으나, 실제 시공된 저성능 대체 자재로 인해 추가로 20톤의 용량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HVAC 시스템 업그레이드에만 약 20만 달러의 비용이 들었으며, 이후 19년 동안 매년 약 5만~6만 달러에 이르는 에너지 손실이 발생해 초기 자재비 절감액을 훨씬 초과하는 재정적 손실을 초래했다.
지붕과 외벽에 사용되는 반투명(translucent) 자재의 선택은 자연광을 극대화하고 밝고 개방적인 공간을 지향하는 건축 설계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상적인 자재는 우수한 단열 성능(thermal performance), 눈부심 제어(glare control), 그리고 외부와의 시각적 연계감을 제공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불투명 처리된 유리(frosted glass)나 폴리카보네이트가 자주 사용되었지만, 이들은 에너지 효율성과 내구성 측면에서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반면, 칼월과 같은 제조업체가 공급하는 FRP 패널은 강도와 경량성, 뛰어난 단열 성능에서 두드러지는 특성을 지닌다. 이러한 패널은 반투명 외장재(translucent façade)뿐만 아니라 스포츠 시설, 산업용 건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며, 자연광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눈부심을 방지하고 운영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을 제공한다.
재정적 손실을 넘어, 패널 교체 결정은 건축물의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전기 사용, 난방 및 냉방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의미하는 운용 탄소(operational carbon)는 과부하된 냉난방 시스템으로 인해 크게 증가했다. 이처럼 종종 간과되는 운용 탄소는 전 세계 에너지 관련 CO₂ 배출량의 약 28%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환경 요소다.
더불어 자재의 추출, 제조, 운송, 시공, 폐기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 주기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뜻하는 축조 탄소(embodied carbon) 또한 건축물의 환경적 영향을 평가할 때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콘크리트(concrete)와 철강(steel)과 같은 자재는 축조 탄소의 주요 원인으로, 에너지 사용에 따른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9%를 차지하고 있다.
이 초기 결정의 부정적 영향을 바로잡기 위해, 프랭클린 타운십 도서관은 지붕을 개보수하여 기존의 폴리카보네이트 패널을 원래 설계에 포함되어 있던 칼월(Kalwall) 반투명 FRP 패널로 교체했다. 현재 이 FRP 패널은 도서관 내부 공간 1,300㎡(14,000제곱피트) 이상을 덮고 있으며, 인접한 나비 정원(butterfly garden)의 태양광 지붕 56㎡(600제곱피트)도 포함하고 있다. 이 개입은 건축물의 단열 성능을 개선하여 에너지 소비 및 운용 비용을 절감했을 뿐만 아니라, 실내 조명의 질을 높이고 이용자의 쾌적성도 향상시켰다.
새롭게 설치된 복합 샌드위치(composite sandwich) 지붕 패널은 효율성과 열적 쾌적성(thermal comfort)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양이 업그레이드되었다. 외부 면은 자연광 확산을 최적화하고 과도한 열 획득을 억제하도록 설계된 0.70 크리스털 타입 A(crystal type A) 마감재를 사용하였고, 내부 면은 0.45 화이트 타입 25(white type 25) 마감을 적용하여 내부 조명의 균일성과 효율성을 높였다. 해당 시스템은 U-값(U-factor) 0.18의 고단열 성능을 확보하고 있으며, 맞춤형 칼커브(Kalcurve®) 스카이루프(skyroof) 기술이 적용되어 우수한 단열 효과를 제공하고 에너지 절감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한, 칼월(Kalwall) 패널은 환경제품 선언(EPD, Environmental Product Declaration) 인증을 보유하고 있어 자재의 환경영향 및 에너지 효율성에 대한 투명한 정보를 제공한다.
프랭클린 타운십 도서관 사례는 건축 자재 선택 시 초기 비용뿐 아니라 장기적인 환경적, 운영적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축조 탄소(embodied carbon)가 낮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자재에 투자하는 것은 건축물의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을 줄이고, 전 세계적인 지속가능성 목표와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데 핵심적인 전략이다. 아울러, 건축가와 엔지니어는 원 설계를 변경하기 전에 반드시 에너지 시뮬레이션(energy simulation)을 수행하고, 관련 자재의 환경 인증서를 면밀히 검토하여 비용 낭비와 환경 훼손을 초래할 수 있는 잘못된 결정을 방지해야 한다.
출처 : www.arch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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